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학교야 마을을 부탁해

입력 2024.03.3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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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보다 7회 I] 학교야 마을을 부탁해

학생 수가 굉장히 많이 떨어졌을 때는 13명, 전교생이.

해가 갈수록 5명이 늘고 10명이 늘어가는데,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거예요.

한 700여 명 내외였었어요. 인구수가 많이 늘어났죠. 1,009명 이렇게 됐더라고요.

이 마을에서 살래요. 이 학교가 너무 좋아요.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어요. 행복해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아서. 결심했죠. 이제 여기 정착하자.


<충북 음성군 한들마을>

충북 음성의 한 마을.

3대째 이 마을에서 살아온 김필종 씨.

김필종/한들마을 주민
동네 가운데에 이렇게 빈집이 있는데, 좋을 사람이 누가 있어요?
여름 되면 고양이나 하다못해 모기 같은 거, 쥐 같은 게 서식하기 좋잖아요.

하나, 둘 늘어가는 빈집들. 주인을 잃은 빈집들은 폐허로 변했습니다.


김필종/한들마을 주민
담벼락 무너진 거 봐. 작년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금방 무너졌네.
마당에 지금 잡초하고 저 나무들 봐요.

마을 주민들이 떠나면서 불과 5년 사이 마을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우체국도 문을 닫습니다.

김필종/한들마을 주민
4월 1일부터 업무 종료 쓰여 있잖아요.
지방소멸, 지방소멸이라는데 . 학교가 없어지는 게 첫 번째 시작이 아닌가 생각하는 거예요.

<충북 음성군 옛 대장초등학교>

이제는 기차도 서지 않는 한들 마을.

그 바로 옆에 70년 전통의 초등학교가 있었습니다.


김필종/한들마을 주민
운동장이 옛날에 정말 커 보였었어요. 그때 한 800명 가까이 우리 학교 다닐 때 있었으니까.
항시 운동회 때만 되면 동네 잔치한다고 보면 될 거예요.
엄마,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있는 친구들까지 다 모여서 하는 일이니깐.

한때 885명에 달했던 학생 수는 농촌을 떠나는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30년 만에 8분의 1로 줄었습니다.

그래도 2000년대까진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운동장을 채웠습니다.

학교가 없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건 2016년부터입니다.

그해 정부는 ‘적정규모 학교 육성 강화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해 정상적인 교육 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적정규모 학교’를 육성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권순형/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교육부가 과거 1982년부터 5년에서 6년 단위로 학교 규모를 적정화하고,
적정화를 위한 기준을 교육청에 권고하는데요.

마지막 권고가 2016년이었습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소규모 학교는 학생 수 60명이다.
도서· 읍·면 지역의 경우 학생 수 60명을 기준으로 권고했던 적이 있습니다.

학생 수 60명 이하 학교들은 통폐합을 유도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학생 수가 28명까지 줄어든 대장초는 2019년, 결국 폐교됐습니다.

<충북 음성군 소이초등학교>

대장초등학교를 포함해 폐교된 두 개 학교는 인근 마을의 소이 초등학교로 통합됐습니다.

통합 초기, 40명까지 줄었던 학생 수는 2년 만에 60명으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3년 뒤 학생 수는 제자리로 돌아와 통폐합 대상이 됐고, 이제는 35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심복순 할머니는 학교 앞에서 20년 넘게 슈퍼를 지키고 있습니다.

심복순/소이초 인근 상인
뽑기 같은 거 갖다 놓으면 뭐 한 자리에서 여러 장씩. 한 천장씩 없어졌다는 거지.
처음에. 막 수북하게 쌓아놓고 그랬는데 지금은 애들 구경을 못 해요.

꽉 차 있던 매대를 할머니는 더는 채우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떠나간 마을.

심복순/소이초 인근 상인
꿈결같이 지나가 버렸어. 지금은 없잖아요. 하나도.

