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이번엔 받았으면 좋겠다”…부커상 최종 후보

입력 2024.04.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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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등단해 '무기의 그늘', '오래된 정원', '개밥바라기 별', '손님' 등을 내놓은 소설가 황석영.

올해 만 81세. 그는 소설 '철도원 삼대'로 세계적인 해외 문학상인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습니다.

"이번에는 받았으면 좋겠다"는 심경을 밝힌 황석영 작가, 직접 만나보시죠.


■ "욕망을 저어하지 말라"…황석영 "내가 받아야겠다"

오늘(17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에서 황석영 작가와의 기자간담회가 열렸습니다.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그의 소감과 60여 년 문학 인생의 감회 등을 듣는 자리였습니다.

"(부커상을) 받으려나 싶어 두근두근하고 이상하다." 황 작가는 농담 반 진담 반 웃음을 섞어 말을 시작했습니다.

"주위에서 욕망을 저어하지 말라고 해 이번엔 '내가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바꿨다"고 했습니다. "그다음에 '할매'란 소설을 써서 노벨상도 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황 작가는 그러면서 " 나이가 들고 기운이 빠지는데 새로운 일이 생겨 부담스럽지만, 이번엔 받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그의 심경을 고스란히 담은 말일 겁니다.


■ 노동자의 고단한 삶 '철도원 삼대'…"내 어린 시절 이야기"

2020년 소설 '철도원 삼대'이 나왔습니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마터 2-10'이라는 제목으로 웹진에 연재됐고, 이후 창비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됐습니다.

영문판 제목이기도 한 '마터 2-10'은 '마터 2형 10호'란 뜻으로 조선총독부 철도국이 1943부터 1946년까지 운영한 증기기관차 이름입니다.

황 작가는 "'마터 2-10'은 사각형 기관차의 제작 넘버"라며 "한국전쟁 때 평양을 왔다 갔다 하며 군수 물자를 나르는 거로 활용하다가 철원 근방에서 폭파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냉전박물관 상징물로 쭉 있다가 서울시가 2000년대 초 문화재로 지정해 통일동산에서 영원히 박제됐다."고 했습니다. 철도 노동자 삼대를 다루는데 아주 적합한 제목 같았다고도 했습니다.


'철도원 삼대'는 근대 산업 노동자의 삶을 조명합니다.

이백만과 이일철·이철, 이지산으로 이어지는 철도 노동자 삼대와 오늘날 공장 굴뚝에서 고공 농성을 하는 해고 노동자이자 이백만의 증손자 이진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구상부터 집필까지 걸린 시간, 30년. 황 작가는 1989년 3월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초청으로 방북했을 당시 한 노인과의 만남에서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했습니다.

평양백화점 부지배인이던 노인은 고향이 서울 영등포였고, 영등포는 황 작가가 부모와 함께 1947년 월남해 정착하고 자란 곳입니다.

노인의 아버지가 영등포 철도공작창에 다녔고, 그도 일제강점기 때 중국 본토와 한반도를 넘나드는 기관차를 몰던 기관사였다는 이야기에, 황 작가는 언젠가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습니다.

황 작가는 "이 작품은 영등포 유년 시절을 써서 오랜만에 집필하며 즐거웠다"며, "소설이 잘 써지는지 알려면 자기가 쓰면서 즐거워야 한다. (전작) '손님'을 쓸 땐 무척 괴로웠다"고 말했습니다.


■ "내 나이 아흔까지"…앞으로 세 편 더 구상

"벌써 (우리 나이로) 82살이 뭐야. 뒷간에 갔다 왔더니 인생이 다 지나갔네.
중간에 망명하고 징역 가면서 10여 년 허송세월해서 더 그런 것 같다. 그건 좀 돌려줘야 하지 않나?
10년 더 활동해도 되는 것 아닌가 싶다"

글쟁이 황 작가는 10년쯤 더 글을 쓰고 싶다고 했습니다. 군산에 마지막 터를 잡은 황 작가는 아흔 살까지를 목표로 세 편의 작품을 더 구상 중이라고 했습니다.

황 작가는 "익산에서 한참 글을 쓸 때 미륵사의 어느 보살이 '(내가) 21세기에 걸작을 세 편을 쓴다'고 하더라"며 "영국에 다녀오면 새로운 작품을 쓰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사연이 많은 나라로, 불러낼 과거가 선명하게 있다"며, "민담은 가감승제로 쓰인 역사의 전 단계로, 민중의 일상이 쌓여 있다. 내 소설은 민담 리얼리즘"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작가 황석영은 지난 20여 년 동안 10여 차례의 국제문학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번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고 했습니다. 영국 런던에서 수상작이 발표되는 다음 달 21일을 기다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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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석영 “이번엔 받았으면 좋겠다”…부커상 최종 후보
    • 입력 2024-04-17 17: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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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등단해 '무기의 그늘', '오래된 정원', '개밥바라기 별', '손님' 등을 내놓은 소설가 황석영.

