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4년 전에도 훈련 중 ‘판박이’ 추락사고”…반복되는 사고 원인은?
입력 2024.04.0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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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참관했던 공수부대 강하 훈련 중 다수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일 훈련장에 강한 바람이 불었지만, 김 위원장 참관이 예정돼 있어 훈련을 강행했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러한 북한의 강하 훈련 중 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데,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 원인은 뭘까요.
■ "2019년에도 유사한 사례"… 공군 저격병 강하훈련 당시 사망 사고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KBS에 "2019년에도 김정은이 자리한 공수 강하 훈련에서 (지난달과) 판박이 사망사고가 일어났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소식통이 지목한 훈련은 2019년 11월 18일 북한 관영매체에 보도됐던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저격병 구분대들의 강하훈련'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저격병들이 강하를 정말 잘한다"면서 "생소한 지대에서 여단장, 정치위원들이 직접 전투원들을 이끌고 능숙한 전투 동작들을 펼치는데 정말 볼 멋이 있다"며 훈련에 만족감을 나타낸 바 있습니다.
2019년 11월 18일 보도된 ‘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저격병 구분대들의 강하훈련’ 사진.
그러나 당시 보도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 낙하산이 다른 낙하산과 달리 제대로 펴지지 않고, 한쪽으로 쏠린 채 낙하하는 듯한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이에 대해 특수전 전문가인 전직 군 관계자는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는 분명한 비정상 낙하"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나 미국에선 북한이 훈련에서 쓰는 낙하산은 일종의 화물용 낙하산으로 좌·우측 기동이 잘 안 되는 형태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우선 낙하산 장비에서 사고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15일 북한 공수부대 훈련 모습. 일부 낙하산이 엉키거나 제대로 펴지지 않은 듯한 모습이 보인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80년대까지 사용했던 T-10(일명 '멍텅구리 낙하산')이라는 낙하산이 있었는데, 이걸 사람이 타고 강하하면 좌·우측 기동이 되지 않고 바람 부는 방향으로 떨어진다"며 "북한의 낙하산도 이러한 낙하산의 한 종류로 보고 있는데, 이는 (여럿이서) 낙하하는 중에 바람이 불면 낙하산 꼬임이나 엉킴 현상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전반적인 장비 노후화…'1호 행사' 못하겠다 하면 총살감"
북한군의 노후한 장비와 함께 최고지도자의 참관을 의미하는 '1호 행사'라면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도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전 북한군 지휘소대장 출신인 차리혁 씨(2014년 탈북)는 "낙하산 장비가 열악하다 보니 낙하했는데 제대로 안 펴져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며 "김정은이 참관하기 6개월 이전에 알려주긴 하지만, 1호 행사든 무엇을 하든 워낙 노후 장비를 사용하는 만큼 사고를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특히 (1호 행사는) 강풍이나 비가 쏟아져도 해야 하는 거고, 못하겠다고 하면 그건 총살감"이라며 "내가 목숨을 잃는다 해도 그 행사는 참가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1호 행사에 참여한다 하더라도 김 위원장과 단독 사진을 찍은 경우가 아니라면 이후에도 선물이나 별다른 혜택이 없다며, 최근에는 행사 참여를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열악한 복무 여건 속에 변변치 않은 최고지도자의 하사품과 기념사진 한 장을 위해 노후된 장비로 훈련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 현재 북한군의 서글픈 처지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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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 4년 전에도 훈련 중 ‘판박이’ 추락사고”…반복되는 사고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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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참관했던 공수부대 강하 훈련 중 다수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일 훈련장에 강한 바람이 불었지만, 김 위원장 참관이 예정돼 있어 훈련을 강행했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러한 북한의 강하 훈련 중 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데,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 원인은 뭘까요.
■ "2019년에도 유사한 사례"… 공군 저격병 강하훈련 당시 사망 사고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KBS에 "2019년에도 김정은이 자리한 공수 강하 훈련에서 (지난달과) 판박이 사망사고가 일어났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소식통이 지목한 훈련은 2019년 11월 18일 북한 관영매체에 보도됐던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저격병 구분대들의 강하훈련'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저격병들이 강하를 정말 잘한다"면서 "생소한 지대에서 여단장, 정치위원들이 직접 전투원들을 이끌고 능숙한 전투 동작들을 펼치는데 정말 볼 멋이 있다"며 훈련에 만족감을 나타낸 바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보도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 낙하산이 다른 낙하산과 달리 제대로 펴지지 않고, 한쪽으로 쏠린 채 낙하하는 듯한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이에 대해 특수전 전문가인 전직 군 관계자는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는 분명한 비정상 낙하"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나 미국에선 북한이 훈련에서 쓰는 낙하산은 일종의 화물용 낙하산으로 좌·우측 기동이 잘 안 되는 형태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우선 낙하산 장비에서 사고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80년대까지 사용했던 T-10(일명 '멍텅구리 낙하산')이라는 낙하산이 있었는데, 이걸 사람이 타고 강하하면 좌·우측 기동이 되지 않고 바람 부는 방향으로 떨어진다"며 "북한의 낙하산도 이러한 낙하산의 한 종류로 보고 있는데, 이는 (여럿이서) 낙하하는 중에 바람이 불면 낙하산 꼬임이나 엉킴 현상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전반적인 장비 노후화…'1호 행사' 못하겠다 하면 총살감"
북한군의 노후한 장비와 함께 최고지도자의 참관을 의미하는 '1호 행사'라면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도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전 북한군 지휘소대장 출신인 차리혁 씨(2014년 탈북)는 "낙하산 장비가 열악하다 보니 낙하했는데 제대로 안 펴져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며 "김정은이 참관하기 6개월 이전에 알려주긴 하지만, 1호 행사든 무엇을 하든 워낙 노후 장비를 사용하는 만큼 사고를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특히 (1호 행사는) 강풍이나 비가 쏟아져도 해야 하는 거고, 못하겠다고 하면 그건 총살감"이라며 "내가 목숨을 잃는다 해도 그 행사는 참가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1호 행사에 참여한다 하더라도 김 위원장과 단독 사진을 찍은 경우가 아니라면 이후에도 선물이나 별다른 혜택이 없다며, 최근에는 행사 참여를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열악한 복무 여건 속에 변변치 않은 최고지도자의 하사품과 기념사진 한 장을 위해 노후된 장비로 훈련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 현재 북한군의 서글픈 처지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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