양재욱/작은학교 교육연대 대표
불을 보듯 뻔한 겁니다.
학교가 없으면 젊은 사람들은 바로 빠져나갑니다. 아이를 학교 보낼 수 없잖아요.

학교가 있어도 젊은 사람들은 빠져나가는데,
학교가 사라진다고 그러면 거기에 머물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죠.

<강원도 양양군 현북초등학교>


강원도 양양군의 현북초등학교.

한때 통폐합 대상이었던 곳입니다.

최우윤/현북초 6학년
학교 오는 거가 재밌어요. 야외활동 같은 걸 많이 하니까 밖에 돌아다니는 거 너무 재밌고.

윤현진/현북초 6학년
서핑, 트리 클라이밍, 자전거 타고 하조대 가거나 그런 것들을
학교에서 활동할 수 있어서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 학교.

2018년만 해도 전교생 수가 9명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강원도교육청과 양양군은 이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시키는 대신 예산과 자원을 지원했습니다.

강성욱/양양 현북초등학교 교무부장
다양한 자원을 가져다 저희가 같이 활용을 해서 다양한 교육 과정을 만들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다양한 체험 활동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학생들은 하나, 둘 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19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습니다.

다른 학교들은 원격수업을 해야 했던 시기.

학생 수가 100명 이하였던 학교 학생들은 다양한 체험 수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13살 현진이네 가족. 현진이가 3학년이었던 2021년, 경기도 동탄에서 이곳으로 이사 왔습니다.

윤욱노/윤현진 학생 아버지
애들이 학교도 못 가고 계속 집에서 생활만 하다 보니까 정신적으로 좀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생겨서.

여기서는 학생 수가 적다 보니까 그 시기에도 계속 학교에 가서 수업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구은모/윤현진 학생 어머니
학교에서 있었던 일도 얘기 들을게 애들한테 너무 많은 거예요.
교외 활동했던 일들 그리고 애들이랑 방과 후에 또 그런 친구들과의 시간.

윤욱노/윤현진 학생 아버지
1년 지내면서 일단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어요. 결심했죠. 이제 여기 정착하자.

산과 바다가 학교 운동장이나 다름없는 교육환경.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활동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윤현진/현북초 6학년
하늘을 나는 것 같은, 안 해본 사람은 절대로 모를 아주 짜릿한 기분이 들고.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하는 독서 토론

강성욱/양양 현북초등학교 교무부장
느낀 점을 한번 얘기해 볼 친구.

학원이 없어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최우윤/현북초 6학년
천적인 것을 아는데도 다른 쥐들과 다른 게 없이 똑같이 대해주는 모습이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강성욱/ 양양 현북초 교무부장
다양한 활동과 함께 학생들의 학력에 대한 균형을 잡아가는 활동을 교과과정 속에 녹여내려고 선생님들이 많이 노력하셨습니다.

폐교 소식이 흘러나오던 2018년, 13명에 불과하던 이 학교 학생 수는 올해 59명으로 늘었습니다.

학교가 살아나자 마을 분위기도 달라졌습니다.

최우윤/현북초 6학년
부모님들끼리도 친하니까 저희만 만나는 일보다 부모님들이랑 같이 만나는 일이 더 많고.

빈희정/현북초 학부모
아이가 크기 위해서는 온 동네 어른들이 키운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거랑 똑같은 거 같아요.
'내가 주인공이다'라는 거를 학교에서도 많이 인지를 시켜주는 거 같고.

양재욱/작은학교 교육연대 대표
훨씬 더 폭넓은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관계가 훨씬 더 좋습니다.
오히려 큰 학교보다 작은 학교가 교육이 훨씬 더 잘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제주 선흘초등학교>


작은 마을 옆에 자리 잡은 한 초등학교.

이 학교 역시 한때 폐교가 거론됐었습니다.

김호선/동백동산 습지센터 총괄팀장
95년 중반에 학생 수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분교가 됐거든요.
학생 수가 굉장히 많이 떨어졌을 때는 13명. 전교생이.

