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농부의 죽음…“노예처럼 착취” 유서 [청년농부 절망보고서]①

입력 2024.04.15 (07:00) 수정 2024.04.1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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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지난 2월 경북 의성에서 20대 청년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이 청년은 결국 3월 초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SNS에 유서를 남겼는데 농촌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 담겨 있었습니다. KBS 대구방송총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오늘(15일)부터 나흘간 지역 청년 농부들이 처한 상황을 짚어보는 연속 보도를 전해드립니다 . 그가 언급한 '4-H'는 어떤 단체인지,농촌 물정에 어두운 청년을 대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부와 자치단체의 정책은 얼마나 마련돼 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봅니다.


■ 20대 청년 농부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세상을 등진 20대 청년 최모 씨는 대구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농고와 농대를 졸업하고 농업인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최 씨는 7년 전부터 외가가 있는 의성으로 이주해 자두·복숭아 농사 등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그가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가입한 청년 농업인 단체와의 갈등에서 비롯됐습니다.


최 씨는 유서에서 청년 농업인 학습·육성단체인 '의성군 4-H 연합회' 회장으로부터 노동착취와 괴롭힘, 부당한 업무 지시 등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유서에는 "(회장이) 4-H회와 무관한 개인 일까지 시키며, 단체 일이라며 무수한 업무를 주며 본업도 못하도록 만든다", "나의 일도 못 하고 그의 농장에서 노예처럼 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밤에 술 먹었던 거 다 계산해 주고 집에 데려다 주고 그걸 매일 반복을 하고 있고…회장네 집에 약 치는 것부터 풀 베는 거까지 다 얘가 하고 있더라고요. 차기 회장은 자기가 될 거라 생각을 했고, 그러니까 4-H에 완전 올인한 건데…거기다 개인적인 것까지 다 해줬는데 바보 된 느낌이 안 들었겠습니까?"
- 최 씨 어머니의 증언

유서엔 횡령과 보조금 부정수급 등을 폭로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4-H회를 통해 나에게 뒷돈을 만들게 하고 더러운 짓을 시켜 횡령하며 나에게 몇 푼 지어주거나 그 돈으로 밥을 먹으며 공범으로 몰아간다", "회비 인상을 통해 무수한 회원의 회비를 횡령했으며 의성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나오는 지원금 또한 회원들의 명의, 계좌를 도용하여 돈을 빼먹"었다, "의성군의 키즈카페를 의성 4-H 회로 위탁받아 4-H 운영비로 운영하며 나오는 수익을 가로챘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또, 회장의 지시로 업무를 하다 목뼈가 골절돼 장애 등급을 신청했다고도 말합니다.


"회장이 처음에는 '어머니 (사고와 관련해) 다 물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얘기했단 말이죠. 그런데 나중에는 말을 확 바꿉디다. 네가 잘못한 거니까 네가 책임을 져라는.. 미안하단 말 한마디라도 했으면 억울하지 않아요."
- 최 씨 어머니의 증언

유서에 지목된 회장은 오히려 최 씨가 횡령하는 등 유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반박했습니다.

"최 씨가 말한 게 사실이라면 저희 회원들도 지금 안 남아있고 다 나갔겠죠. 오히려 최 씨 때문에 회원들이 피해 본 게 많습니다. 최 씨가 잠수를 많이 탔거든요. 돈 쓴 거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안 알려주고 그런 부분이 많았어요. 그리고 저희가 횡령하거나 할 능력도 없고, 키즈카페 수익을 빼돌려 횡령한다 해도 20~30만 원인데 그걸 하겠습니까."
- 의성군 전 4-H 연합회장

경찰은 최 씨 사건과 관련해 횡령과 보조금 부정수급 등의 혐의로 수사에 나선 상황입니다.

다음 편에는 청년 농부 최 씨가 지목한 단체, 한국4-H회가 어떤 단체인지, 왜 귀농을 결심한 청년들은 이곳에 가입하는지,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짚어봅니다.

