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한’ 풀어준 50년사 한 눈에

입력 2024.03.29 (19:46) 수정 2024.03.2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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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 첫 산업체 부설학교로 문을 연 옛 마산의 한일여고가 올해 개교 50주년을 맞았습니다.

산업화 시대 어린 소녀들, 이제는 60~70대 할머니가 됐는데요.

이들이 정성을 모아, 학교의 지난 반세기를 돌아보는 작은 기념관을 만들었습니다.

김민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공부가 하고 싶어요."

1973년, 한일합섬 공장을 방문한 대통령에게 앳된 소녀들은 소박한 바람을 전했습니다.

이듬해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산업체 부설학교인 한일여고, 낮엔 일하고 밤엔 공부하던 소녀들의 소중한 배움터였습니다.

당시 이들의 월급 내역서입니다.

주·야간 근무일수와 야근 수당, 재형저축 등을 제하면 한 달 월급은 6만 3천 원 수준.

가족 생활비와 형제자매의 학비를 대던 산업화 시대 주역으로 매일 고단한 일상이었지만, 배움의 뜻을 꺾지 않았습니다.

[박만자/한일여고 1회 졸업생 : "공부하는 그 자체가 좋습니다. 머리에 우리 섬유 먼지가 붙어가지고 학교에 왔거든요. 바쁘니까, 그래도 고단한 줄을 몰랐어."]

개교 50주년, 한일여고에 작은 역사관이 들어섰습니다.

반세기 전, 양 갈래 머리 소녀들은 어느덧 60~70대 할머니가 됐고, 지나온 세월, 소녀들의 눈물과 꿈을 나누기 위해, 졸업생 5백여 명이 십시일반 1억 2천만 원을 모았습니다.

[김선흥/한일여고 교장/8회 졸업생 : "(학교는) 우리들의 힐링의 장소, 위로의 장소거든요. 정말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던 그런 공간이라는 거 이거를 우리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1992년, 19회 졸업생을 끝으로 일반 학교로 전환됐지만, 전국 각지에서 모인 소녀들이 고향의 잔디를 가져와 만든 '팔도 잔디'라는 이름의 정원은 여전히 푸르름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민집니다.

촬영기자:이하우/화면제공:한일여자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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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움의 한’ 풀어준 50년사 한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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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03-29 19: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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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 첫 산업체 부설학교로 문을 연 옛 마산의 한일여고가 올해 개교 50주년을 맞았습니다.

산업화 시대 어린 소녀들, 이제는 60~70대 할머니가 됐는데요.

이들이 정성을 모아, 학교의 지난 반세기를 돌아보는 작은 기념관을 만들었습니다.

김민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공부가 하고 싶어요."

1973년, 한일합섬 공장을 방문한 대통령에게 앳된 소녀들은 소박한 바람을 전했습니다.

이듬해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산업체 부설학교인 한일여고, 낮엔 일하고 밤엔 공부하던 소녀들의 소중한 배움터였습니다.

당시 이들의 월급 내역서입니다.

주·야간 근무일수와 야근 수당, 재형저축 등을 제하면 한 달 월급은 6만 3천 원 수준.

가족 생활비와 형제자매의 학비를 대던 산업화 시대 주역으로 매일 고단한 일상이었지만, 배움의 뜻을 꺾지 않았습니다.

[박만자/한일여고 1회 졸업생 : "공부하는 그 자체가 좋습니다. 머리에 우리 섬유 먼지가 붙어가지고 학교에 왔거든요. 바쁘니까, 그래도 고단한 줄을 몰랐어."]

개교 50주년, 한일여고에 작은 역사관이 들어섰습니다.

반세기 전, 양 갈래 머리 소녀들은 어느덧 60~70대 할머니가 됐고, 지나온 세월, 소녀들의 눈물과 꿈을 나누기 위해, 졸업생 5백여 명이 십시일반 1억 2천만 원을 모았습니다.

[김선흥/한일여고 교장/8회 졸업생 : "(학교는) 우리들의 힐링의 장소, 위로의 장소거든요. 정말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던 그런 공간이라는 거 이거를 우리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1992년, 19회 졸업생을 끝으로 일반 학교로 전환됐지만, 전국 각지에서 모인 소녀들이 고향의 잔디를 가져와 만든 '팔도 잔디'라는 이름의 정원은 여전히 푸르름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민집니다.

촬영기자:이하우/화면제공:한일여자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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