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이스라엘, 이란에 재보복 공습 강행…‘보복 악순환’ 어디까지?

입력 2024.04.22 (20:46) 수정 2024.04.22 (20:5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이란이 자국 영사관 피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한 지 며칠 뒤에 이스라엘이 다시 이란에 재보복 공습을 했는데요.

이란의 핵시설까지 있는 곳으로 알려진 이스파한이 목표물이었습니다.

주말 사이엔 이스라엘이 가지자구 난민 밀집 지역인 라파를 공습해 어린이 포함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중동지역 정세, 어디로 가고 있는지 국제부 금철영 기자와 함께 월드이슈에서 알아봅니다.

이스라엘이 앞서 재보복 방침을 밝히긴 했지만, 이란의 핵시설 추정 지역을 공습한 이유, 어디에 있을까요?

[기자]

공격 강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유사시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하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는 담았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스라엘은 비공식 핵보유국으로 분류되는, 중동에선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입니다.

그런데 이란이 핵개발을 완성한다면 이스라엘이 누려왔던 중동에서의 전략적 우위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 기회에 이란의 핵시설 지역을 공습함으로써 이란이 과연 어느 정도의 방공망을 갖추고 있는지, 탐색해 보려고 했을 수 있습니다.

지하시설은 파괴하기 힘들기 때문에 지상의 방공 레이더망을 노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 미사일이 이란 방공망에 걸리지 않고 레이더를 타격했다고 서방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는데요.

현재까지 나온 정보들을 취합하면 이스파한의 이란 혁명수비대 공군 비행장의 방공시스템 일부가 파괴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앵커]

재보복에 앞서 미국이 여러 차례 이스라엘에 자제를 요청했었죠.

이스라엘을 돕지 않겠다고도 했었는데, 그럼에도 이스라엘이 공격을 감행했어요.

미국 도움 없이도 군사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이스라엘의 정보역량은 미국에 비해 떨어집니다.

이란의 지하 핵시설을 정밀 타격해 무력화하려면 미군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미 이란 핵시설 일부를 둘러본 서방 정보당국자들은 이란의 핵시설이 지하 깊은 곳에 있기 때문에 미군이 보유한 고성능 벙커버스터로도 파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도 이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미군 도움 없이 섣불리 대규모 공습을 했다가는 실익도 없고 확전위협도 있었던 만큼 수위를 조절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이제 이란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관심사인데, 지난번엔 3백여 기의 드론, 미사일로 이스라엘 본토 공습을 단행했죠.

앞으로의 상황 어떻게 보십니까.

[기자]

현재로선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면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1980년 이란의 무슬림 혁명 이후에도 45년간 두 나라가 서로 영토를 직접 공격하지 않는 이른바 '그림자 전쟁'으로 은밀하게 싸워왔던 역사도 바뀌게 됐습니다.

이란은 그동안 아랍의 맹주와 이슬람 혁명의 종주국을 자처하면서 레바논 헤즈볼라, 그리고 이라크와 시리아 예멘의 시아파 무장세력을 통한 이른바 '시아파 벨트'로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방식을 써왔죠.

이스라엘도 이란 영토를 직접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이란의 핵 과학자나 무기 개발자 암살에 관여하고, 이란 내 반정부 세력을 이용한 군 시설 타격 등의 방법으로 이란의 힘을 약화 시키는 전략을 써왔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양국 간 영토 공습과 군시설 타격은 더는 두 나라가 '그림자 전쟁'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개입으로 어느 정도 서로 절제된 대응을 하겠지만 '보복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단순히 중동지역의 위기만으로 그치지 않을 것 같은데, 향후 중동 정세 전망은 어떻게 해볼 수 있을까요?

[기자]

당분간 이스라엘은 공세의 방향을 가자지구 라파로 돌릴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지난 주말 라파 난민촌을 공습해서 어린이를 포함해 민간인 피해가 많이 발생했는데요, 전면 지상전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부 내 강경파들이 많아서 이란과 소강상태인 지금을 가자지구 내 하마스 세력을 완전소탕할 적기로 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국제사회가 난민들의 마지막 피난처인 라파를 공격하지 말라고 그렇게 만류하는데도 벌써 몇 차례의 공격을 가했습니다.

최근 공격을 전면 지상작전에 앞선 전초전으로 보는 이윱니다.

이란 역시 가만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당분간은 레바논 헤즈볼라나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무장세력을 통해 간접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이스라엘은 이란 내 반정부 세력을 지원하면서 이란을 압박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이란 공습 당시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공중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동시에 드론 공격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드론은 이스라엘에서 날아오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주변국이나 이란 내 반정부 세력 거점에서 날렸을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이스라엘 역시 지난 45년간 그림자 전쟁을 치르면서 이란 내부와 주변국에 친이스라엘 세력을 키워놓은 결과로 풀이됩니다.

