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슬머리 펴지 않으면 해고?…두발의 불공정 사회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4.04.05 (14:40) 수정 2024.04.0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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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AP사진 출처: AP

프랑스 영화 '아멜리에'에서 주인공이 물수제비를 뜨는 곳으로 한국인에게 유명한 생 마르탱 운하.
이 운하가 있는 파리 10구에는 아프리카계 사람들을 위한 미용실이 유난히 몰려 있습니다. 웬 인종별 미용실이 있나 싶겠지만, 흑인과 황인, 백인은 모발 특성도 달라 해당 모발을 손질해 본 미용사만이 잘 다룰 수 있다고 합니다.

이곳 프랑스 현지 미용실에서는 우리 같은 아시아인 모발 손질에 난색을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요. 백인보다 모발이 좀 더 강한 편이라 다루기가 어렵고, 때론 가위 날이 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현지 교민이나 주재원들은 한국인 혹은 일본인 미용사가 운영하는 미용실을 찾아다니기도 합니다.

실제 프랑스 전역에 10만 1,900여 개 미용실이 있지만, 모든 모발 유형을 다룰 수 있는 미용실은 100곳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아무 데나 가서 두발을 손질할 수 없는 불편함은 그나마 감수할 수 있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두발 차이로 인한 차별입니다.

■ "아프리카계 청년에게 가발 써라"

사회적 논쟁거리가 된 '두발 차별' 문제의 발단은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에어프랑스 승무원으로 채용된 아부바카르 트라오레란 이름의 아프리카계 청년은 2005년 머리카락을 땋아 묶어 출근했습니다. 그런데 에어프랑스 측은 이 헤어스타일이 '유니폼 규정에서 승인되지 않은 것'이라며, 직장에서 가발을 쓸 것을 강요합니다. 이 때문에 트라오레는 4년 넘게 가발을 쓰고 출근을 했다고 합니다.

아프리카계 청년이 에어프랑스 승무원이던 시절 출근 전 가발을 쓰고 있다.  사진 출처: 프랑스3 화면 캡처아프리카계 청년이 에어프랑스 승무원이던 시절 출근 전 가발을 쓰고 있다. 사진 출처: 프랑스3 화면 캡처

이후 자신이 차별 피해자라고 생각한 트라오레는 2012년 에어프랑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같은 해 '유니폼 착용에 관한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에어프랑스로부터 해고를 당합니다. 10년에 걸친 법적 다툼 끝에 트라오레는 마침내 승소합니다. 법원이 2022년, ' 회사 이미지를 보호하고자 하는 회사의 욕구가 직원의 외모 자유를 제한하는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며 트라오레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사건이 불거진 당시엔 직장 내 차별에 관한 법률이 모호하고, 두발에 대한 언급도 없었기 때문에 법적 소송은 10년이나 걸렸습니다. 프랑스에서는 현재 나이나 성별, 외모 등을 이유로 직장 내에서 차별할 수 없다는 내용의 '차별금지법'이 있지만, 이 사건이 불거진 뒤인 2008년에야 시행됐습니다.

■ '두발 차별 금지법' 하원 통과

프랑스 의회는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에서 끝내지 않았습니다. 최근엔 두발만 콕 짚어 '두발 차별 금지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지난달 프랑스 하원은 올리비에 세르바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을 찬성 44표 대 반대 2표로 채택했습니다. 이 법안의 골자는 머리카락 색깔과 길이, 질감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세르바 의원은 앞서 언급한 에어프랑스 전 승무원 트라오레의 사례를 계기로 이 법안을 제안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직장 내 차별 금지 항목 25가지에 나이와 성별, 외모를 비롯해 두발 유형도 포함돼 있지만 두발 차별 사유를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한 것입니다. 트라오레 사례에서 봤듯이, 직장에서 고용주가 흑인 직원에게 곱슬머리를 펴라거나 땋은 머리를 숨기도록 강요하는 걸 막자는 취지입니다.

세르바 의원은 실제 흑인 여성들이 회사 면접 전 머리를 곧게 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고, 빨강 머리나 민머리 남성도 차별의 희생자라고 설명했습니다.

