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할 때 1만 원, 영화표 500원?”…폐지되는 부담금 뭐길래

입력 2024.03.27 (15:06) 수정 2024.03.2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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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할 때 1만 1,000원, 영화 볼 때 500원, 껌을 살 때 1.35원…이 돈의 정체는?

부담금은 '그림자 조세'라고 불립니다. 세금처럼 많은 사람이 내지만, 그림자처럼 눈에 띄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올해 걷히는 규모가 약 24조 원(예상)입니다. 껌이나 담배를 살 때, 영화를 볼 때, 여권을 발급받을 때 사람들은 나도 모르게 부담금을 냅니다.

부담금을 걷는 목적은 분명합니다. 특정 공익사업을 해야 할 때, 이 공익사업의 이해관계자나 원인 제공자에게 경비를 부담하게 하기 위해 부담금이 존재하죠.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게 부담금을 걷어 국민건강증진 사업을 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문제는 부담금이 늘어도 너무 늘었다는 겁니다. 종류만 91가지. 이 가운데 수명이 20년 이상 된 부담금만 67개입니다. 진짜 필요한 건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계속 걷는 탓에 국민 부담만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입니다.


■ 부담금이 감면되면, 실생활 변화는?

우선 정부는 부담금 32개를 폐지하거나 축소하기로 했습니다.

눈에 띄는 건 영화 관람료에 부과되던 입장권 부담금 폐지입니다. 영화 푯값이 1만 5,000원이라고 가정하면, 약 500원이 부담금이었습니다. 영화비 인하를 기대할 수 있겠죠.

전기요금에 포함되는 전력기금부담금의 요율도 낮아지는데, 올해 7월부터는 연 8,000원(4인 가구 평균 전기료 기준)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에너지 비용이 원가의 약 30%를 차지하는 뿌리 기업의 경우, 연간 62만 원 수준의 경감 효과가 예상됩니다.

항공요금에 포함되는 출국납부금은 1만 1,000원에서 7,000원으로 내려갑니다.

여권을 발급받을 때 내는 돈도 줄어듭니다.

국제교류기여금을 단수여권 발급 시 5,000원 복수여권 발급 시 최대 15,000원(10년) 내게 되어 있는데, 앞으로는 단수여권 발급 시에는 걷지 않고 복수여권에 대해서는 3,000원 인하하기로 했습니다.


■"기업 부담도 완화"

기업들에 부담됐던 부담금들도 일부 개편됩니다.

학교 신설 수요 감소에도 분양사업자에게 지속 부과되던 학교용지 부담금을 폐지하고, 개발시행사업자에게 부과되는 건설개발부담금은 수도권 50%, 비수도권 100% 감면합니다.

경유차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환경개선부담금을 영세 자영업자 대상으로 50% 인하합니다.


■공익사업도 줄어드나?

이렇게 줄어드는 부담금은 모두 2조 원. 올해 걷기로 돼 있던 부담금이 약 24조 원인 걸 생각하면 약 10% 수준입니다.

문제는 기존에 부담금으로 충당하던 공익 사업들의 예산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입니다.

예를 들어 영화부담금은 영화발전기금 재원으로 들어가, 독립영화 등을 지원했습니다.
전력기금부담금도 전력 산업 인재 개발 등에 쓰였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우려에 대해 이렇게 답했습니다.

만약 부담금이 줄어도 지출 우선 순위가 굉장히 높은 부분은 당연히 재원 (보강) 조치가 될 것이고, 관행적으로 지원이 됐던 이런 부분들은 구조조정이 있을 겁니다.
-유병서 기획재정부 예산총괄심의관

올해 계획된 공익 사업들은 차질없이 수행하겠단 입장이지만, 앞으로 구조조정까지 언급하는 만큼 일부 공익사업은 축소될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이 느끼는 부담금 체감 효과는 얼마 안 되는데, 공익사업 축소 등의 부작용은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KBS는 앞서 부담금으로 운영되는 공익사업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난임·우울증 상담센터나 고효율 설비로 전환한 중소기업 등이 부담금의 도움을 받았죠. 이들은 부담금이 사라지면 사업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사실 부담금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정도로, 부담금의 부담이 크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연간으로 치면 부담금 폐지에 따른 효과가 몇만 원 미만 수준일 수도 있고요. 그러나 공익사업 축소로 따른 일부 산업의 타격은 그에 비해 더 클 수도 있습니다."
-전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폐지는 법 개정 거쳐 내년 부터…인하는 오는 7월 1일 시행 예정

부담금의 전면 개편은 2002년 부담금관리 기본법이 도입된 이후 22년 만입니다.

요율 인하 등 시행령 개정사항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입니다.