제주도교육청은 이 학교를 통폐합하는 대신 2015년, ‘건강생태학교’로 지정했습니다.

김호선/동백동산 습지센터 총괄팀장
특히나 멸종위기종이 16종이나 서식을 하고 있어서 생물 다양성이 굉장히 풍부한 곳이고.

'건강생태학교를 지정해서 서로 협력하면서 학교도 활성화해보자'라고 해서
생태교육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생태교육 환경교육 그다음에 이런 것들이 자연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아이들한테 공유되고 경험함으로 인해서 지역에서는 많은 게 달라졌다.

학교를 살려야 마을도 지킬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7년 전 자연 속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어 마을로 이주한 학부모.

마을의 숲 선생님이 됐습니다.

박준택/학부모 생태교사
토종동백이야, 토종동백. 개화 시기가 달라.
꽃 송이째 떨어져. 개량종은 잎이 하나씩 떨어져요.

하나, 둘 아이들과 함께 마을로 찾아온 학부모들.

숲은 아이들의 학교가 됐고,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선생님이 됐습니다.


박준택/학부모 생태교사
생태 프로그램들을 이렇게 이제 연구도 하고 만들어가고 있는데, 이런 프로그램들을 아이들과 같이 직접 만나서 운영을 하고 나면 아이들이 우선 이렇게 생태적인 자연 놀이터에서 하면 너무 이제 에너지가 이제 저희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이렇게 활기 넘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예상치 못했던 변화.

한때 사라질 뻔했던 학교는 아이들이 늘어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학교가 됐습니다.

김호선/ 동백동산 습지센터 총괄팀장
학교가 사라진다는 거는 마을 공간이 사라진다고 생각을 하셨기 때문에 마을 학교 활성화를 위해서 굉장히 많은 어르신의 노력이 있었고 학부모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의 노력이 있었고.

마을 인구도 지난 10년 동안 80%가량 늘었습니다.

양재욱/작은학교 교육연대 대표
작은 학교가 있는 곳이 결국은 시골 학교거든요.

지금 있는 학교에서도 마을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마을의 공동체가 만들어지면 그 관계 속에서 또 그 관계 속에 들어오기 위해서 사람들이 시골에 들어와서 살기도 하거든요.
그렇게 해서 마을이 유지가 되는 겁니다.

마을 사람들과 학부모들이 서로 협력하는 구조만 가져도 그 속에 살려고 사람들이 찾아오거든요.

아이들이 사라진 마을, 학교는 노인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있습니다.

이재덕/한들마을 주민
학교 종이 땡땡 친다. 어서 가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야 그리고 또 뛰어 들어가고 그랬어요.

학교가 사라지고 아이들도 하나, 둘 떠나면서 마을에는 빈자리가 늘어갑니다.

이재덕/한들마을 주민
지금이라도 우리 가방 메고 학교 가라고 그러면 학교 가겠어요. 대장 학교 살려주세요.
그럼 우리가 가서 책상을 메울게.

아이가 없는데 학교가 무슨 소용이냐며 많은 지역에서 학교를 없애고, 선생님을 줄입니다.

하지만 어떤 곳에서 학교는 죽어가는 마을을 살리고 있습니다.

이정순/현북초 인근 상인
지금은 학생 수가 이렇게 늘고 학교도 지금 새로 또 더 짓고. 학교가 번창한다는 게 얼마나 좋나 그 이상 더 좋은 게 어디 있어.

양재욱/작은학교 교육연대 대표
학교가 있다는 것은 마을이 있다는 뜻입니다. 지역을 살리는 기점으로서 마을 공동체의 중심으로서의 학교를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

권순형/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지역이 어떻게 보면 통째로 날아갈 수도 있는 그런 상황에 대해서 교육이라는 것이 중요한 하나의 요소로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취재: 이규명
촬영: 강우용 김범수 조선기
편집: 김태형
그래픽: 장수현
리서처: 신용하
조연출: 김영일 유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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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보다] 학교야 마을을 부탁해
    • 입력 2024-03-31 22:44:10
    사회

[더 보다 7회 I] 학교야 마을을 부탁해

학생 수가 굉장히 많이 떨어졌을 때는 13명, 전교생이.