올해 만 81세. 그는 소설 '철도원 삼대'로 세계적인 해외 문학상인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습니다.

"이번에는 받았으면 좋겠다"는 심경을 밝힌 황석영 작가, 직접 만나보시죠.


■ "욕망을 저어하지 말라"…황석영 "내가 받아야겠다"

오늘(17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에서 황석영 작가와의 기자간담회가 열렸습니다.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그의 소감과 60여 년 문학 인생의 감회 등을 듣는 자리였습니다.

"(부커상을) 받으려나 싶어 두근두근하고 이상하다." 황 작가는 농담 반 진담 반 웃음을 섞어 말을 시작했습니다.

"주위에서 욕망을 저어하지 말라고 해 이번엔 '내가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바꿨다"고 했습니다. "그다음에 '할매'란 소설을 써서 노벨상도 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황 작가는 그러면서 " 나이가 들고 기운이 빠지는데 새로운 일이 생겨 부담스럽지만, 이번엔 받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그의 심경을 고스란히 담은 말일 겁니다.


■ 노동자의 고단한 삶 '철도원 삼대'…"내 어린 시절 이야기"

2020년 소설 '철도원 삼대'이 나왔습니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마터 2-10'이라는 제목으로 웹진에 연재됐고, 이후 창비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됐습니다.

영문판 제목이기도 한 '마터 2-10'은 '마터 2형 10호'란 뜻으로 조선총독부 철도국이 1943부터 1946년까지 운영한 증기기관차 이름입니다.

황 작가는 "'마터 2-10'은 사각형 기관차의 제작 넘버"라며 "한국전쟁 때 평양을 왔다 갔다 하며 군수 물자를 나르는 거로 활용하다가 철원 근방에서 폭파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냉전박물관 상징물로 쭉 있다가 서울시가 2000년대 초 문화재로 지정해 통일동산에서 영원히 박제됐다."고 했습니다. 철도 노동자 삼대를 다루는데 아주 적합한 제목 같았다고도 했습니다.


'철도원 삼대'는 근대 산업 노동자의 삶을 조명합니다.

이백만과 이일철·이철, 이지산으로 이어지는 철도 노동자 삼대와 오늘날 공장 굴뚝에서 고공 농성을 하는 해고 노동자이자 이백만의 증손자 이진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구상부터 집필까지 걸린 시간, 30년. 황 작가는 1989년 3월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초청으로 방북했을 당시 한 노인과의 만남에서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했습니다.

평양백화점 부지배인이던 노인은 고향이 서울 영등포였고, 영등포는 황 작가가 부모와 함께 1947년 월남해 정착하고 자란 곳입니다.

노인의 아버지가 영등포 철도공작창에 다녔고, 그도 일제강점기 때 중국 본토와 한반도를 넘나드는 기관차를 몰던 기관사였다는 이야기에, 황 작가는 언젠가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습니다.

황 작가는 "이 작품은 영등포 유년 시절을 써서 오랜만에 집필하며 즐거웠다"며, "소설이 잘 써지는지 알려면 자기가 쓰면서 즐거워야 한다. (전작) '손님'을 쓸 땐 무척 괴로웠다"고 말했습니다.


■ "내 나이 아흔까지"…앞으로 세 편 더 구상

"벌써 (우리 나이로) 82살이 뭐야. 뒷간에 갔다 왔더니 인생이 다 지나갔네.
중간에 망명하고 징역 가면서 10여 년 허송세월해서 더 그런 것 같다. 그건 좀 돌려줘야 하지 않나?
10년 더 활동해도 되는 것 아닌가 싶다"

글쟁이 황 작가는 10년쯤 더 글을 쓰고 싶다고 했습니다. 군산에 마지막 터를 잡은 황 작가는 아흔 살까지를 목표로 세 편의 작품을 더 구상 중이라고 했습니다.

황 작가는 "익산에서 한참 글을 쓸 때 미륵사의 어느 보살이 '(내가) 21세기에 걸작을 세 편을 쓴다'고 하더라"며 "영국에 다녀오면 새로운 작품을 쓰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사연이 많은 나라로, 불러낼 과거가 선명하게 있다"며, "민담은 가감승제로 쓰인 역사의 전 단계로, 민중의 일상이 쌓여 있다. 내 소설은 민담 리얼리즘"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작가 황석영은 지난 20여 년 동안 10여 차례의 국제문학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번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고 했습니다. 영국 런던에서 수상작이 발표되는 다음 달 21일을 기다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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