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 폭력’ 피해자 결국 숨져…“법 사각지대 없애야”

입력 2024.04.18 (17:53) 수정 2024.04.1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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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은 가해자를 즉시 구속하고 피해자 사망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라."

경남의 여성단체들이 오늘(18일) 오전 경남경찰청 앞에 모였습니다.

20살 여대생이 과거 연인이었던 남자친구로부터 폭행당해 치료를 받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 가해 남성의 구속을 촉구한 겁니다.

피해 여성 유족은 가해자의 지속적인 폭행이 있었다며 엄중한 처벌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 헤어진 남자친구의 무차별 폭행…"만나주지 않아서"

사건이 벌어진 건 지난 1일 오전 8시쯤. 경남 거제에서 한 남성이 원룸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몰래 침입했습니다.

이곳에 살고 있는 20살 이효정 씨의 헤어진 남자친구 김 모 씨였습니다.

당시 김 씨는 잠을 자고 있던 효정 씨의 목을 조르고 얼굴을 마구 때렸습니다. 헤어진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김 씨는 효정 씨가 기절하거나 정신을 차리지 못해도 폭행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한 시간 넘도록 지속된 무차별 폭행은 결국 효정 씨가 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한 뒤 끝이 났습니다.

지난 1일, 피해 여성과 어머니 통화 내용 中

이효정 씨(교제 폭력 피해자): "엄마, 나 빨리 앞으로 와줘. 00이 나 때렸어. 00이 나 엄청 때렸는데, 나 여기 문제 생겼어."

■ 피해 여성, 폭행 열흘 째 숨졌는데…가해 남성은 '불구속'

병원으로 옮긴 효정 씨 상태는 눈을 뜨고 보기 어려운 정도였습니다.

교제 폭력 이후 피해자 이효정 씨의 모습.교제 폭력 이후 피해자 이효정 씨의 모습.

눈과 다리 곳곳에는 시퍼런 피멍이 들었고, 목에는 졸린 흔적이 선명하게 남았습니다.

효정 씨는 경남 거제의 한 병원에서 외상으로 인한 뇌출혈 등 전치 6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입원 치료를 받던 지난 10일 새벽,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결국 숨졌습니다. 폭행당한 지 열흘 째 되던 날입니다.


경찰은 효정 씨가 숨진 다음 날, 가해 남성인 김 씨를 긴급 체포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긴급 체포 불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김 씨는 체포된 지 불과 8시간 만에 풀려났습니다.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현재 김 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피해 여성 어머니

"제 정신이 아니었어요. 그냥 우리 애가 죽은 것만 생각해도 너무 원통하죠. 그런데 경찰에서 가해 남성을 체포했는데 부검도 안 한 상태에서 그냥 풀어준 거예요. 너무 억울하고…."

■ "고등학생 때부터 '손찌검'" …데이트 폭력 신고만 11번

교제 폭력 피해자 이효정 씨의 생전 모습.교제 폭력 피해자 이효정 씨의 생전 모습.

가해 남성 김 씨가 효정 씨를 폭행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3년 정도 만남을 이어왔는데,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동안 김 씨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효정 씨를 때렸습니다.

효정 씨는 폭력을 견딜 수 없어 헤어졌으나, 김 씨는 헤어진 후에도 수십 통 전화를 거는 등 지속적으로 만남을 강요했습니다.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경찰에 접수된 두 사람 사이 교제 폭력 신고는 모두 11번.

주로 김 씨 폭행이 원인이었지만 효정 씨가 처벌을 원치 않아 가해자 처벌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효정 씨가 김 씨 폭행을 방어하거나 막으면서 '쌍방폭행'이 되기도 했습니다.

피해 여성 어머니

"(가해 남성 폭행에) 이유가 없어요. 이유가. 중요한 건 이유가 없다는 거예요. 갑자기 말을 하다가 얼굴이 돌변해서 때린다는 거예요. (효정이가) 친구하고 (가해 남성과) 3명이 있었을 때도 말싸움이 벌어졌는데, 친구가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또 때린 적이 있대요."

■ "지병도 없었는데"…“아직 폭행-사망 연관 없어”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효정 씨가 숨진 직접 원인 '패혈증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이라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습니다.

부검 결과, 폭행으로 인한 뇌 출혈량이 극소량이어서 사망 원인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였습니다.

유족은 효정 씨가 평소 지병이 없었던 만큼, 국과수 구두 소견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경찰은 우선 숨진 효정 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 파악을 위해 국과수에 정밀 검사를 의뢰한 상태이며, 결과는 최대 3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가해 남성 김 씨에 대해 정밀 부검 결과 등을 조사해 추가 혐의 적용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교제 폭력' 급증하는 데 피해자 보호는?…"법적 근거 마련해야"


효정 씨 사건 같은 교제 폭력, 데이트 폭력 사건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교제 폭력으로 신고가 접수된 것은 2019년 5만 5백여 건에서 2022년 7만 7백여 건으로 40% 넘게 늘었습니다.

문제는 이 가운데 교제 폭력 신고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강제 분리된 사건이 없다는 점입니다.

현행법상 교제 폭력은 '가정 폭력'이나 '스토킹 범죄'처럼 피해자 의사를 묻지 않고, 접근 금지나 격리 조치 등으로 가해자를 강제 분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교제폭력 피해자를 보호할 법을 마련해야 하지만, 현 단계에서는 경찰이 더 적극적으로 안전 조치를 세워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지금껏 데이트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치권은 앞다퉈 법안을 내놨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은 적은 없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교제 폭력 피해자 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이 모두 3차례. 하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모두 계류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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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8 17:53:24
    • 수정2024-04-18 17: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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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은 가해자를 즉시 구속하고 피해자 사망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라."

