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라는데…실직과 재취업 그 사이에 표류하는 50대 [창+]

입력 2024.04.13 (10:00) 수정 2024.04.1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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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 870만 '낀'세대, 소득 절벽에 갇히다]

비가 내리면, 손님이 줄까 불안합니다.

느지막이 시작된 마수걸이, 순식간에 식당이 꽉 들어찼습니다.

오늘의 매상이 결정되는 이 1시간, 숨 쉴 틈도 없이 바쁩니다.

아버지는 주방, 어머니는 카운터, 방학 맞은 아들은 서빙,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자영업 가족입니다.

30대 때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치킨집으로 시작해 중국집까지 요식업만 20여년입니다.

<인터뷰> 김점동/ 53세·자영업자
돈 벌기 위해서 한 거죠, 자영업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그것이 당시에는 많이 퍼졌었어요. 옛날의 짜장, 짬뽕 그것보다도 새로운 거 찾으러 다니는 시대잖아요, 그래서 저희도 나이는 먹었지만, 젊은 친구들을 갖다가 입맛을 좀 맞추기 위해서

<인터뷰>김경아/ 51세
돈 모을 틈이 없네요. 얼마 정도 모아놨다 그러면 부가세 내야 되고 또 조금 모아졌다 그러면 또 소득세 내야 되고 조금 모아졌다 그러면 아들 등록금 내야 되고

한바탕 휘몰아친 뒤 적막해진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녹취> 김정동 씨 가족
-엄마: ”너 언제까지 엄마랑 같이 살래?“
- 아들: ”돈이 어느 정도 모이면...“
-엄마 일단 취업해야 돈이 모이겠네 뭐 취업이 급선문데
-아빠: ”놀아“
-엄마: ”놀아? 놀면 어떡해“
- 아빠: ”나이 먹으면 다 돼“
- 엄마: "열심히 공부도 하고 취업준비도 하고“
- 아빠: ”열심히 해도 안 될 건 안 돼“
- 엄마: ”맞아, 열심히 살아도 안 되더라, 야“

<인터뷰> 김점동·김경아 부부
(김정동) 40대에는 우리가 50대 중반 정도 되면 이 정도는 아니겠지 더 살겠지 뭐 그렇게 하고 살았는데, 지금 막 닥치고 나서
(김경아) 오히려 40대 때보다 더 힘든 시기인 것 같아요 50대가. 큰 애는 큰 애대로 들어가고 작은 애는 또 미술을 하거든요 걔는 걔대로 들어가고. 시어머니께서 요양원에 계시거든요, 시어머니 요양원비도 저희가 다 부담을 하고 있어서
(김정동) 일단 생각지도 못한 돈이 일단 들어가잖아요,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렇게 빨리 올 줄은

(기자) 나의 노후 준비는 어떤 상태라고 생각하세요?
(김경아) 백지상태라고 생각해요... 아무런 준비가 없어서
(김정동) 백지는 너무 삭막한 거 아니야?
(기자:)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이나 이런 거 들어놓은 거 있으세요?
(부부) 없어요.
(기자) 실비 내지는 암보험 건강보험 이런 쪽에...건강한 상태로 살 때는 나오는 게 없네요
그렇죠

남편이 직장 때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국민연금을 냈지만,
11년 뒤 받게 될 월 연금 수령액은 채 50만원이 안 됩니다.

<인터뷰> 김점동·김경아 부부
생각보다 많이 적네
더 열심히 살아야 되겠죠, 이제 그거 헤쳐 나가려면
(기자) 기분에는 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 것 같으세요?))
(김경아) 저는 뭐 80대에도 할 것 같아요.
(김점동) 어?
(김경아) 80대에도
(김점동) 아이 나는 안해

50대 가장은, 공사판을 떠난 지 한달 만에 되돌아왔습니다.

30년 가까이 사무직 생활을 했던 정씨에게 건설노무 일은 고됐습니다.

<인터뷰> 정명근/55세
좀 무게가 나가는 철물 종류들을 계속 여러번 반복적으로 매고 이동시키고 이런 거를 하다 보면... 아픕니다.

다시 ‘사무직’으로 재취업 할 길을 알아봤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정명근/55세
사실 여기 오기 전까지도 언론사하고 또 마케팅 회사 쪽에 아는 지인하고 통화했는데 아직까지는 딱히 자리가 나지를 않더라고요

대학 신입생에 고3 수험생, 자식들을 생각하면 일을 쉴 수가 없습니다.
보수는 적지만 전기 배선 보조일을 하면서 기능공 자격증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인터뷰> 정명근/55세
지금 현재는 조공이에요, 그래서 몇 개월 정도 하고 장비를 좀 더 갖춰 가지고 기공 단가까지 받을 수 있도록 좀 하는 게 바람이기는 해요.

정씨는 이른바 학생운동권 마지막 세대였습니다.
대학 땐 민주화와 인권을 고민하다 막상 졸업해보니, 졸업만 하면 취업했다는 선배세대와는 다른 상황에 처해 있었습니다.

