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치매 환자로 홀로 산다는 것

입력 2024.04.14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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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다 8회]치매 환자로 홀로 산다는 것

<경북 포항>

아침이 밝았지만, 시계는 멈춰있는 할머니의 집

기자/
할머니 성함은 어떻게 되세요?

김소방 할머니/
김소방.

기자/
연세는 어떻게 되세요?

김소방 할머니/
95살인가, 뱀띠. 일본 시대에 태어났으니까. 그냥 사는 게 뭐 이래 나이가 아흔 몇 살 먹도록 살았습니다.

방 두 개짜리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김소방 할머니.

기자/
이 동네에서는 그럼 몇 년 사신 거예요?

김소방 할머니/
오래됐어요. 아파트 이사 온 지가...오래됐어요. 처음에 어디서 살았나..오래돼서 잊어버렸다.

나이도, 삶의 궤적도 모든 게 흐릿하지만 잊을 수 없는 존재가 하나 있습니다.

김소방 할머니/
부산에 있을 때 청소하러 다니고 그랬어. 텍사스촌에서 아가씨들 청소해 주고 그랬어. 우리 아들 공부시키고, 배정고등학교 나왔어. 우리 아들이...

남편 없이 아들과 함께 살아온 할머니.

유일한 피붙이이자 자랑이었던 그 아들이 몇 년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소방 할머니/
40살 먹어 가지고 죽었어요. 군대 갔다 와 가지고, 아들이 포항 와서 포항제철 협력업체 다니다가. 아들 이름이 오00입니다.

기자/
말고는 가족이 없으세요?

김소방 할머니/
없어요. 아들이 장가 안 가고 그냥 갔어.

아들이 가버린 뒤 혼자 남겨진 할머니를 찾아온 건, 치매였습니다.

치매는 불쑥불쑥 찾아와 할머니를 괴롭힙니다.

김소방 할머니/
(TV 한번 틀어보세요)
왜 그러세요. 내 어디 갖다가 내버리려고?
안 내버려요.


<서울 강동구>

기자/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남철용 할아버지/
저는 남철용이고, 나이는 85세....(말을 못 하고 생각해 내려 애쓰는 모습)

기자/
뭐 천천히 생각나는 대로 말해주세요. 간단히. 치매 판정을 받으신 건 몇 년 전이에요?

남철용 할아버지/
오래됐어요. 한 10년 됐나, 10년 좀 넘었는가 봐요.

혼자 사는 남철용 할아버지는 경증 치매 환자입니다.

하지만 할아버지에게도 병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남철용 할아버지/
전화를 받으면, 전화를 받으면 받을 때 그때뿐이에요. 끊고 나면 어디서 전화 온 것도 까맣게 잊어 먹어요. 기억이 안 나요. 기억이 안 나고. 이제 어 다리, 다리 같은 데도 밑으로 아래로 너무 아파서 신발을, 왼쪽 다리 신발이 벗겨져서, 벗겨진 줄도 모르고 걸어가고 그러니까는 될 수 있으면 그냥 집에 있고...

전 세계를 돌며 공연을 했던, 누구보다 화려했던 삶도 하루하루 잊혀져 갑니다.

남철용 할아버지/
이게 이주일 씨. 극장 쇼 할 때. 극장 쇼 할 때 같이 오래서, 아이고 나보고, 형 담배 피우지 마세요. 내가 담배 피워서 이렇게 돼서 내일 모레 갈지 언제 갈지 몰라요. 그러면서 아이고 담배 피우지 마세요.
이건 84년도에 일본 교포 위문 가서.

기자/
일본에 가기가 이때는, 해외 나가는 게 쉽지 않았을 때 같은데요.

남철용 할아버지/
엄청 힘들었어요. 여권 내기도 힘들지만 비자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어요.

가장 힘든 건 의지할 가족 하나 없다는 사실입니다.

기자/
결혼은 안 하셨나요?

남철용 할아버지/
한 번 결혼해서 한 번 실패하고 뒤로는 하지 않고 그냥 혼자...

기자/
이혼하시고, 자녀는 없으시고요?

남철용 할아버지/
예. 자녀 없어요.

기자/
동생이 한 분 계시다고 들었어요.

남철용 할아버지/
동생도 나이가 80이 됐으니까, 치매가. 동생도 치매고 그러니까, 대화해도 몰라요. 오빠라고 그러면 오빠인가 보다 하고...

/강아지를 소개하는 남철용 할아버지/
남철용 할아버지/
(강아지를 가리키며) 요놈은 이삐, 요거는 사랑이, 요거는 캔디
독신으로 살아오다 보니까, 나이가 먹다 보니까, 너무 외로워서 이 강아지들하고 같이 이렇게 의지하고. 애들 없으면 못 살 거 같아요. 너무 외로워가지고...

강아지들과 외출을 준비하는 남철용 할아버지.

기자/
선생님 그 봉지는 뭐에요?

남철용 할아버지/
(강아지들이) 대변 보면 주워 가지고 여기다 담아야지. 길 건너서 정육점에 얘들 고기 살 때 항상 거기서 사거든, 거기 가서 고기 좀 사고. 정육점에...

남철용 할아버지는 기초생활수급자로 근근이 생활합니다.

한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할아버지에게는, 고기 사러 가는 일조차 쉽지 않습니다.

남철용 할아버지/
나이도 이제 85세 됐으니까. 눈까지 이렇게 잘 안 보이고 하니까. 어디 마음대로 다닐 수도 없고 ...

자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위태로워 보이는 할아버지.

도로 곳곳이 위험 천지입니다.

정육점에 도착한 할아버지

남철용 할아버지/
소고기 만 원어치만 줘. 강아지들 먹일 거.

김진영 (정육점 직원)/
갈아 드려요? 다져 드릴까요?

남철용 할아버지/
그때처럼 잘라서.

계산을 하려는 남철용 할아버지.

하지만, 지갑이 없습니다.

남철용 할아버지/
아이고 내가 옷을 바꿔입고 와서. 선생님 내가 옷을 바꿔 입고 오면서 카드고 뭐고 아무것도 안 갖고 왔네.