촬영기자 신상응 그래픽 인푸름 박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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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 농부의 죽음…“노예처럼 착취” 유서 [청년농부 절망보고서]①
    • 입력 2024-04-15 07:00:15
    • 수정2024-04-15 07: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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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지난 2월 경북 의성에서 20대 청년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이 청년은 결국 3월 초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SNS에 유서를 남겼는데 농촌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 담겨 있었습니다. KBS 대구방송총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오늘(15일)부터 나흘간 지역 청년 농부들이 처한 상황을 짚어보는 연속 보도를 전해드립니다 . 그가 언급한 '4-H'는 어떤 단체인지,농촌 물정에 어두운 청년을 대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부와 자치단체의 정책은 얼마나 마련돼 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봅니다.</strong><br />

■ 20대 청년 농부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세상을 등진 20대 청년 최모 씨는 대구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농고와 농대를 졸업하고 농업인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최 씨는 7년 전부터 외가가 있는 의성으로 이주해 자두·복숭아 농사 등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그가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가입한 청년 농업인 단체와의 갈등에서 비롯됐습니다.


최 씨는 유서에서 청년 농업인 학습·육성단체인 '의성군 4-H 연합회' 회장으로부터 노동착취와 괴롭힘, 부당한 업무 지시 등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유서에는 "(회장이) 4-H회와 무관한 개인 일까지 시키며, 단체 일이라며 무수한 업무를 주며 본업도 못하도록 만든다", "나의 일도 못 하고 그의 농장에서 노예처럼 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밤에 술 먹었던 거 다 계산해 주고 집에 데려다 주고 그걸 매일 반복을 하고 있고…회장네 집에 약 치는 것부터 풀 베는 거까지 다 얘가 하고 있더라고요. 차기 회장은 자기가 될 거라 생각을 했고, 그러니까 4-H에 완전 올인한 건데…거기다 개인적인 것까지 다 해줬는데 바보 된 느낌이 안 들었겠습니까?"
- 최 씨 어머니의 증언

유서엔 횡령과 보조금 부정수급 등을 폭로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4-H회를 통해 나에게 뒷돈을 만들게 하고 더러운 짓을 시켜 횡령하며 나에게 몇 푼 지어주거나 그 돈으로 밥을 먹으며 공범으로 몰아간다", "회비 인상을 통해 무수한 회원의 회비를 횡령했으며 의성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나오는 지원금 또한 회원들의 명의, 계좌를 도용하여 돈을 빼먹"었다, "의성군의 키즈카페를 의성 4-H 회로 위탁받아 4-H 운영비로 운영하며 나오는 수익을 가로챘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또, 회장의 지시로 업무를 하다 목뼈가 골절돼 장애 등급을 신청했다고도 말합니다.


"회장이 처음에는 '어머니 (사고와 관련해) 다 물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얘기했단 말이죠. 그런데 나중에는 말을 확 바꿉디다. 네가 잘못한 거니까 네가 책임을 져라는.. 미안하단 말 한마디라도 했으면 억울하지 않아요."
- 최 씨 어머니의 증언

유서에 지목된 회장은 오히려 최 씨가 횡령하는 등 유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반박했습니다.

"최 씨가 말한 게 사실이라면 저희 회원들도 지금 안 남아있고 다 나갔겠죠. 오히려 최 씨 때문에 회원들이 피해 본 게 많습니다. 최 씨가 잠수를 많이 탔거든요. 돈 쓴 거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안 알려주고 그런 부분이 많았어요. 그리고 저희가 횡령하거나 할 능력도 없고, 키즈카페 수익을 빼돌려 횡령한다 해도 20~30만 원인데 그걸 하겠습니까."
- 의성군 전 4-H 연합회장

경찰은 최 씨 사건과 관련해 횡령과 보조금 부정수급 등의 혐의로 수사에 나선 상황입니다.

다음 편에는 청년 농부 최 씨가 지목한 단체, 한국4-H회가 어떤 단체인지, 왜 귀농을 결심한 청년들은 이곳에 가입하는지,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짚어봅니다.

촬영기자 신상응 그래픽 인푸름 박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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