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교민 첫 탈출 후 일주일 째…추가 탈출은 언제쯤?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4.04.04 (08:57) 수정 2024.04.0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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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아이티에 머물던 교민 두 명이 도미니카 공화국을 통해 탈출했습니다. 우리 외교부가 마련한 교통편으로 몸이 편치 않으신 두 분이 먼저 아이티를 벗어났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넘은 지금, 아직 추가로 탈출했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아이티는 과도위원회가 구성됐지만, 혼란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지 시각 1일 아이티에 도착한 데니스 핸킨스 신임 주 아이티 미국 대사가 현지 경찰을 만났지만, 논의의 초기 단계일 뿐입니다. 나라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까진 여전히 멀어 보입니다.

외신 영상과 현지 교민에 따르면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총격전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부활절을 맞아 잠시 주춤했지만, 잠시뿐이었다고 합니다. 현지 시각 2일 밤부터 3일 새벽까지도 총소리가 심했다고 합니다. 상당수 교민이 모여 있는 소나피 공단 인근에서도 총격 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갱단의 공격은 경찰서, 병원, 대통령궁, 중앙은행 등 가리지 않고 이뤄지고 있습니다. 경찰로부터 장갑차를 탈취하기도 하는 이들이니 주거지역이라고 안전할 리 없습니다.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시민들이 시신 옆으로 걸어 다니고 있다. AP 영상 갈무리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시민들이 시신 옆으로 걸어 다니고 있다. AP 영상 갈무리

아이티 국민들에겐 총소리와 길가에 버려진 시신도 일상이 된 듯 합니다. 외신 영상을 보면 멀리서 총소리가 들리자 서둘러 몸을 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걸어갑니다. 길가 곳곳엔 피를 흘리거나, 불에 탄 시신이 있지만, 그 주변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이 오갑니다.

물론 시신을 치우는 이들도 있습니다. 기름도, 전기도 부족한 아이티에 냉동차가 구해질 리 없습니다. 일반 사륜 구동 차량을 동원합니다. 길가에 버려진 시신을 차 뒤 칸에 싣고 옮겨, 구덩이에 버리듯 내립니다. 시신의 신원을 확인할 리도, 묘비 하나 세워질 리도 없습니다.

사륜 구동 차량으로 길거리에 버려진 시신을 옮겨와 구덩이에 매장하고 있다. AP 영상 갈무리사륜 구동 차량으로 길거리에 버려진 시신을 옮겨와 구덩이에 매장하고 있다. AP 영상 갈무리

갱단의 발호에 더해 아이티에서 쿠데타를 일으켰던 세력도 혼란을 틈타고 있습니다. 2004년 아이티에서 쿠데타를 주도했고, 아리엘 앙리 총리의 사임을 요구했던 가이 필립은 이제 과도위원회를 흔들고 있습니다. 가이 필립은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 등 국제사회가 아이티의 부패한 시스템을 지속하려 한다며 과도위원회 위원들에게 탈퇴를 요구하고, 현지 시각 2일 전국적인 봉기를 촉구했습니다.

갱단에, 이전 쿠데타 세력에, 교도소 탈주자들까지, 혼란을 일으키는 요인만 너무나 많아 보입니다.

이러다 보니 각국은 자국민을 계속해서 탈출시키고 있습니다.

역시 가장 먼저 대응에 나선 미국은 해병대 헬기 등을 동원해 자국민을 탈출시켰습니다. 프랑스는 일찌감치 해군 함정까지 파견해 자국민을 빼냈습니다. 200명 대상자 중에 160명을 탈출시켰습니다.

현지 시각 31일, 멕시코 군 헬기가 자국민 탈출을 위해 군 함정에서 이륙하고 있다. AP 영상 갈무리현지 시각 31일, 멕시코 군 헬기가 자국민 탈출을 위해 군 함정에서 이륙하고 있다. AP 영상 갈무리

멕시코도 현지 시각으로 지난달 31일 인근 해역에 군 함정을 파견해 헬기를 이용, 자국민 34명을 구출했습니다. 중국, 타이완, 페루, 온두라스 등도 동참하고 있습니다. 온두라스는 이번 주에 20명 정도를 탈출시킬 계획이라는 전언입니다. 직접 군을 동원하지 못하는 상당수 국가는 우리나라처럼 도미니카 공화국의 협조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방법들이라고 해서 완전히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자국민 구조에 나섰던 프랑스 구조 헬기도 총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매번 경로를 바꿔야 하는 상황입니다.

열린다 열린다 하던 포르토프랭스 공항은 여전히 막혀 있습니다. 예약을 받던 항공편이 계속 취소됐고, 지금 예약을 받는 항공편은 5월 중순 이후 일정입니다. 결국 아이티를 벗어나려면 바다로 나가거나, 육로를 통해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총알이 언제 날아올지, 언제 갱단을 만나게 될지, 당장 포르토프랭스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도하기 힘든 방법들입니다.

소나피 공단 내 교민들의 생활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공단 내 교민에 따르면, 이미 전기가 끊긴 지 오래돼 경유로 발전기를 돌려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식료품 가격도 급등했고, 구하기도 힘든 형편이라고 합니다.