기자/
그럼 제 카드로 할게요.

김진영(정육점 직원)/
아니면 다음에 오실 때 주세요.

지갑을 두고 온 할아버지를 대신해 취재진이 고깃값을 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계산을 마쳤습니다.

나온 김에 강아지 새 단장도 시켜볼 참입니다.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에겐, 작은 계단을 오르는 일조차 쉽지 않습니다.

강아지 미용사/
(강아지 미용하며 강아지에게 하는 말)
이거 해야 돼, 여기가 엉켰어

미용실 한켠에선 할아버지가 휴대전화를 꺼내 듭니다.

휴대전화 안에는 그동안 키웠던 강아지들의 사진이 가득합니다.

남철용 할아버지/
해피야 미안하다. 아이고. 보고 싶어서. 해피, 하늘나라에 가서 잘 있어야 돼 다음에 아빠가 가서 보게. 사랑해.

할아버지의 삶은 줄곧 혼자였습니다.

지금 와서 보니 자식 없이 일찍 이혼했던 삶이 후회된다는 할아버지.

남철용 할아버지/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 빨리해야 돼. 결혼 빨리해서 자식은 빨리 가져야지.

기자/
약간 좀 후회되세요?

남철용 할아버지/
응 후회돼. 외로우니까 옆에 누가 말할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어떻게 좀 있으면. 근데 그게 되나 그게 다 세상 자기 살기 바쁘니까.

한 시간여 만에 새 단장이 끝났습니다.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할아버지.

손에 들려 있던 고기 봉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기자/
(통화 장면)
선생님 저 아까 조금 전에 뵈었던 KBS 방준원 기자인데요. 혹시 사무실에? 아~ 이따가 혹시 들어가셔서. 쇼파에 어르신이 고기 사신 걸 두고 오신 거 같아서요. 혹시나 있으면, 고기요 고기. 아까 사셨는데. 혹시 쇼파에 있는지만 한 번 네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남철용 할아버지/
정신이 이렇게 없다니까...

2시간 전

동네 가게 앞에 앉아 있을 때만 해도 고기 봉지는 할아버지 손에 있었습니다.

5분여를 이곳에서 머문 할아버지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고

이후, 차에 탑승하는 과정에서 고기 봉지를 길가에 두고 온 겁니다.

기자/
어르신 이거 고기랑 찾았어요.

요양보호사/
내가 갖고 왔어요.

기자/
어디서요?

요양보호사/
큰길에.

기자/
아 가다 보신 거에요?

남철용 할아버지/
누가 안 집어가고 이걸 어떻게 찾았네.

고기 봉지는 할아버지를 돌봐주는 요양보호사가 길에서 우연히 발견해 가져왔습니다.

우리나라에 혼자 사는 치매 환자는 얼마나 될까.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인구의 고령화 때문에 어르신 인구가 내년이면 천만 명이 되고요. 고령화에 따라서 치매 유병률도 굉장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독거 어르신이 지금 한 100만 명 이상을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이 30~40% 됩니다.

치매는 다른 어떤 질환보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질환입니다.

허준수 교수/
사람을 만나고 그다음에 가족들과 대화를 하게 되면 (증상을) 완화 시킬 수 있는 그런 확률이 높은데 혼자 사시면 굉장히 고립되고 외롭고, 사람을 안 만나고 그러면 이 치매 증상의 어떤 이완 속도가 더 빨라질 수밖에 없죠.

치매 환자가 혼자 살면, 많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허준수 교수/
밖에 나가셨는데 집을 찾지 못하는 점이라든지, 주방기기를 켰는지 껐는지 모르고 외출해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하고...

하루 종일 멍하니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할머니.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밖에 나갈 수 없습니다.

할머니와 치매안심센터 직원들의 인연은 3년 전에 시작됐습니다.

조선경 포항 남구치매안심센터 주무관
어르신 거주 지역에 파출소장님께서 직접 전화가 왔고요. 어르신 고령인데 치매도 있는 걸 알고 계셨고 주변 사람들이 도움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르신이 자꾸 훔쳐갔다고 그러고. 통장이 없어졌다 돈이 없어졌다 하니까 도와주시는 분들이 이래서는 안 되겠다, 어르신이 가족이 없으니까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저한테 직접 의뢰가 오셨어요.

오늘은 할머니를 모시고 바다에 가기로 했습니다.

조선경 주무관/
할머니 바다 언제 봤어요?

김소방 할머니/
부산 살 때 봤어.

조선경 주무관/
부산 살 때 보고, 그러면 바다 안 본 지가 어느 정도 됐어요? 몇십 년 됐겠어요.

김소방 할머니/
내가 여기 온 지가, 한 마흔 살에 왔나.

조선경 주무관/
마흔 살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바다 안 보셨어요?

김소방 할머니/
안 가봤어.

조선경 주무관/
바다 보고 싶으시겠네요.

김소방 할머니/
보고 싶으면 뭐하나?

자연스러운 대화

하지만 할머니는 한 번씩 돌변합니다.

김소방 할머니/
뭐 하려고 나를 끌고 가나. 갖다 죽이려고?

조선경 주무관/
아니요. 바람 쐬러 가요.

그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의심은 사라집니다.

치매안심센터 직원이 함께하지만, 할머니의 외출은 순탄치 않습니다.

현관문을 잠가야 하는 할머니.

김소방 할머니/
열쇠 찾아야지.

조선경 주무관/
열쇠가 따로 없는데요. 어르신.

집안에 서랍이란 서랍은 모두 열어봅니다.

현관문 옆 신발장도 열어 보고..

그렇게 20여 분이 지났습니다.

결국, 후견인이 만약을 대비해 갖고 있던 집 열쇠를 할머니에게 쥐여줍니다.

조선경 주무관/
어르신 혹시 이거 아닐까요?

외출 전부터 진을 뺀 할머니...

목이 말라 물 한 잔 마시는데..

그새 방금 전 일들이 할머니 머릿속에서 또 사라졌습니다.

