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구소 “한국, 에너지 안보 취약”…경고 이유는?

입력 2024.03.2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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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전 지구에서 지정학적 불안 요인이 커지면서,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에너지 안보에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미국 에너지경제 재무연구소(IEEFA)는 최근 공개한 '한국 전력 시장의 삼중고(South Korea's Power Trilemma)'라는 보고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우리나라가 지난 2022년 막대한 추가 전력 비용을 부담했다고 분석했습니다.

2022년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화석연료인 LNG(액화천연가스) 값이 전 세계적으로 급등했는데 다른 나라보다 LNG 발전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3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추가 전력비용을 비교했습니다. (1) 전력 구성에서 LNG 발전 비중을 G20 평균 수준으로 낮춘 경우 (2)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 (3) 두 가지 상황을 모두 가정한 경우입니다.

보고서는 한국이 LNG 발전 의존도를 27.5%(2022년 기준)에서 G20 평균인 17.5%까지 낮췄다면, 전쟁 발발에도 LNG 연료비를 약 22조 원 줄일 수 있었다고 추산했습니다.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늦어지면서, 결국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는 얘기입니다.


■ 개발도상국만도 못한 신재생에너지 전환


보고서를 작성한 김채원 IEEFA 연구원은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0%도 되지 않아,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가보다도 낮은 수준"이라며,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화석연료 가격의 급등락에 더욱 취약한 구조"라고 진단했습니다.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더딘 배경에는 '신재생에너지가 비싸고, 비현실적'이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김 연구원은 주장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1.6%, 2036년까지 30.6%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올해 전력 구성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9.64%에 그쳤습니다.

김 연구원은 "이미 미국과 유럽, 중국은 신재생에너지를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면서 "한국보다 경제력이 약한 개발도상국들도 신재생 에너지를 통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KBS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도, 최근 발생한 중동 가자지구 사태나 중국-타이완 갈등 등 다른 형태의 지정학적 위기가 한국의 에너지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한국이 에너지 자급이 가능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미리 늘려놨다면, 외부적인 충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근시안적인 화석연료 위주의 에너지 안보에 집착한다면 결과적으로 에너지 불안정을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적 노력 필요"

보고서는 국내에도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가 있지만, 한국전력 자회사들이 신재생 발전을 늘리는 데 소극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중부발전 등 한전 발전 자회사의 신재생 에너지 설비 규모가 전체 설비의 1.9%에 불과하고, 이들 회사가 신재생 인증서(REC)를 구입해 RPS 목표치를 채우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의 김원상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재생에너지 보급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해외보다 뒤처진 재생에너지 국내 보급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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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연구소 “한국, 에너지 안보 취약”…경고 이유는?
    • 입력 2024-03-25 15: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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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전 지구에서 지정학적 불안 요인이 커지면서,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에너지 안보에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미국 에너지경제 재무연구소(IEEFA)는 최근 공개한 '한국 전력 시장의 삼중고(South Korea's Power Trilemma)'라는 보고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우리나라가 지난 2022년 막대한 추가 전력 비용을 부담했다고 분석했습니다.

2022년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화석연료인 LNG(액화천연가스) 값이 전 세계적으로 급등했는데 다른 나라보다 LNG 발전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3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추가 전력비용을 비교했습니다. (1) 전력 구성에서 LNG 발전 비중을 G20 평균 수준으로 낮춘 경우 (2)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 (3) 두 가지 상황을 모두 가정한 경우입니다.

보고서는 한국이 LNG 발전 의존도를 27.5%(2022년 기준)에서 G20 평균인 17.5%까지 낮췄다면, 전쟁 발발에도 LNG 연료비를 약 22조 원 줄일 수 있었다고 추산했습니다.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늦어지면서, 결국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는 얘기입니다.


■ 개발도상국만도 못한 신재생에너지 전환


보고서를 작성한 김채원 IEEFA 연구원은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0%도 되지 않아,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가보다도 낮은 수준"이라며,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화석연료 가격의 급등락에 더욱 취약한 구조"라고 진단했습니다.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더딘 배경에는 '신재생에너지가 비싸고, 비현실적'이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김 연구원은 주장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1.6%, 2036년까지 30.6%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올해 전력 구성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9.64%에 그쳤습니다.

김 연구원은 "이미 미국과 유럽, 중국은 신재생에너지를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면서 "한국보다 경제력이 약한 개발도상국들도 신재생 에너지를 통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KBS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도, 최근 발생한 중동 가자지구 사태나 중국-타이완 갈등 등 다른 형태의 지정학적 위기가 한국의 에너지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한국이 에너지 자급이 가능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미리 늘려놨다면, 외부적인 충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근시안적인 화석연료 위주의 에너지 안보에 집착한다면 결과적으로 에너지 불안정을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적 노력 필요"

보고서는 국내에도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가 있지만, 한국전력 자회사들이 신재생 발전을 늘리는 데 소극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중부발전 등 한전 발전 자회사의 신재생 에너지 설비 규모가 전체 설비의 1.9%에 불과하고, 이들 회사가 신재생 인증서(REC)를 구입해 RPS 목표치를 채우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의 김원상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재생에너지 보급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해외보다 뒤처진 재생에너지 국내 보급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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