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안락사 허용’ 잇따라…조력 사망 어디까지?

입력 2024.04.09 (20:46) 수정 2024.04.0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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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네덜란드 전 총리 부부가 자택에서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안락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프랑스는 다음 달 조력 사망의 법제화를 추진한다고 하는데요.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AFP에서 안락사를 원하는 한 프랑스 여성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 했죠?

[기자]

프랑스에서 태어난 40대 리디 이모프의 마지막 여정을 AFP가 함께 했는데요.

리디 이모프는 뇌졸중으로 인한 마비와 시각 장애가 있었는데, 최근 마비 증세가 심해지면서 안락사가 가능한 벨기에를 찾았다고 합니다.

[리디 이모프/안락사 희망 환자 : "빨리 풀려나고 싶어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버리고 떠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들어요. 하지만 결국엔 제가 선택한 거죠."]

리디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프랑스에서 벨기에로 넘어왔는데요.

이 마지막 여정에서 리디는 종종 농담을 하며 밝은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또,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평화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는데요.

["이 약물을 주사하면 1분도 안 돼 고통 없이 잠들게 됩니다. 동의하시나요? (네.)"]

의사가 주사를 들고 오는 동안에도 리디는 편안한 모습이었습니다.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리디가 조용히 떠났는데요.

[이브 드 로흐트/의사 : "제가 그녀를 죽였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그녀의 고통을 짧게 해줬다고 느낍니다. 그게 중요해요."]

벨기에는 심각하고 치료할 수 없는 장애로 인해 지속적이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가 2개 이상의 전문가 의견을 첨부해 안락사를 요청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2022년 벨기에에서는 3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안락사를 택했다고 합니다.

[앵커]

프랑스도 조력 사망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고, 최근에는 에콰도르도 사실상 안락사를 허용한 나라가 됐어요?

[기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환자가 직접 약물을 투약하는 등의 방법으로 죽음을 맞는 조력 사망의 법제화를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다음 달 의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할 예정인데요.

이 법안은 스스로 판단이 가능한 성인을 대상으로 조력 사망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미성년자나 알츠하이머, 정신 질환을 앓는 환자는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의료 전문가의 동의 하에 환자가 약물을 스스로 투약하는 방식을 택할 예정인데, 다만 환자가 여건상 직접 하지 못할 경우 제3 자의 도움을 받아 약물을 투약하는 것도 허용됩니다.

최근에는 에콰도르도 사실상 안락사를 허용한 나라가 됐는데요.

지난해 8월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자발적으로 생명을 끝낼 권리를 허용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환자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환자 당사자는 환영했지만, 가족들의 마음은 아플 수밖에 없는데요.

[파올라 롤단/환자 : "(소송에 이겼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서 매우 감동했고, 안도했습니다."]

[프란시스코 롤단/환자 아버지 : "마음 한편은 매우 슬픕니다. 왜냐하면, 이 일을 겪은 가족으로서, 이 일의 결과는 제 딸의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앵커]

반면, 일본에서는 난치병 환자의 부탁을 받고 환자를 숨지게 한 의사가 무거운 징역형을 선고받았죠?

[기자]

지난달에 있었던 일본 법원 판결인데요.

루게릭 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약물을 주입해 숨지게 한 혐의로 오쿠보 요시카즈라는 의사가 징역 18년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오쿠보 요시카즈는 죽음을 원하는 환자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약물을 투입했다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사실상 전신 마비 상태인 50대 환자가 안락사를 요청해 부탁을 들어준 것뿐이라고 했는데요.

하지만 일본 교토지방재판소는 오쿠보가 약 천백만 원의 보수를 받았고, 생명 경시의 자세가 현저하다며 촉탁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징역 18년 형을 선고했습니다.

아직은 일본처럼 금지된 나라가 많은데요.

안락사나 조력 사망을 허용하는 경우에도, 나라마다 절차와 기준, 허용 범위 등이 크게 다른 상황입니다.

[앵커]

우리나라에서도 소극적 안락사는 가능한데요, 현재 어떤 상황인지 궁금합니다.

[기자]

우리나라는 인공호흡기를 떼는 등의 연명 치료 중단을 통한 소극적 안락사만 가능합니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하는 적극적 안락사나, 환자가 약물을 스스로 투여하도록 돕는 조력 사망 모두 불법입니다.

다만, 엄격한 기준을 두고 절차를 만들어가자는 논의는 있어 왔는데요.

생애 말기 환자가 약을 처방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조력 사망을 합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절차와 기준을 확립하는 데 있는데요.

환자 고통을 기준으로 해야 할지 아니면 진단을 중시할지, 또 방식은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지 등 고려하여야 할 사항이 많습니다.

여기에 가족의 개입 여부와 종교적 문제, 악용 가능성까지 따지려면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데요.