■ "곱슬머리 펴지 않으면 해고"

현재 두발 차별 반대 운동가로 활동 중인 아프리카계 여성, 켄자 벨 케나딜은 곱슬머리 때문에 당한 차별과 모욕감을 일간 <르 몽드>에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6살 때 처음으로 스트레이트 시술을 받았다. 이때부터 13년 동안 화학약품과 고데기를 사용해 머리를 곧게 폈다. 모발 질감 때문에 학교에서 당한 괴롭힘, 머리카락에 손을 넣거나 허락 없이 펜을 집어넣고 모욕을 주는 등의 괴롭힘을 끝내기 위해서였다.

한번은 직장에서 직모인 동료처럼 머리를 반쯤 묶었는데, 고용주가 나에게 (곱슬머리인) 헤어스타일을 바꾸거나 감추지 않으면 출근하지 말라고 했다"

켄자는 채용 과정에서도 곱슬머리 때문에 차별을 겪었다고 말합니다. 이후 켄자는 두발 차별 반대 운동가로 나섰고, 7년 전 다시는 스트레이트 시술을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고 합니다. 현재 26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켄자의 SNS에는 헤어스타일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고용주를 비난하려는 이들이 찾고 있습니다. 주로 백인이 아닌 여성들입니다.

두발 차별 반대 운동을 하는 켄자 벨 케나딜이 ‘당신이 보기엔 내 헤어스타일이 프로페셔널하지 않나요?’라고 쓴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출처 : 켄자 벨 케나딜 SNS두발 차별 반대 운동을 하는 켄자 벨 케나딜이 ‘당신이 보기엔 내 헤어스타일이 프로페셔널하지 않나요?’라고 쓴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출처 : 켄자 벨 케나딜 SNS

헤어 컨설턴트인 다바 디오카네는 일간 <리베라시옹>에서 곱슬머리로 살면서 겪은 일화를 털어놨습니다.

"나는 인구 400명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우리 가족은 그 지역에서 유일한 흑인 가족이었다. 나는 그 차이를 아주 일찍부터 경험했고, 중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그 차이는 더욱 뚜렷해졌다. 생머리를 한 친구들이 미용실에 가는 걸 봤지만 나는 한번도 가지 않았다. 가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런 공간에 (나처럼 곱슬머리인 사람은) 들어갈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파리에 도착한 후 2018년에 스트레이트 헤어 시술을 그만두고 자연스럽게 머리를 기르면서 문제가 시작했다. 어느 날 미용실에 가서 곱슬머리를 다루는지 물어봤다. 미용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곱슬이라니 무슨 뜻이죠? 아뇨, 안 해요.' 미용사가 배우는 일반적인 미용 교육에 모든 모발의 질감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디오카네는 이때부터 편견으로 고객을 바라보지 않고 고객의 머리카락을 차별하지 않는 미용사들을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모발 유형을 다루는 미용실에는 전문성을 인증하는 라벨을 부여하고, 프랑스 여러 지역에서 미용사들이 다양한 모발을 손질할 수 있도록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 "두발 차별은 결국 인종 차별"

다만 이번에 통과된 법안이 미국의 '크라운법'과 달리, 인종차별적 측면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쉽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크라운법'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2019년 제정된 두발 차별 금지법으로, 헤어 스타일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개인의 고유한 문화적 특성과 정체성을 보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민족학과 사회인류학 박사 과정 중인 다프네 베디나데는 일간 <르 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법안을 보면 인종 차별에 대한 내용이 명시적이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두발 차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은 두발 유형으로 인한 차별 피해가 심한 사람들, 다시 말해 흑인 여성들이 직면한 문제를 간과하는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또 <인종 차별: 어지러운 정적>의 저자 두스 디봉도는 "어떤 사람에게는 두발 차이가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프랑스나 다른 백인 위주의 국가에서는 두발로 인한 차별이 직장이나 집을 구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또 "머리카락을 매끄럽게 직모처럼 손질하라는 명령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인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통과된 '두발 차별 금지법' 이 인식의 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는 큽니다. 아프리카계인 팡타 베레타 의원은 "저 역시 특정 일자리에 지원할 때 머리를 곧게 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법안을 옹호했습니다. 또 오로르 베르제 남녀평등 담당 장관은 "우리 법은 이미 차별에 맞서 싸우도록 보장하고 있지만, 새 법안은 이런 유형의 차별을 조명하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법안의 다음 관문은 이제 상원입니다. 상원 문턱을 넘어야 법안이 시행되는데, 통과 여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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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5 14:40:11
    • 수정2024-04-05 1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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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AP
프랑스 영화 '아멜리에'에서 주인공이 물수제비를 뜨는 곳으로 한국인에게 유명한 생 마르탱 운하.
이 운하가 있는 파리 10구에는 아프리카계 사람들을 위한 미용실이 유난히 몰려 있습니다. 웬 인종별 미용실이 있나 싶겠지만, 흑인과 황인, 백인은 모발 특성도 달라 해당 모발을 손질해 본 미용사만이 잘 다룰 수 있다고 합니다.

