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흑돼지’로 만든 순대라더니…가맹점주 “나도 속고 손님도 속고”

입력 2024.04.03 (14:25) 수정 2024.04.0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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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업체 메뉴판, ‘국내산 프리미엄 버크셔로 만든 수제 순대’라고 홍보해당 업체 메뉴판, ‘국내산 프리미엄 버크셔로 만든 수제 순대’라고 홍보

2019년 영업을 시작해 현재 전국에 가맹점 70여 개를 보유하고 있는 한 유명 순대 전문 업체.

"해발 500 미터의 지리산 청정고원에서 기른 흑돼지 '버크셔K'로 직접 순대를 만들어 판다"고 홍보해 '지역 맛집'으로 입소문을 탔습니다. 이후 홈쇼핑과 온라인 사이트 등에서 밀키트 판매를 하며 전국적으로 사업을 넓혀갔습니다.

202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가맹사업도 시작했습니다. 가맹점주들에게 본사는 " 지리산에서 기른 고품질 흑돼지로 본사가 공장에서 직접 순대를 만들어 가맹점에 제공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차별화된 순대 맛으로 가맹점의 월매출이 수천만 원에 이른다고도 홍보했습니다.

해당 업체 홍보 영상해당 업체 홍보 영상

2022년 부산에서 창업을 한 가맹점주. "일반 돼지고기보다 품질이 좋다."는 본사의 홍보를 믿고 계약을 맺었습니다. 가맹업주 교육을 받을 때도 지리산 흑돼지로 만든 수제 순대라는 설명을 수차례 들었다고 합니다. 또 이를 손님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라고도 지시받았습니다. 직영점을 방문해보니 메뉴판에도 큰 글씨로 '국내산 프리미엄으로 만든 수제 순대입니다'라는 표시가 돼있었습니다.

일반 순대보다 최대 2배가량 비싼 납품 가격에다가 납품 원가도 여러 차례 올랐지만 좋은 재료를 사용해 어쩔 수 없다고 믿고 장사를 이어왔습니다.

그런데 가맹점주는 기대와 달리 손님들에게 자주 음식의 질과 관련한 민원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육수 맛이 이상하다", "돼지 털 등 이물질이 나온다", "비계가 너무 많다." "고기가 냄새가 나고 질기다" 등 대부분 순대 품질이 좋지 않다는 얘기였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또 다른 가맹점주가 직접 지리산에 있는 생산 농가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가맹점주 - 생산 농가 통화내용(2023년.3월)

가맹점주/
"000(가게이름)이라는 곳에서 버크셔K(지리산 흑돼지)로 순대를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생산 농가 /
"저희 거 안 쓴지 꽤 오래됐습니다. 저희 브랜드 빼달라고 얘기했는데…"


알고 보니, 이미 본사와 생산 농가의 거래가 중단됐지 1년이 넘었습니다.

가맹점주들은 "그동안 본사가 다른 국내산 돼지나 수입 돼지를 사용해 외주 공장에서 순대를 만들어 납품업체에 제공해 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가맹점주들은 당장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지만, 대표 측은 '거짓 광고'가 아니라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가맹거래사업 전에는 지리산 흑돼지를 사용했지만 이후 사용하지 않게 돼 광고를 삭제했고, 의도치 않게 삭제되지 않은 광고를 두고 허위광고라고 볼 수 없다"는 겁니다. " 또 가맹 계약서에 해당 제품을 제공한다는 구체적인 조항이 없다" 고도 덧붙였습니다

관할 지자체인 김해시청은 지난해 4월 해당 본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 결과 사용하지 않은 원재료명과 상품명을 표시하는 등 '거짓, 과장된 표시 또는 광고' 를 사용했다며 천 5백만 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행정 처분을 지난해 7월 내렸습니다.

본사로부터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전국의 가맹점주 10명은 해당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또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도 '불공정 거래' 혐의로 본사를 신고했습니다.