김소방 할머니/
나 열쇠 찾아야 돼

조선경 주무관/
열쇠 아까 찾았어요. 여기 주머니에요.

결국, 30여분이나 지나 간신히 차에 올랐습니다

할머니께 3주 전에도 할머니를 찾았던 취재진을 기억하는지 물어봤습니다.

기자/
감독님이랑 저 왔던 거 기억나세요?

김소방 할머니/
기억을 모르겠어. 잊어버렸어.

기자/
잊어버리셨어요? 그러실 수도 있죠.

김소방 할머니/
사람을 자세히 안 보고, 누가 둘이 왔는 거 같다고 그랬지. 친척이 아니고, 나는 친척이 없거든. 사람 만나기가 힘들어.

기자/
심심하지 않으세요?

김소방 할머니/
혼자 살고 혼자 죽고 그래야지.

기자/
심심하지 않으세요?

김소방 할머니/
안 심심해요.

기자/
혼자 TV 보시고?

김소방 할머니/
TV 보고 혼자 자다가 울다가.

기자/
우신다고요?

김소방 할머니/
슬플 때가 많아요. 아들 생각도 나고.

그렇게 도착한 바다.

할머니는 몇십 년 만에 바다를 봅니다.

김소방 할머니/
갈매기야~ 갈매기야~너마저 나를 버리고 가나. 갈매기야~

오래간만에 외출에 할머니도 신이 났습니다.

하지만 이내, 먼저 떠난 아들이 생각난 할머니.

김소방 할머니/
00아 엄마다. 엄마가 보고 싶어 하는데 왜 안 보이나. 아들아 내 아들아. 00아 엄마 잘살고 있다. 걱정하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라. 엄마 걱정하지 말아라.

짧은 외출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할머니는 그새, 취재진을 또 잊었습니다.

김소방 할머니/
나를 어떻게 알고, 어디서 데려왔어요? 길가에서 데리고 왔어요?

기자/
댁에서 같이 출발했어요.

김소방 할머니/
우리 집까지 와서 데리고 왔다고? 왜?

기자/
할머니랑 바다 구경하려고요.

김소방 할머니/
나를 어떻게 알고 데려왔을까.

외출을 마친 뒤 다시 돌아온 집

김소방 할머니/
잘 갔다 왔습니다. 누가 계십니까?

할머니는 이내 다시 혼자가 됐습니다.

맹물에 떡만 몇 개 넣고 저녁을 준비합니다.

아무도 곁에 없는 시간.

오늘 하루는 할머니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조선경 주무관/
오늘 아마 촬영한 걸 다 잊어버리실 거예요. 남자가 왔다 갔다 뭐 이 정도는 기억할 수 있지만 지금 전혀 기억을 못해요.

기자/
제가 저번 주에 전화를 드렸었거든요. 근데 기억을 못 하시네요.

조선경 주무관/
안 왔다 그러고, 모른다 그러고, 확연하게 떨어지는 생각이 들거든요.

3월 11일 대략 한 달 만에 남철용 할아버지의 집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기자/
어르신, 안녕하세요

할아버지는 한 달여 동안 어떻게 지내셨을까?

남철용 할아버지/
너무 힘들었어요. 그 동생 때문에 마음 적으로도 힘들었고 너무 힘들었어요. 이제 누가 아는 사람으로 해 가지고 요양원에 그제 갖다가 맡겨 놓고...

하나밖에 없는 치매 환자인 여동생이 오갈 데가 없어지면서 일주일 정도 할아버지 집에 머물렀습니다.

남철용 할아버지/
저녁 몇 시간마다 깨 가지고 소변 같은 거, 대변 같은 거 봐야 되면 내가 다 처리해 줘야 되고, 내가 없으면 아무 데나 대변하니까 아무 데나 그러니까 내가 항상 있어야 되니까요.

치매 환자가 치매 환자를 돌봐야 했던 상황

기자/
동생분 오셨을 때 가장 힘든 건 어떤 점이었어요?

남철용 할아버지/
힘든 것은 잠을 못 자니까 힘들죠. 하루도 떨어질 수가 없어요. 혼자 둘 수가 없으니까 혼자 둘 수가 없으니까 항상 나하고 있어야지 그리고 이제 정신이 오락가락하니까 이제 옛날 얘기를 자꾸 옛날 얘기만 자꾸 이렇게 얘기를 하고 하니까 얘기도 받아줘야 되고 그러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치매 환자 중 동거인이 치매 환자인 경우는
2021년 1,951명
2022년 2,711명
2023년 2,890명으로
매년 증가세에 있습니다.

[녹취]허준수 교수/
치매관리법도 있지만 어떻게 하면 이제 이 치매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좀 체계적으로 다 연결시킬까 이런 것들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별로 없고요. 외국에서는 이제 성년 후견인 제도를 통해서 아무도 돌볼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경우에 그 어르신이 의료적인 문제가 생긴다 그러면 의료 서비스를 좀 알아보고 연결시키고 어르신의 전체적인 일상 생활에 대해서 후견하는 그런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남철용 할아버지에게는 공공후견인이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할아버지를 찾습니다.

김대은 공공후견인/
선생님~ 오 해피, 예쁜이, 캔디 가자 들어가자.

김대은 씨는 2021년부터 남철용 할아버지의 후견인을 맡아 왔습니다.

공직 생활을 하다 은퇴한 뒤, 6년 전부터 공공후견인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남철용 할아버지가 필요로 하는 일들을 그때그때 도와줍니다.

김대은 공공후견인/
이사를 하게 됐는데 그런 것도 이제 계약하는 문제라든가 그러한 것들을 많이 돌봐주게 되죠.

남철용 할아버지와 같은 독거 치매 환자들은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합니다.

김대은 공공후견인/
당신 사는 데하고 옆에 사람이 전기 미터기가 같은 거예요. 저소득층 위험 가정, 이렇게 해서 도와주는 게 있는데 그럼 이분은 2만 원 이상을 정부에서 도와줬는데 당신이 내는 건 10만 원을 내는 거예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갖고 제가 이제 따지기 시작한 거죠.