해가 갈수록 5명이 늘고 10명이 늘어가는데,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거예요.

한 700여 명 내외였었어요. 인구수가 많이 늘어났죠. 1,009명 이렇게 됐더라고요.

이 마을에서 살래요. 이 학교가 너무 좋아요.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어요. 행복해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아서. 결심했죠. 이제 여기 정착하자.


<충북 음성군 한들마을>

충북 음성의 한 마을.

3대째 이 마을에서 살아온 김필종 씨.

김필종/한들마을 주민
동네 가운데에 이렇게 빈집이 있는데, 좋을 사람이 누가 있어요?
여름 되면 고양이나 하다못해 모기 같은 거, 쥐 같은 게 서식하기 좋잖아요.

하나, 둘 늘어가는 빈집들. 주인을 잃은 빈집들은 폐허로 변했습니다.


김필종/한들마을 주민
담벼락 무너진 거 봐. 작년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금방 무너졌네.
마당에 지금 잡초하고 저 나무들 봐요.

마을 주민들이 떠나면서 불과 5년 사이 마을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우체국도 문을 닫습니다.

김필종/한들마을 주민
4월 1일부터 업무 종료 쓰여 있잖아요.
지방소멸, 지방소멸이라는데 . 학교가 없어지는 게 첫 번째 시작이 아닌가 생각하는 거예요.

<충북 음성군 옛 대장초등학교>

이제는 기차도 서지 않는 한들 마을.

그 바로 옆에 70년 전통의 초등학교가 있었습니다.


김필종/한들마을 주민
운동장이 옛날에 정말 커 보였었어요. 그때 한 800명 가까이 우리 학교 다닐 때 있었으니까.
항시 운동회 때만 되면 동네 잔치한다고 보면 될 거예요.
엄마,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있는 친구들까지 다 모여서 하는 일이니깐.

한때 885명에 달했던 학생 수는 농촌을 떠나는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30년 만에 8분의 1로 줄었습니다.

그래도 2000년대까진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운동장을 채웠습니다.

학교가 없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건 2016년부터입니다.

그해 정부는 ‘적정규모 학교 육성 강화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해 정상적인 교육 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적정규모 학교’를 육성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권순형/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교육부가 과거 1982년부터 5년에서 6년 단위로 학교 규모를 적정화하고,
적정화를 위한 기준을 교육청에 권고하는데요.

마지막 권고가 2016년이었습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소규모 학교는 학생 수 60명이다.
도서· 읍·면 지역의 경우 학생 수 60명을 기준으로 권고했던 적이 있습니다.

학생 수 60명 이하 학교들은 통폐합을 유도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학생 수가 28명까지 줄어든 대장초는 2019년, 결국 폐교됐습니다.

<충북 음성군 소이초등학교>

대장초등학교를 포함해 폐교된 두 개 학교는 인근 마을의 소이 초등학교로 통합됐습니다.

통합 초기, 40명까지 줄었던 학생 수는 2년 만에 60명으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3년 뒤 학생 수는 제자리로 돌아와 통폐합 대상이 됐고, 이제는 35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심복순 할머니는 학교 앞에서 20년 넘게 슈퍼를 지키고 있습니다.

심복순/소이초 인근 상인
뽑기 같은 거 갖다 놓으면 뭐 한 자리에서 여러 장씩. 한 천장씩 없어졌다는 거지.
처음에. 막 수북하게 쌓아놓고 그랬는데 지금은 애들 구경을 못 해요.

꽉 차 있던 매대를 할머니는 더는 채우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떠나간 마을.

심복순/소이초 인근 상인
꿈결같이 지나가 버렸어. 지금은 없잖아요. 하나도.

