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리길도 못 막는 한글 공부…“저희가 찾아갈게요”

입력 2024.04.19 (22:01) 수정 2024.04.19 (22:3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장성의 한 시골마을에서는 여든 살이 넘어 한글을 배우는 어르신이 있습니다.

어르신은 십 리가 떨어진 옆마을까지 걸어가 수업을 들어왔는데요.

무릎 수술을 한 뒤 오래 걷기가 힘들자 군에서 직접 집으로 찾아가 수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최정민 기자가 사연을 소개해드립니다.

[리포트]

봄비보다 더 반가운 한글 선생님이 마당에 들어서자,

["안녕하세요. 어르신 잘 지내셨어요?"]

나이순 할머니는 버선발로 나와 반깁니다.

["선생님들 반가워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쓴 숙제를 수줍게 내보이는 할머니.

칭찬을 기다리는 영락없는 어린 학생입니다

["이게 '을'자에요. '마'자만 써서 '을'자 잊어버릴까봐."]

이름이라도... 주소라도 읽고 쓰고 싶다며 81살에 한글 공부를 시작한 할머니.

한글 교실 수업을 위해 십리 길, 왕복 한 시간 30분을 마다하지 않고 걸어다녔습니다.

하지만 무릎 수술 이후 오래 걸을 수 없어 한글 수업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

할머니의 사연을 들은 장성군이 마을이 아닌 집으로 찾아가는 수업을 개설했습니다.

[나이순/한글 수업 학생 : "다리도 아프고 그런데 이렇게 나같은 사람에게까지 찾아주시는 것이 진짜 고마워요."]

어르신과 가정에서 일대일 맞춤형 교육이 이뤄지자 학습 능률은 더 올랐고, 독거노인의 식습관 등 일상생활도 돌볼 수 있는 효과도 거두고 있습니다.

[김슬기/장성군 평생교육센터 : "누구나 배우고 싶고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원한다면 장성군에서는 최대한 지원을 하겠습니다."]

한글 수업을 받을 때마다 웃음 꽃이 피어나는 할머니.

이제는 그리운 사람을 위해 시를 쓰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나고..."]

KBS 뉴스 최정민입니다.

촬영기자:이승준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십리길도 못 막는 한글 공부…“저희가 찾아갈게요”
    • 입력 2024-04-19 22:01:39
    • 수정2024-04-19 22:31:27
    뉴스9(광주)
[앵커]

장성의 한 시골마을에서는 여든 살이 넘어 한글을 배우는 어르신이 있습니다.

어르신은 십 리가 떨어진 옆마을까지 걸어가 수업을 들어왔는데요.

무릎 수술을 한 뒤 오래 걷기가 힘들자 군에서 직접 집으로 찾아가 수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최정민 기자가 사연을 소개해드립니다.

[리포트]

봄비보다 더 반가운 한글 선생님이 마당에 들어서자,

["안녕하세요. 어르신 잘 지내셨어요?"]

나이순 할머니는 버선발로 나와 반깁니다.

["선생님들 반가워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쓴 숙제를 수줍게 내보이는 할머니.

칭찬을 기다리는 영락없는 어린 학생입니다

["이게 '을'자에요. '마'자만 써서 '을'자 잊어버릴까봐."]

이름이라도... 주소라도 읽고 쓰고 싶다며 81살에 한글 공부를 시작한 할머니.

한글 교실 수업을 위해 십리 길, 왕복 한 시간 30분을 마다하지 않고 걸어다녔습니다.

하지만 무릎 수술 이후 오래 걸을 수 없어 한글 수업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

할머니의 사연을 들은 장성군이 마을이 아닌 집으로 찾아가는 수업을 개설했습니다.

[나이순/한글 수업 학생 : "다리도 아프고 그런데 이렇게 나같은 사람에게까지 찾아주시는 것이 진짜 고마워요."]

어르신과 가정에서 일대일 맞춤형 교육이 이뤄지자 학습 능률은 더 올랐고, 독거노인의 식습관 등 일상생활도 돌볼 수 있는 효과도 거두고 있습니다.

[김슬기/장성군 평생교육센터 : "누구나 배우고 싶고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원한다면 장성군에서는 최대한 지원을 하겠습니다."]

한글 수업을 받을 때마다 웃음 꽃이 피어나는 할머니.

이제는 그리운 사람을 위해 시를 쓰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나고..."]

KBS 뉴스 최정민입니다.

촬영기자:이승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광주-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