김선주 서울 강동구치매안심센터 사회복지사/
보통은 자녀분들이 후견인이 되시거든요. 제3자가 후견인이 되는 건 공공후견인이어서 장애인 쪽이나 이제 치매 쪽 이런 분야에만 있는 거로 알고 있어요. (치매 어르신의 경우) 어르신을 지켜줄 가족이 없으시고, 있다고 하더라도 인연을 끊고 지내는 경우가 많으시기 때문에...

일흔 살 이영숙 씨.

김소방 할머니의 후견인입니다.

중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일하다 은퇴한 뒤 작년부터 후견인 생활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영숙 공공후견인/
우리 어르신 같은 경우는 처음에 제가 맡으니까 변기가 다 부서져 있고요. 지난번 얼마 전에는 그 보일러가 완전히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에요. 근데 보일러를 또 교체를 해드렸고요. 뭐 청소기 새로 또 고장 난 거 고쳤고요. 뭐 이런 과정들을 제가 해야 돼 살림살이를 살아줘야 하는...


이영숙 공공후견인/
오늘은 일어나 계시네 웬일로요.

홀로 사는 치매 환자 상당수는 납부 해야 할 공과금을 체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영숙 공공후견인/
(김소방 할머니 집 공과금 등이) 밀리고 한 거 있었죠. 약간 있긴 있었는데, 제가 되면서 다 처리했죠. 전부 다 자동이체 처리 다 해놨습니다. 관리비 뭐 그 다음에 요양비 이런 것들은 전부 자동이체로 했죠.

선의로 시작한 일...

하지만, 후견인에 익숙하지 않은 주변인들의 의심의 눈초리도 많았습니다.

이영숙 공공후견인
(제가 후견인을 맡기 전에) 이웃에서 어르신이 혼자밖에 없는 거 알고 도와주고 했는데 그분들조차 저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거예요. 후견인이 뭐야, 너는 뭔데 이 사람 통장도 갖고 가고 막 이러느냐, 하는 식으로요. 일단 통장 관리를 하니까 좀 의심했거든요. 쓱싹쓱싹 거리면서 돈 좀 훔쳐가는 거 아닌가 의심을 했는데...

전국에 가족이 없는 치매 환자를 돕는 공공후견인은 235명.

이들 대부분은 약간의 활동비만 받고, 자원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치매 환자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김대은 공공후견인/
차비도 안 돼요. 한 사람에 20만 원 한 달에. 두 사람 보면 30만 원이에요. 전에는 (세금) 8.8%인가 떼다가 요즘에는 줄여서 0. 몇 퍼센트인가 떼는데

치매안심센터는 복지부에게 예산을 받아 활동비를 지급합니다.

김선주 사회복지사/
후견인분들한테는 20만 원이 굉장히 좀 소액인데 또 여기서 세금도 제하고 드리다 보니까 소액이긴 한데 이 센터에서 봤을 때는 총 지금 다섯 분에게 지급을 하고 있거든요. 그럼 5분이면 100만 원이잖아요. 그럼 100만 원씩 한 달만 해 1년을 하면 1,200만 원이어서 이 사업비가 전국 규모로 봤을 때는 꽤 많이 이제 되고 있어서 그거를 많이 늘리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치매공공후견지원 사업 예산은 지난해 9억4천7백만 원에서 올해 9억4천6백만 원으로 1백만 원이 감소됐습니다.

그나마 후견인이 있는 독거 치매 환자들의 사정은 나은 편입니다.

행정당국에서 아예 발견하지 못해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는 독거 치매 환자도 많기 때문입니다.

독거 치매 환자 스스로가 행정 당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조선경 주무관/
아무래도 혼자 있는 분들은 치매가 있어도 진단 안 받을 확률도 많고 겉으로 드러낼 수도 없고 등록하러 오시기도 어렵기 때문에 좀 전체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척 등 이른바 연고가 전혀 없는 무연고 치매 환자들이 몇 명인지조차 파악돼 있지 않습니다.


허준수 교수/
독거 어르신 중에 홀몸 치매 노인 또는 무연고 치매 노인에 대한 전국적인 통계 조사는 진행된 적이 없고 꽤 많은 사람이 지역 사회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복지 제도는 신청주의입니다. 치매 증상이 있다고 그러면 그런 인지 기능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본인이 스스로 자기 문제에 도움이 되는 그런 정부의 서비스, 사회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에 신청을 할 수 없어서 그런 어떤 사각지대에 될 수 있는 그런 부분도 많습니다.

예전에 독거노인 전수조사를 한 것처럼 치매 어르신에 대해서 전수조사도 하고. 홀몸 무연고의 정도는 어떤지를 우선 파악을 해서 거기에 맞는 시설, 서비스, 인적 자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름을 써 보는 김소방 할머니/

김소방 할머니/
내가 못 배워 가지고 이름만 겨우 쓰지, 천천히 읽지를 못해요.

언젠가 자신의 이름조차 잊어 버릴지도 모를 김소방 할머니.

할머니에겐 한 가지 또렷한 계획이 있습니다.

세상을 떠날 때 모든 재산을 학교에 기부하겠다는 겁니다.

김소방 할머니/
내가 못 배워서 못 배운 아들 공부시키려고, (내가) 공부를 못 했어...

남철용 할아버지는 사랑하는 강아지 캔디를, 입양 보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남철용 할아버지/
가슴이 너무 아파요. 입양 한 번씩 보내려면. 나도 이제 애들이, 모르겠어 몇 년이나 더, 이제 치매가 더 심해지면 얘들을 내가 돌볼 수가 없을 거 같아요.

2023년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독거 치매 환자는 19만 4,382명이다.
2년 전보다 20%가량 늘었다.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되지 않은 치매 환자를 포함하면 3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연고가 전혀 없는 독거 치매 환자에 대해선 통계조차 없다.



