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서 ‘이것’ 찾다가 길 잃고, 목숨 잃기까지…

입력 2024.04.0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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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최근 제주도에서 "길을 잃었다"라거나 "가족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공통점은 모두 '제주도 ○○○'입니다. 봄철 제주도 곶자왈과 들녘에서 자란 ○ ○○를 구하러 집을 나섰다는 겁니다. 집을 나섰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제주 축제에서 ○○○를 찾고 있는 사람들(기사 속 실종 사고와는 관련 없음)제주 축제에서 ○○○를 찾고 있는 사람들(기사 속 실종 사고와는 관련 없음)

■ 제주도서 잇따른 실종 신고…실종자 숨진 채 발견되기도

어제(8일) 저녁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남송이오름 인근에서 80대 여성과 연락이 끊겼다는 112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경찰과 소방, 군 당국 등은 헬기와 인력 200여 명을 동원해 해당 오름을 중심으로 이틀간 집중 수색을 이어갔습니다.

길을 잃었던 이 여성은 오름에서 2km 떨어져 있는 한 가게를 찾아가 "아들에게 연락해달라"고 부탁했고,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이 여성은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앞서 지난 5일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거슨세미오름 인근에서 한 6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지난 1일 저녁 집을 나선 남편이 돌아오지 않는다며 가족이 실종 신고를 한 지 닷새 만이었습니다.

소방과 경찰 당국은 지난 4일 이 남성이 몰고 간 흰색 1톤 화물차를 찾은 데 이어 이튿날 오전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두 실종·사고는 모두 '이것' 찾다가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고사리'입니다.

지난 8일 저녁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에서 실종된 80대 여성을 찾기 위해 현장에 통합지휘소가 꾸려졌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지난 8일 저녁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에서 실종된 80대 여성을 찾기 위해 현장에 통합지휘소가 꾸려졌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 최근 5년간 제주도 '길 잃음 사고' 41.4% '고사리 채취' 중 발생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서 출동을 나간 '길 잃음 사고'는 모두 459건. 이 가운데 고사리를 꺾다가 길을 잃은 경우가 190건으로 전체의 41.4%를 차지했습니다.

대부분 건강 상태가 양호해 집으로 바로 돌아갔지만, 고사리 채취에 나섰다가 다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경우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올봄에도 벌써 고사리 채취객이 길을 잃었다는 신고가 오늘(9일) 현재 14건 접수됐고 15명이 구조됐습니다.

지난달 27일 낮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일대에서 홀로 고사리를 꺾던 50대 여성이 길을 잃었다고 119에 신고해 20여 분 만에 구조됐습니다.

지난달 26일엔 제주시 조천읍에서 고사리를 채취하다 길을 잃은 60대 여성이 119에 구조되는 등 이날 하루 동안만 고사리 길 잃음 사고만 3건 접수됐습니다.

야생 고사리는 주로 오름 주변과 곶자왈, 들판 등 중산간 지역(해발 200~600m)에 분포합니다.

풀밭 틈으로 자란 고사리를 찾기 위해 바닥만 보면서 들판과 숲을 누비다가 시간 감각이 흐려지고 길도 잃는 게 제주 고사리 실종 사고의 특징입니다.

들판과 숲속에는 건물은커녕 표지판 같은 기준점이나 이정표도 없어 방향과 길을 찾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고사리를 꺾다가 해질녘이 되어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더욱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119 구조견과 핸들러.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119 구조견과 핸들러.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 '고사리 실종자' 수색 위해 119 구조견까지 배치

봄철 고사리를 꺾다가 길을 잃는 사고가 이어지자 제주도소방안전본부는 119 구조견 '초롱'과 '강호'를 실종 현장에 투입했습니다.

초롱이는 수컷 래브라도 리트리버, 강호는 암컷 셰퍼드입니다.

제주도에서 최근 3년간 고사리를 꺾다가 길을 잃은 사고가 가장 자주 발생한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를 중심으로 고사리 채취객이 몰리는 시간대에 119 구조견을 전진 배치했습니다.

119 구조견들은 사람의 냄새를 쫓아 신속하게 실종자를 찾아냅니다.

제자리에서 가만히 서 있거나 앉아있거나 누워있는 사람, 어딘가 아파 보이거나 반응을 하지 않는 사람을 봤을 때 짖도록 훈련을 받았습니다. 등산로를 걷거나,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반응하지 않습니다

앞서 제주 구조견 '강호'는 지난달 29일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에서 길을 잃은 고사리 채취객 2명을 찾았고, 31일에도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에서 고사리 채취객 1명을 구조했습니다.

지난 2일 오후 3시 30분쯤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인근에서 고사리를 채취하다가 길을 잃은 60대 여성을 찾은 것도 구조견들이었습니다.

