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공짜라고요?

입력 2024.04.28 (22:2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더 보다 10회 Ⅱ] 공짜라고요?

봄 기운이 완연한 금요일 오후의 한강공원.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한강공원에서 음식을 먹는 건 이제 일상적인 풍경이 됐습니다.

이렇게 누구든지 편하게 공원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은 여기까지 어떻게 오는 것일까?

김지민/경기 파주시
확실히 무료 배달하니까 배달비 부담도 적어서 부담 없이 시키게 되고.

배달 앱이 생긴 이후 주문하는 사람이 3천 원 정도 내야 했던 배달비는 지난달부터 무료로 바뀌었습니다.

신상우 / 경남 창원시
배달비 무료는 되게 크죠. 확실히 우리 서민들에게.

김미춘 / 서울 영등포구
무료배달이 늘어나는 게 너무 좋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주는 플랫폼이 조금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쿠팡이츠가 지난달 무료배달 서비스를 내놓자 배달의 민족도 불과 일주일 만에 전격적으로 무료배달 서비스를 선언했습니다.

배달 플랫폼들이 서로 경쟁하듯이 내놓은 이 무료배달 서비스.

과연 무료일까?


<서울 서대문구>

휴일 저녁.

배달 전문 치킨집에 주문이 밀려듭니다.


주문 대부분은 배달 플랫폼을 통해 들어옵니다.

피세준/치킨 가맹점주
일단 배달의민족, 배민1 다 포함해서 한 60% 정도 되고요. 그 다음에 쿠팡이츠가 25%. 나머지가 이제 요기요, 전화 주문, 아니면 기프티콘 요런 거, 기타 매출이에요.

치킨 한 마리를 조리하는데 드는 시간은 보통 20분.

포장을 마치자마자 배달 라이더가 도착했습니다.

배달의 민족 주문은 ‘가게배달’ ‘배민배달’ 두 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가게 배달’은 고객이 배달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음식점이 배달 라이더를 불러 음식을 보내주는 방식입니다.

배달 앱 등장 초창기 대부분을 차지했던 주문 형태입니다.

하지만 음식 점주가 배달 라이더를 부르는 이 가게배달은 최근 10%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이제는 ‘배민배달’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배달의 민족이 배달 라이더를 직접 불러서 주문자에게 음식을 보내주는 방식입니다.

최근에는 배달의 민족이 라이더를 부르는 배민배달이 음식 점주가 라이더를 부르는 가게배달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기자
"가게배달은 한 10% 비중밖에 안 되네요?"

피세준/치킨 가맹점주
"예 맞아요, 10% 정도. 고객들이 (배민배달로) 이동한 거죠.”

그렇다면 왜 주문 고객들은 가게배달보다 배민배달을 더 선호하게 된 걸까?

김미춘 / 서울 영등포구
"혼자서 자취를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밥을 해 먹기는 너무 힘들고 혼자 배달을 시켜서 먹다 보면 배달비가 너무 부담되거든요."

배달의 민족 앱입니다.

피세준 씨가 운영하는 치킨집으로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해봤습니다.

고객이 배달방식을 정해야 하는데, 배달의민족이 배달 라이더를 불러주는 이른바 배민배달을 선택하면 주문 고객은 배달비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치킨집을 운영하는 피세준 씨가 직접 배달 라이더를 부르면 주문하는 고객이 배달비 3천 원을 내야 합니다.

고객들은 당연히 배달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 배민배달을 선호합니다.

신상우 / 경남 창원시
"저희 입장에서는 좋죠."

김지민 / 경기 파주시
"제가 일주일에 한 번 배달을 꼭 시켜먹는데 확실히 무료배달하니까 배달비 부담도 적어서 부담 없이 시키게 되고."

배달의민족이 처음부터 배달비를 무료로 책정한 건 아닙니다.

배달의민족은 배달 사업에 뛰어들면서 초기 배달비를 건당 6천 원으로 설정했습니다.

배달비 6천 원 가운데 고객이 배달비를 얼마나 부담할지는 음식점주에게 맡겼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 음식점주가 3천 원을 기본으로 부담하고 나머지 비용에 대해서는 배달의민족이 정하도록 바꾸었습니다.