경남의 여성단체들이 오늘(18일) 오전 경남경찰청 앞에 모였습니다.

20살 여대생이 과거 연인이었던 남자친구로부터 폭행당해 치료를 받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 가해 남성의 구속을 촉구한 겁니다.

피해 여성 유족은 가해자의 지속적인 폭행이 있었다며 엄중한 처벌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 헤어진 남자친구의 무차별 폭행…"만나주지 않아서"

사건이 벌어진 건 지난 1일 오전 8시쯤. 경남 거제에서 한 남성이 원룸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몰래 침입했습니다.

이곳에 살고 있는 20살 이효정 씨의 헤어진 남자친구 김 모 씨였습니다.

당시 김 씨는 잠을 자고 있던 효정 씨의 목을 조르고 얼굴을 마구 때렸습니다. 헤어진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김 씨는 효정 씨가 기절하거나 정신을 차리지 못해도 폭행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한 시간 넘도록 지속된 무차별 폭행은 결국 효정 씨가 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한 뒤 끝이 났습니다.

지난 1일, 피해 여성과 어머니 통화 내용 中

이효정 씨(교제 폭력 피해자): "엄마, 나 빨리 앞으로 와줘. 00이 나 때렸어. 00이 나 엄청 때렸는데, 나 여기 문제 생겼어."

■ 피해 여성, 폭행 열흘 째 숨졌는데…가해 남성은 '불구속'

병원으로 옮긴 효정 씨 상태는 눈을 뜨고 보기 어려운 정도였습니다.

교제 폭력 이후 피해자 이효정 씨의 모습.
눈과 다리 곳곳에는 시퍼런 피멍이 들었고, 목에는 졸린 흔적이 선명하게 남았습니다.

효정 씨는 경남 거제의 한 병원에서 외상으로 인한 뇌출혈 등 전치 6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입원 치료를 받던 지난 10일 새벽,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결국 숨졌습니다. 폭행당한 지 열흘 째 되던 날입니다.


경찰은 효정 씨가 숨진 다음 날, 가해 남성인 김 씨를 긴급 체포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긴급 체포 불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김 씨는 체포된 지 불과 8시간 만에 풀려났습니다.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현재 김 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피해 여성 어머니

"제 정신이 아니었어요. 그냥 우리 애가 죽은 것만 생각해도 너무 원통하죠. 그런데 경찰에서 가해 남성을 체포했는데 부검도 안 한 상태에서 그냥 풀어준 거예요. 너무 억울하고…."

■ "고등학생 때부터 '손찌검'" …데이트 폭력 신고만 11번

교제 폭력 피해자 이효정 씨의 생전 모습.
가해 남성 김 씨가 효정 씨를 폭행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3년 정도 만남을 이어왔는데,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동안 김 씨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효정 씨를 때렸습니다.

효정 씨는 폭력을 견딜 수 없어 헤어졌으나, 김 씨는 헤어진 후에도 수십 통 전화를 거는 등 지속적으로 만남을 강요했습니다.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경찰에 접수된 두 사람 사이 교제 폭력 신고는 모두 11번.

주로 김 씨 폭행이 원인이었지만 효정 씨가 처벌을 원치 않아 가해자 처벌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효정 씨가 김 씨 폭행을 방어하거나 막으면서 '쌍방폭행'이 되기도 했습니다.

피해 여성 어머니

"(가해 남성 폭행에) 이유가 없어요. 이유가. 중요한 건 이유가 없다는 거예요. 갑자기 말을 하다가 얼굴이 돌변해서 때린다는 거예요. (효정이가) 친구하고 (가해 남성과) 3명이 있었을 때도 말싸움이 벌어졌는데, 친구가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또 때린 적이 있대요."

■ "지병도 없었는데"…“아직 폭행-사망 연관 없어”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효정 씨가 숨진 직접 원인 '패혈증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이라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습니다.

부검 결과, 폭행으로 인한 뇌 출혈량이 극소량이어서 사망 원인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였습니다.

유족은 효정 씨가 평소 지병이 없었던 만큼, 국과수 구두 소견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경찰은 우선 숨진 효정 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 파악을 위해 국과수에 정밀 검사를 의뢰한 상태이며, 결과는 최대 3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가해 남성 김 씨에 대해 정밀 부검 결과 등을 조사해 추가 혐의 적용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교제 폭력' 급증하는 데 피해자 보호는?…"법적 근거 마련해야"


효정 씨 사건 같은 교제 폭력, 데이트 폭력 사건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교제 폭력으로 신고가 접수된 것은 2019년 5만 5백여 건에서 2022년 7만 7백여 건으로 40% 넘게 늘었습니다.

문제는 이 가운데 교제 폭력 신고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강제 분리된 사건이 없다는 점입니다.

현행법상 교제 폭력은 '가정 폭력'이나 '스토킹 범죄'처럼 피해자 의사를 묻지 않고, 접근 금지나 격리 조치 등으로 가해자를 강제 분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교제폭력 피해자를 보호할 법을 마련해야 하지만, 현 단계에서는 경찰이 더 적극적으로 안전 조치를 세워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지금껏 데이트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치권은 앞다퉈 법안을 내놨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은 적은 없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교제 폭력 피해자 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이 모두 3차례. 하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모두 계류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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