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내용 내라” vs “기본권 보장해야”…변호사 비밀유지권 논란

입력 2024.04.08 (12:35) 수정 2024.04.0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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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변호사가 의뢰인과 나눈 대화에 대해 비밀을 보장하는 권리를 '변호사 비밀유지권'이라고 하죠.

그런데 수사기관이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는 경우가 늘면서 헌법상 변호를 받을 권리가 침해받는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변호사들은 비밀유지권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호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7월 펀드 부실 판매 의혹을 수사하며 자산운용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검찰.

운용사 측이 변호사와의 법률 상담 내용까지 압수한 것에 이의를 제기하자, 법원은 압수수색이 위법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변호사의 조력을 받기 위해선 변호인과 의뢰인 사이 비밀보장이 전제돼야 하는데 검찰 압수수색은 변호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법원의 결정은 이례적입니다.

현행법엔 '변호사는 비밀을 누설하면 안 된다'는 규정만 있을 뿐, 수사기관 등의 자료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권리는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검찰과 경찰, 국세청과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도 변호사에게 상담 내용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변호사들은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들처럼 '변호사 비밀유지권'을 법률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김영훈/대한변호사협회장 : "(의뢰인이) 솔직하게 말했다가 그 자료들 때문에 본인이 다시 형사처벌 등 곤란한 처지에 빠지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으면 변호사에게 적절한 법적인 조언을 받을 수가 없게 됩니다."]

하지만 사법 신뢰가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에선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또 변호사가 범죄에 연루됐을 때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차진아/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일단 소송이 제기되면 관련 서류를 다 폐기하고 입막음하고 이런 것부터 하지 않습니까? (비밀유지권 도입으로) 어떤 실체적 진실 발견이 상당히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촬영기자:허수곤/영상편집:이유리/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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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담내용 내라” vs “기본권 보장해야”…변호사 비밀유지권 논란
    • 입력 2024-04-08 12:35:10
    • 수정2024-04-08 12:39:29
    뉴스 12
[앵커]

변호사가 의뢰인과 나눈 대화에 대해 비밀을 보장하는 권리를 '변호사 비밀유지권'이라고 하죠.

그런데 수사기관이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는 경우가 늘면서 헌법상 변호를 받을 권리가 침해받는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변호사들은 비밀유지권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호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7월 펀드 부실 판매 의혹을 수사하며 자산운용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검찰.

운용사 측이 변호사와의 법률 상담 내용까지 압수한 것에 이의를 제기하자, 법원은 압수수색이 위법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변호사의 조력을 받기 위해선 변호인과 의뢰인 사이 비밀보장이 전제돼야 하는데 검찰 압수수색은 변호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법원의 결정은 이례적입니다.

현행법엔 '변호사는 비밀을 누설하면 안 된다'는 규정만 있을 뿐, 수사기관 등의 자료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권리는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검찰과 경찰, 국세청과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도 변호사에게 상담 내용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변호사들은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들처럼 '변호사 비밀유지권'을 법률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김영훈/대한변호사협회장 : "(의뢰인이) 솔직하게 말했다가 그 자료들 때문에 본인이 다시 형사처벌 등 곤란한 처지에 빠지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으면 변호사에게 적절한 법적인 조언을 받을 수가 없게 됩니다."]

하지만 사법 신뢰가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에선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또 변호사가 범죄에 연루됐을 때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차진아/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일단 소송이 제기되면 관련 서류를 다 폐기하고 입막음하고 이런 것부터 하지 않습니까? (비밀유지권 도입으로) 어떤 실체적 진실 발견이 상당히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촬영기자:허수곤/영상편집:이유리/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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