음식점주들에게는 일률적으로 3천 원의 배달비를 고정시켰고 주문 고객들의 배달비 부담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겨둔 겁니다.

그리고 배달의민족은 이달부터 주문 고객들에 대해서는 배달비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승훈 / 가천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이게 사람들이 막 몰려가는데 아주 조금씩 조금씩 배민이 커져가고 매일매일 매일매일 조금씩 조금씩 커져가고 있는 거죠."


배달업계 후발주자인 쿠팡이츠가 배달의민족보다 1주일 먼저 무료배달 서비스를 전격 시작했습니다.

배달의 민족처럼 음식점주 배달비를 3천 원으로 고정시킨 뒤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겁니다.

국내 배달시장에서 점유율 3위에 머물러있던 쿠팡이츠의 파격적인 도전이었습니다.

이승훈 / 가천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쿠팡 입장에서 보면 지금 내가 배달 시장을 버릴 것인가 아니면 쫓아가서 거의 대등한 수준까지 따라가 볼 것인가라고 하는 의사결정을 한다면 되게 뭐랄까 센 수를 써야 되죠. 강한 수를 써야 하는데 그게 무료인 거고, 무료를 쓰니까 또 배민은 똑같이 대응하잖아요."

쿠팡이츠의 전략은 통했습니다.

지난달 쿠팡이츠의 사용자 수는 요기요를 제치고 단숨에 2위로 올라섰습니다.

이승훈 / 가천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쿠팡에서 주문을 하면 무료잖아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와 좋네. 제가 어저께 학생들한테 수업하면서 어떻게 생각하니 그러니까 전부 쿠팡이츠 쓰겠대요. 소비자들은 아주 단순해요."

26조에 이르는 국내 배달시장을 점유하기 위한 업체들간의 경쟁이 무료배달 서비스 경쟁으로 격화된 겁니다.

전현배 /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 시장 같은 경우에는 소비자들의 배달료에 대한 지불 의사가 상당히 낮아요. 소비자의 측면에서는 결국에는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더 많이 배달을 배달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수수료를 낮춰주는 정책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주문 고객들에게 돌아간 무료 서비스 혜택이 음식을 실제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배달음식 점주들에게는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전현배 /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음식점 입장에서는 일반적으로 하나의 음식점이 여러 개의 배달 플랫폼을 다 가입을 합니다. 어디서 주문이 들어와도 다시 말하면 음식점에 대해서 수수료를 부과한다 할지라도 이 음식점은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지 않아요. 이거를 우리가 멀티호밍이라고 하거든요. 음식점은 구조적으로 멀티호밍*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붙들어두기 위해서 플랫폼이 수수료를 깎아 줄 인센티브가 적습니다."

*멀티호밍(multihoming): 이용자가 여러 개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현상

주문 고객이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주문을 받은 음식점주는 배달앱을 이용한 데 대한 중개수수료와 음식을 고객에게 보내는데 드는 배달비 3천 원을 부담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배달비를 음식점주가 부담하지 않거나 부담하더라도 통상 2천 원 수준에 그쳤습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 30여 명은 올해 초부터 배민배달 주문 이용을 보이콧하기 시작했습니다.

배달의 민족이 점주들의 배달비 부담을 3천 원으로 정한 이후부터입니다.


기자
"배민배달은 이렇게 준비 중이고."

치킨 가맹점주
"휴무 처리하거나 가게를 새벽에 열고 닫는 요령이 있더라고요."

단체 보이콧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치킨 가맹점주
"일일이 찾아가서 다 부탁드리고, 강요를 할 수 없는 거거든요. 부탁드리고 이거 우리 같이 이겨가보자,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말씀드렸죠."

음식점주의 배달비 부담을 높여서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주장입니다.

치킨 가맹점주
"무료 배달을 또 시행하잖아요, 고객들한테. 그러면 누군가가 그걸 내야 되는데 그게 우리한테 부담으로 오니까 굉장히 우리 자영업자한테는 큰 위기죠. 엄청난 위기죠, 이게."

