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각선 건널목’ 효과 따져보니…

입력 2024.04.02 (19:33) 수정 2024.04.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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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각선 건널목 설치 효과에 대해 취재기자와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사회부 최위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최 기자, 먼저 일반 교차로와 대각선 건널목이 설치된 교차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다른 건가요?

[기자]

네, 일반 교차로에서는 직진 차량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면 나란히 위치한 건널목 보행 신호도 함께 녹색으로 바뀌죠.

직진 차량만 있으면 보행자와 서로 부딪힐 일이 없는데, 문제는 우회전 차량입니다.

차량 신호가 녹색이면 비보호 우회전이 가능한데, 이 과정에서 보행자와 부딪히는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지난해 1월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우회전하기 전 일시 정지를 의무화했는데요.

그런데 법 조항이 복잡해 잘 정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회전 교통사고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대각선 건널목인데요.

대각선 건널목이 설치된 경우 교차로 모든 방향의 차량 신호가 적색, 보행 신호가 녹색으로 동시에 바뀝니다.

이럴 경우 직진, 우회전할 것 없이 차를 멈춰 세워야 하기 때문에 보행자와 차량이 완전히 분리돼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부산에는 현재 교차로 68곳에 이같은 대각선 건널목을 설치했는데요.

부산을 비롯한 전국에서 대각선 건널목 설치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고 모든 교차로에 대각선 건널목을 설치할 수는 없는 상황이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경찰청 교통 노면 표시 설치, 관리 업무편람을 보면요.

대각선 건널목은 교차로 대각선 길이가 30m 이내인 곳에 설치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대각선 길이가 이보다 길어지면 보행자가 건널목을 건너는 시간이 늘어나 차량 정체가 빚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하굣길 중학생이 숨진 교차로 인근 주민들은 이미 지난해 대각선 건널목을 설치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는데요.

주변에 학교와 학원, 아파트 등이 모여있어 보행자가 많기 때문에 안전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당시 경찰은 해당 교차로의 대각선 길이가 36m로 긴 편이어서 대각선 건널목을 놓으면 차량 정체가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예산도 문제인데요.

단순히 도로에 건널목을 그려넣는 게 다가 아닙니다.

시설물을 옮기고, 인도의 단을 낮추는 등 공사가 필요해 많게는 한 곳 당 1억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기도 합니다.

[앵커]

우회전 교통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 더 없나요?

[기자]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대각선 건널목은 설치 조건이 비교적 까다로운 편인데요.

대각선 건널목을 설치하지 않고도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이 교차로 보행 신호를 '동시 신호'로 바꾸는 겁니다.

동시 신호로만 바꿔도 차량과 보행자를 분리하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인데요.

다만 대각선 건널목이 도로를 건너는 횟수를 줄인다는 점에서 사고 예방 효과가 더 높을 것으로 기대돼 주민들이 대각선 건널목 설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건널목을 교차로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곳에 설치해 우회전하는 차량이 보행자를 바로 맞닥뜨리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는데요.

우회전 신호등 설치도 비용은 많이 들지만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보행자 안전을 위한 시설이나 교통 체계를 갖추면 갖출수록 사실 운전자는 불편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또 우리 가족이 보행한다고 생각하고 사고를 줄이기 위한 운전자의 배려와 양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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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각선 건널목’ 효과 따져보니…
    • 입력 2024-04-02 19:33:03
    • 수정2024-04-02 20:00:30
    뉴스7(부산)
[앵커]

대각선 건널목 설치 효과에 대해 취재기자와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사회부 최위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최 기자, 먼저 일반 교차로와 대각선 건널목이 설치된 교차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다른 건가요?

[기자]

네, 일반 교차로에서는 직진 차량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면 나란히 위치한 건널목 보행 신호도 함께 녹색으로 바뀌죠.

직진 차량만 있으면 보행자와 서로 부딪힐 일이 없는데, 문제는 우회전 차량입니다.

차량 신호가 녹색이면 비보호 우회전이 가능한데, 이 과정에서 보행자와 부딪히는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지난해 1월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우회전하기 전 일시 정지를 의무화했는데요.

그런데 법 조항이 복잡해 잘 정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회전 교통사고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대각선 건널목인데요.

대각선 건널목이 설치된 경우 교차로 모든 방향의 차량 신호가 적색, 보행 신호가 녹색으로 동시에 바뀝니다.

이럴 경우 직진, 우회전할 것 없이 차를 멈춰 세워야 하기 때문에 보행자와 차량이 완전히 분리돼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부산에는 현재 교차로 68곳에 이같은 대각선 건널목을 설치했는데요.

부산을 비롯한 전국에서 대각선 건널목 설치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고 모든 교차로에 대각선 건널목을 설치할 수는 없는 상황이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경찰청 교통 노면 표시 설치, 관리 업무편람을 보면요.

대각선 건널목은 교차로 대각선 길이가 30m 이내인 곳에 설치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대각선 길이가 이보다 길어지면 보행자가 건널목을 건너는 시간이 늘어나 차량 정체가 빚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하굣길 중학생이 숨진 교차로 인근 주민들은 이미 지난해 대각선 건널목을 설치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는데요.

주변에 학교와 학원, 아파트 등이 모여있어 보행자가 많기 때문에 안전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당시 경찰은 해당 교차로의 대각선 길이가 36m로 긴 편이어서 대각선 건널목을 놓으면 차량 정체가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예산도 문제인데요.

단순히 도로에 건널목을 그려넣는 게 다가 아닙니다.

시설물을 옮기고, 인도의 단을 낮추는 등 공사가 필요해 많게는 한 곳 당 1억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기도 합니다.

[앵커]

우회전 교통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 더 없나요?

[기자]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대각선 건널목은 설치 조건이 비교적 까다로운 편인데요.

대각선 건널목을 설치하지 않고도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이 교차로 보행 신호를 '동시 신호'로 바꾸는 겁니다.

동시 신호로만 바꿔도 차량과 보행자를 분리하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인데요.

다만 대각선 건널목이 도로를 건너는 횟수를 줄인다는 점에서 사고 예방 효과가 더 높을 것으로 기대돼 주민들이 대각선 건널목 설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건널목을 교차로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곳에 설치해 우회전하는 차량이 보행자를 바로 맞닥뜨리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는데요.

우회전 신호등 설치도 비용은 많이 들지만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보행자 안전을 위한 시설이나 교통 체계를 갖추면 갖출수록 사실 운전자는 불편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또 우리 가족이 보행한다고 생각하고 사고를 줄이기 위한 운전자의 배려와 양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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