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혐의 시의원 최고 징계가 고작 출석정지 30일? [취재후]

입력 2024.04.05 (14:23) 수정 2024.04.0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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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교제했던 여성 폭행·스토킹 혐의 시의원, 시의회 '제명' 의결
- 4년 전엔 동료 시의원과 '부적절 관계' 물의 일으켜 제명
- 행정소송 걸어 의원직 되찾았는데…초유의 두 번째 제명
- 조례로 정한 최고 징계는 '출석정지 30일'…법 다툼 예고


■ 허리춤 붙잡아 '질질'…어느 시의원의 '폭행·스토킹' 혐의

지난해 12월 전북 김제시의 한 마트에서 찍힌 CCTV 영상입니다. 한 남성이 마트 주인인 여성과 마주 앉아 있습니다.

처음엔 말로 실랑이를 벌이던 남성이 갑자기 사과 상자를 여성에게 집어 던질 듯 위협합니다.

그러다 감정이 더 격해졌는지 남성은 벌떡 일어나 마트 주인 허리띠를 붙들고 강제로 끌고 나갑니다.

영상 속 남성은 유진우 김제시의원입니다. 경찰은 폭행이 인정된다고 보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유진우 의원은 폭행 혐의 말고도 이 여성에게 수십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이 확인돼 스토킹 혐의로도 입건됐습니다.

결국, 김제시의회에 유 의원 제명안이 올라왔습니다. 시의원 14명 가운데 당사자인 유 의원을 뺀 13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12표, 기권 1표로 제명안이 가결되면서, 유 의원은 바로 의원직을 잃었습니다.

4년 전 ‘불륜 스캔들’을 두고 김제시의회 본회의장서 벌어진 소란 장면4년 전 ‘불륜 스캔들’을 두고 김제시의회 본회의장서 벌어진 소란 장면

■ 유진우 의원 두 번째 제명…4년 전에도 동료 시의원과 '스캔들'로 제명

그런데 김제시의회 본회장에서 울린 유진우 의원 제명 선포는 놀랍게도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0년 7월 유 의원은 이미 한 차례 제명된 적 있습니다. 지방의회가 1991년 부활한 이래 전북에선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유 의원은 4년 전에도 동료 의원과 부적절한 스캔들을 일으키며 지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적 있습니다.

2019년 겨울, 시의회 해외연수를 다녀온 뒤 유 의원과 동료 시의원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저 뜬소문일 거란 말도 있었는데, 2020년 6월 갑자기 유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유 의원은 "항간에 떠도는 소문은 사실"이라면서 "사랑이든 불륜이든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인정했습니다.

3주 뒤 본회의장에선 크게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스캔들 상대로 지목된 여성 시의원과 설전을 벌인 겁니다.

"내가 꽃뱀이냐", "나하고 간통 안 했냐" 서로 옥신각신하며 지방의회에서 벌어진 일이라곤 믿기 어려운 추태가 빚어졌고, 결국, 두 의원은 윤리위에 넘겨져 나란히 불명예스럽게 제명됐습니다.

그러나 유 의원은 곧 의원직을 되찾았습니다. 제명 취소 행정소송을 내 "의회의 징계 절차에 문제가 있어 방어권이 박탈됐다"는 법원 판결을 받아낸 겁니다.

그리고 2022년, 유 의원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다시 당선됐습니다.

조례로 정한 김제시의회 의원 징계 기준조례로 정한 김제시의회 의원 징계 기준

■ 폭행·스토킹 혐의에도 "출석정지 30일짜리"

또다시 제명된 유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폭행과 스토킹 혐의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피해 여성은 10년 넘게 사귀었던 사람인데, 관계가 틀어졌다. 그런데 빌리지도 않은 돈을 갚으라고 재촉하더라.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됐다"

"때리진 않았지만, 허리띠를 잡아끈 게 폭행이라면 인정한다. 김제 시민에게 죄송하다"

다만 유 의원은 제명 징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답했습니다. 애초 제명안을 올릴 조건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유 의원은 '김제시의회 의원 윤리강령 및 행동강령 조례'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조례로 정한 징계 기준을 살펴보니, 시의원이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을 때 징계는 '출석정지 30일'이 최고 수위였습니다.

