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공관장회의’에 쏠리는 눈…‘급조’ 논란 계속

입력 2024.03.25 (17:27) 수정 2024.03.2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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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주호주대사를 비롯한 방산협력 주요 6개국 주재 공관장들이 참여하는 공관장회의 일정이 오늘(25일)부터 시작됐습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는 이 대사는 지난 10일 호주에 부임해 '수사 회피' 의혹이 일자, 11일 만인 21일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회의' 참석을 이유로 귀국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대사가 참석하는 '방산 공관장 회의'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 전례 찾기 힘든 '6국 한정 대면 공관장 회의' 일정은?

외교부에 따르면, 방산 공관장 회의는 오늘부터 이번 주 금요일까지 닷새 일정으로 열립니다. 6개 공관장과 주요 부처가 한자리에 모이는 전체 회의는 이번 주 중후반에 열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밖에 6개국 대사들은 따로 따로 외교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 방사청장 등과 면담을 갖습니다. 이종섭 대사는 오늘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을 만났습니다. 내일은 대사 6명이 모두 모여 방산업체 시찰을 갈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따로, 또 같이 모이는 회의가 일주일 동안 이어지며, 이 모든 일정이 '방산 관련 공관장 회의'라는 게 외교부 설명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방위산업 수출 규모는 130억 달러, 우리 돈 약 16조 9,000억 원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방산 수출전략 회의'에서 2027년까지 '세계 4대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추진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화상을 통해서 일부 지역 공관장들과 협의를 하거나, 전체 공관장 회의를 계기로 방산 관련 공관장들을 따로 모아 회의를 진행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방위 산업 수출에 대한 논의가 복잡한데다 국가별 상황도 달라 주요 공관장을 직접 불러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어 왔다는 겁니다.

이번에 열린 '방산공관장 회의'가 갑작스럽게 떠오른 아이디어는 아니며, 내부에서 검토를 진행해 온 건 맞다는 뜻입니다.

■ "개최 시기도 방식도 '외교부 스타일' 아냐"…'급조' 논란 계속

문제는 개최 시기와 방식입니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회의 일정은 아주 긴박하게 정해졌습니다. 보통 1주일 이상 걸리는 공관장 회의를 개최하려면 최소 한 달 전부터 유관 기관과 일정 협의 등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번 회의는 그런 절차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일정에 방산업체 시찰이 포함됐는데, 이 일정 역시 사전에 협의된 게 아니라 이종섭 대사 입국과 맞물려 급하게 잡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소 한 달 전에라도 사전에 준비된 회의였다면, 이종섭 대사가 출국하고 11일 만에 다시 입국할 게 아니라 미리 일정을 조율해서 출국 전에 진행했을 거란 지적도 나옵니다. 대사를 역임한 한 전직 외교관은 "대사로 나가기 전에 관련 업무 교육을 받으면서 유관 기관장들과 만나거나 소규모 회의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회의를 열지 않고, 부임 이후 11일 만에 다시 귀임하도록 회의 일정을 잡는다는 건 외교부 업무 관례상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회의 일정이 미리 잡혔고 검토됐다면, 이 대사 부임 시기를 사전에 조율했어야 맞다는 겁니다.

또 한 달 뒤 전체 공관장 회의로 대사들이 귀국하기 때문에, 이때 전후로 회의를 잡았다면 대사들이 출국했다가 단기간에 다시 귀국하는 제반 비용과 행정력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대사를 제외한 나머지 5개국 대사는 회의를 마치면 부임지로 돌아갔다가 다음 달 다시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왜 6개 국가 공관장만 모이는지에 대한 외교부의 설명도 부족합니다. 우리나라의 방산 수출 대상국은 총 12개국인데 이번에 들어온 대사는 호주를 포함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카타르, 폴란드 6개국 대사입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작년에 FA-50 18대, 1조 2천억 원 수준 규모의 수출을 했고 추가 도입도 논의 중인데 이번 회의에선 빠졌습니다.

회의에 쏠린 눈이 많지만, 관련 내용은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방산업의 특성상 보안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세부적인 내용은 아니더라도 회의 전체 일정과 간략한 내용에 대해선 공유할 수 있지만 외교부와 국방부는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만 노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공관장 회의였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과 의문이 계속되는 건, 이번 회의가 이종섭 대사의 '자진 귀국'을 위해 급조된 일정이 아니냐는 의혹과 연결됩니다.


