맨해튼 한복판에도 쥐…뉴욕의 쥐 잡기 전쟁

입력 2024.03.23 (21:52) 수정 2024.03.23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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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뉴욕에 쥐가 많이 산다는 소식 들으셨을 겁니다.

쥐 잡기 담당 국장까지 임명해서 쥐 박멸에 나섰는데요.

좀 개선이 됐을까요?

박일중 뉴욕 특파원이 뉴욕의 쥐 상황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뉴욕 맨해튼의 그랜드센트럴 역입니다.

늦은 밤 나타난 케니 씨.

하루 50달러인 쥐 투어 가이드입니다.

[케니 볼웍/쥐 투어 가이드 :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나가서 3번가 갔다가 5번가로 가서 끝날 겁니다."]

곧 이어 시작된 투어.

역 밖으로 나가려나 했더니, 역 안에서 쥐를 발견합니다.

[케니 볼웍/쥐 투어 가이드 : "여기가 첫 번째 장소예요. 저기 보여요."]

쥐가 빈 상점을 돌아다니며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찾습니다.

[케니 : "여기서 뭘 사고 싶으세요?"]

[쥐 투어 참가자 : "절대로 아니에요."]

본격 투어를 위해 역 밖으로 나갑니다.

피자 한 조각을 식당가 쓰레기와 공터 사이에 두고 기다리자 곧 쥐가 나타납니다.

경계하는 듯하더니 통째로 물고 사라집니다.

쓰레기 주변을 맴돌다 먹을 게 생기자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

[케니 볼웍/쥐 투어 가이드 : "이게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시 중의 하나인 2024년의 뉴욕입니다. 인도에 쓰레기를 쌓아두고 살고 있어요."]

6차로 대로변에도 쓰레기가 있으면 쥐가 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쓰레기통 바로 옆 시멘트 구멍으로 쥐가 사라집니다.

[케니 볼웍/쥐 투어 가이드 : "뭔가 갉지 않으면 이가 입 쪽으로 자라면서 죽게 돼요. 그래서 자라기 전에 갉아야 해요."]

시멘트도 뚫는 쥐에게 쓰레기 봉투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버네데트/쥐 투어 참가자 : "무서웠어요. 뒤로 몇 걸음 물러섰어요. 정말 역겨웠어요."]

주거 지역은 더 심각합니다.

쓰레기가 거의 항상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에드윈/뉴욕 브루클린 주민 : "정말 커요. 항상 쓰레기 주위랑 차 아래로 뛰어다녀요. 정말 빨라요. 잡고 싶어도 잡을 수가 없어요."]

바로 옆 화단, 구멍이 있는 곳에 쥐 잡는 개를 풀었습니다.

한 마리가 구멍을 파고, 뛰쳐나온 쥐를 다른 한 마리가 잡습니다.

["좋아. 잘했어."]

20여 분만에 7마리의 쥐가 잡혔습니다.

[엘리아스 슈웰/쥐 잡는 업체/개 이용 : "쥐를 다 죽일 필요는 없어요. 왜냐면 뉴욕 시에는 이미 많은 쥐가 있거든요. 쥐를 몰아내는 게 목표에요. 쥐들이 겁을 먹으면 다른 쥐들에게도 여기를 떠나야 한다고 말할 테니까요."]

이 아파트 주차장 곳곳에선 쥐 분비물이 보입니다.

쓰레기장엔 쥐 덫을 놓고 직접 잡기도 합니다.

[토보르/아파트 관리인 : "많이 봐요. 셀 수 없어요. 얼마나 많이 보나요? 좋은 질문이에요. 세지 않아요."]

일산화탄소 발생 장치와 쥐잡이 도구를 쓰는 전문업체를 불렀습니다.

[매트 디어다토/위생 업체/일산화탄소 이용 : "이걸 굴에 넣고 일산화탄소를 주입합니다. 쥐가 3분 안에 나오지 않으면 그 안에서 죽는 거죠."]

호스를 넣고 장치를 작동시키자 연결된 쥐 구멍마다 하얀 연기가 나오고, 곧 못 견딘 쥐가 나타납니다.

["나왔어. 나왔어."]

자신을 향한 도구를 피해 쏜살같이 달아났지만, 근처 어두침침한 곳에서 발견됩니다.

["여기 있어. 나온다. 나와."]

이젠 도구로 직접 잡습니다.

[매트 디어다토/위생 업체/일산화탄소 이용 : "이런 곳에선 (쥐 잡는 게) 힘들어요. 쥐들은 매우 빠르고, 잘 기어 올라가고, 잘 뛰죠. 그래도 그래서 우리가 먹고살아요."]

뉴욕 시가 연봉 2억 원의 쥐 담당 국장을 임명해 쥐 퇴치에 나선 이후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주에겐 이런 업체와의 계약이 의무화 됐습니다.

또 쓰레기 내놓는 시간을 늦춰 노출 시간을 줄이는 등의 정책도 시행되면서 시 면적의 90%를 뒤덮었던 쥐 서식지는 점차 줄어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쥴리 메닌/뉴욕 시의원 : "시는 쓰레기 봉투가 길거리 위에 있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수거 시간을 변경했습니다. 쓰레기가 거리에 더 오래 있을수록 쥐를 더 많이 보게 될 테니까요."]

뉴욕을 여행하다 쥐를 만나고 싶지 않다면 뉴욕시가 제공하는 쥐 지도에서 쥐가 많은 곳을 피할 수 있습니다.

다만 깨끗한 식당을 찾고 싶다면 이렇게 A라는 표시가 된 곳을 찾는 게 좋습니다.

뉴욕에서 박일중입니다.