이미 업주들은 배달의 민족에게는 음식값의 6.8%를, 쿠팡이츠에는 음식값의 9.8%를 중개 수수료로 내고 있습니다.

전현배 /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자영업자들 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자기가 매출을 늘렸던 것들의 상당 부분을 수수료로 지불해야 되는 입장이 되었기 때문에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는 거죠, 사실은."

이미 음식 매출의 상당 부분을 배달 플랫폼에 중개 수수료로 내고 있었는데 배달비 부담까지 더 떠안게 되자 음식점주들의 불만이 커진 겁니다.

이승훈 / 가천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배달 시장이 커졌잖아요. 26조, 7조까지 커지고 배달의 민족이 4조원이라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무려 작년에는 7천억 원의 이익을 내는 수준까지 왔잖아요. 배달 플랫폼은 식당과 손님을 연결시키면서 그 사이에서 배달이라고 하는 기능도 수행하는 플랫폼이 되어버린 거죠."


<경기 양주시>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김영명 씨.

2021년 문을 연 이후 가게배달로만 배달 주문을 받습니다

배달 플랫폼 업체에 내야하는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를 아끼기 위해서 음식점주가 직접 배달 라이더를 불러서 고객에게 음식을 보내는 가게배달 서비스로만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영명 / 김밥집 사장
"판매를 했을 때 평균적으로 수수료율이 거의 한 2~30% 정도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계산해봤을 때 배민배달을 팔게 되면 전혀 수익이 남지 않겠다라는 판단이 들어서."


만약에 배달의민족이 적극적으로 판촉하는 배민배달에 가입했더라면 어땠을까.

김영명 / 김밥집 사장
"배민1 플러스(배민배달) 말고 가게배달로 2억 원을 판매했을 때 발생되는 수수료 비율은 1600만 원 정도. 베미1플러스(배민배달)는 5,400만 원 정도. 차이가 많이 나죠."

지난 2월 배달의민족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자체 시정 요청을 받았습니다.


음식점주들이 선호하는 가게배달 서비스 크기는 작게 줄이고 중개 수수료가 발생하는 배민배달 서비스 크기를 늘려 배민배달 밀어주기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입니다.

정종열 /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장
"배민배달로 유도하기 위해서 앱 화면에 코너 선택하는 창 자체를 아예 비합리적으로 바꾼다든지 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죠."

또다른 논란도 있습니다.


배달의민족 앱서비스의 가게배달을 누르면 ‘이번 주에는 쉬어요’라고 표시된 음식점들이 간간히 보입니다.

그런데 배달의민족이 적극적으로 판촉하는 배민배달로 들어가보면 한시간 뒤 문을 연다고 돼 있습니다.

음식점주들이 선호하는 가게배달보다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를 받을 수 있는 배민배달 서비스를 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에대해 배달의민족은 단순 오류로 수정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기총회>

이달 초 전국의 프랜차이즈 점주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배달 플랫폼에 대한 성토가 이어집니다.

김진우 / 자영업자
"지금 생각해보면 플랫폼이 없었을 때가 훨씬 더 즐겁게 장사를 할 수 있었던 세상인 것 같아요. 왜 그러냐면 그때는 노력한만큼 매출이 올라가면 영업이익도 늘어나고 수익도 늘어나고."

황성구 / 자영업자
"고객에게는 배달 수수료를 최대한 낮추고, 부담을 낮추고, 을은 누구냐면 플랫폼 회사의 을은 우리 자영업자예요. 자영업자들에게는 수수료를 최대화시키는 거예요. 그런 걸 교모하게 만듭니다."

배달의 민족은 경쟁사보다 낮은 중개 수수료를 받고 있고 가게배달 서비스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쿠팡이츠는 점주가 직접 무료배달 서비스를 제공할 때보다 부담이 적어졌다고 밝혔습니다.

지난주 국내 5대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 대표들은 입장문을 냈습니다.