<인터뷰> 정명근/55세
그런 낭만적인 시대가 있었을까요? 저만 해도 IMF 세대들하고 같이 사회생활을 했었거든요. 그 때는 이미 고용과 해고가 되게 원활했던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안정적인 평생 직장도 있지 않았었고

한때 영화제작자로 이름을 날렸고,
다양한 경력을 거치며 잘 나간다고 느낄 때도 있었습니다.

작품을 리드하는 그런 키맨의 한 사람이 되는 걸로 자부심도 있었고, 프랜차이즈 회사 같은 데서 기획실장을 맡으면서 나름대로 커리어가 쌓이면서 성취와 그 정도의 보수도 받는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죠

그러나, 50줄에 갑자기 해고를 당한 뒤엔 경력을 살리기가 점점 어려웠습니다.
중장년 재취업 교육을 받고 숱하게 지원서를 쓰고 면접을 봤지만 일정한 소득이 보장되는 일자리는 드물었습니다.

<인터뷰> 정명근/55세
저 같은 나이의 사람들 중에 일을 할 수 있는 장이 그리 많지 않기도 하고, 잘할 수 있고 잘할 수 있다 라는 자심감을 내비치기는 하지만 그거를 할 만한 필드가 그다지 많이 보이지는 않아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별로 돈을 생각 안 했던 것 같아요.
꽃피운 적은 없는데 자꾸 꽃을 지라고 그러니까 봉오리를 닫으라고 강요받는 시기... 지는 세대고 지는 나무니까 시들어라 라고 계속...

2024년 대한민국 50대.
전 연령대 중 인구가 가장 많습니다.
무려 872만여명,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모두 50대가 됐고 X세대도 50대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된 직장에서의 퇴직 평균 연령이 49.4세입니다.
50대에게는 퇴직 압박이 더욱 거세집니다.

그러나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80% 이상은 주된 직장 퇴직 후에도 돈을 벌겠다고 합니다.
이유는, ‘여전히 돈을 쓸 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동엽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자기 노후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될 시기에 부모님의 돌봄 문제들이 또 발생을 하고 자녀들은 독립하지 않고 그러니까 문제가 겹쳐져 있는 상황이 50대들의 고민인 거죠.국민연금 받는 나이는 65세가 돼야지 가능한데 소득 공백이 10년? 짧게는 5년 정도 있으니까 그 부분을 어떻게 버텨야 될지 자신이 많지가 않고요.


관련방송: 2024년 4월 9일(화) 밤 10시 10분 KBS 1TV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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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04-13 13: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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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 870만 '낀'세대, 소득 절벽에 갇히다]

비가 내리면, 손님이 줄까 불안합니다.

느지막이 시작된 마수걸이, 순식간에 식당이 꽉 들어찼습니다.

오늘의 매상이 결정되는 이 1시간, 숨 쉴 틈도 없이 바쁩니다.

아버지는 주방, 어머니는 카운터, 방학 맞은 아들은 서빙,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자영업 가족입니다.

30대 때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치킨집으로 시작해 중국집까지 요식업만 20여년입니다.

<인터뷰> 김점동/ 53세·자영업자
돈 벌기 위해서 한 거죠, 자영업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그것이 당시에는 많이 퍼졌었어요. 옛날의 짜장, 짬뽕 그것보다도 새로운 거 찾으러 다니는 시대잖아요, 그래서 저희도 나이는 먹었지만, 젊은 친구들을 갖다가 입맛을 좀 맞추기 위해서

<인터뷰>김경아/ 51세
돈 모을 틈이 없네요. 얼마 정도 모아놨다 그러면 부가세 내야 되고 또 조금 모아졌다 그러면 또 소득세 내야 되고 조금 모아졌다 그러면 아들 등록금 내야 되고

한바탕 휘몰아친 뒤 적막해진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녹취> 김정동 씨 가족
-엄마: ”너 언제까지 엄마랑 같이 살래?“
- 아들: ”돈이 어느 정도 모이면...“
-엄마 일단 취업해야 돈이 모이겠네 뭐 취업이 급선문데
-아빠: ”놀아“
-엄마: ”놀아? 놀면 어떡해“
- 아빠: ”나이 먹으면 다 돼“
- 엄마: "열심히 공부도 하고 취업준비도 하고“
- 아빠: ”열심히 해도 안 될 건 안 돼“
- 엄마: ”맞아, 열심히 살아도 안 되더라, 야“

<인터뷰> 김점동·김경아 부부
(김정동) 40대에는 우리가 50대 중반 정도 되면 이 정도는 아니겠지 더 살겠지 뭐 그렇게 하고 살았는데, 지금 막 닥치고 나서
(김경아) 오히려 40대 때보다 더 힘든 시기인 것 같아요 50대가. 큰 애는 큰 애대로 들어가고 작은 애는 또 미술을 하거든요 걔는 걔대로 들어가고. 시어머니께서 요양원에 계시거든요, 시어머니 요양원비도 저희가 다 부담을 하고 있어서
(김정동) 일단 생각지도 못한 돈이 일단 들어가잖아요,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렇게 빨리 올 줄은