본사 측은 행정처분을 받은 상품은 밀키트에 한정돼 있으며, 가맹점에는 제공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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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3 14:25:29
    • 수정2024-04-03 18:3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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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업체 메뉴판, ‘국내산 프리미엄 버크셔로 만든 수제 순대’라고 홍보
2019년 영업을 시작해 현재 전국에 가맹점 70여 개를 보유하고 있는 한 유명 순대 전문 업체.

"해발 500 미터의 지리산 청정고원에서 기른 흑돼지 '버크셔K'로 직접 순대를 만들어 판다"고 홍보해 '지역 맛집'으로 입소문을 탔습니다. 이후 홈쇼핑과 온라인 사이트 등에서 밀키트 판매를 하며 전국적으로 사업을 넓혀갔습니다.

202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가맹사업도 시작했습니다. 가맹점주들에게 본사는 " 지리산에서 기른 고품질 흑돼지로 본사가 공장에서 직접 순대를 만들어 가맹점에 제공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차별화된 순대 맛으로 가맹점의 월매출이 수천만 원에 이른다고도 홍보했습니다.

해당 업체 홍보 영상
2022년 부산에서 창업을 한 가맹점주. "일반 돼지고기보다 품질이 좋다."는 본사의 홍보를 믿고 계약을 맺었습니다. 가맹업주 교육을 받을 때도 지리산 흑돼지로 만든 수제 순대라는 설명을 수차례 들었다고 합니다. 또 이를 손님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라고도 지시받았습니다. 직영점을 방문해보니 메뉴판에도 큰 글씨로 '국내산 프리미엄으로 만든 수제 순대입니다'라는 표시가 돼있었습니다.

일반 순대보다 최대 2배가량 비싼 납품 가격에다가 납품 원가도 여러 차례 올랐지만 좋은 재료를 사용해 어쩔 수 없다고 믿고 장사를 이어왔습니다.

그런데 가맹점주는 기대와 달리 손님들에게 자주 음식의 질과 관련한 민원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육수 맛이 이상하다", "돼지 털 등 이물질이 나온다", "비계가 너무 많다." "고기가 냄새가 나고 질기다" 등 대부분 순대 품질이 좋지 않다는 얘기였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또 다른 가맹점주가 직접 지리산에 있는 생산 농가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가맹점주 - 생산 농가 통화내용(2023년.3월)

가맹점주/
"000(가게이름)이라는 곳에서 버크셔K(지리산 흑돼지)로 순대를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생산 농가 /
"저희 거 안 쓴지 꽤 오래됐습니다. 저희 브랜드 빼달라고 얘기했는데…"


알고 보니, 이미 본사와 생산 농가의 거래가 중단됐지 1년이 넘었습니다.

가맹점주들은 "그동안 본사가 다른 국내산 돼지나 수입 돼지를 사용해 외주 공장에서 순대를 만들어 납품업체에 제공해 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가맹점주들은 당장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지만, 대표 측은 '거짓 광고'가 아니라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가맹거래사업 전에는 지리산 흑돼지를 사용했지만 이후 사용하지 않게 돼 광고를 삭제했고, 의도치 않게 삭제되지 않은 광고를 두고 허위광고라고 볼 수 없다"는 겁니다. " 또 가맹 계약서에 해당 제품을 제공한다는 구체적인 조항이 없다" 고도 덧붙였습니다

관할 지자체인 김해시청은 지난해 4월 해당 본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 결과 사용하지 않은 원재료명과 상품명을 표시하는 등 '거짓, 과장된 표시 또는 광고' 를 사용했다며 천 5백만 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행정 처분을 지난해 7월 내렸습니다.

본사로부터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전국의 가맹점주 10명은 해당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또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도 '불공정 거래' 혐의로 본사를 신고했습니다.

본사 측은 행정처분을 받은 상품은 밀키트에 한정돼 있으며, 가맹점에는 제공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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