이참에 다른 비위 행위 징계 기준도 살펴봤는데, 성폭력 역시 최고 징계가 '출석정지' 였습니다

시의원이 음주운전 하다 걸렸을 때, '면허 정지' 정도는 공개적으로 머리 한번 숙이면 됩니다. '면허 취소'는 돼야 그나마 출석정지를 내릴 수 있습니다.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아도 인사 청탁을 들어줘도 출석정지, 의원직은 잃지 않습니다.

조례로 정한 김제시의회 의원 징계 기준조례로 정한 김제시의회 의원 징계 기준

'제명'까지 가려면 비리나 비위행위로 벌금 이하 확정 판결을 받았을 때, 그리고 탈세·면탈하다 적발됐을 때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경우들도 수사에 재판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이상 꽤 오래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김제시의회, 뒤늦게 "징계 기준 바꾸겠다"

김제시의회도 유 의원에 대한 이번 제명 의결이 자신들이 정한 징계 기준을 벗어났단 걸 압니다.

유 의원이 일으킨 물의가 처음이 아닌 데다, 의회를 향한 시민들 눈총도 살펴야 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법률 자문을 거쳐 조례보다 상위법인 지방자치법을 들어 '제명'을 결정했다는 설명입니다.

지방자치법 44조 2항엔 지방의회 의원은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있고 100조엔 '제명'까지 할 수 있다는 징계 조항이 있습니다.

애초 김제시의회가 시민 눈높이에 맞고 상위법과 상충하지 않는 조례를 만들었다면 굳이 "상위법 적용 무리 없겠죠?"라며 전문가에게 자문까지 할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김제시의회는 부리나케 징계 기준을 강화하는 조례 개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유진우 시의원은 징계 무효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겠다면서 의원직을 되찾은 뒤 스스로 사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연관 기사] ‘폭행·스토킹’ 혐의 김제시의원 제명…2020년 이어 두 번째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3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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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토킹’ 혐의 시의원 최고 징계가 고작 출석정지 30일? [취재후]
    • 입력 2024-04-05 14:23:48
    • 수정2024-04-05 16:19:30
    취재후·사건후
<strong>- 교제했던 여성 폭행·스토킹 혐의 시의원, 시의회 '제명' 의결<br /></strong><strong>- 4년 전엔 동료 시의원과 '부적절 관계' 물의 일으켜 제명<br /></strong><strong>- 행정소송 걸어 의원직 되찾았는데…초유의 두 번째 제명<br /></strong><strong>- 조례로 정한 최고 징계는 '출석정지 30일'…법 다툼 예고</strong>

■ 허리춤 붙잡아 '질질'…어느 시의원의 '폭행·스토킹' 혐의

지난해 12월 전북 김제시의 한 마트에서 찍힌 CCTV 영상입니다. 한 남성이 마트 주인인 여성과 마주 앉아 있습니다.

처음엔 말로 실랑이를 벌이던 남성이 갑자기 사과 상자를 여성에게 집어 던질 듯 위협합니다.

그러다 감정이 더 격해졌는지 남성은 벌떡 일어나 마트 주인 허리띠를 붙들고 강제로 끌고 나갑니다.

영상 속 남성은 유진우 김제시의원입니다. 경찰은 폭행이 인정된다고 보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유진우 의원은 폭행 혐의 말고도 이 여성에게 수십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이 확인돼 스토킹 혐의로도 입건됐습니다.

결국, 김제시의회에 유 의원 제명안이 올라왔습니다. 시의원 14명 가운데 당사자인 유 의원을 뺀 13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12표, 기권 1표로 제명안이 가결되면서, 유 의원은 바로 의원직을 잃었습니다.

