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권이삼 씨가 점자를 모르는 김갑섭 씨에게 후보 소개와 공약을 담은 점자 전단을 대신 읽어주고 있다.
"새만금 식품 허브 조성. 새만금 산업 유치…."
장애인 복지시설에 이른 아침부터 글 읽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시각장애인 권이삼 씨가 총선 후보 소개와 공약을 담은 점자 전단을 읽는 소리입니다. 권 씨가 점자를 모르는 시각장애인 김갑섭 씨를 위해 대신 읽어주는 겁니다.
"선거 공고물을 읽어봐야 후보를 결정할 것 같아서 점자 선생님한테 도움을 받으려고 왔습니다. 저는 점자를 읽지 못하니까…." -중증 시각장애인 김갑섭 씨 |
김 씨와 같은 처지는 한둘이 아닙니다. 김 씨가 다니는 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시각장애인 중 점자를 아는 사람은 5분의 1도 안 된다는 게 김 씨 얘기입니다. 실제로 시각장애인의 90.4%가 점자를 읽지 못한다는 정부 통계도 있습니다.
김 씨는 시각장애인 대부분이 자기처럼 복지시설에 와서 도움을 받거나 TV 토론 등을 들으면서 공약을 파악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점자 전단과 함께 보내는 USB에는 공약 음성 파일이 담겨 있다.
■ 공약 음성 담긴 USB도…"사용 어려워"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선거관리위원회는 점자 전단을 우편으로 보낼 때 공약 음성 파일이 담긴 USB를 함께 보냅니다.
하지만 김 씨는 컴퓨터 사용이 익숙지 않은 시각장애인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불편하죠. 다 어떻게 읽어볼 수도 없고…. CD 기계는 거의 시각장애인들이 가지고 계신 분이 많이 있으니까 CD로 선거 공약을 입력해서 보내주면 좋겠어요." -중증 시각장애인 김갑섭 씨 |
■ 지적장애인에게도 힘든 선거…"투표 용지에 인물 사진 넣어야"
투표가 힘든 건 지적장애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씨보다 그림이 친숙한 지적장애인에게 온통 글자뿐인 투표 용지는 언제 봐도 낯설고 어렵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중증 지적장애인 유광득 씨는 글자를 모른다며 그림을 넣어달라고 말했습니다.
기자 : "투표하세요?" 유 씨: "네." 기자 : "글씨 읽을 줄 아세요?" 유 씨: "글씨 몰라요. 후보 사진 넣어 주세요." |
실제 문맹률이 높은 국가에서는 투표 용지에 후보 사진이나 당 로고, 당을 대표하는 색깔 등을 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장애 정도에 따라 글을 해독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며, 외국처럼 투표 용지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발달장애인 그리고 고령의 어르신들은 문맹률이 높을 텐데 이분들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투표 용지가 바뀌면 좋겠어요." -강현석 전라북도 중증장애인자립생활연대 소장 |
■ 변화도 있지만…장애인에게 여전한 '선거 장벽'
투표 용지에 도장을 쉽게 찍을 수 있게 돕는 ‘특수형 기표 용구’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선거부터 투표 용지에 도장을 쉽게 찍을 수 있게 돕는 '특수형 기표 용구'를 도입했습니다.
몸이 불편해 칸 안에 도장을 찍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만든 겁니다.
거소 투표를 가능하게 하고, 장애인 콜택시 등 차량을 지원하고, 승강기 없는 투표소 1층에 임시 기표소를 설치하는 등 그동안 여러 가지 변화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참정권을 온전하게 보장하는 길은 아직 멀기만 합니다.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은 2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에 달합니다.
누구나 헌법에 보장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아무도 선거 과정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더 고민하고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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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공보물 읽을 수가 없는데…” 장애인 유권자의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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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04-08 17:53:22
"새만금 식품 허브 조성. 새만금 산업 유치…."
장애인 복지시설에 이른 아침부터 글 읽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시각장애인 권이삼 씨가 총선 후보 소개와 공약을 담은 점자 전단을 읽는 소리입니다. 권 씨가 점자를 모르는 시각장애인 김갑섭 씨를 위해 대신 읽어주는 겁니다.
"선거 공고물을 읽어봐야 후보를 결정할 것 같아서 점자 선생님한테 도움을 받으려고 왔습니다. 저는 점자를 읽지 못하니까…." -중증 시각장애인 김갑섭 씨 |
김 씨와 같은 처지는 한둘이 아닙니다. 김 씨가 다니는 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시각장애인 중 점자를 아는 사람은 5분의 1도 안 된다는 게 김 씨 얘기입니다. 실제로 시각장애인의 90.4%가 점자를 읽지 못한다는 정부 통계도 있습니다.
김 씨는 시각장애인 대부분이 자기처럼 복지시설에 와서 도움을 받거나 TV 토론 등을 들으면서 공약을 파악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 공약 음성 담긴 USB도…"사용 어려워"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선거관리위원회는 점자 전단을 우편으로 보낼 때 공약 음성 파일이 담긴 USB를 함께 보냅니다.
하지만 김 씨는 컴퓨터 사용이 익숙지 않은 시각장애인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불편하죠. 다 어떻게 읽어볼 수도 없고…. CD 기계는 거의 시각장애인들이 가지고 계신 분이 많이 있으니까 CD로 선거 공약을 입력해서 보내주면 좋겠어요." -중증 시각장애인 김갑섭 씨 |
■ 지적장애인에게도 힘든 선거…"투표 용지에 인물 사진 넣어야"
투표가 힘든 건 지적장애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씨보다 그림이 친숙한 지적장애인에게 온통 글자뿐인 투표 용지는 언제 봐도 낯설고 어렵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중증 지적장애인 유광득 씨는 글자를 모른다며 그림을 넣어달라고 말했습니다.
기자 : "투표하세요?" 유 씨: "네." 기자 : "글씨 읽을 줄 아세요?" 유 씨: "글씨 몰라요. 후보 사진 넣어 주세요." |
실제 문맹률이 높은 국가에서는 투표 용지에 후보 사진이나 당 로고, 당을 대표하는 색깔 등을 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장애 정도에 따라 글을 해독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며, 외국처럼 투표 용지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발달장애인 그리고 고령의 어르신들은 문맹률이 높을 텐데 이분들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투표 용지가 바뀌면 좋겠어요." -강현석 전라북도 중증장애인자립생활연대 소장 |
■ 변화도 있지만…장애인에게 여전한 '선거 장벽'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선거부터 투표 용지에 도장을 쉽게 찍을 수 있게 돕는 '특수형 기표 용구'를 도입했습니다.
몸이 불편해 칸 안에 도장을 찍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만든 겁니다.
거소 투표를 가능하게 하고, 장애인 콜택시 등 차량을 지원하고, 승강기 없는 투표소 1층에 임시 기표소를 설치하는 등 그동안 여러 가지 변화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참정권을 온전하게 보장하는 길은 아직 멀기만 합니다.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은 2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에 달합니다.
누구나 헌법에 보장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아무도 선거 과정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더 고민하고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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