2만 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팔면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 등 6,000원이 떼인다며 치킨값이 3, 4만 원 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최근 굽네치킨과 파파이스에서 치킨 가격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전현배 /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음식점이 부담해야 되는, 부담해야 하는 배달 수수료는 늘어날 가능성이 사실 높습니다. 그래서 소비자가 혜택을 본만큼 사실 그 부담이 음식점한테 전가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정종열 /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장
"반드시 두 가지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가격이 인상되거나 아니면 상품이 퀄리티가 떨어지거나, 양이나 질이 이걸로 다 드러날 수밖에 없어서 궁극적으로는 이제 소비자 피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쿠팡이 쿠팡 멤버십 와우회원에게 쿠팡이츠 무료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건 지난달 26일.

그리고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12일 쿠팡 멤버십 가격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1% 인상했습니다.

홍나은 / 서울 중랑구
"이번에 와우 멤버십 가격을 올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럴 거면 굳이 다른 게 있나."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유례없이 급성장해오던 배달 시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거래 규모가 줄었습니다.

남아있는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배달 플랫폼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김영명 / 김밥집 사장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에서는 지금 음식의 가치를 현격하게 떨어뜨려 놨어요. 배달비가 무료면 뭐합니까. 2만 원 짜리 음식을 시켰는데 1만 5천 원짜리 가치밖에 안 되는 음식이 와요. 조금 더 나은 가치의 음식을 만들고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이게 공정한 경쟁이잖아요. 그런 올바른 경쟁 속에서 이제 외식업이 발전한다고 생각을 해요."

음식점주가 부담하는 수수료와 배달비가 늘면 음식 가격에 반영되고 결국 배달시장 자체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옵니다.


이승훈 / 가천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식당 마진율은 점점 떨어질 테니까 그러면 당연히 식당의 가격은 오를 거고요. 배달 음식의 가격이 오를 거고, 그러다보면 배달 시장 자체가 일정 수준 정체된다거나 하는 단계까지 가겠죠. 어찌됐건 이 플랫폼 운영자들의 힘을 공정하게 쓰고 좀 더 선량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장치가 필요하겠죠."

취재기자: 김가람
촬영: 조선기 강우용 오광택 김성현
영상편집: 김태형
그래픽: 장수현 솔미디어
리서처: 김보현
조연출: 유화영 김영일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더 보다] 공짜라고요?
    • 입력 2024-04-28 22:20:24
    사회

[더 보다 10회 Ⅱ] 공짜라고요?

봄 기운이 완연한 금요일 오후의 한강공원.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한강공원에서 음식을 먹는 건 이제 일상적인 풍경이 됐습니다.

이렇게 누구든지 편하게 공원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은 여기까지 어떻게 오는 것일까?

김지민/경기 파주시
확실히 무료 배달하니까 배달비 부담도 적어서 부담 없이 시키게 되고.

배달 앱이 생긴 이후 주문하는 사람이 3천 원 정도 내야 했던 배달비는 지난달부터 무료로 바뀌었습니다.

신상우 / 경남 창원시
배달비 무료는 되게 크죠. 확실히 우리 서민들에게.

김미춘 / 서울 영등포구
무료배달이 늘어나는 게 너무 좋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주는 플랫폼이 조금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쿠팡이츠가 지난달 무료배달 서비스를 내놓자 배달의 민족도 불과 일주일 만에 전격적으로 무료배달 서비스를 선언했습니다.

배달 플랫폼들이 서로 경쟁하듯이 내놓은 이 무료배달 서비스.

과연 무료일까?


<서울 서대문구>

휴일 저녁.

배달 전문 치킨집에 주문이 밀려듭니다.


주문 대부분은 배달 플랫폼을 통해 들어옵니다.

피세준/치킨 가맹점주
일단 배달의민족, 배민1 다 포함해서 한 60% 정도 되고요. 그 다음에 쿠팡이츠가 25%. 나머지가 이제 요기요, 전화 주문, 아니면 기프티콘 요런 거, 기타 매출이에요.

치킨 한 마리를 조리하는데 드는 시간은 보통 20분.

포장을 마치자마자 배달 라이더가 도착했습니다.

배달의 민족 주문은 ‘가게배달’ ‘배민배달’ 두 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가게 배달’은 고객이 배달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음식점이 배달 라이더를 불러 음식을 보내주는 방식입니다.

배달 앱 등장 초창기 대부분을 차지했던 주문 형태입니다.