양재욱/작은학교 교육연대 대표
불을 보듯 뻔한 겁니다.
학교가 없으면 젊은 사람들은 바로 빠져나갑니다. 아이를 학교 보낼 수 없잖아요.

학교가 있어도 젊은 사람들은 빠져나가는데,
학교가 사라진다고 그러면 거기에 머물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죠.

<강원도 양양군 현북초등학교>


강원도 양양군의 현북초등학교.

한때 통폐합 대상이었던 곳입니다.

최우윤/현북초 6학년
학교 오는 거가 재밌어요. 야외활동 같은 걸 많이 하니까 밖에 돌아다니는 거 너무 재밌고.

윤현진/현북초 6학년
서핑, 트리 클라이밍, 자전거 타고 하조대 가거나 그런 것들을
학교에서 활동할 수 있어서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 학교.

2018년만 해도 전교생 수가 9명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강원도교육청과 양양군은 이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시키는 대신 예산과 자원을 지원했습니다.

강성욱/양양 현북초등학교 교무부장
다양한 자원을 가져다 저희가 같이 활용을 해서 다양한 교육 과정을 만들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다양한 체험 활동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학생들은 하나, 둘 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19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습니다.

다른 학교들은 원격수업을 해야 했던 시기.

학생 수가 100명 이하였던 학교 학생들은 다양한 체험 수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13살 현진이네 가족. 현진이가 3학년이었던 2021년, 경기도 동탄에서 이곳으로 이사 왔습니다.

윤욱노/윤현진 학생 아버지
애들이 학교도 못 가고 계속 집에서 생활만 하다 보니까 정신적으로 좀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생겨서.

여기서는 학생 수가 적다 보니까 그 시기에도 계속 학교에 가서 수업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구은모/윤현진 학생 어머니
학교에서 있었던 일도 얘기 들을게 애들한테 너무 많은 거예요.
교외 활동했던 일들 그리고 애들이랑 방과 후에 또 그런 친구들과의 시간.

윤욱노/윤현진 학생 아버지
1년 지내면서 일단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어요. 결심했죠. 이제 여기 정착하자.

산과 바다가 학교 운동장이나 다름없는 교육환경.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활동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윤현진/현북초 6학년
하늘을 나는 것 같은, 안 해본 사람은 절대로 모를 아주 짜릿한 기분이 들고.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하는 독서 토론

강성욱/양양 현북초등학교 교무부장
느낀 점을 한번 얘기해 볼 친구.

학원이 없어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최우윤/현북초 6학년
천적인 것을 아는데도 다른 쥐들과 다른 게 없이 똑같이 대해주는 모습이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강성욱/ 양양 현북초 교무부장
다양한 활동과 함께 학생들의 학력에 대한 균형을 잡아가는 활동을 교과과정 속에 녹여내려고 선생님들이 많이 노력하셨습니다.

폐교 소식이 흘러나오던 2018년, 13명에 불과하던 이 학교 학생 수는 올해 59명으로 늘었습니다.

학교가 살아나자 마을 분위기도 달라졌습니다.

최우윤/현북초 6학년
부모님들끼리도 친하니까 저희만 만나는 일보다 부모님들이랑 같이 만나는 일이 더 많고.

빈희정/현북초 학부모
아이가 크기 위해서는 온 동네 어른들이 키운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거랑 똑같은 거 같아요.
'내가 주인공이다'라는 거를 학교에서도 많이 인지를 시켜주는 거 같고.

양재욱/작은학교 교육연대 대표
훨씬 더 폭넓은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관계가 훨씬 더 좋습니다.
오히려 큰 학교보다 작은 학교가 교육이 훨씬 더 잘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제주 선흘초등학교>


작은 마을 옆에 자리 잡은 한 초등학교.

이 학교 역시 한때 폐교가 거론됐었습니다.

김호선/동백동산 습지센터 총괄팀장
95년 중반에 학생 수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분교가 됐거든요.
학생 수가 굉장히 많이 떨어졌을 때는 13명. 전교생이.