(기자) 나의 노후 준비는 어떤 상태라고 생각하세요?
(김경아) 백지상태라고 생각해요... 아무런 준비가 없어서
(김정동) 백지는 너무 삭막한 거 아니야?
(기자:)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이나 이런 거 들어놓은 거 있으세요?
(부부) 없어요.
(기자) 실비 내지는 암보험 건강보험 이런 쪽에...건강한 상태로 살 때는 나오는 게 없네요
그렇죠

남편이 직장 때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국민연금을 냈지만,
11년 뒤 받게 될 월 연금 수령액은 채 50만원이 안 됩니다.

<인터뷰> 김점동·김경아 부부
생각보다 많이 적네
더 열심히 살아야 되겠죠, 이제 그거 헤쳐 나가려면
(기자) 기분에는 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 것 같으세요?))
(김경아) 저는 뭐 80대에도 할 것 같아요.
(김점동) 어?
(김경아) 80대에도
(김점동) 아이 나는 안해

50대 가장은, 공사판을 떠난 지 한달 만에 되돌아왔습니다.

30년 가까이 사무직 생활을 했던 정씨에게 건설노무 일은 고됐습니다.

<인터뷰> 정명근/55세
좀 무게가 나가는 철물 종류들을 계속 여러번 반복적으로 매고 이동시키고 이런 거를 하다 보면... 아픕니다.

다시 ‘사무직’으로 재취업 할 길을 알아봤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정명근/55세
사실 여기 오기 전까지도 언론사하고 또 마케팅 회사 쪽에 아는 지인하고 통화했는데 아직까지는 딱히 자리가 나지를 않더라고요

대학 신입생에 고3 수험생, 자식들을 생각하면 일을 쉴 수가 없습니다.
보수는 적지만 전기 배선 보조일을 하면서 기능공 자격증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인터뷰> 정명근/55세
지금 현재는 조공이에요, 그래서 몇 개월 정도 하고 장비를 좀 더 갖춰 가지고 기공 단가까지 받을 수 있도록 좀 하는 게 바람이기는 해요.

정씨는 이른바 학생운동권 마지막 세대였습니다.
대학 땐 민주화와 인권을 고민하다 막상 졸업해보니, 졸업만 하면 취업했다는 선배세대와는 다른 상황에 처해 있었습니다.

<인터뷰> 정명근/55세
그런 낭만적인 시대가 있었을까요? 저만 해도 IMF 세대들하고 같이 사회생활을 했었거든요. 그 때는 이미 고용과 해고가 되게 원활했던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안정적인 평생 직장도 있지 않았었고

한때 영화제작자로 이름을 날렸고,
다양한 경력을 거치며 잘 나간다고 느낄 때도 있었습니다.

작품을 리드하는 그런 키맨의 한 사람이 되는 걸로 자부심도 있었고, 프랜차이즈 회사 같은 데서 기획실장을 맡으면서 나름대로 커리어가 쌓이면서 성취와 그 정도의 보수도 받는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죠

그러나, 50줄에 갑자기 해고를 당한 뒤엔 경력을 살리기가 점점 어려웠습니다.
중장년 재취업 교육을 받고 숱하게 지원서를 쓰고 면접을 봤지만 일정한 소득이 보장되는 일자리는 드물었습니다.

<인터뷰> 정명근/55세
저 같은 나이의 사람들 중에 일을 할 수 있는 장이 그리 많지 않기도 하고, 잘할 수 있고 잘할 수 있다 라는 자심감을 내비치기는 하지만 그거를 할 만한 필드가 그다지 많이 보이지는 않아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별로 돈을 생각 안 했던 것 같아요.
꽃피운 적은 없는데 자꾸 꽃을 지라고 그러니까 봉오리를 닫으라고 강요받는 시기... 지는 세대고 지는 나무니까 시들어라 라고 계속...

2024년 대한민국 50대.
전 연령대 중 인구가 가장 많습니다.
무려 872만여명,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모두 50대가 됐고 X세대도 50대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된 직장에서의 퇴직 평균 연령이 49.4세입니다.
50대에게는 퇴직 압박이 더욱 거세집니다.

그러나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80% 이상은 주된 직장 퇴직 후에도 돈을 벌겠다고 합니다.
이유는, ‘여전히 돈을 쓸 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동엽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자기 노후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될 시기에 부모님의 돌봄 문제들이 또 발생을 하고 자녀들은 독립하지 않고 그러니까 문제가 겹쳐져 있는 상황이 50대들의 고민인 거죠.국민연금 받는 나이는 65세가 돼야지 가능한데 소득 공백이 10년? 짧게는 5년 정도 있으니까 그 부분을 어떻게 버텨야 될지 자신이 많지가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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