■ 이종섭 대사 출국은 언제?…"한-호주 2+2 장관 회의 준비로 더 체류"

방산 공관장 회의는 이번 주에 끝납니다. 하지만 이종섭 대사는 '한-호주 2+2 (외교 국방) 장관 회의 준비차 한국에 더 머물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대사도 이 회의를 언급하며 대사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호주 2+2 외교국방장관 회의는 4월 말에서 5월 초 호주에서 열리는 방향으로 조율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호주 대사가 현지에서 카운터파트들과 만나며 처리해야 할 업무들이 산적해 있는데, 한국에 머무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적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큰 외교행사가 있을 경우 외교부 본부 등 국내에서는 의제 등을 준비하고, 재외공관에서는 주재국 당국과 협의를 맡는 것이 통상적인 역할 분담이라는 겁니다.

외무공무원이 '공무 귀국'을 하려면 공무 목적과 귀국 기간 등을 사전에 외교부로부터 승인받아야 합니다. 이종섭 대사는 현재 '방산 공관장 회의' 명목으로 입국한 상태인데, 한-호주 2+2 회의 준비를 이유로 체류 기간을 연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이 대사가 4월 11일 총선 때까지 머무를 거로 보인다고 전망하는데, 4월 22일쯤 재외공관장 회의가 있기 때문에 출국했다가 10일 만에 다시 들어오기보다는 계속 한국에 머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럴 경우 부임하자마자 부임지를 비우고 한 달 이상을 한국에 체류하는 셈입니다.

이 대사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공수처 수사를 받길 희망한다고 밝혔는데, 공수처는 당분간 이 대사 소환 조사 계획이 없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출처 : JNC TV 유튜브 캡처출처 : JNC TV 유튜브 캡처

■ 호주 여당의원 "이종섭 대사 교체해야"

이런 가운데 호주의 캐머런 머피 뉴사우스웨일스주 상원의원이 이 대사 교체를 촉구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현지시각 23일 머피 의원은 일부 교민들이 개최한 '이 대사 교체 촉구 집회'에 참석해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이라며 "호주에 누구를 파견할지는 한국의 선택이지만, 이 대사가 호주대사로 임명됨으로써 매우 중요한 수사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그 선택에 대해 심사숙고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머피 의원은 또 호주 정부와 호주 교민은 한국 정부에 더 나은 대사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며 이 대사 교체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한편 호주 시드니한인회는 현지시간 21일 호소문을 내고 "시드니한인회는 "모국 정당들이 총선을 앞두고 이 대사의 부임에 대한 호주 교민의 찬반을 선거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정치 문제로 교민들이 얼굴을 붉히는 사이가 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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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주호주대사를 비롯한 방산협력 주요 6개국 주재 공관장들이 참여하는 공관장회의 일정이 오늘(25일)부터 시작됐습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는 이 대사는 지난 10일 호주에 부임해 '수사 회피' 의혹이 일자, 11일 만인 21일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회의' 참석을 이유로 귀국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대사가 참석하는 '방산 공관장 회의'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 전례 찾기 힘든 '6국 한정 대면 공관장 회의' 일정은?

외교부에 따르면, 방산 공관장 회의는 오늘부터 이번 주 금요일까지 닷새 일정으로 열립니다. 6개 공관장과 주요 부처가 한자리에 모이는 전체 회의는 이번 주 중후반에 열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밖에 6개국 대사들은 따로 따로 외교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 방사청장 등과 면담을 갖습니다. 이종섭 대사는 오늘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을 만났습니다. 내일은 대사 6명이 모두 모여 방산업체 시찰을 갈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따로, 또 같이 모이는 회의가 일주일 동안 이어지며, 이 모든 일정이 '방산 관련 공관장 회의'라는 게 외교부 설명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방위산업 수출 규모는 130억 달러, 우리 돈 약 16조 9,000억 원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방산 수출전략 회의'에서 2027년까지 '세계 4대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추진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화상을 통해서 일부 지역 공관장들과 협의를 하거나, 전체 공관장 회의를 계기로 방산 관련 공관장들을 따로 모아 회의를 진행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방위 산업 수출에 대한 논의가 복잡한데다 국가별 상황도 달라 주요 공관장을 직접 불러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어 왔다는 겁니다.

이번에 열린 '방산공관장 회의'가 갑작스럽게 떠오른 아이디어는 아니며, 내부에서 검토를 진행해 온 건 맞다는 뜻입니다.