결국, 국가의 지원으로 하루빨리 탈출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 정부도 추가 탈출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이르면 다음 주 추가 탈출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교민의 안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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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티 교민 첫 탈출 후 일주일 째…추가 탈출은 언제쯤?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4-04-04 08:57:01
    • 수정2024-04-04 08:5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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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아이티에 머물던 교민 두 명이 도미니카 공화국을 통해 탈출했습니다. 우리 외교부가 마련한 교통편으로 몸이 편치 않으신 두 분이 먼저 아이티를 벗어났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넘은 지금, 아직 추가로 탈출했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아이티는 과도위원회가 구성됐지만, 혼란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지 시각 1일 아이티에 도착한 데니스 핸킨스 신임 주 아이티 미국 대사가 현지 경찰을 만났지만, 논의의 초기 단계일 뿐입니다. 나라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까진 여전히 멀어 보입니다.

외신 영상과 현지 교민에 따르면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총격전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부활절을 맞아 잠시 주춤했지만, 잠시뿐이었다고 합니다. 현지 시각 2일 밤부터 3일 새벽까지도 총소리가 심했다고 합니다. 상당수 교민이 모여 있는 소나피 공단 인근에서도 총격 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갱단의 공격은 경찰서, 병원, 대통령궁, 중앙은행 등 가리지 않고 이뤄지고 있습니다. 경찰로부터 장갑차를 탈취하기도 하는 이들이니 주거지역이라고 안전할 리 없습니다.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시민들이 시신 옆으로 걸어 다니고 있다. AP 영상 갈무리
아이티 국민들에겐 총소리와 길가에 버려진 시신도 일상이 된 듯 합니다. 외신 영상을 보면 멀리서 총소리가 들리자 서둘러 몸을 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걸어갑니다. 길가 곳곳엔 피를 흘리거나, 불에 탄 시신이 있지만, 그 주변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이 오갑니다.

물론 시신을 치우는 이들도 있습니다. 기름도, 전기도 부족한 아이티에 냉동차가 구해질 리 없습니다. 일반 사륜 구동 차량을 동원합니다. 길가에 버려진 시신을 차 뒤 칸에 싣고 옮겨, 구덩이에 버리듯 내립니다. 시신의 신원을 확인할 리도, 묘비 하나 세워질 리도 없습니다.

사륜 구동 차량으로 길거리에 버려진 시신을 옮겨와 구덩이에 매장하고 있다. AP 영상 갈무리
갱단의 발호에 더해 아이티에서 쿠데타를 일으켰던 세력도 혼란을 틈타고 있습니다. 2004년 아이티에서 쿠데타를 주도했고, 아리엘 앙리 총리의 사임을 요구했던 가이 필립은 이제 과도위원회를 흔들고 있습니다. 가이 필립은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 등 국제사회가 아이티의 부패한 시스템을 지속하려 한다며 과도위원회 위원들에게 탈퇴를 요구하고, 현지 시각 2일 전국적인 봉기를 촉구했습니다.

갱단에, 이전 쿠데타 세력에, 교도소 탈주자들까지, 혼란을 일으키는 요인만 너무나 많아 보입니다.

이러다 보니 각국은 자국민을 계속해서 탈출시키고 있습니다.

역시 가장 먼저 대응에 나선 미국은 해병대 헬기 등을 동원해 자국민을 탈출시켰습니다. 프랑스는 일찌감치 해군 함정까지 파견해 자국민을 빼냈습니다. 200명 대상자 중에 160명을 탈출시켰습니다.

현지 시각 31일, 멕시코 군 헬기가 자국민 탈출을 위해 군 함정에서 이륙하고 있다. AP 영상 갈무리
멕시코도 현지 시각으로 지난달 31일 인근 해역에 군 함정을 파견해 헬기를 이용, 자국민 34명을 구출했습니다. 중국, 타이완, 페루, 온두라스 등도 동참하고 있습니다. 온두라스는 이번 주에 20명 정도를 탈출시킬 계획이라는 전언입니다. 직접 군을 동원하지 못하는 상당수 국가는 우리나라처럼 도미니카 공화국의 협조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방법들이라고 해서 완전히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자국민 구조에 나섰던 프랑스 구조 헬기도 총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매번 경로를 바꿔야 하는 상황입니다.

열린다 열린다 하던 포르토프랭스 공항은 여전히 막혀 있습니다. 예약을 받던 항공편이 계속 취소됐고, 지금 예약을 받는 항공편은 5월 중순 이후 일정입니다. 결국 아이티를 벗어나려면 바다로 나가거나, 육로를 통해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총알이 언제 날아올지, 언제 갱단을 만나게 될지, 당장 포르토프랭스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도하기 힘든 방법들입니다.

소나피 공단 내 교민들의 생활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공단 내 교민에 따르면, 이미 전기가 끊긴 지 오래돼 경유로 발전기를 돌려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식료품 가격도 급등했고, 구하기도 힘든 형편이라고 합니다.

결국, 국가의 지원으로 하루빨리 탈출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 정부도 추가 탈출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이르면 다음 주 추가 탈출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교민의 안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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