[연관 기사] “길 잃지 마세요” 제주소방에서 ‘주의보’ 내린 까닭 (2024.03.28.)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25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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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서 ‘이것’ 찾다가 길 잃고, 목숨 잃기까지…
    • 입력 2024-04-09 1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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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최근 제주도에서 "길을 잃었다"라거나 "가족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공통점은 모두 '제주도 ○○○'입니다. 봄철 제주도 곶자왈과 들녘에서 자란 ○ ○○를 구하러 집을 나섰다는 겁니다. 집을 나섰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strong>
제주 축제에서 ○○○를 찾고 있는 사람들(기사 속 실종 사고와는 관련 없음)
■ 제주도서 잇따른 실종 신고…실종자 숨진 채 발견되기도

어제(8일) 저녁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남송이오름 인근에서 80대 여성과 연락이 끊겼다는 112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경찰과 소방, 군 당국 등은 헬기와 인력 200여 명을 동원해 해당 오름을 중심으로 이틀간 집중 수색을 이어갔습니다.

길을 잃었던 이 여성은 오름에서 2km 떨어져 있는 한 가게를 찾아가 "아들에게 연락해달라"고 부탁했고,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이 여성은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앞서 지난 5일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거슨세미오름 인근에서 한 6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지난 1일 저녁 집을 나선 남편이 돌아오지 않는다며 가족이 실종 신고를 한 지 닷새 만이었습니다.

소방과 경찰 당국은 지난 4일 이 남성이 몰고 간 흰색 1톤 화물차를 찾은 데 이어 이튿날 오전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두 실종·사고는 모두 '이것' 찾다가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고사리'입니다.

지난 8일 저녁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에서 실종된 80대 여성을 찾기 위해 현장에 통합지휘소가 꾸려졌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 최근 5년간 제주도 '길 잃음 사고' 41.4% '고사리 채취' 중 발생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서 출동을 나간 '길 잃음 사고'는 모두 459건. 이 가운데 고사리를 꺾다가 길을 잃은 경우가 190건으로 전체의 41.4%를 차지했습니다.

대부분 건강 상태가 양호해 집으로 바로 돌아갔지만, 고사리 채취에 나섰다가 다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경우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올봄에도 벌써 고사리 채취객이 길을 잃었다는 신고가 오늘(9일) 현재 14건 접수됐고 15명이 구조됐습니다.

지난달 27일 낮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일대에서 홀로 고사리를 꺾던 50대 여성이 길을 잃었다고 119에 신고해 20여 분 만에 구조됐습니다.

지난달 26일엔 제주시 조천읍에서 고사리를 채취하다 길을 잃은 60대 여성이 119에 구조되는 등 이날 하루 동안만 고사리 길 잃음 사고만 3건 접수됐습니다.

야생 고사리는 주로 오름 주변과 곶자왈, 들판 등 중산간 지역(해발 200~600m)에 분포합니다.

풀밭 틈으로 자란 고사리를 찾기 위해 바닥만 보면서 들판과 숲을 누비다가 시간 감각이 흐려지고 길도 잃는 게 제주 고사리 실종 사고의 특징입니다.

들판과 숲속에는 건물은커녕 표지판 같은 기준점이나 이정표도 없어 방향과 길을 찾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고사리를 꺾다가 해질녘이 되어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더욱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119 구조견과 핸들러.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 '고사리 실종자' 수색 위해 119 구조견까지 배치

봄철 고사리를 꺾다가 길을 잃는 사고가 이어지자 제주도소방안전본부는 119 구조견 '초롱'과 '강호'를 실종 현장에 투입했습니다.

초롱이는 수컷 래브라도 리트리버, 강호는 암컷 셰퍼드입니다.

제주도에서 최근 3년간 고사리를 꺾다가 길을 잃은 사고가 가장 자주 발생한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를 중심으로 고사리 채취객이 몰리는 시간대에 119 구조견을 전진 배치했습니다.

119 구조견들은 사람의 냄새를 쫓아 신속하게 실종자를 찾아냅니다.

제자리에서 가만히 서 있거나 앉아있거나 누워있는 사람, 어딘가 아파 보이거나 반응을 하지 않는 사람을 봤을 때 짖도록 훈련을 받았습니다. 등산로를 걷거나,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반응하지 않습니다

앞서 제주 구조견 '강호'는 지난달 29일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에서 길을 잃은 고사리 채취객 2명을 찾았고, 31일에도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에서 고사리 채취객 1명을 구조했습니다.

지난 2일 오후 3시 30분쯤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인근에서 고사리를 채취하다가 길을 잃은 60대 여성을 찾은 것도 구조견들이었습니다.

[연관 기사] “길 잃지 마세요” 제주소방에서 ‘주의보’ 내린 까닭 (2024.03.28.)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25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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