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필수 의료 강화…‘응급실 개혁’ 될까?

입력 2024.04.08 (19:15) 수정 2024.04.0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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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역 응급 의료 체계를 꾸준히 취재해 온 김옥천 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우선 지난해 부산 119구급대원이 환자를 이송한 11만 건의 자료를 모두 조사했는데, 어떤 계기로 살피게 된 건지 궁금하네요?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 의료계 집단 행동이 50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죠.

일단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 조짐은 보이고 있지만, 갈등은 여전합니다.

정부는 '지역 필수 의료 강화'를 위해 증원은 필수 조치라고 말하고 있고, 의료계는 의료비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연 구급차에 탄 응급 환자가 얼마나 대형병원으로 쏠려 이송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부산소방재난본부 응급 이송 현황 11만 건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부산에서 119구급대가 응급환자를 싣고 부산대, 동아대, 고신대 병원과 인제대 백병원 2곳 등 모두 5곳의 대학병원으로 가는 비율이 40%에 달했습니다.

특히 실제 응급 환자의 경우엔 60%가 이 5개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응급실 운영 병원이 부산에만 28곳인데 10명 중 6명이 이 5곳으로 이송됐으니까 쏠림 현상이 분명한 거죠.

취재진이 눈여겨본 건 촌각을 다투지 않는 환자 10명 중 3명도 5개 대학병원을 찾았다는 건데요.

'웬만하면' 대학병원으로 간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대학병원으로 쏠리는 이유를 다시 한번 짚어볼까요?

[기자]

네, 부산에 있는 암 환자가 서울에 있는 이른바 '빅5' 병원으로 몰리는 이유와 다르지 않습니다.

응급 상황일 때, 환자들이 구급대원들에게 "이왕이면 큰 병원으로 이송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의료장비나 의료진이 더 잘 갖춰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단순히 두통을 호소했는데, 추후 큰 병으로 판명돼, 환자가 극단의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거든요.

이럴 경우 환자들의 항의에 대한 부담 등을 이유로 구급대원들이 환자 요청대로 대형 병원으로 이송하는 상황이 많은 겁니다.

게다가 나머지 중소형 응급의료기관은 응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진이나 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렇다 보니 중소형 병원 이송을 꺼리고, 또 대학병원으로 쏠리다 보니 정작 골든타임을 지켜야 하는 중증 응급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이런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앵커]

결국, 응급환자 분산 밖엔 답이 없는 것 같은데 정부 정책, 어떻게 추진돼야 할까요?

[기자]

전공의 집단 행동, 지금의 상황이 일종의 실험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공의 진료 거부에 따라 대형 병원은 응급실 환자 수용을 크게 줄였는데요.

그래서 "들어가기 힘든 대학병원으로 가지 말고 의료 역량이 충분한 중형 병원으로 가자"는 환자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집단 행동의 역설'이다, '중형 병원의 재발견'이다,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도 이에 맞춰 중형 병원 중에서 특화된 분야의 병원을 양성하겠다는 정책을 내놨습니다.

'척추 관절 전문 병원'이 그 예인데요.

지난달 12일 중소·전문병원 수가 지원 강화 육성책을 정부가 내놓은 것도 대형병원 '쏠림'을 막으려는 조치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이런 정부 정책들, 응급의료학계에선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응급의학과 비상대책위원회는 비판적인 성명을 냈습니다.

500여 명의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응급실을 나갔고, 이에 따라 전공의 수련병원 대부분이 응급실을 축소 운영하고 있으니 중형 병원으로 사람이 몰리는 거지 '응급 이송 체계의 정상화'라고 볼 수는 없다는 건데요.

또 이야기를 들어본 응급 의학계 종사자들은 "수가 인상은 20년 넘게 말로만 하고 지켜지지 않았다"며, 수가를 인상하기 위한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 건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내라고 요청했습니다.

