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개통하면 대출해 줄게”…40대 가장 목숨 앗아간 대출사기
입력 2024.04.08 (16:10)
수정 2024.04.0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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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전이 필요해 사기 일당에게 피해자들이 넘긴 개인 정보(제공: 부산경찰청)
■ "휴대전화만 개통하면 급전 대출"…부동산 대출 사기였다
오토바이를 타고 퀵 서비스 일을 한 40대 남성. 갓 난 아기까지 포함해 자녀만 셋을 부양한 가장이었습니다.
가게가 제대로 되지 않아 생활고에 시달렸고 아내와 맞벌이를 해도 사정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때 " 휴대전화만 개통하면 급전을 구할 수 있다"는 솔깃한 제안이 들려왔습니다.
개인 인증을 위해 휴대전화만 개통하면 명의를 모아서 전세대출을 내고 그 돈을 나눠 가질 수 있다는 이른바 '부동산 대출 사기'였습니다.
제안받은 사람들 대부분은 코로나19 시기 영업이 힘든 영세상인들이었습니다. 대출금만 갚으면 탈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에 하나둘 자신 명의의 서류를 건넸습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돈을 받지 못했고 명의를 다 채우지 못했다며 기다리라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그 사이 이 남성의 형편은 더 악화됐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 남은 가족들도 끔찍한 빚의 굴레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사기 일당이 피해자들에게 휴대전화 개통을 목적으로 받은 위임장 양식(사진 제공: 부산경찰청)
■ 빚더미 앉은 가족들…신고조차 못 해
남편이 세상을 뜬 지 한 달 뒤 아내는 통신사 세 곳으로부터 요금 고지서 여러 통을 받았습니다. 200만 원, 250만 원, 심지어 한 곳은 2,000만 원이 넘는 요금을 내라고도 했습니다. 자신의 이름으로 써보지도 못한 휴대전화 요금 수천만 원이 날아온 겁니다.
급하게 통신사에 연락해봤지만 돈을 갚지 않으면 채권단에 정보가 넘어간다는 섬뜩한 답변뿐이었습니다.
경찰에 신고하고 싶었지만, 명의를 넘겨준 걸 알면 처벌받을 게 무서웠습니다. 그렇게 3년 만에 이들과 같은 피해자들은 수백 명으로 불어났습니다.
이들에게 사기를 벌인 일당은 부동산 대출은커녕 은행조차 가보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부동산 대출이라는 건 미끼였고 휴대전화를 개통해 팔아넘기기 위해 모두 꾸민 일이었습니다.
■ 휴대전화 팔아 번 범죄 수익 15억 8,000만 원…여러 대리점 돌며 범행
일당은 피해자들 명의로 개통한 전화는 유심칩을 빼서 장물업자에게 시세보다 30만 원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팔아넘겼습니다. 유심칩은 대포폰을 구하는 사람들 손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렇게 일당이 개통한 휴대전화만 890여 대, 범죄 수익만 15억 8,000만 원에 달합니다.
피해자들에게 미리 위임장을 받았고 전국적으로도 여러 대리점을 돌며 휴대전화를 개통한 탓에 의심을 피했습니다.
일부 피해자들에게는 다른 사람보다 빨리 대출을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수백만 원을 추가로 받아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받아낸 돈을 조직책들에게 30~50만 원 정도 나눠주거나 나눠주겠다고 속여 계속 범행을 저지르도록 했습니다. 이후 벌어들인 범죄 수익은 대부분 생활비와 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검거 당시 총책. 피시방에서 태연히 게임을 하고 있었다.(제공: 부산경찰청)
■ 명의만 빌려줘도 '범죄'…제때 신고해야
그런데 대출 사기 피해를 본 영세상인들도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명의를 제공해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하는 것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가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입건한 87명 가운데 72명이 이처럼 명의를 빌려줬다가 범죄 혐의를 받은 영세상인들이었습니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입건한 87명 가운데 총책 등 2명을 구속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결국 피해자들도 법의 처벌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최근 경기불황으로 사금융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이 같은 사기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명의를 빌려주는 순간부터 피해자도 처벌받을 수 있다 보니 신고도 늦어지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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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전화 개통하면 대출해 줄게”…40대 가장 목숨 앗아간 대출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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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04-08 16: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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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전화만 개통하면 급전 대출"…부동산 대출 사기였다
오토바이를 타고 퀵 서비스 일을 한 40대 남성. 갓 난 아기까지 포함해 자녀만 셋을 부양한 가장이었습니다.