다만 폐지는 법 개정 사항이라, 정부는 내년 1월 1일 시행을 목표로 올해 하반기 18개 부담금 폐지를 위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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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국할 때 1만 원, 영화표 500원?”…폐지되는 부담금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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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03-27 15: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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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할 때 1만 1,000원, 영화 볼 때 500원, 껌을 살 때 1.35원…이 돈의 정체는?

부담금은 '그림자 조세'라고 불립니다. 세금처럼 많은 사람이 내지만, 그림자처럼 눈에 띄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올해 걷히는 규모가 약 24조 원(예상)입니다. 껌이나 담배를 살 때, 영화를 볼 때, 여권을 발급받을 때 사람들은 나도 모르게 부담금을 냅니다.

부담금을 걷는 목적은 분명합니다. 특정 공익사업을 해야 할 때, 이 공익사업의 이해관계자나 원인 제공자에게 경비를 부담하게 하기 위해 부담금이 존재하죠.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게 부담금을 걷어 국민건강증진 사업을 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문제는 부담금이 늘어도 너무 늘었다는 겁니다. 종류만 91가지. 이 가운데 수명이 20년 이상 된 부담금만 67개입니다. 진짜 필요한 건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계속 걷는 탓에 국민 부담만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입니다.


■ 부담금이 감면되면, 실생활 변화는?

우선 정부는 부담금 32개를 폐지하거나 축소하기로 했습니다.

눈에 띄는 건 영화 관람료에 부과되던 입장권 부담금 폐지입니다. 영화 푯값이 1만 5,000원이라고 가정하면, 약 500원이 부담금이었습니다. 영화비 인하를 기대할 수 있겠죠.

전기요금에 포함되는 전력기금부담금의 요율도 낮아지는데, 올해 7월부터는 연 8,000원(4인 가구 평균 전기료 기준)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에너지 비용이 원가의 약 30%를 차지하는 뿌리 기업의 경우, 연간 62만 원 수준의 경감 효과가 예상됩니다.

항공요금에 포함되는 출국납부금은 1만 1,000원에서 7,000원으로 내려갑니다.

여권을 발급받을 때 내는 돈도 줄어듭니다.

국제교류기여금을 단수여권 발급 시 5,000원 복수여권 발급 시 최대 15,000원(10년) 내게 되어 있는데, 앞으로는 단수여권 발급 시에는 걷지 않고 복수여권에 대해서는 3,000원 인하하기로 했습니다.


■"기업 부담도 완화"

기업들에 부담됐던 부담금들도 일부 개편됩니다.

학교 신설 수요 감소에도 분양사업자에게 지속 부과되던 학교용지 부담금을 폐지하고, 개발시행사업자에게 부과되는 건설개발부담금은 수도권 50%, 비수도권 100% 감면합니다.

경유차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환경개선부담금을 영세 자영업자 대상으로 50% 인하합니다.


■공익사업도 줄어드나?

이렇게 줄어드는 부담금은 모두 2조 원. 올해 걷기로 돼 있던 부담금이 약 24조 원인 걸 생각하면 약 10% 수준입니다.

문제는 기존에 부담금으로 충당하던 공익 사업들의 예산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입니다.

예를 들어 영화부담금은 영화발전기금 재원으로 들어가, 독립영화 등을 지원했습니다.
전력기금부담금도 전력 산업 인재 개발 등에 쓰였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우려에 대해 이렇게 답했습니다.

만약 부담금이 줄어도 지출 우선 순위가 굉장히 높은 부분은 당연히 재원 (보강) 조치가 될 것이고, 관행적으로 지원이 됐던 이런 부분들은 구조조정이 있을 겁니다.
-유병서 기획재정부 예산총괄심의관

올해 계획된 공익 사업들은 차질없이 수행하겠단 입장이지만, 앞으로 구조조정까지 언급하는 만큼 일부 공익사업은 축소될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이 느끼는 부담금 체감 효과는 얼마 안 되는데, 공익사업 축소 등의 부작용은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KBS는 앞서 부담금으로 운영되는 공익사업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난임·우울증 상담센터나 고효율 설비로 전환한 중소기업 등이 부담금의 도움을 받았죠. 이들은 부담금이 사라지면 사업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사실 부담금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정도로, 부담금의 부담이 크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연간으로 치면 부담금 폐지에 따른 효과가 몇만 원 미만 수준일 수도 있고요. 그러나 공익사업 축소로 따른 일부 산업의 타격은 그에 비해 더 클 수도 있습니다."
-전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폐지는 법 개정 거쳐 내년 부터…인하는 오는 7월 1일 시행 예정

부담금의 전면 개편은 2002년 부담금관리 기본법이 도입된 이후 22년 만입니다.

요율 인하 등 시행령 개정사항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입니다.

다만 폐지는 법 개정 사항이라, 정부는 내년 1월 1일 시행을 목표로 올해 하반기 18개 부담금 폐지를 위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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