의대 정원 증원도 결국 지역 필수 의료를 살리겠다는 이유에서 시작한 정책인 만큼,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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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 필수 의료 강화…‘응급실 개혁’ 될까?
    • 입력 2024-04-08 19:15:12
    • 수정2024-04-08 20:04:27
    뉴스7(부산)
[앵커]

지역 응급 의료 체계를 꾸준히 취재해 온 김옥천 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우선 지난해 부산 119구급대원이 환자를 이송한 11만 건의 자료를 모두 조사했는데, 어떤 계기로 살피게 된 건지 궁금하네요?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 의료계 집단 행동이 50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죠.

일단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 조짐은 보이고 있지만, 갈등은 여전합니다.

정부는 '지역 필수 의료 강화'를 위해 증원은 필수 조치라고 말하고 있고, 의료계는 의료비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연 구급차에 탄 응급 환자가 얼마나 대형병원으로 쏠려 이송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부산소방재난본부 응급 이송 현황 11만 건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부산에서 119구급대가 응급환자를 싣고 부산대, 동아대, 고신대 병원과 인제대 백병원 2곳 등 모두 5곳의 대학병원으로 가는 비율이 40%에 달했습니다.

특히 실제 응급 환자의 경우엔 60%가 이 5개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응급실 운영 병원이 부산에만 28곳인데 10명 중 6명이 이 5곳으로 이송됐으니까 쏠림 현상이 분명한 거죠.

취재진이 눈여겨본 건 촌각을 다투지 않는 환자 10명 중 3명도 5개 대학병원을 찾았다는 건데요.

'웬만하면' 대학병원으로 간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대학병원으로 쏠리는 이유를 다시 한번 짚어볼까요?

[기자]

네, 부산에 있는 암 환자가 서울에 있는 이른바 '빅5' 병원으로 몰리는 이유와 다르지 않습니다.

응급 상황일 때, 환자들이 구급대원들에게 "이왕이면 큰 병원으로 이송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의료장비나 의료진이 더 잘 갖춰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단순히 두통을 호소했는데, 추후 큰 병으로 판명돼, 환자가 극단의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거든요.

이럴 경우 환자들의 항의에 대한 부담 등을 이유로 구급대원들이 환자 요청대로 대형 병원으로 이송하는 상황이 많은 겁니다.

게다가 나머지 중소형 응급의료기관은 응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진이나 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렇다 보니 중소형 병원 이송을 꺼리고, 또 대학병원으로 쏠리다 보니 정작 골든타임을 지켜야 하는 중증 응급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이런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앵커]

결국, 응급환자 분산 밖엔 답이 없는 것 같은데 정부 정책, 어떻게 추진돼야 할까요?

[기자]

전공의 집단 행동, 지금의 상황이 일종의 실험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공의 진료 거부에 따라 대형 병원은 응급실 환자 수용을 크게 줄였는데요.

그래서 "들어가기 힘든 대학병원으로 가지 말고 의료 역량이 충분한 중형 병원으로 가자"는 환자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집단 행동의 역설'이다, '중형 병원의 재발견'이다,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도 이에 맞춰 중형 병원 중에서 특화된 분야의 병원을 양성하겠다는 정책을 내놨습니다.

'척추 관절 전문 병원'이 그 예인데요.

지난달 12일 중소·전문병원 수가 지원 강화 육성책을 정부가 내놓은 것도 대형병원 '쏠림'을 막으려는 조치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이런 정부 정책들, 응급의료학계에선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응급의학과 비상대책위원회는 비판적인 성명을 냈습니다.

500여 명의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응급실을 나갔고, 이에 따라 전공의 수련병원 대부분이 응급실을 축소 운영하고 있으니 중형 병원으로 사람이 몰리는 거지 '응급 이송 체계의 정상화'라고 볼 수는 없다는 건데요.

또 이야기를 들어본 응급 의학계 종사자들은 "수가 인상은 20년 넘게 말로만 하고 지켜지지 않았다"며, 수가를 인상하기 위한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 건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내라고 요청했습니다.

의대 정원 증원도 결국 지역 필수 의료를 살리겠다는 이유에서 시작한 정책인 만큼,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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