가게가 제대로 되지 않아 생활고에 시달렸고 아내와 맞벌이를 해도 사정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때 " 휴대전화만 개통하면 급전을 구할 수 있다"는 솔깃한 제안이 들려왔습니다.
개인 인증을 위해 휴대전화만 개통하면 명의를 모아서 전세대출을 내고 그 돈을 나눠 가질 수 있다는 이른바 '부동산 대출 사기'였습니다.
제안받은 사람들 대부분은 코로나19 시기 영업이 힘든 영세상인들이었습니다. 대출금만 갚으면 탈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에 하나둘 자신 명의의 서류를 건넸습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돈을 받지 못했고 명의를 다 채우지 못했다며 기다리라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그 사이 이 남성의 형편은 더 악화됐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 남은 가족들도 끔찍한 빚의 굴레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 빚더미 앉은 가족들…신고조차 못 해
남편이 세상을 뜬 지 한 달 뒤 아내는 통신사 세 곳으로부터 요금 고지서 여러 통을 받았습니다. 200만 원, 250만 원, 심지어 한 곳은 2,000만 원이 넘는 요금을 내라고도 했습니다. 자신의 이름으로 써보지도 못한 휴대전화 요금 수천만 원이 날아온 겁니다.
급하게 통신사에 연락해봤지만 돈을 갚지 않으면 채권단에 정보가 넘어간다는 섬뜩한 답변뿐이었습니다.
경찰에 신고하고 싶었지만, 명의를 넘겨준 걸 알면 처벌받을 게 무서웠습니다. 그렇게 3년 만에 이들과 같은 피해자들은 수백 명으로 불어났습니다.
이들에게 사기를 벌인 일당은 부동산 대출은커녕 은행조차 가보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부동산 대출이라는 건 미끼였고 휴대전화를 개통해 팔아넘기기 위해 모두 꾸민 일이었습니다.
■ 휴대전화 팔아 번 범죄 수익 15억 8,000만 원…여러 대리점 돌며 범행
일당은 피해자들 명의로 개통한 전화는 유심칩을 빼서 장물업자에게 시세보다 30만 원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팔아넘겼습니다. 유심칩은 대포폰을 구하는 사람들 손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렇게 일당이 개통한 휴대전화만 890여 대, 범죄 수익만 15억 8,000만 원에 달합니다.
피해자들에게 미리 위임장을 받았고 전국적으로도 여러 대리점을 돌며 휴대전화를 개통한 탓에 의심을 피했습니다.
일부 피해자들에게는 다른 사람보다 빨리 대출을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수백만 원을 추가로 받아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받아낸 돈을 조직책들에게 30~50만 원 정도 나눠주거나 나눠주겠다고 속여 계속 범행을 저지르도록 했습니다. 이후 벌어들인 범죄 수익은 대부분 생활비와 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 명의만 빌려줘도 '범죄'…제때 신고해야
그런데 대출 사기 피해를 본 영세상인들도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명의를 제공해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하는 것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가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입건한 87명 가운데 72명이 이처럼 명의를 빌려줬다가 범죄 혐의를 받은 영세상인들이었습니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입건한 87명 가운데 총책 등 2명을 구속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결국 피해자들도 법의 처벌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최근 경기불황으로 사금융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이 같은 사기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명의를 빌려주는 순간부터 피해자도 처벌받을 수 있다 보니 신고도 늦어지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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