4년 전 ‘불륜 스캔들’을 두고 김제시의회 본회의장서 벌어진 소란 장면
■ 유진우 의원 두 번째 제명…4년 전에도 동료 시의원과 '스캔들'로 제명

그런데 김제시의회 본회장에서 울린 유진우 의원 제명 선포는 놀랍게도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0년 7월 유 의원은 이미 한 차례 제명된 적 있습니다. 지방의회가 1991년 부활한 이래 전북에선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유 의원은 4년 전에도 동료 의원과 부적절한 스캔들을 일으키며 지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적 있습니다.

2019년 겨울, 시의회 해외연수를 다녀온 뒤 유 의원과 동료 시의원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저 뜬소문일 거란 말도 있었는데, 2020년 6월 갑자기 유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유 의원은 "항간에 떠도는 소문은 사실"이라면서 "사랑이든 불륜이든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인정했습니다.

3주 뒤 본회의장에선 크게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스캔들 상대로 지목된 여성 시의원과 설전을 벌인 겁니다.

"내가 꽃뱀이냐", "나하고 간통 안 했냐" 서로 옥신각신하며 지방의회에서 벌어진 일이라곤 믿기 어려운 추태가 빚어졌고, 결국, 두 의원은 윤리위에 넘겨져 나란히 불명예스럽게 제명됐습니다.

그러나 유 의원은 곧 의원직을 되찾았습니다. 제명 취소 행정소송을 내 "의회의 징계 절차에 문제가 있어 방어권이 박탈됐다"는 법원 판결을 받아낸 겁니다.

그리고 2022년, 유 의원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다시 당선됐습니다.

조례로 정한 김제시의회 의원 징계 기준
■ 폭행·스토킹 혐의에도 "출석정지 30일짜리"

또다시 제명된 유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폭행과 스토킹 혐의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피해 여성은 10년 넘게 사귀었던 사람인데, 관계가 틀어졌다. 그런데 빌리지도 않은 돈을 갚으라고 재촉하더라.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됐다"

"때리진 않았지만, 허리띠를 잡아끈 게 폭행이라면 인정한다. 김제 시민에게 죄송하다"

다만 유 의원은 제명 징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답했습니다. 애초 제명안을 올릴 조건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유 의원은 '김제시의회 의원 윤리강령 및 행동강령 조례'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조례로 정한 징계 기준을 살펴보니, 시의원이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을 때 징계는 '출석정지 30일'이 최고 수위였습니다.

이참에 다른 비위 행위 징계 기준도 살펴봤는데, 성폭력 역시 최고 징계가 '출석정지' 였습니다

시의원이 음주운전 하다 걸렸을 때, '면허 정지' 정도는 공개적으로 머리 한번 숙이면 됩니다. '면허 취소'는 돼야 그나마 출석정지를 내릴 수 있습니다.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아도 인사 청탁을 들어줘도 출석정지, 의원직은 잃지 않습니다.

조례로 정한 김제시의회 의원 징계 기준
'제명'까지 가려면 비리나 비위행위로 벌금 이하 확정 판결을 받았을 때, 그리고 탈세·면탈하다 적발됐을 때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경우들도 수사에 재판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이상 꽤 오래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김제시의회, 뒤늦게 "징계 기준 바꾸겠다"

김제시의회도 유 의원에 대한 이번 제명 의결이 자신들이 정한 징계 기준을 벗어났단 걸 압니다.

유 의원이 일으킨 물의가 처음이 아닌 데다, 의회를 향한 시민들 눈총도 살펴야 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법률 자문을 거쳐 조례보다 상위법인 지방자치법을 들어 '제명'을 결정했다는 설명입니다.

지방자치법 44조 2항엔 지방의회 의원은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있고 100조엔 '제명'까지 할 수 있다는 징계 조항이 있습니다.

애초 김제시의회가 시민 눈높이에 맞고 상위법과 상충하지 않는 조례를 만들었다면 굳이 "상위법 적용 무리 없겠죠?"라며 전문가에게 자문까지 할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김제시의회는 부리나케 징계 기준을 강화하는 조례 개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유진우 시의원은 징계 무효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겠다면서 의원직을 되찾은 뒤 스스로 사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연관 기사] ‘폭행·스토킹’ 혐의 김제시의원 제명…2020년 이어 두 번째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3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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