취재기자: 방준원
촬영: 조선기 강우용
영상편집: 강정희 김태형
그래픽: 장수현
리서처: 김경찬 김보현
조연출: 유화영 김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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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보다] 치매 환자로 홀로 산다는 것
    • 입력 2024-04-14 23:12:30
    사회
[더보다 8회]치매 환자로 홀로 산다는 것

<경북 포항>

아침이 밝았지만, 시계는 멈춰있는 할머니의 집

기자/
할머니 성함은 어떻게 되세요?

김소방 할머니/
김소방.

기자/
연세는 어떻게 되세요?

김소방 할머니/
95살인가, 뱀띠. 일본 시대에 태어났으니까. 그냥 사는 게 뭐 이래 나이가 아흔 몇 살 먹도록 살았습니다.

방 두 개짜리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김소방 할머니.

기자/
이 동네에서는 그럼 몇 년 사신 거예요?

김소방 할머니/
오래됐어요. 아파트 이사 온 지가...오래됐어요. 처음에 어디서 살았나..오래돼서 잊어버렸다.

나이도, 삶의 궤적도 모든 게 흐릿하지만 잊을 수 없는 존재가 하나 있습니다.

김소방 할머니/
부산에 있을 때 청소하러 다니고 그랬어. 텍사스촌에서 아가씨들 청소해 주고 그랬어. 우리 아들 공부시키고, 배정고등학교 나왔어. 우리 아들이...

남편 없이 아들과 함께 살아온 할머니.

유일한 피붙이이자 자랑이었던 그 아들이 몇 년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소방 할머니/
40살 먹어 가지고 죽었어요. 군대 갔다 와 가지고, 아들이 포항 와서 포항제철 협력업체 다니다가. 아들 이름이 오00입니다.

기자/
말고는 가족이 없으세요?

김소방 할머니/
없어요. 아들이 장가 안 가고 그냥 갔어.

아들이 가버린 뒤 혼자 남겨진 할머니를 찾아온 건, 치매였습니다.

치매는 불쑥불쑥 찾아와 할머니를 괴롭힙니다.

김소방 할머니/
(TV 한번 틀어보세요)
왜 그러세요. 내 어디 갖다가 내버리려고?
안 내버려요.


<서울 강동구>

기자/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남철용 할아버지/
저는 남철용이고, 나이는 85세....(말을 못 하고 생각해 내려 애쓰는 모습)

기자/
뭐 천천히 생각나는 대로 말해주세요. 간단히. 치매 판정을 받으신 건 몇 년 전이에요?

남철용 할아버지/
오래됐어요. 한 10년 됐나, 10년 좀 넘었는가 봐요.

혼자 사는 남철용 할아버지는 경증 치매 환자입니다.

하지만 할아버지에게도 병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남철용 할아버지/
전화를 받으면, 전화를 받으면 받을 때 그때뿐이에요. 끊고 나면 어디서 전화 온 것도 까맣게 잊어 먹어요. 기억이 안 나요. 기억이 안 나고. 이제 어 다리, 다리 같은 데도 밑으로 아래로 너무 아파서 신발을, 왼쪽 다리 신발이 벗겨져서, 벗겨진 줄도 모르고 걸어가고 그러니까는 될 수 있으면 그냥 집에 있고...

전 세계를 돌며 공연을 했던, 누구보다 화려했던 삶도 하루하루 잊혀져 갑니다.

남철용 할아버지/
이게 이주일 씨. 극장 쇼 할 때. 극장 쇼 할 때 같이 오래서, 아이고 나보고, 형 담배 피우지 마세요. 내가 담배 피워서 이렇게 돼서 내일 모레 갈지 언제 갈지 몰라요. 그러면서 아이고 담배 피우지 마세요.
이건 84년도에 일본 교포 위문 가서.

기자/
일본에 가기가 이때는, 해외 나가는 게 쉽지 않았을 때 같은데요.

남철용 할아버지/
엄청 힘들었어요. 여권 내기도 힘들지만 비자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어요.

가장 힘든 건 의지할 가족 하나 없다는 사실입니다.

기자/
결혼은 안 하셨나요?

남철용 할아버지/
한 번 결혼해서 한 번 실패하고 뒤로는 하지 않고 그냥 혼자...

기자/
이혼하시고, 자녀는 없으시고요?

남철용 할아버지/
예. 자녀 없어요.

기자/
동생이 한 분 계시다고 들었어요.

남철용 할아버지/
동생도 나이가 80이 됐으니까, 치매가. 동생도 치매고 그러니까, 대화해도 몰라요. 오빠라고 그러면 오빠인가 보다 하고...

/강아지를 소개하는 남철용 할아버지/
남철용 할아버지/
(강아지를 가리키며) 요놈은 이삐, 요거는 사랑이, 요거는 캔디
독신으로 살아오다 보니까, 나이가 먹다 보니까, 너무 외로워서 이 강아지들하고 같이 이렇게 의지하고. 애들 없으면 못 살 거 같아요. 너무 외로워가지고...

강아지들과 외출을 준비하는 남철용 할아버지.

기자/
선생님 그 봉지는 뭐에요?

남철용 할아버지/
(강아지들이) 대변 보면 주워 가지고 여기다 담아야지. 길 건너서 정육점에 얘들 고기 살 때 항상 거기서 사거든, 거기 가서 고기 좀 사고. 정육점에...

남철용 할아버지는 기초생활수급자로 근근이 생활합니다.

한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할아버지에게는, 고기 사러 가는 일조차 쉽지 않습니다.

남철용 할아버지/
나이도 이제 85세 됐으니까. 눈까지 이렇게 잘 안 보이고 하니까. 어디 마음대로 다닐 수도 없고 ...

자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위태로워 보이는 할아버지.

도로 곳곳이 위험 천지입니다.

정육점에 도착한 할아버지

남철용 할아버지/
소고기 만 원어치만 줘. 강아지들 먹일 거.

김진영 (정육점 직원)/
갈아 드려요? 다져 드릴까요?

남철용 할아버지/
그때처럼 잘라서.

계산을 하려는 남철용 할아버지.

하지만, 지갑이 없습니다.

남철용 할아버지/
아이고 내가 옷을 바꿔입고 와서. 선생님 내가 옷을 바꿔 입고 오면서 카드고 뭐고 아무것도 안 갖고 왔네.

