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예수 만나려면 굶어 죽어라”…400명 숨진 케냐 사이비 종교

입력 2024.04.02 (20:46) 수정 2024.04.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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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케냐에서 사이비종교 추종자들이 한꺼번에 사망한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줬는데요.

샤카홀라 숲 학살 사건으로도 불리는 이 사건의 희생자는 현재까지 4백 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첫 시신이 발견된 건 지난해 4월이었는데, 지난주 처음으로 사망자의 시신이 유족에게 인도됐죠?

[기자]

지난주 케냐 당국이 사이비종교 희생자 4구의 시신을 유족에게 처음으로 인도했습니다.

케냐 남동부 말린디에서 시신이 인도됐는데 앞으로 더 많은 시신이 유족에게 인도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달 26일 시신 인도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차량에서 천에 쌓인 시신이 옮겨지고 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유족들은 울음을 터뜨렸는데요.

딸을 포함해 8명의 친인척이 실종됐다는 한 유족은 그나마 시신을 찾게 돼서 다행이라며 나머지 가족들의 생사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프란시스 완제/유족 : "장례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사건을 잊기 위한 또 다른 과정을 시작할 수 있겠죠."]

하지만 아직 대부분 유족은 희생자들의 시신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데요.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애타는 마음으로 사진을 들고 수백 킬로미터를 다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죽다니, 정말 충격적인데요.

이 사건 어떻게 드러나게 된 거죠?

[기자]

샤카홀라 숲 학살사건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건이 처음 알려진 건 지난해 4월입니다.

숲 속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살고 있는 사이비 종교 집단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는 정보가 확인된 건데요.

경찰이 교주인 은텡게 멕켄지 목사의 건물을 급습하면서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4명이 기아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고 여러 명의 수척한 생존자들이 구조됐는데요.

구조된 피해자들도 금식을 오래 한 듯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당국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면서 샤카홀라 숲에서 시신들이 잇따라 발굴되기 시작했는데요.

3제곱킬로미터 규모의 숲 곳곳을 파헤치며 조사한 결과 20여 구의 시신이 한꺼번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4월 첫 시신을 발견한 이후 10월까지 4백구가 넘는 시신이 발굴됐습니다.

현재까지 실종 신고된 인원은 6백 명이 넘어 사망자 숫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앵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굶주려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사이비 종교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기자]

택시운전사 출신 교주 은텡게 맥켄지는 2003년 말린디에서 교회를 시작했다가 교리 등에 논란이 생겨 2015년 마을에서 쫓겨나 숲 속에 정착했다고 합니다.

맥켄지는 숲 속에서 기쁜 소식 국제교회라는 이름의 종교집단을 이끌었는데요.

예수를 만나려면 굶어 죽어야 한다, 굶어 죽으면 예수를 만날 수 있다고 신도들에게 금식을 강요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신도들 상당수가 금식 기도를 하다가 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시신을 부검한 케냐의 병리학자들도 굶주림이 주요 사망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또, 어린이 시신이 유독 많이 발견됐는데, 금식을 못 하는 일부 어린이들은 목이 졸리거나 구타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사망자 일부는 장기가 적출된 흔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마티아스 시페타/케냐 활동가/2023년 : "정보를 더 알고 싶습니다. 시신들을 보고 굶주림으로 사망했는지, 아니면 질식사했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은텡게 멕켄지는 살인과 과실치사, 아동 고문 등의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금식을 깨거나 숲을 이탈하려는 신도가 나가지 못하도록 감시하던 이른바 집행자들도 함께 구금됐습니다.

이들이 재판을 받는 모습이 공개됐는데, 정작 교주와 집행자들은 금식 기도를 열심히 한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현재 이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난해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는데 왜 이제서야 시신이 유족에게 인도된 건가요?

[기자]

케냐 정부는 모두 429구의 시신을 발굴했는데, 현재 34구의 시신만 신원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1년이 다 되도록 대다수 피해자의 신원 확인이 늦어지고 있어서 유족들과 현지 여론의 비난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DNA 분석을 위한 시약과 장비 부족으로 신원 확인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유족들의 DNA 제공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 케냐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사이비 종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위원회도 구성했습니다.

[키두레 킨디키/케냐 내무장관 : "케냐 정부는 이 지역에 추모시설을 건설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영원히 기억하도록 할 것입니다."]

