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러 산넘고 물건너…재외선거권자 100명 중 4.7명만 투표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4.04.03 (19:14) 수정 2024.04.0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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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재외국민 100명 중 7.5명만 "투표하겠다" 등록

재외선거는 국내선거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선거 때마다 미리 신고를 해야 투표할 수 있습니다.

이번 22대 국회의원 재외선거를 위한 '국외 부재자 및 재외선거인 신청'은 2월 10일까지였습니다.

마감 결과 중앙선관위가 추정한 재외선거권자 197만 4,375명 중 14만 7,989명이 신청했습니다. 이에따른 재외 유권자 등록률은 7.5%입니다.

해외에 있는 선거권자 100명 중 7.5명만 선거에 참여하겠다고 등록했다는 의미입니다.


재외선거가 40년 만에 다시 시작된 2012년 19대 총선에서 등록률은 5.53% (등록 유권자 수 12만 3,571명) 였습니다.

20대 총선에서는 8%(등록 유권자 수 15만 9,636명), 21대 총선에서는 8.2%(등록 유권자 수 17만 7,348명) 였습니다.

이번 선거 등록률은 2012년 이후로는 최저 수준인 셈입니다.

■ 헌법소원으로 얻은 재외국민의 참정권

1967년부터 해외부재자투표로 시행됐던 재외선거는 1972년 폐지됐습니다.

2004년 일본과 미국 등에 거주하던 재외국민이 '재외선거를 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2007년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2009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재외선거가 도입됐습니다.

이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도 유권자 등록률은 물론 투표율도 높아지지 않자, 해외 교민들 사이에선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참여가 저조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로 '투표의 불편함' 이 꼽혔고 우편투표를 도입하자는 요구가 나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일부 해외 교민들은 유권자 연대를 결성하고 한국에 이런 상황을 적극 알리기로 했습니다.

2020년 11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250만 재외국민유권자를 위한 우편투표제도 도입을 촉구합니다'는 청원문을 올렸고 국회에도 우편 투표제 도입을 위한 선거법 개정을 촉구했습니다.

당시 여야 의원들이 재외선거 우편투표를 허용하는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지만 통과되진 못했습니다.

3월 27일 중국 톈진에서 버스타고 베이징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3월 27일 중국 톈진에서 버스타고 베이징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

■ 서울-대전 거리라도...불편함은 유권자의 몫?

22대 총선 투표소는 전 세계 115개국 220곳에 설치됐습니다. 대부분 대사관과 총영사관 같은 재외 공관입니다.

투표소마다 '멀리서 왔다'는 유권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베를린에 있는 주독일 한국대사관으로 오기 위해 한두 시간은 기본, 많게는 네 시간 가까이 걸렸다는 교민들도 있었습니다.

베를린에서 약 190km떨어진 드레스덴에서 왔다는 이하얀 씨는 "버스를 타고 3시간 걸려서 왔는데 투표해서 보람 있다"라면서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니까 괜찮다며 웃었습니다.

중국에선 500km 내몽골에서 고속철도를 타고 찾아온 유권자도 있었습니다. 박정수 씨는 "좀 더 한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거리가) 멀고 짧고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4년 전 유권자 연대 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던 베를린 교민 정선경 씨(전 민주평통 북유럽협의회 상임위원)는 유권자가 부담을 안는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 공관이 설치돼 있지 않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차로 몇 시간씩 이동을 해야만 하는데 이런 시간적·경제적 부담 때문에 재외 선거 참여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내에 있는 거소 투표제를 재외선거에도 도입해서 국민의 선거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법으로 개선돼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우편 투표제 도입이 어렵다면 다른 대안은?

독일은 1957년부터 우편투표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7년 연방 선거에서는 유권자의 28%가 우편투표를 했는데, 일각에선 지속적으로 우편 투표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투표소와 달리 가족 구성원이 알아챌 수 있어 비밀투표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이 투표할 가능성이 있다, 우편 배송 과정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등의 이유입니다.

우리나라는 사전투표제가 도입되면서 부재자투표 제도는 사라졌습니다.

머무는 곳에서 투표 거소투표는 우편으로 하는데 대상이 함정에 근무 중인 군인, 교도소 수감자, 중대한 장애로 투표소에 갈 수 없는 경우 등으로 매우 제한적입니다.