이곳 프랑스 현지 미용실에서는 우리 같은 아시아인 모발 손질에 난색을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요. 백인보다 모발이 좀 더 강한 편이라 다루기가 어렵고, 때론 가위 날이 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현지 교민이나 주재원들은 한국인 혹은 일본인 미용사가 운영하는 미용실을 찾아다니기도 합니다.

실제 프랑스 전역에 10만 1,900여 개 미용실이 있지만, 모든 모발 유형을 다룰 수 있는 미용실은 100곳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아무 데나 가서 두발을 손질할 수 없는 불편함은 그나마 감수할 수 있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두발 차이로 인한 차별입니다.

■ "아프리카계 청년에게 가발 써라"

사회적 논쟁거리가 된 '두발 차별' 문제의 발단은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에어프랑스 승무원으로 채용된 아부바카르 트라오레란 이름의 아프리카계 청년은 2005년 머리카락을 땋아 묶어 출근했습니다. 그런데 에어프랑스 측은 이 헤어스타일이 '유니폼 규정에서 승인되지 않은 것'이라며, 직장에서 가발을 쓸 것을 강요합니다. 이 때문에 트라오레는 4년 넘게 가발을 쓰고 출근을 했다고 합니다.

아프리카계 청년이 에어프랑스 승무원이던 시절 출근 전 가발을 쓰고 있다.  사진 출처: 프랑스3 화면 캡처
이후 자신이 차별 피해자라고 생각한 트라오레는 2012년 에어프랑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같은 해 '유니폼 착용에 관한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에어프랑스로부터 해고를 당합니다. 10년에 걸친 법적 다툼 끝에 트라오레는 마침내 승소합니다. 법원이 2022년, ' 회사 이미지를 보호하고자 하는 회사의 욕구가 직원의 외모 자유를 제한하는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며 트라오레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사건이 불거진 당시엔 직장 내 차별에 관한 법률이 모호하고, 두발에 대한 언급도 없었기 때문에 법적 소송은 10년이나 걸렸습니다. 프랑스에서는 현재 나이나 성별, 외모 등을 이유로 직장 내에서 차별할 수 없다는 내용의 '차별금지법'이 있지만, 이 사건이 불거진 뒤인 2008년에야 시행됐습니다.

■ '두발 차별 금지법' 하원 통과

프랑스 의회는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에서 끝내지 않았습니다. 최근엔 두발만 콕 짚어 '두발 차별 금지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지난달 프랑스 하원은 올리비에 세르바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을 찬성 44표 대 반대 2표로 채택했습니다. 이 법안의 골자는 머리카락 색깔과 길이, 질감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세르바 의원은 앞서 언급한 에어프랑스 전 승무원 트라오레의 사례를 계기로 이 법안을 제안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직장 내 차별 금지 항목 25가지에 나이와 성별, 외모를 비롯해 두발 유형도 포함돼 있지만 두발 차별 사유를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한 것입니다. 트라오레 사례에서 봤듯이, 직장에서 고용주가 흑인 직원에게 곱슬머리를 펴라거나 땋은 머리를 숨기도록 강요하는 걸 막자는 취지입니다.

세르바 의원은 실제 흑인 여성들이 회사 면접 전 머리를 곧게 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고, 빨강 머리나 민머리 남성도 차별의 희생자라고 설명했습니다.

