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홍보물 모으면 지구 두 바퀴”…‘선거 쓰레기’ 대안은?

입력 2024.04.15 (18:23) 수정 2024.04.1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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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선거 운동 기간 후보자들을 알리기 위한 현수막과 벽보, 공보물 많이 보셨을 겁니다.

이번 선거에 쓰인 벽보와 공보물을 한데 이으면 지구 두 바퀴를 넘게 돌 수 있는 분량이라고 하는데요.

선거 때 한번 쓰이고 버려지는 '선거 폐기물' 문제, 신현욱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신 기자, 현수막 철거 현장에 갔다고요.

수거량이 많던가요?

[기자]

제가 선거 다음 날 아침 서울 서대문구 일대의 수거 현장에 가봤습니다.

원칙대로라면 현수막을 게시한 정당에서 수거까지 책임져야 하는데요.

정당에 맡겨두면 수거가 빨리 이뤄지지 않기도 하고, 그 사이에 민원도 들어오다 보니 이렇게 구청에서 직접 수거에 나서는 곳들도 있습니다.

아침 7시부터 3시간 동안 작업이 진행됐는데 트럭 넉 대가 가득 찰 분량의 현수막이 수거됐습니다.

선거 공보물은 어떨까 궁금해 서울 영등포구 주택가를 돌아봤는데요.

선거가 끝났는데도 우편함에 아직 꽂혀있거나, 통째로 버려진 모습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이번 총선에는 얼마나 많은 홍보물이 쓰였나요?

[기자]

이번 총선에는 벽보 23만 부, 공보물 3억 2천만 부가 사용됐습니다.

현수막의 경우 정당에서 직접 게시하기 때문에 정확한 집계는 어려운 상황이고요.

이번 선거에 쓰인 벽보와 공보물을 한 줄로 이으면 얼마나 길까, 직접 계산해봤더니 약 9만 5천km입니다.

지구를 두 바퀴 넘게 돌 수 있는 길이인데요.

선거 공보물을 후보 한 명당 한 장, 최소한으로 썼을 때 기준입니다.

선거운동원들의 운동복, 모자, 장갑 등도 대부분 한번 쓰고 버려지는데, 이걸 포함하면 홍보물의 양은 훨씬 많아지겠죠.

[앵커]

그런데 홍보물 대부분이 재활용이 안 된다고요?

[기자]

먼저 현수막은 대부분 그대로 소각됩니다.

일부 지자체에서 현수막을 마대나 에코백, 앞치마 등으로 재활용하는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현수막의 소재 자체가 질이 낮은 데다 후보자들 얼굴이나 공약 내용이 프린팅 돼 있다 보니 이렇게 만들어진 물품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보여주기식 사업 아니냐'고 말하는 지자체 공무원도 있었는데요.

최근 치러진 5번의 선거에서 현수막 약 만 4,000t 분량이 쓰였는데, 재활용률은 30% 정도에 불과합니다.

구청 담당자 설명 들어보겠습니다.

[권세호/서대문구청 도시경관과 광고물관리팀장 : "재질이 안 좋다 보니까 막상 이걸 재활용해서 뭘 만들려고 해도 수요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선거 현수막 같은 경우에는 사진도 있고 여러 가지 예민한 문구가 있다 보니까…."]

선거 공보물 중에 코팅이 들어간 종이는 재활용이 어렵다고 하고요.

코팅이 없다 해도 진하게 컬러 인쇄된 종이는 잉크를 다 뺄 수가 없어 역시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앵커]

선거 때마다 폐기물 문제가 반복되는데, 대안은 없을까요?

[기자]

취재하면서 몇몇 시민들을 만났는데, 대부분 공보물을 몇 장 읽고 그대로 버린다고 이야기했거든요.

선거 관련 정보를 대부분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접한다고 했는데,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조성진/서울 영등포구 : "요새는 다들 휴대전화를 갖고 있으니까 QR 코드로 직접 보내든지 아니면 카톡으로 주시는 게 좀 더 가독성에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원하는 사람에 한해 전자 공보물을 사전에 신청해서 볼 수 있게 하면 폐기되는 공보물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 같고요.

선거 공보물의 재질을 재생용지로 바꾸는 방안도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친환경 재생종이를 사용한 공보물에 대해 선거비용을 보전해 주는 식으로 재활용을 유도하고 있거든요.