■ "개최 시기도 방식도 '외교부 스타일' 아냐"…'급조' 논란 계속

문제는 개최 시기와 방식입니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회의 일정은 아주 긴박하게 정해졌습니다. 보통 1주일 이상 걸리는 공관장 회의를 개최하려면 최소 한 달 전부터 유관 기관과 일정 협의 등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번 회의는 그런 절차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일정에 방산업체 시찰이 포함됐는데, 이 일정 역시 사전에 협의된 게 아니라 이종섭 대사 입국과 맞물려 급하게 잡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소 한 달 전에라도 사전에 준비된 회의였다면, 이종섭 대사가 출국하고 11일 만에 다시 입국할 게 아니라 미리 일정을 조율해서 출국 전에 진행했을 거란 지적도 나옵니다. 대사를 역임한 한 전직 외교관은 "대사로 나가기 전에 관련 업무 교육을 받으면서 유관 기관장들과 만나거나 소규모 회의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회의를 열지 않고, 부임 이후 11일 만에 다시 귀임하도록 회의 일정을 잡는다는 건 외교부 업무 관례상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회의 일정이 미리 잡혔고 검토됐다면, 이 대사 부임 시기를 사전에 조율했어야 맞다는 겁니다.

또 한 달 뒤 전체 공관장 회의로 대사들이 귀국하기 때문에, 이때 전후로 회의를 잡았다면 대사들이 출국했다가 단기간에 다시 귀국하는 제반 비용과 행정력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대사를 제외한 나머지 5개국 대사는 회의를 마치면 부임지로 돌아갔다가 다음 달 다시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왜 6개 국가 공관장만 모이는지에 대한 외교부의 설명도 부족합니다. 우리나라의 방산 수출 대상국은 총 12개국인데 이번에 들어온 대사는 호주를 포함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카타르, 폴란드 6개국 대사입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작년에 FA-50 18대, 1조 2천억 원 수준 규모의 수출을 했고 추가 도입도 논의 중인데 이번 회의에선 빠졌습니다.

회의에 쏠린 눈이 많지만, 관련 내용은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방산업의 특성상 보안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세부적인 내용은 아니더라도 회의 전체 일정과 간략한 내용에 대해선 공유할 수 있지만 외교부와 국방부는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만 노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공관장 회의였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과 의문이 계속되는 건, 이번 회의가 이종섭 대사의 '자진 귀국'을 위해 급조된 일정이 아니냐는 의혹과 연결됩니다.


■ 이종섭 대사 출국은 언제?…"한-호주 2+2 장관 회의 준비로 더 체류"

방산 공관장 회의는 이번 주에 끝납니다. 하지만 이종섭 대사는 '한-호주 2+2 (외교 국방) 장관 회의 준비차 한국에 더 머물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대사도 이 회의를 언급하며 대사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호주 2+2 외교국방장관 회의는 4월 말에서 5월 초 호주에서 열리는 방향으로 조율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호주 대사가 현지에서 카운터파트들과 만나며 처리해야 할 업무들이 산적해 있는데, 한국에 머무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적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큰 외교행사가 있을 경우 외교부 본부 등 국내에서는 의제 등을 준비하고, 재외공관에서는 주재국 당국과 협의를 맡는 것이 통상적인 역할 분담이라는 겁니다.

외무공무원이 '공무 귀국'을 하려면 공무 목적과 귀국 기간 등을 사전에 외교부로부터 승인받아야 합니다. 이종섭 대사는 현재 '방산 공관장 회의' 명목으로 입국한 상태인데, 한-호주 2+2 회의 준비를 이유로 체류 기간을 연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이 대사가 4월 11일 총선 때까지 머무를 거로 보인다고 전망하는데, 4월 22일쯤 재외공관장 회의가 있기 때문에 출국했다가 10일 만에 다시 들어오기보다는 계속 한국에 머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럴 경우 부임하자마자 부임지를 비우고 한 달 이상을 한국에 체류하는 셈입니다.

이 대사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공수처 수사를 받길 희망한다고 밝혔는데, 공수처는 당분간 이 대사 소환 조사 계획이 없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출처 : JNC TV 유튜브 캡처
■ 호주 여당의원 "이종섭 대사 교체해야"

이런 가운데 호주의 캐머런 머피 뉴사우스웨일스주 상원의원이 이 대사 교체를 촉구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현지시각 23일 머피 의원은 일부 교민들이 개최한 '이 대사 교체 촉구 집회'에 참석해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이라며 "호주에 누구를 파견할지는 한국의 선택이지만, 이 대사가 호주대사로 임명됨으로써 매우 중요한 수사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그 선택에 대해 심사숙고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머피 의원은 또 호주 정부와 호주 교민은 한국 정부에 더 나은 대사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며 이 대사 교체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한편 호주 시드니한인회는 현지시간 21일 호소문을 내고 "시드니한인회는 "모국 정당들이 총선을 앞두고 이 대사의 부임에 대한 호주 교민의 찬반을 선거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정치 문제로 교민들이 얼굴을 붉히는 사이가 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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