재외선거에 이동 불편에 대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일부 지역에선 한인회가 자비를 들여 혹은 선관위가 교통 편의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은 이번 선거에 처음으로 버스를 편성했습니다.

심현민 주프랑크푸르트총영사관 재외선거관은 "뮌헨지역 교민들이 오랜 기간 해당 지역에 투표소 설치를 요구해왔지만, 설치요건에 맞지 않았고, 대신 교통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본부에 신청해 버스를 제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역대급 투표율 62.8%'....실상은?

중앙선관위는 이번 재외선거에서 투표율 62.8%만 강조해 발표했습니다.

투표율 수치만 보면 재외선거를 시행한 19대 총선(45.7%) , 20대 총선(41.4%), 21대 총선(코로나팬데믹으로 일부 지역 재외선거 미실시, 23.8%) 보다 크게 높습니다.

하지만 전체 재외선거권( 197만 4,375명) 중 몇 명이 투표한 것인지를 따져보면 투표율 62.8% 의 의미는 크게 달라집니다.

선거에 참여하겠다고 미리 유권자로 등록한 14만 7,989명 중 62.8%인 9만 2,923명이 실제 투표에 참여했고, 이는 전체 재외선거권자의 4.7%이기 때문입니다.


재외선거권자 100명 중 투표한 사람은 4.7명에 불과합니다.

재외선거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듭니다. 재외선거관도 파견됩니다. 재외유권자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홍보도 진행합니다. 이번 선거를 위한 예산은 약 176억 원에 달합니다.

산넘고 물건너서라도 투표소 가기를 마다하지 않은 유권자들의 한 표, 한 표가 모였지만 계속 유권자가 부담을 가져야 한다면 재외선거에서 높은 참여를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재외투표에 처음 참여했다는 베이징대 유학생 황가희 씨는 "다른 나라 친구들한테 우리나라 선거 투표하러간다고 했을데 다들 부러워했다" 고 소감을 밝습니다.

그러면서도 "저희 학교 유학생이 30명 조금 안 되는 데 그 중에서 4명 밖에 재외투표 신청을 안 했다"며 재외투표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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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표하러 산넘고 물건너…재외선거권자 100명 중 4.7명만 투표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4-04-03 19:14:25
    • 수정2024-04-03 20: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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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외국민 100명 중 7.5명만 "투표하겠다" 등록

재외선거는 국내선거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선거 때마다 미리 신고를 해야 투표할 수 있습니다.

이번 22대 국회의원 재외선거를 위한 '국외 부재자 및 재외선거인 신청'은 2월 10일까지였습니다.

마감 결과 중앙선관위가 추정한 재외선거권자 197만 4,375명 중 14만 7,989명이 신청했습니다. 이에따른 재외 유권자 등록률은 7.5%입니다.

해외에 있는 선거권자 100명 중 7.5명만 선거에 참여하겠다고 등록했다는 의미입니다.


재외선거가 40년 만에 다시 시작된 2012년 19대 총선에서 등록률은 5.53% (등록 유권자 수 12만 3,571명) 였습니다.

20대 총선에서는 8%(등록 유권자 수 15만 9,636명), 21대 총선에서는 8.2%(등록 유권자 수 17만 7,348명) 였습니다.

이번 선거 등록률은 2012년 이후로는 최저 수준인 셈입니다.

■ 헌법소원으로 얻은 재외국민의 참정권

1967년부터 해외부재자투표로 시행됐던 재외선거는 1972년 폐지됐습니다.

2004년 일본과 미국 등에 거주하던 재외국민이 '재외선거를 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2007년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2009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재외선거가 도입됐습니다.

이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도 유권자 등록률은 물론 투표율도 높아지지 않자, 해외 교민들 사이에선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참여가 저조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로 '투표의 불편함' 이 꼽혔고 우편투표를 도입하자는 요구가 나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일부 해외 교민들은 유권자 연대를 결성하고 한국에 이런 상황을 적극 알리기로 했습니다.

2020년 11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250만 재외국민유권자를 위한 우편투표제도 도입을 촉구합니다'는 청원문을 올렸고 국회에도 우편 투표제 도입을 위한 선거법 개정을 촉구했습니다.