하지만 음식 점주가 배달 라이더를 부르는 이 가게배달은 최근 10%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이제는 ‘배민배달’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배달의 민족이 배달 라이더를 직접 불러서 주문자에게 음식을 보내주는 방식입니다.

최근에는 배달의 민족이 라이더를 부르는 배민배달이 음식 점주가 라이더를 부르는 가게배달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기자
"가게배달은 한 10% 비중밖에 안 되네요?"

피세준/치킨 가맹점주
"예 맞아요, 10% 정도. 고객들이 (배민배달로) 이동한 거죠.”

그렇다면 왜 주문 고객들은 가게배달보다 배민배달을 더 선호하게 된 걸까?

김미춘 / 서울 영등포구
"혼자서 자취를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밥을 해 먹기는 너무 힘들고 혼자 배달을 시켜서 먹다 보면 배달비가 너무 부담되거든요."

배달의 민족 앱입니다.

피세준 씨가 운영하는 치킨집으로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해봤습니다.

고객이 배달방식을 정해야 하는데, 배달의민족이 배달 라이더를 불러주는 이른바 배민배달을 선택하면 주문 고객은 배달비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치킨집을 운영하는 피세준 씨가 직접 배달 라이더를 부르면 주문하는 고객이 배달비 3천 원을 내야 합니다.

고객들은 당연히 배달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 배민배달을 선호합니다.

신상우 / 경남 창원시
"저희 입장에서는 좋죠."

김지민 / 경기 파주시
"제가 일주일에 한 번 배달을 꼭 시켜먹는데 확실히 무료배달하니까 배달비 부담도 적어서 부담 없이 시키게 되고."

배달의민족이 처음부터 배달비를 무료로 책정한 건 아닙니다.

배달의민족은 배달 사업에 뛰어들면서 초기 배달비를 건당 6천 원으로 설정했습니다.

배달비 6천 원 가운데 고객이 배달비를 얼마나 부담할지는 음식점주에게 맡겼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 음식점주가 3천 원을 기본으로 부담하고 나머지 비용에 대해서는 배달의민족이 정하도록 바꾸었습니다.

음식점주들에게는 일률적으로 3천 원의 배달비를 고정시켰고 주문 고객들의 배달비 부담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겨둔 겁니다.

그리고 배달의민족은 이달부터 주문 고객들에 대해서는 배달비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승훈 / 가천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이게 사람들이 막 몰려가는데 아주 조금씩 조금씩 배민이 커져가고 매일매일 매일매일 조금씩 조금씩 커져가고 있는 거죠."


배달업계 후발주자인 쿠팡이츠가 배달의민족보다 1주일 먼저 무료배달 서비스를 전격 시작했습니다.

배달의 민족처럼 음식점주 배달비를 3천 원으로 고정시킨 뒤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겁니다.

국내 배달시장에서 점유율 3위에 머물러있던 쿠팡이츠의 파격적인 도전이었습니다.

이승훈 / 가천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쿠팡 입장에서 보면 지금 내가 배달 시장을 버릴 것인가 아니면 쫓아가서 거의 대등한 수준까지 따라가 볼 것인가라고 하는 의사결정을 한다면 되게 뭐랄까 센 수를 써야 되죠. 강한 수를 써야 하는데 그게 무료인 거고, 무료를 쓰니까 또 배민은 똑같이 대응하잖아요."

쿠팡이츠의 전략은 통했습니다.

지난달 쿠팡이츠의 사용자 수는 요기요를 제치고 단숨에 2위로 올라섰습니다.

이승훈 / 가천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쿠팡에서 주문을 하면 무료잖아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와 좋네. 제가 어저께 학생들한테 수업하면서 어떻게 생각하니 그러니까 전부 쿠팡이츠 쓰겠대요. 소비자들은 아주 단순해요."

26조에 이르는 국내 배달시장을 점유하기 위한 업체들간의 경쟁이 무료배달 서비스 경쟁으로 격화된 겁니다.