영상편집:이은빈 구자람/자료조사:백민정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월드 이슈] 이스라엘, 이란에 재보복 공습 강행…‘보복 악순환’ 어디까지?
    • 입력 2024-04-22 20:46:48
    • 수정2024-04-22 20:54:29
    월드24
[앵커]

이란이 자국 영사관 피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한 지 며칠 뒤에 이스라엘이 다시 이란에 재보복 공습을 했는데요.

이란의 핵시설까지 있는 곳으로 알려진 이스파한이 목표물이었습니다.

주말 사이엔 이스라엘이 가지자구 난민 밀집 지역인 라파를 공습해 어린이 포함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중동지역 정세, 어디로 가고 있는지 국제부 금철영 기자와 함께 월드이슈에서 알아봅니다.

이스라엘이 앞서 재보복 방침을 밝히긴 했지만, 이란의 핵시설 추정 지역을 공습한 이유, 어디에 있을까요?

[기자]

공격 강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유사시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하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는 담았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스라엘은 비공식 핵보유국으로 분류되는, 중동에선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입니다.

그런데 이란이 핵개발을 완성한다면 이스라엘이 누려왔던 중동에서의 전략적 우위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 기회에 이란의 핵시설 지역을 공습함으로써 이란이 과연 어느 정도의 방공망을 갖추고 있는지, 탐색해 보려고 했을 수 있습니다.

지하시설은 파괴하기 힘들기 때문에 지상의 방공 레이더망을 노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 미사일이 이란 방공망에 걸리지 않고 레이더를 타격했다고 서방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는데요.

현재까지 나온 정보들을 취합하면 이스파한의 이란 혁명수비대 공군 비행장의 방공시스템 일부가 파괴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앵커]

재보복에 앞서 미국이 여러 차례 이스라엘에 자제를 요청했었죠.

이스라엘을 돕지 않겠다고도 했었는데, 그럼에도 이스라엘이 공격을 감행했어요.

미국 도움 없이도 군사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이스라엘의 정보역량은 미국에 비해 떨어집니다.

이란의 지하 핵시설을 정밀 타격해 무력화하려면 미군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미 이란 핵시설 일부를 둘러본 서방 정보당국자들은 이란의 핵시설이 지하 깊은 곳에 있기 때문에 미군이 보유한 고성능 벙커버스터로도 파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도 이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미군 도움 없이 섣불리 대규모 공습을 했다가는 실익도 없고 확전위협도 있었던 만큼 수위를 조절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이제 이란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관심사인데, 지난번엔 3백여 기의 드론, 미사일로 이스라엘 본토 공습을 단행했죠.

앞으로의 상황 어떻게 보십니까.

[기자]

현재로선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면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1980년 이란의 무슬림 혁명 이후에도 45년간 두 나라가 서로 영토를 직접 공격하지 않는 이른바 '그림자 전쟁'으로 은밀하게 싸워왔던 역사도 바뀌게 됐습니다.

이란은 그동안 아랍의 맹주와 이슬람 혁명의 종주국을 자처하면서 레바논 헤즈볼라, 그리고 이라크와 시리아 예멘의 시아파 무장세력을 통한 이른바 '시아파 벨트'로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방식을 써왔죠.

이스라엘도 이란 영토를 직접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이란의 핵 과학자나 무기 개발자 암살에 관여하고, 이란 내 반정부 세력을 이용한 군 시설 타격 등의 방법으로 이란의 힘을 약화 시키는 전략을 써왔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양국 간 영토 공습과 군시설 타격은 더는 두 나라가 '그림자 전쟁'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개입으로 어느 정도 서로 절제된 대응을 하겠지만 '보복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단순히 중동지역의 위기만으로 그치지 않을 것 같은데, 향후 중동 정세 전망은 어떻게 해볼 수 있을까요?

[기자]

당분간 이스라엘은 공세의 방향을 가자지구 라파로 돌릴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지난 주말 라파 난민촌을 공습해서 어린이를 포함해 민간인 피해가 많이 발생했는데요, 전면 지상전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부 내 강경파들이 많아서 이란과 소강상태인 지금을 가자지구 내 하마스 세력을 완전소탕할 적기로 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국제사회가 난민들의 마지막 피난처인 라파를 공격하지 말라고 그렇게 만류하는데도 벌써 몇 차례의 공격을 가했습니다.

최근 공격을 전면 지상작전에 앞선 전초전으로 보는 이윱니다.

이란 역시 가만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당분간은 레바논 헤즈볼라나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무장세력을 통해 간접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이스라엘은 이란 내 반정부 세력을 지원하면서 이란을 압박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이란 공습 당시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공중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동시에 드론 공격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드론은 이스라엘에서 날아오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주변국이나 이란 내 반정부 세력 거점에서 날렸을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이스라엘 역시 지난 45년간 그림자 전쟁을 치르면서 이란 내부와 주변국에 친이스라엘 세력을 키워놓은 결과로 풀이됩니다.

영상편집:이은빈 구자람/자료조사:백민정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