당시 여야 의원들이 재외선거 우편투표를 허용하는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지만 통과되진 못했습니다.

3월 27일 중국 톈진에서 버스타고 베이징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
■ 서울-대전 거리라도...불편함은 유권자의 몫?

22대 총선 투표소는 전 세계 115개국 220곳에 설치됐습니다. 대부분 대사관과 총영사관 같은 재외 공관입니다.

투표소마다 '멀리서 왔다'는 유권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베를린에 있는 주독일 한국대사관으로 오기 위해 한두 시간은 기본, 많게는 네 시간 가까이 걸렸다는 교민들도 있었습니다.

베를린에서 약 190km떨어진 드레스덴에서 왔다는 이하얀 씨는 "버스를 타고 3시간 걸려서 왔는데 투표해서 보람 있다"라면서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니까 괜찮다며 웃었습니다.

중국에선 500km 내몽골에서 고속철도를 타고 찾아온 유권자도 있었습니다. 박정수 씨는 "좀 더 한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거리가) 멀고 짧고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4년 전 유권자 연대 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던 베를린 교민 정선경 씨(전 민주평통 북유럽협의회 상임위원)는 유권자가 부담을 안는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 공관이 설치돼 있지 않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차로 몇 시간씩 이동을 해야만 하는데 이런 시간적·경제적 부담 때문에 재외 선거 참여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내에 있는 거소 투표제를 재외선거에도 도입해서 국민의 선거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법으로 개선돼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우편 투표제 도입이 어렵다면 다른 대안은?

독일은 1957년부터 우편투표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7년 연방 선거에서는 유권자의 28%가 우편투표를 했는데, 일각에선 지속적으로 우편 투표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투표소와 달리 가족 구성원이 알아챌 수 있어 비밀투표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이 투표할 가능성이 있다, 우편 배송 과정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등의 이유입니다.

우리나라는 사전투표제가 도입되면서 부재자투표 제도는 사라졌습니다.

머무는 곳에서 투표 거소투표는 우편으로 하는데 대상이 함정에 근무 중인 군인, 교도소 수감자, 중대한 장애로 투표소에 갈 수 없는 경우 등으로 매우 제한적입니다.

재외선거에 이동 불편에 대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일부 지역에선 한인회가 자비를 들여 혹은 선관위가 교통 편의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은 이번 선거에 처음으로 버스를 편성했습니다.

심현민 주프랑크푸르트총영사관 재외선거관은 "뮌헨지역 교민들이 오랜 기간 해당 지역에 투표소 설치를 요구해왔지만, 설치요건에 맞지 않았고, 대신 교통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본부에 신청해 버스를 제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역대급 투표율 62.8%'....실상은?

중앙선관위는 이번 재외선거에서 투표율 62.8%만 강조해 발표했습니다.

투표율 수치만 보면 재외선거를 시행한 19대 총선(45.7%) , 20대 총선(41.4%), 21대 총선(코로나팬데믹으로 일부 지역 재외선거 미실시, 23.8%) 보다 크게 높습니다.

하지만 전체 재외선거권( 197만 4,375명) 중 몇 명이 투표한 것인지를 따져보면 투표율 62.8% 의 의미는 크게 달라집니다.

선거에 참여하겠다고 미리 유권자로 등록한 14만 7,989명 중 62.8%인 9만 2,923명이 실제 투표에 참여했고, 이는 전체 재외선거권자의 4.7%이기 때문입니다.


재외선거권자 100명 중 투표한 사람은 4.7명에 불과합니다.

재외선거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듭니다. 재외선거관도 파견됩니다. 재외유권자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홍보도 진행합니다. 이번 선거를 위한 예산은 약 176억 원에 달합니다.

산넘고 물건너서라도 투표소 가기를 마다하지 않은 유권자들의 한 표, 한 표가 모였지만 계속 유권자가 부담을 가져야 한다면 재외선거에서 높은 참여를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재외투표에 처음 참여했다는 베이징대 유학생 황가희 씨는 "다른 나라 친구들한테 우리나라 선거 투표하러간다고 했을데 다들 부러워했다" 고 소감을 밝습니다.

그러면서도 "저희 학교 유학생이 30명 조금 안 되는 데 그 중에서 4명 밖에 재외투표 신청을 안 했다"며 재외투표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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