조력 사망 등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다양한 각도와 범위에서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편집:김주은 구자람/자료조사:백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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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9 20:46:37
    • 수정2024-04-09 20:5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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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전 총리 부부가 자택에서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안락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프랑스는 다음 달 조력 사망의 법제화를 추진한다고 하는데요.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AFP에서 안락사를 원하는 한 프랑스 여성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 했죠?

[기자]

프랑스에서 태어난 40대 리디 이모프의 마지막 여정을 AFP가 함께 했는데요.

리디 이모프는 뇌졸중으로 인한 마비와 시각 장애가 있었는데, 최근 마비 증세가 심해지면서 안락사가 가능한 벨기에를 찾았다고 합니다.

[리디 이모프/안락사 희망 환자 : "빨리 풀려나고 싶어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버리고 떠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들어요. 하지만 결국엔 제가 선택한 거죠."]

리디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프랑스에서 벨기에로 넘어왔는데요.

이 마지막 여정에서 리디는 종종 농담을 하며 밝은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또,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평화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는데요.

["이 약물을 주사하면 1분도 안 돼 고통 없이 잠들게 됩니다. 동의하시나요? (네.)"]

의사가 주사를 들고 오는 동안에도 리디는 편안한 모습이었습니다.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리디가 조용히 떠났는데요.

[이브 드 로흐트/의사 : "제가 그녀를 죽였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그녀의 고통을 짧게 해줬다고 느낍니다. 그게 중요해요."]

벨기에는 심각하고 치료할 수 없는 장애로 인해 지속적이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가 2개 이상의 전문가 의견을 첨부해 안락사를 요청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2022년 벨기에에서는 3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안락사를 택했다고 합니다.

[앵커]

프랑스도 조력 사망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고, 최근에는 에콰도르도 사실상 안락사를 허용한 나라가 됐어요?

[기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환자가 직접 약물을 투약하는 등의 방법으로 죽음을 맞는 조력 사망의 법제화를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다음 달 의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할 예정인데요.

이 법안은 스스로 판단이 가능한 성인을 대상으로 조력 사망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미성년자나 알츠하이머, 정신 질환을 앓는 환자는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의료 전문가의 동의 하에 환자가 약물을 스스로 투약하는 방식을 택할 예정인데, 다만 환자가 여건상 직접 하지 못할 경우 제3 자의 도움을 받아 약물을 투약하는 것도 허용됩니다.

최근에는 에콰도르도 사실상 안락사를 허용한 나라가 됐는데요.

지난해 8월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자발적으로 생명을 끝낼 권리를 허용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환자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환자 당사자는 환영했지만, 가족들의 마음은 아플 수밖에 없는데요.

[파올라 롤단/환자 : "(소송에 이겼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서 매우 감동했고, 안도했습니다."]

[프란시스코 롤단/환자 아버지 : "마음 한편은 매우 슬픕니다. 왜냐하면, 이 일을 겪은 가족으로서, 이 일의 결과는 제 딸의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앵커]

반면, 일본에서는 난치병 환자의 부탁을 받고 환자를 숨지게 한 의사가 무거운 징역형을 선고받았죠?

[기자]

지난달에 있었던 일본 법원 판결인데요.

루게릭 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약물을 주입해 숨지게 한 혐의로 오쿠보 요시카즈라는 의사가 징역 18년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오쿠보 요시카즈는 죽음을 원하는 환자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약물을 투입했다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사실상 전신 마비 상태인 50대 환자가 안락사를 요청해 부탁을 들어준 것뿐이라고 했는데요.

하지만 일본 교토지방재판소는 오쿠보가 약 천백만 원의 보수를 받았고, 생명 경시의 자세가 현저하다며 촉탁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징역 18년 형을 선고했습니다.

아직은 일본처럼 금지된 나라가 많은데요.

안락사나 조력 사망을 허용하는 경우에도, 나라마다 절차와 기준, 허용 범위 등이 크게 다른 상황입니다.

[앵커]

우리나라에서도 소극적 안락사는 가능한데요, 현재 어떤 상황인지 궁금합니다.

[기자]

우리나라는 인공호흡기를 떼는 등의 연명 치료 중단을 통한 소극적 안락사만 가능합니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하는 적극적 안락사나, 환자가 약물을 스스로 투여하도록 돕는 조력 사망 모두 불법입니다.

다만, 엄격한 기준을 두고 절차를 만들어가자는 논의는 있어 왔는데요.

생애 말기 환자가 약을 처방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조력 사망을 합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절차와 기준을 확립하는 데 있는데요.

환자 고통을 기준으로 해야 할지 아니면 진단을 중시할지, 또 방식은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지 등 고려하여야 할 사항이 많습니다.

여기에 가족의 개입 여부와 종교적 문제, 악용 가능성까지 따지려면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데요.

조력 사망 등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다양한 각도와 범위에서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편집:김주은 구자람/자료조사:백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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