제주도교육청은 이 학교를 통폐합하는 대신 2015년, ‘건강생태학교’로 지정했습니다.

김호선/동백동산 습지센터 총괄팀장
특히나 멸종위기종이 16종이나 서식을 하고 있어서 생물 다양성이 굉장히 풍부한 곳이고.

'건강생태학교를 지정해서 서로 협력하면서 학교도 활성화해보자'라고 해서
생태교육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생태교육 환경교육 그다음에 이런 것들이 자연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아이들한테 공유되고 경험함으로 인해서 지역에서는 많은 게 달라졌다.

학교를 살려야 마을도 지킬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7년 전 자연 속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어 마을로 이주한 학부모.

마을의 숲 선생님이 됐습니다.

박준택/학부모 생태교사
토종동백이야, 토종동백. 개화 시기가 달라.
꽃 송이째 떨어져. 개량종은 잎이 하나씩 떨어져요.

하나, 둘 아이들과 함께 마을로 찾아온 학부모들.

숲은 아이들의 학교가 됐고,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선생님이 됐습니다.


박준택/학부모 생태교사
생태 프로그램들을 이렇게 이제 연구도 하고 만들어가고 있는데, 이런 프로그램들을 아이들과 같이 직접 만나서 운영을 하고 나면 아이들이 우선 이렇게 생태적인 자연 놀이터에서 하면 너무 이제 에너지가 이제 저희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이렇게 활기 넘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예상치 못했던 변화.

한때 사라질 뻔했던 학교는 아이들이 늘어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학교가 됐습니다.

김호선/ 동백동산 습지센터 총괄팀장
학교가 사라진다는 거는 마을 공간이 사라진다고 생각을 하셨기 때문에 마을 학교 활성화를 위해서 굉장히 많은 어르신의 노력이 있었고 학부모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의 노력이 있었고.

마을 인구도 지난 10년 동안 80%가량 늘었습니다.

양재욱/작은학교 교육연대 대표
작은 학교가 있는 곳이 결국은 시골 학교거든요.

지금 있는 학교에서도 마을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마을의 공동체가 만들어지면 그 관계 속에서 또 그 관계 속에 들어오기 위해서 사람들이 시골에 들어와서 살기도 하거든요.
그렇게 해서 마을이 유지가 되는 겁니다.

마을 사람들과 학부모들이 서로 협력하는 구조만 가져도 그 속에 살려고 사람들이 찾아오거든요.

아이들이 사라진 마을, 학교는 노인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있습니다.

이재덕/한들마을 주민
학교 종이 땡땡 친다. 어서 가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야 그리고 또 뛰어 들어가고 그랬어요.

학교가 사라지고 아이들도 하나, 둘 떠나면서 마을에는 빈자리가 늘어갑니다.

이재덕/한들마을 주민
지금이라도 우리 가방 메고 학교 가라고 그러면 학교 가겠어요. 대장 학교 살려주세요.
그럼 우리가 가서 책상을 메울게.

아이가 없는데 학교가 무슨 소용이냐며 많은 지역에서 학교를 없애고, 선생님을 줄입니다.

하지만 어떤 곳에서 학교는 죽어가는 마을을 살리고 있습니다.

이정순/현북초 인근 상인
지금은 학생 수가 이렇게 늘고 학교도 지금 새로 또 더 짓고. 학교가 번창한다는 게 얼마나 좋나 그 이상 더 좋은 게 어디 있어.

양재욱/작은학교 교육연대 대표
학교가 있다는 것은 마을이 있다는 뜻입니다. 지역을 살리는 기점으로서 마을 공동체의 중심으로서의 학교를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

권순형/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지역이 어떻게 보면 통째로 날아갈 수도 있는 그런 상황에 대해서 교육이라는 것이 중요한 하나의 요소로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취재: 이규명
촬영: 강우용 김범수 조선기
편집: 김태형
그래픽: 장수현
리서처: 신용하
조연출: 김영일 유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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