전현배 /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 시장 같은 경우에는 소비자들의 배달료에 대한 지불 의사가 상당히 낮아요. 소비자의 측면에서는 결국에는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더 많이 배달을 배달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수수료를 낮춰주는 정책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주문 고객들에게 돌아간 무료 서비스 혜택이 음식을 실제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배달음식 점주들에게는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전현배 /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음식점 입장에서는 일반적으로 하나의 음식점이 여러 개의 배달 플랫폼을 다 가입을 합니다. 어디서 주문이 들어와도 다시 말하면 음식점에 대해서 수수료를 부과한다 할지라도 이 음식점은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지 않아요. 이거를 우리가 멀티호밍이라고 하거든요. 음식점은 구조적으로 멀티호밍*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붙들어두기 위해서 플랫폼이 수수료를 깎아 줄 인센티브가 적습니다."

*멀티호밍(multihoming): 이용자가 여러 개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현상

주문 고객이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주문을 받은 음식점주는 배달앱을 이용한 데 대한 중개수수료와 음식을 고객에게 보내는데 드는 배달비 3천 원을 부담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배달비를 음식점주가 부담하지 않거나 부담하더라도 통상 2천 원 수준에 그쳤습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 30여 명은 올해 초부터 배민배달 주문 이용을 보이콧하기 시작했습니다.

배달의 민족이 점주들의 배달비 부담을 3천 원으로 정한 이후부터입니다.


기자
"배민배달은 이렇게 준비 중이고."

치킨 가맹점주
"휴무 처리하거나 가게를 새벽에 열고 닫는 요령이 있더라고요."

단체 보이콧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치킨 가맹점주
"일일이 찾아가서 다 부탁드리고, 강요를 할 수 없는 거거든요. 부탁드리고 이거 우리 같이 이겨가보자,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말씀드렸죠."

음식점주의 배달비 부담을 높여서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주장입니다.

치킨 가맹점주
"무료 배달을 또 시행하잖아요, 고객들한테. 그러면 누군가가 그걸 내야 되는데 그게 우리한테 부담으로 오니까 굉장히 우리 자영업자한테는 큰 위기죠. 엄청난 위기죠, 이게."

이미 업주들은 배달의 민족에게는 음식값의 6.8%를, 쿠팡이츠에는 음식값의 9.8%를 중개 수수료로 내고 있습니다.

전현배 /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자영업자들 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자기가 매출을 늘렸던 것들의 상당 부분을 수수료로 지불해야 되는 입장이 되었기 때문에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는 거죠, 사실은."

이미 음식 매출의 상당 부분을 배달 플랫폼에 중개 수수료로 내고 있었는데 배달비 부담까지 더 떠안게 되자 음식점주들의 불만이 커진 겁니다.

이승훈 / 가천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배달 시장이 커졌잖아요. 26조, 7조까지 커지고 배달의 민족이 4조원이라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무려 작년에는 7천억 원의 이익을 내는 수준까지 왔잖아요. 배달 플랫폼은 식당과 손님을 연결시키면서 그 사이에서 배달이라고 하는 기능도 수행하는 플랫폼이 되어버린 거죠."


<경기 양주시>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김영명 씨.

2021년 문을 연 이후 가게배달로만 배달 주문을 받습니다

배달 플랫폼 업체에 내야하는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를 아끼기 위해서 음식점주가 직접 배달 라이더를 불러서 고객에게 음식을 보내는 가게배달 서비스로만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영명 / 김밥집 사장
"판매를 했을 때 평균적으로 수수료율이 거의 한 2~30% 정도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계산해봤을 때 배민배달을 팔게 되면 전혀 수익이 남지 않겠다라는 판단이 들어서."


만약에 배달의민족이 적극적으로 판촉하는 배민배달에 가입했더라면 어땠을까.

김영명 / 김밥집 사장
"배민1 플러스(배민배달) 말고 가게배달로 2억 원을 판매했을 때 발생되는 수수료 비율은 1600만 원 정도. 베미1플러스(배민배달)는 5,400만 원 정도. 차이가 많이 나죠."

지난 2월 배달의민족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자체 시정 요청을 받았습니다.


음식점주들이 선호하는 가게배달 서비스 크기는 작게 줄이고 중개 수수료가 발생하는 배민배달 서비스 크기를 늘려 배민배달 밀어주기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입니다.