■ "곱슬머리 펴지 않으면 해고"

현재 두발 차별 반대 운동가로 활동 중인 아프리카계 여성, 켄자 벨 케나딜은 곱슬머리 때문에 당한 차별과 모욕감을 일간 <르 몽드>에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6살 때 처음으로 스트레이트 시술을 받았다. 이때부터 13년 동안 화학약품과 고데기를 사용해 머리를 곧게 폈다. 모발 질감 때문에 학교에서 당한 괴롭힘, 머리카락에 손을 넣거나 허락 없이 펜을 집어넣고 모욕을 주는 등의 괴롭힘을 끝내기 위해서였다.

한번은 직장에서 직모인 동료처럼 머리를 반쯤 묶었는데, 고용주가 나에게 (곱슬머리인) 헤어스타일을 바꾸거나 감추지 않으면 출근하지 말라고 했다"

켄자는 채용 과정에서도 곱슬머리 때문에 차별을 겪었다고 말합니다. 이후 켄자는 두발 차별 반대 운동가로 나섰고, 7년 전 다시는 스트레이트 시술을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고 합니다. 현재 26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켄자의 SNS에는 헤어스타일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고용주를 비난하려는 이들이 찾고 있습니다. 주로 백인이 아닌 여성들입니다.

두발 차별 반대 운동을 하는 켄자 벨 케나딜이 ‘당신이 보기엔 내 헤어스타일이 프로페셔널하지 않나요?’라고 쓴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출처 : 켄자 벨 케나딜 SNS
헤어 컨설턴트인 다바 디오카네는 일간 <리베라시옹>에서 곱슬머리로 살면서 겪은 일화를 털어놨습니다.

"나는 인구 400명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우리 가족은 그 지역에서 유일한 흑인 가족이었다. 나는 그 차이를 아주 일찍부터 경험했고, 중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그 차이는 더욱 뚜렷해졌다. 생머리를 한 친구들이 미용실에 가는 걸 봤지만 나는 한번도 가지 않았다. 가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런 공간에 (나처럼 곱슬머리인 사람은) 들어갈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파리에 도착한 후 2018년에 스트레이트 헤어 시술을 그만두고 자연스럽게 머리를 기르면서 문제가 시작했다. 어느 날 미용실에 가서 곱슬머리를 다루는지 물어봤다. 미용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곱슬이라니 무슨 뜻이죠? 아뇨, 안 해요.' 미용사가 배우는 일반적인 미용 교육에 모든 모발의 질감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디오카네는 이때부터 편견으로 고객을 바라보지 않고 고객의 머리카락을 차별하지 않는 미용사들을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모발 유형을 다루는 미용실에는 전문성을 인증하는 라벨을 부여하고, 프랑스 여러 지역에서 미용사들이 다양한 모발을 손질할 수 있도록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 "두발 차별은 결국 인종 차별"

다만 이번에 통과된 법안이 미국의 '크라운법'과 달리, 인종차별적 측면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쉽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크라운법'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2019년 제정된 두발 차별 금지법으로, 헤어 스타일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개인의 고유한 문화적 특성과 정체성을 보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민족학과 사회인류학 박사 과정 중인 다프네 베디나데는 일간 <르 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법안을 보면 인종 차별에 대한 내용이 명시적이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두발 차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은 두발 유형으로 인한 차별 피해가 심한 사람들, 다시 말해 흑인 여성들이 직면한 문제를 간과하는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또 <인종 차별: 어지러운 정적>의 저자 두스 디봉도는 "어떤 사람에게는 두발 차이가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프랑스나 다른 백인 위주의 국가에서는 두발로 인한 차별이 직장이나 집을 구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또 "머리카락을 매끄럽게 직모처럼 손질하라는 명령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인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통과된 '두발 차별 금지법' 이 인식의 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는 큽니다. 아프리카계인 팡타 베레타 의원은 "저 역시 특정 일자리에 지원할 때 머리를 곧게 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법안을 옹호했습니다. 또 오로르 베르제 남녀평등 담당 장관은 "우리 법은 이미 차별에 맞서 싸우도록 보장하고 있지만, 새 법안은 이런 유형의 차별을 조명하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법안의 다음 관문은 이제 상원입니다. 상원 문턱을 넘어야 법안이 시행되는데, 통과 여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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