기자/
그럼 제 카드로 할게요.

김진영(정육점 직원)/
아니면 다음에 오실 때 주세요.

지갑을 두고 온 할아버지를 대신해 취재진이 고깃값을 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계산을 마쳤습니다.

나온 김에 강아지 새 단장도 시켜볼 참입니다.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에겐, 작은 계단을 오르는 일조차 쉽지 않습니다.

강아지 미용사/
(강아지 미용하며 강아지에게 하는 말)
이거 해야 돼, 여기가 엉켰어

미용실 한켠에선 할아버지가 휴대전화를 꺼내 듭니다.

휴대전화 안에는 그동안 키웠던 강아지들의 사진이 가득합니다.

남철용 할아버지/
해피야 미안하다. 아이고. 보고 싶어서. 해피, 하늘나라에 가서 잘 있어야 돼 다음에 아빠가 가서 보게. 사랑해.

할아버지의 삶은 줄곧 혼자였습니다.

지금 와서 보니 자식 없이 일찍 이혼했던 삶이 후회된다는 할아버지.

남철용 할아버지/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 빨리해야 돼. 결혼 빨리해서 자식은 빨리 가져야지.

기자/
약간 좀 후회되세요?

남철용 할아버지/
응 후회돼. 외로우니까 옆에 누가 말할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어떻게 좀 있으면. 근데 그게 되나 그게 다 세상 자기 살기 바쁘니까.

한 시간여 만에 새 단장이 끝났습니다.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할아버지.

손에 들려 있던 고기 봉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기자/
(통화 장면)
선생님 저 아까 조금 전에 뵈었던 KBS 방준원 기자인데요. 혹시 사무실에? 아~ 이따가 혹시 들어가셔서. 쇼파에 어르신이 고기 사신 걸 두고 오신 거 같아서요. 혹시나 있으면, 고기요 고기. 아까 사셨는데. 혹시 쇼파에 있는지만 한 번 네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남철용 할아버지/
정신이 이렇게 없다니까...

2시간 전

동네 가게 앞에 앉아 있을 때만 해도 고기 봉지는 할아버지 손에 있었습니다.

5분여를 이곳에서 머문 할아버지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고

이후, 차에 탑승하는 과정에서 고기 봉지를 길가에 두고 온 겁니다.

기자/
어르신 이거 고기랑 찾았어요.

요양보호사/
내가 갖고 왔어요.

기자/
어디서요?

요양보호사/
큰길에.

기자/
아 가다 보신 거에요?

남철용 할아버지/
누가 안 집어가고 이걸 어떻게 찾았네.

고기 봉지는 할아버지를 돌봐주는 요양보호사가 길에서 우연히 발견해 가져왔습니다.

우리나라에 혼자 사는 치매 환자는 얼마나 될까.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인구의 고령화 때문에 어르신 인구가 내년이면 천만 명이 되고요. 고령화에 따라서 치매 유병률도 굉장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독거 어르신이 지금 한 100만 명 이상을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이 30~40% 됩니다.

치매는 다른 어떤 질환보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질환입니다.

허준수 교수/
사람을 만나고 그다음에 가족들과 대화를 하게 되면 (증상을) 완화 시킬 수 있는 그런 확률이 높은데 혼자 사시면 굉장히 고립되고 외롭고, 사람을 안 만나고 그러면 이 치매 증상의 어떤 이완 속도가 더 빨라질 수밖에 없죠.

치매 환자가 혼자 살면, 많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허준수 교수/
밖에 나가셨는데 집을 찾지 못하는 점이라든지, 주방기기를 켰는지 껐는지 모르고 외출해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하고...

하루 종일 멍하니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할머니.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밖에 나갈 수 없습니다.

할머니와 치매안심센터 직원들의 인연은 3년 전에 시작됐습니다.

조선경 포항 남구치매안심센터 주무관
어르신 거주 지역에 파출소장님께서 직접 전화가 왔고요. 어르신 고령인데 치매도 있는 걸 알고 계셨고 주변 사람들이 도움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르신이 자꾸 훔쳐갔다고 그러고. 통장이 없어졌다 돈이 없어졌다 하니까 도와주시는 분들이 이래서는 안 되겠다, 어르신이 가족이 없으니까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저한테 직접 의뢰가 오셨어요.

오늘은 할머니를 모시고 바다에 가기로 했습니다.

조선경 주무관/
할머니 바다 언제 봤어요?

김소방 할머니/
부산 살 때 봤어.

조선경 주무관/
부산 살 때 보고, 그러면 바다 안 본 지가 어느 정도 됐어요? 몇십 년 됐겠어요.

김소방 할머니/
내가 여기 온 지가, 한 마흔 살에 왔나.

조선경 주무관/
마흔 살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바다 안 보셨어요?

김소방 할머니/
안 가봤어.

조선경 주무관/
바다 보고 싶으시겠네요.

김소방 할머니/
보고 싶으면 뭐하나?

자연스러운 대화

하지만 할머니는 한 번씩 돌변합니다.

김소방 할머니/
뭐 하려고 나를 끌고 가나. 갖다 죽이려고?

조선경 주무관/
아니요. 바람 쐬러 가요.

그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의심은 사라집니다.

치매안심센터 직원이 함께하지만, 할머니의 외출은 순탄치 않습니다.

현관문을 잠가야 하는 할머니.

김소방 할머니/
열쇠 찾아야지.

조선경 주무관/
열쇠가 따로 없는데요. 어르신.

집안에 서랍이란 서랍은 모두 열어봅니다.

현관문 옆 신발장도 열어 보고..

그렇게 20여 분이 지났습니다.

결국, 후견인이 만약을 대비해 갖고 있던 집 열쇠를 할머니에게 쥐여줍니다.

조선경 주무관/
어르신 혹시 이거 아닐까요?

외출 전부터 진을 뺀 할머니...

목이 말라 물 한 잔 마시는데..

그새 방금 전 일들이 할머니 머릿속에서 또 사라졌습니다.