정종열 /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장
"배민배달로 유도하기 위해서 앱 화면에 코너 선택하는 창 자체를 아예 비합리적으로 바꾼다든지 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죠."

또다른 논란도 있습니다.


배달의민족 앱서비스의 가게배달을 누르면 ‘이번 주에는 쉬어요’라고 표시된 음식점들이 간간히 보입니다.

그런데 배달의민족이 적극적으로 판촉하는 배민배달로 들어가보면 한시간 뒤 문을 연다고 돼 있습니다.

음식점주들이 선호하는 가게배달보다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를 받을 수 있는 배민배달 서비스를 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에대해 배달의민족은 단순 오류로 수정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기총회>

이달 초 전국의 프랜차이즈 점주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배달 플랫폼에 대한 성토가 이어집니다.

김진우 / 자영업자
"지금 생각해보면 플랫폼이 없었을 때가 훨씬 더 즐겁게 장사를 할 수 있었던 세상인 것 같아요. 왜 그러냐면 그때는 노력한만큼 매출이 올라가면 영업이익도 늘어나고 수익도 늘어나고."

황성구 / 자영업자
"고객에게는 배달 수수료를 최대한 낮추고, 부담을 낮추고, 을은 누구냐면 플랫폼 회사의 을은 우리 자영업자예요. 자영업자들에게는 수수료를 최대화시키는 거예요. 그런 걸 교모하게 만듭니다."

배달의 민족은 경쟁사보다 낮은 중개 수수료를 받고 있고 가게배달 서비스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쿠팡이츠는 점주가 직접 무료배달 서비스를 제공할 때보다 부담이 적어졌다고 밝혔습니다.

지난주 국내 5대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 대표들은 입장문을 냈습니다.

2만 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팔면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 등 6,000원이 떼인다며 치킨값이 3, 4만 원 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최근 굽네치킨과 파파이스에서 치킨 가격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전현배 /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음식점이 부담해야 되는, 부담해야 하는 배달 수수료는 늘어날 가능성이 사실 높습니다. 그래서 소비자가 혜택을 본만큼 사실 그 부담이 음식점한테 전가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정종열 /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장
"반드시 두 가지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가격이 인상되거나 아니면 상품이 퀄리티가 떨어지거나, 양이나 질이 이걸로 다 드러날 수밖에 없어서 궁극적으로는 이제 소비자 피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쿠팡이 쿠팡 멤버십 와우회원에게 쿠팡이츠 무료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건 지난달 26일.

그리고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12일 쿠팡 멤버십 가격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1% 인상했습니다.

홍나은 / 서울 중랑구
"이번에 와우 멤버십 가격을 올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럴 거면 굳이 다른 게 있나."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유례없이 급성장해오던 배달 시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거래 규모가 줄었습니다.

남아있는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배달 플랫폼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김영명 / 김밥집 사장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에서는 지금 음식의 가치를 현격하게 떨어뜨려 놨어요. 배달비가 무료면 뭐합니까. 2만 원 짜리 음식을 시켰는데 1만 5천 원짜리 가치밖에 안 되는 음식이 와요. 조금 더 나은 가치의 음식을 만들고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이게 공정한 경쟁이잖아요. 그런 올바른 경쟁 속에서 이제 외식업이 발전한다고 생각을 해요."

음식점주가 부담하는 수수료와 배달비가 늘면 음식 가격에 반영되고 결국 배달시장 자체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옵니다.


이승훈 / 가천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식당 마진율은 점점 떨어질 테니까 그러면 당연히 식당의 가격은 오를 거고요. 배달 음식의 가격이 오를 거고, 그러다보면 배달 시장 자체가 일정 수준 정체된다거나 하는 단계까지 가겠죠. 어찌됐건 이 플랫폼 운영자들의 힘을 공정하게 쓰고 좀 더 선량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장치가 필요하겠죠."

취재기자: 김가람
촬영: 조선기 강우용 오광택 김성현
영상편집: 김태형
그래픽: 장수현 솔미디어
리서처: 김보현
조연출: 유화영 김영일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