케냐는 역사상 가장 끔찍한 사건이었다며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해 샤카홀라 숲을 국립 추모 시설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영상편집:김주은 이은빈/자료조사:백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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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 이슈] “예수 만나려면 굶어 죽어라”…400명 숨진 케냐 사이비 종교
    • 입력 2024-04-02 20:46:22
    • 수정2024-04-02 21: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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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케냐에서 사이비종교 추종자들이 한꺼번에 사망한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줬는데요.

샤카홀라 숲 학살 사건으로도 불리는 이 사건의 희생자는 현재까지 4백 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첫 시신이 발견된 건 지난해 4월이었는데, 지난주 처음으로 사망자의 시신이 유족에게 인도됐죠?

[기자]

지난주 케냐 당국이 사이비종교 희생자 4구의 시신을 유족에게 처음으로 인도했습니다.

케냐 남동부 말린디에서 시신이 인도됐는데 앞으로 더 많은 시신이 유족에게 인도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달 26일 시신 인도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차량에서 천에 쌓인 시신이 옮겨지고 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유족들은 울음을 터뜨렸는데요.

딸을 포함해 8명의 친인척이 실종됐다는 한 유족은 그나마 시신을 찾게 돼서 다행이라며 나머지 가족들의 생사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프란시스 완제/유족 : "장례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사건을 잊기 위한 또 다른 과정을 시작할 수 있겠죠."]

하지만 아직 대부분 유족은 희생자들의 시신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데요.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애타는 마음으로 사진을 들고 수백 킬로미터를 다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죽다니, 정말 충격적인데요.

이 사건 어떻게 드러나게 된 거죠?

[기자]

샤카홀라 숲 학살사건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건이 처음 알려진 건 지난해 4월입니다.

숲 속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살고 있는 사이비 종교 집단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는 정보가 확인된 건데요.

경찰이 교주인 은텡게 멕켄지 목사의 건물을 급습하면서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4명이 기아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고 여러 명의 수척한 생존자들이 구조됐는데요.

구조된 피해자들도 금식을 오래 한 듯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당국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면서 샤카홀라 숲에서 시신들이 잇따라 발굴되기 시작했는데요.

3제곱킬로미터 규모의 숲 곳곳을 파헤치며 조사한 결과 20여 구의 시신이 한꺼번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4월 첫 시신을 발견한 이후 10월까지 4백구가 넘는 시신이 발굴됐습니다.

현재까지 실종 신고된 인원은 6백 명이 넘어 사망자 숫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앵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굶주려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사이비 종교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기자]

택시운전사 출신 교주 은텡게 맥켄지는 2003년 말린디에서 교회를 시작했다가 교리 등에 논란이 생겨 2015년 마을에서 쫓겨나 숲 속에 정착했다고 합니다.

맥켄지는 숲 속에서 기쁜 소식 국제교회라는 이름의 종교집단을 이끌었는데요.

예수를 만나려면 굶어 죽어야 한다, 굶어 죽으면 예수를 만날 수 있다고 신도들에게 금식을 강요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신도들 상당수가 금식 기도를 하다가 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시신을 부검한 케냐의 병리학자들도 굶주림이 주요 사망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또, 어린이 시신이 유독 많이 발견됐는데, 금식을 못 하는 일부 어린이들은 목이 졸리거나 구타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사망자 일부는 장기가 적출된 흔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마티아스 시페타/케냐 활동가/2023년 : "정보를 더 알고 싶습니다. 시신들을 보고 굶주림으로 사망했는지, 아니면 질식사했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은텡게 멕켄지는 살인과 과실치사, 아동 고문 등의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금식을 깨거나 숲을 이탈하려는 신도가 나가지 못하도록 감시하던 이른바 집행자들도 함께 구금됐습니다.

이들이 재판을 받는 모습이 공개됐는데, 정작 교주와 집행자들은 금식 기도를 열심히 한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현재 이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난해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는데 왜 이제서야 시신이 유족에게 인도된 건가요?

[기자]

케냐 정부는 모두 429구의 시신을 발굴했는데, 현재 34구의 시신만 신원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1년이 다 되도록 대다수 피해자의 신원 확인이 늦어지고 있어서 유족들과 현지 여론의 비난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DNA 분석을 위한 시약과 장비 부족으로 신원 확인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유족들의 DNA 제공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 케냐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사이비 종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위원회도 구성했습니다.

[키두레 킨디키/케냐 내무장관 : "케냐 정부는 이 지역에 추모시설을 건설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영원히 기억하도록 할 것입니다."]

케냐는 역사상 가장 끔찍한 사건이었다며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해 샤카홀라 숲을 국립 추모 시설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영상편집:김주은 이은빈/자료조사:백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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