김소방 할머니/
나 열쇠 찾아야 돼

조선경 주무관/
열쇠 아까 찾았어요. 여기 주머니에요.

결국, 30여분이나 지나 간신히 차에 올랐습니다

할머니께 3주 전에도 할머니를 찾았던 취재진을 기억하는지 물어봤습니다.

기자/
감독님이랑 저 왔던 거 기억나세요?

김소방 할머니/
기억을 모르겠어. 잊어버렸어.

기자/
잊어버리셨어요? 그러실 수도 있죠.

김소방 할머니/
사람을 자세히 안 보고, 누가 둘이 왔는 거 같다고 그랬지. 친척이 아니고, 나는 친척이 없거든. 사람 만나기가 힘들어.

기자/
심심하지 않으세요?

김소방 할머니/
혼자 살고 혼자 죽고 그래야지.

기자/
심심하지 않으세요?

김소방 할머니/
안 심심해요.

기자/
혼자 TV 보시고?

김소방 할머니/
TV 보고 혼자 자다가 울다가.

기자/
우신다고요?

김소방 할머니/
슬플 때가 많아요. 아들 생각도 나고.

그렇게 도착한 바다.

할머니는 몇십 년 만에 바다를 봅니다.

김소방 할머니/
갈매기야~ 갈매기야~너마저 나를 버리고 가나. 갈매기야~

오래간만에 외출에 할머니도 신이 났습니다.

하지만 이내, 먼저 떠난 아들이 생각난 할머니.

김소방 할머니/
00아 엄마다. 엄마가 보고 싶어 하는데 왜 안 보이나. 아들아 내 아들아. 00아 엄마 잘살고 있다. 걱정하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라. 엄마 걱정하지 말아라.

짧은 외출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할머니는 그새, 취재진을 또 잊었습니다.

김소방 할머니/
나를 어떻게 알고, 어디서 데려왔어요? 길가에서 데리고 왔어요?

기자/
댁에서 같이 출발했어요.

김소방 할머니/
우리 집까지 와서 데리고 왔다고? 왜?

기자/
할머니랑 바다 구경하려고요.

김소방 할머니/
나를 어떻게 알고 데려왔을까.

외출을 마친 뒤 다시 돌아온 집

김소방 할머니/
잘 갔다 왔습니다. 누가 계십니까?

할머니는 이내 다시 혼자가 됐습니다.

맹물에 떡만 몇 개 넣고 저녁을 준비합니다.

아무도 곁에 없는 시간.

오늘 하루는 할머니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조선경 주무관/
오늘 아마 촬영한 걸 다 잊어버리실 거예요. 남자가 왔다 갔다 뭐 이 정도는 기억할 수 있지만 지금 전혀 기억을 못해요.

기자/
제가 저번 주에 전화를 드렸었거든요. 근데 기억을 못 하시네요.

조선경 주무관/
안 왔다 그러고, 모른다 그러고, 확연하게 떨어지는 생각이 들거든요.

3월 11일 대략 한 달 만에 남철용 할아버지의 집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기자/
어르신, 안녕하세요

할아버지는 한 달여 동안 어떻게 지내셨을까?

남철용 할아버지/
너무 힘들었어요. 그 동생 때문에 마음 적으로도 힘들었고 너무 힘들었어요. 이제 누가 아는 사람으로 해 가지고 요양원에 그제 갖다가 맡겨 놓고...

하나밖에 없는 치매 환자인 여동생이 오갈 데가 없어지면서 일주일 정도 할아버지 집에 머물렀습니다.

남철용 할아버지/
저녁 몇 시간마다 깨 가지고 소변 같은 거, 대변 같은 거 봐야 되면 내가 다 처리해 줘야 되고, 내가 없으면 아무 데나 대변하니까 아무 데나 그러니까 내가 항상 있어야 되니까요.

치매 환자가 치매 환자를 돌봐야 했던 상황

기자/
동생분 오셨을 때 가장 힘든 건 어떤 점이었어요?

남철용 할아버지/
힘든 것은 잠을 못 자니까 힘들죠. 하루도 떨어질 수가 없어요. 혼자 둘 수가 없으니까 혼자 둘 수가 없으니까 항상 나하고 있어야지 그리고 이제 정신이 오락가락하니까 이제 옛날 얘기를 자꾸 옛날 얘기만 자꾸 이렇게 얘기를 하고 하니까 얘기도 받아줘야 되고 그러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치매 환자 중 동거인이 치매 환자인 경우는
2021년 1,951명
2022년 2,711명
2023년 2,890명으로
매년 증가세에 있습니다.

[녹취]허준수 교수/
치매관리법도 있지만 어떻게 하면 이제 이 치매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좀 체계적으로 다 연결시킬까 이런 것들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별로 없고요. 외국에서는 이제 성년 후견인 제도를 통해서 아무도 돌볼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경우에 그 어르신이 의료적인 문제가 생긴다 그러면 의료 서비스를 좀 알아보고 연결시키고 어르신의 전체적인 일상 생활에 대해서 후견하는 그런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남철용 할아버지에게는 공공후견인이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할아버지를 찾습니다.

김대은 공공후견인/
선생님~ 오 해피, 예쁜이, 캔디 가자 들어가자.

김대은 씨는 2021년부터 남철용 할아버지의 후견인을 맡아 왔습니다.

공직 생활을 하다 은퇴한 뒤, 6년 전부터 공공후견인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남철용 할아버지가 필요로 하는 일들을 그때그때 도와줍니다.

김대은 공공후견인/
이사를 하게 됐는데 그런 것도 이제 계약하는 문제라든가 그러한 것들을 많이 돌봐주게 되죠.

남철용 할아버지와 같은 독거 치매 환자들은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합니다.

김대은 공공후견인/
당신 사는 데하고 옆에 사람이 전기 미터기가 같은 거예요. 저소득층 위험 가정, 이렇게 해서 도와주는 게 있는데 그럼 이분은 2만 원 이상을 정부에서 도와줬는데 당신이 내는 건 10만 원을 내는 거예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갖고 제가 이제 따지기 시작한 거죠.