촬영:서대영/자료조사:최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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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해튼 한복판에도 쥐…뉴욕의 쥐 잡기 전쟁
    • 입력 2024-03-23 21:52:06
    • 수정2024-03-23 22:09:12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미국 뉴욕에 쥐가 많이 산다는 소식 들으셨을 겁니다.

쥐 잡기 담당 국장까지 임명해서 쥐 박멸에 나섰는데요.

좀 개선이 됐을까요?

박일중 뉴욕 특파원이 뉴욕의 쥐 상황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뉴욕 맨해튼의 그랜드센트럴 역입니다.

늦은 밤 나타난 케니 씨.

하루 50달러인 쥐 투어 가이드입니다.

[케니 볼웍/쥐 투어 가이드 :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나가서 3번가 갔다가 5번가로 가서 끝날 겁니다."]

곧 이어 시작된 투어.

역 밖으로 나가려나 했더니, 역 안에서 쥐를 발견합니다.

[케니 볼웍/쥐 투어 가이드 : "여기가 첫 번째 장소예요. 저기 보여요."]

쥐가 빈 상점을 돌아다니며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찾습니다.

[케니 : "여기서 뭘 사고 싶으세요?"]

[쥐 투어 참가자 : "절대로 아니에요."]

본격 투어를 위해 역 밖으로 나갑니다.

피자 한 조각을 식당가 쓰레기와 공터 사이에 두고 기다리자 곧 쥐가 나타납니다.

경계하는 듯하더니 통째로 물고 사라집니다.

쓰레기 주변을 맴돌다 먹을 게 생기자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

[케니 볼웍/쥐 투어 가이드 : "이게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시 중의 하나인 2024년의 뉴욕입니다. 인도에 쓰레기를 쌓아두고 살고 있어요."]

6차로 대로변에도 쓰레기가 있으면 쥐가 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쓰레기통 바로 옆 시멘트 구멍으로 쥐가 사라집니다.

[케니 볼웍/쥐 투어 가이드 : "뭔가 갉지 않으면 이가 입 쪽으로 자라면서 죽게 돼요. 그래서 자라기 전에 갉아야 해요."]

시멘트도 뚫는 쥐에게 쓰레기 봉투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버네데트/쥐 투어 참가자 : "무서웠어요. 뒤로 몇 걸음 물러섰어요. 정말 역겨웠어요."]

주거 지역은 더 심각합니다.

쓰레기가 거의 항상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에드윈/뉴욕 브루클린 주민 : "정말 커요. 항상 쓰레기 주위랑 차 아래로 뛰어다녀요. 정말 빨라요. 잡고 싶어도 잡을 수가 없어요."]

바로 옆 화단, 구멍이 있는 곳에 쥐 잡는 개를 풀었습니다.

한 마리가 구멍을 파고, 뛰쳐나온 쥐를 다른 한 마리가 잡습니다.

["좋아. 잘했어."]

20여 분만에 7마리의 쥐가 잡혔습니다.

[엘리아스 슈웰/쥐 잡는 업체/개 이용 : "쥐를 다 죽일 필요는 없어요. 왜냐면 뉴욕 시에는 이미 많은 쥐가 있거든요. 쥐를 몰아내는 게 목표에요. 쥐들이 겁을 먹으면 다른 쥐들에게도 여기를 떠나야 한다고 말할 테니까요."]

이 아파트 주차장 곳곳에선 쥐 분비물이 보입니다.

쓰레기장엔 쥐 덫을 놓고 직접 잡기도 합니다.

[토보르/아파트 관리인 : "많이 봐요. 셀 수 없어요. 얼마나 많이 보나요? 좋은 질문이에요. 세지 않아요."]

일산화탄소 발생 장치와 쥐잡이 도구를 쓰는 전문업체를 불렀습니다.

[매트 디어다토/위생 업체/일산화탄소 이용 : "이걸 굴에 넣고 일산화탄소를 주입합니다. 쥐가 3분 안에 나오지 않으면 그 안에서 죽는 거죠."]

호스를 넣고 장치를 작동시키자 연결된 쥐 구멍마다 하얀 연기가 나오고, 곧 못 견딘 쥐가 나타납니다.

["나왔어. 나왔어."]

자신을 향한 도구를 피해 쏜살같이 달아났지만, 근처 어두침침한 곳에서 발견됩니다.

["여기 있어. 나온다. 나와."]

이젠 도구로 직접 잡습니다.

[매트 디어다토/위생 업체/일산화탄소 이용 : "이런 곳에선 (쥐 잡는 게) 힘들어요. 쥐들은 매우 빠르고, 잘 기어 올라가고, 잘 뛰죠. 그래도 그래서 우리가 먹고살아요."]

뉴욕 시가 연봉 2억 원의 쥐 담당 국장을 임명해 쥐 퇴치에 나선 이후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주에겐 이런 업체와의 계약이 의무화 됐습니다.

또 쓰레기 내놓는 시간을 늦춰 노출 시간을 줄이는 등의 정책도 시행되면서 시 면적의 90%를 뒤덮었던 쥐 서식지는 점차 줄어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쥴리 메닌/뉴욕 시의원 : "시는 쓰레기 봉투가 길거리 위에 있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수거 시간을 변경했습니다. 쓰레기가 거리에 더 오래 있을수록 쥐를 더 많이 보게 될 테니까요."]

뉴욕을 여행하다 쥐를 만나고 싶지 않다면 뉴욕시가 제공하는 쥐 지도에서 쥐가 많은 곳을 피할 수 있습니다.

다만 깨끗한 식당을 찾고 싶다면 이렇게 A라는 표시가 된 곳을 찾는 게 좋습니다.

뉴욕에서 박일중입니다.

촬영:서대영/자료조사:최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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