이런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있는데, 아직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앵커]

네, 신현욱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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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5 18:22:59
    • 수정2024-04-15 18: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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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선거 운동 기간 후보자들을 알리기 위한 현수막과 벽보, 공보물 많이 보셨을 겁니다.

이번 선거에 쓰인 벽보와 공보물을 한데 이으면 지구 두 바퀴를 넘게 돌 수 있는 분량이라고 하는데요.

선거 때 한번 쓰이고 버려지는 '선거 폐기물' 문제, 신현욱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신 기자, 현수막 철거 현장에 갔다고요.

수거량이 많던가요?

[기자]

제가 선거 다음 날 아침 서울 서대문구 일대의 수거 현장에 가봤습니다.

원칙대로라면 현수막을 게시한 정당에서 수거까지 책임져야 하는데요.

정당에 맡겨두면 수거가 빨리 이뤄지지 않기도 하고, 그 사이에 민원도 들어오다 보니 이렇게 구청에서 직접 수거에 나서는 곳들도 있습니다.

아침 7시부터 3시간 동안 작업이 진행됐는데 트럭 넉 대가 가득 찰 분량의 현수막이 수거됐습니다.

선거 공보물은 어떨까 궁금해 서울 영등포구 주택가를 돌아봤는데요.

선거가 끝났는데도 우편함에 아직 꽂혀있거나, 통째로 버려진 모습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이번 총선에는 얼마나 많은 홍보물이 쓰였나요?

[기자]

이번 총선에는 벽보 23만 부, 공보물 3억 2천만 부가 사용됐습니다.

현수막의 경우 정당에서 직접 게시하기 때문에 정확한 집계는 어려운 상황이고요.

이번 선거에 쓰인 벽보와 공보물을 한 줄로 이으면 얼마나 길까, 직접 계산해봤더니 약 9만 5천km입니다.

지구를 두 바퀴 넘게 돌 수 있는 길이인데요.

선거 공보물을 후보 한 명당 한 장, 최소한으로 썼을 때 기준입니다.

선거운동원들의 운동복, 모자, 장갑 등도 대부분 한번 쓰고 버려지는데, 이걸 포함하면 홍보물의 양은 훨씬 많아지겠죠.

[앵커]

그런데 홍보물 대부분이 재활용이 안 된다고요?

[기자]

먼저 현수막은 대부분 그대로 소각됩니다.

일부 지자체에서 현수막을 마대나 에코백, 앞치마 등으로 재활용하는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현수막의 소재 자체가 질이 낮은 데다 후보자들 얼굴이나 공약 내용이 프린팅 돼 있다 보니 이렇게 만들어진 물품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보여주기식 사업 아니냐'고 말하는 지자체 공무원도 있었는데요.

최근 치러진 5번의 선거에서 현수막 약 만 4,000t 분량이 쓰였는데, 재활용률은 30% 정도에 불과합니다.

구청 담당자 설명 들어보겠습니다.

[권세호/서대문구청 도시경관과 광고물관리팀장 : "재질이 안 좋다 보니까 막상 이걸 재활용해서 뭘 만들려고 해도 수요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선거 현수막 같은 경우에는 사진도 있고 여러 가지 예민한 문구가 있다 보니까…."]

선거 공보물 중에 코팅이 들어간 종이는 재활용이 어렵다고 하고요.

코팅이 없다 해도 진하게 컬러 인쇄된 종이는 잉크를 다 뺄 수가 없어 역시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앵커]

선거 때마다 폐기물 문제가 반복되는데, 대안은 없을까요?

[기자]

취재하면서 몇몇 시민들을 만났는데, 대부분 공보물을 몇 장 읽고 그대로 버린다고 이야기했거든요.

선거 관련 정보를 대부분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접한다고 했는데,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조성진/서울 영등포구 : "요새는 다들 휴대전화를 갖고 있으니까 QR 코드로 직접 보내든지 아니면 카톡으로 주시는 게 좀 더 가독성에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원하는 사람에 한해 전자 공보물을 사전에 신청해서 볼 수 있게 하면 폐기되는 공보물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 같고요.

선거 공보물의 재질을 재생용지로 바꾸는 방안도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친환경 재생종이를 사용한 공보물에 대해 선거비용을 보전해 주는 식으로 재활용을 유도하고 있거든요.

이런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있는데, 아직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앵커]

네, 신현욱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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