김선주 서울 강동구치매안심센터 사회복지사/
보통은 자녀분들이 후견인이 되시거든요. 제3자가 후견인이 되는 건 공공후견인이어서 장애인 쪽이나 이제 치매 쪽 이런 분야에만 있는 거로 알고 있어요. (치매 어르신의 경우) 어르신을 지켜줄 가족이 없으시고, 있다고 하더라도 인연을 끊고 지내는 경우가 많으시기 때문에...

일흔 살 이영숙 씨.

김소방 할머니의 후견인입니다.

중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일하다 은퇴한 뒤 작년부터 후견인 생활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영숙 공공후견인/
우리 어르신 같은 경우는 처음에 제가 맡으니까 변기가 다 부서져 있고요. 지난번 얼마 전에는 그 보일러가 완전히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에요. 근데 보일러를 또 교체를 해드렸고요. 뭐 청소기 새로 또 고장 난 거 고쳤고요. 뭐 이런 과정들을 제가 해야 돼 살림살이를 살아줘야 하는...


이영숙 공공후견인/
오늘은 일어나 계시네 웬일로요.

홀로 사는 치매 환자 상당수는 납부 해야 할 공과금을 체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영숙 공공후견인/
(김소방 할머니 집 공과금 등이) 밀리고 한 거 있었죠. 약간 있긴 있었는데, 제가 되면서 다 처리했죠. 전부 다 자동이체 처리 다 해놨습니다. 관리비 뭐 그 다음에 요양비 이런 것들은 전부 자동이체로 했죠.

선의로 시작한 일...

하지만, 후견인에 익숙하지 않은 주변인들의 의심의 눈초리도 많았습니다.

이영숙 공공후견인
(제가 후견인을 맡기 전에) 이웃에서 어르신이 혼자밖에 없는 거 알고 도와주고 했는데 그분들조차 저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거예요. 후견인이 뭐야, 너는 뭔데 이 사람 통장도 갖고 가고 막 이러느냐, 하는 식으로요. 일단 통장 관리를 하니까 좀 의심했거든요. 쓱싹쓱싹 거리면서 돈 좀 훔쳐가는 거 아닌가 의심을 했는데...

전국에 가족이 없는 치매 환자를 돕는 공공후견인은 235명.

이들 대부분은 약간의 활동비만 받고, 자원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치매 환자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김대은 공공후견인/
차비도 안 돼요. 한 사람에 20만 원 한 달에. 두 사람 보면 30만 원이에요. 전에는 (세금) 8.8%인가 떼다가 요즘에는 줄여서 0. 몇 퍼센트인가 떼는데

치매안심센터는 복지부에게 예산을 받아 활동비를 지급합니다.

김선주 사회복지사/
후견인분들한테는 20만 원이 굉장히 좀 소액인데 또 여기서 세금도 제하고 드리다 보니까 소액이긴 한데 이 센터에서 봤을 때는 총 지금 다섯 분에게 지급을 하고 있거든요. 그럼 5분이면 100만 원이잖아요. 그럼 100만 원씩 한 달만 해 1년을 하면 1,200만 원이어서 이 사업비가 전국 규모로 봤을 때는 꽤 많이 이제 되고 있어서 그거를 많이 늘리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치매공공후견지원 사업 예산은 지난해 9억4천7백만 원에서 올해 9억4천6백만 원으로 1백만 원이 감소됐습니다.

그나마 후견인이 있는 독거 치매 환자들의 사정은 나은 편입니다.

행정당국에서 아예 발견하지 못해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는 독거 치매 환자도 많기 때문입니다.

독거 치매 환자 스스로가 행정 당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조선경 주무관/
아무래도 혼자 있는 분들은 치매가 있어도 진단 안 받을 확률도 많고 겉으로 드러낼 수도 없고 등록하러 오시기도 어렵기 때문에 좀 전체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척 등 이른바 연고가 전혀 없는 무연고 치매 환자들이 몇 명인지조차 파악돼 있지 않습니다.


허준수 교수/
독거 어르신 중에 홀몸 치매 노인 또는 무연고 치매 노인에 대한 전국적인 통계 조사는 진행된 적이 없고 꽤 많은 사람이 지역 사회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복지 제도는 신청주의입니다. 치매 증상이 있다고 그러면 그런 인지 기능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본인이 스스로 자기 문제에 도움이 되는 그런 정부의 서비스, 사회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에 신청을 할 수 없어서 그런 어떤 사각지대에 될 수 있는 그런 부분도 많습니다.

예전에 독거노인 전수조사를 한 것처럼 치매 어르신에 대해서 전수조사도 하고. 홀몸 무연고의 정도는 어떤지를 우선 파악을 해서 거기에 맞는 시설, 서비스, 인적 자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름을 써 보는 김소방 할머니/

김소방 할머니/
내가 못 배워 가지고 이름만 겨우 쓰지, 천천히 읽지를 못해요.

언젠가 자신의 이름조차 잊어 버릴지도 모를 김소방 할머니.

할머니에겐 한 가지 또렷한 계획이 있습니다.

세상을 떠날 때 모든 재산을 학교에 기부하겠다는 겁니다.

김소방 할머니/
내가 못 배워서 못 배운 아들 공부시키려고, (내가) 공부를 못 했어...

남철용 할아버지는 사랑하는 강아지 캔디를, 입양 보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남철용 할아버지/
가슴이 너무 아파요. 입양 한 번씩 보내려면. 나도 이제 애들이, 모르겠어 몇 년이나 더, 이제 치매가 더 심해지면 얘들을 내가 돌볼 수가 없을 거 같아요.

2023년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독거 치매 환자는 19만 4,382명이다.
2년 전보다 20%가량 늘었다.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되지 않은 치매 환자를 포함하면 3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연고가 전혀 없는 독거 치매 환자에 대해선 통계조차 없다.



취재기자: 방준원
촬영: 조선기 강우용
영상편집: 강정희 김태형
그래픽: 장수현
리서처: 김경찬 김보현
조연출: 유화영 김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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