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상기후 돌아보니…점점 심해지는 ‘기후 양극화’

입력 2024.04.29 (18:00) 수정 2024.04.3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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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이상기후 현황을 종합한 보고서가 발간됐습니다. 오늘(29일) 기상청 등이 정부 합동으로 발표한 '2023 이상기후 보고서'입니다. 보고서는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기후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해 넘긴 가뭄 끝나자 기록적 폭우

동복댐 건설로 물에 잠겼던 다리가 30년 만에 가뭄으로 모습을 드러냈다.동복댐 건설로 물에 잠겼던 다리가 30년 만에 가뭄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이상기후의 시작은 가뭄이었습니다. 2022년부터 이어진 광주 전남 지역의 가뭄이 해를 넘겨 이어졌습니다. 이 지역에 식수와 생활 용수를 공급하는 주암호와 동복호의 저수율은 20% 밑으로 떨어졌고, 댐 건설로 수몰됐던 다리가 30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전남 도서 지역에는 제한급수 조치가 내려져 8일 중에 이틀만 물을 쓸 수 있었습니다.

제한급수 탓에 물을 대량 비축해 놓은 전남 도서 지역의 가정제한급수 탓에 물을 대량 비축해 놓은 전남 도서 지역의 가정

남부지방의 가뭄은 5월 초에 큰 비가 내리고서야 풀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문제였습니다.

지난해 남부지방의 5월 강수량은 191.3mm로, 5월 평년값(79.3~125.5mm)을 크게 웃돌아 역대 3위를 기록했습니다. 장마철인 7월 중순에는 정체전선이 충청 이남 지역에 오래 머무르며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남부지방의 장마철 누적 강수량은 역대 1위인 712.3mm를 기록했습니다.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펌프를 이용해 배수 작업 중인 모습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펌프를 이용해 배수 작업 중인 모습

전국적으로도 지난해 장마철 강수일수는 22.1일로 평년보다 5일 가까이 길었고, 장마철 강수량은 660.2mm로 전국적인 기상관측망이 갖춰진 1973년 이후 3위를 기록했습니다. 여름철 집중호우가 쏟아지며 53명의 인명 피해와 8천여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널뛰는 기온에 앞당겨진 개화, 까맣게 썩어버린 배꽃

KBS 9시 뉴스, “봄의 반란…더 커진 기후 ‘경고음’”KBS 9시 뉴스, “봄의 반란…더 커진 기후 ‘경고음’”

강수량 뿐만 아니라 기온도 극과 극을 오갔습니다.

지난해 벚꽃은 평년보다 2주, 매화는 20일, 진달래는 9일 가량 일찍 피었습니다. 2월부터 4월까지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2월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1.6℃ 높았고, 3~4월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2.4℃ 높았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홍릉 시험림 내 식물 66종의 평균 개화 시기는 50년 전보다 14일, 2017년보다 8일 빨라졌습니다.

반면에 4월 초 기온이 영하까지 내려가는 이상 저온도 나타났습니다. 이러다보니 농작물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배꽃의 경우 평년보다 열흘 넘게 일찍 피었는데, 봄이 왔나 싶어 열렸던 꽃봉오리는 4월 초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냉해를 입었습니다. 배꽃은 까맣게 썩어버렸고, 손을 대자 힘없이 떨어졌습니다. 남은 배꽃도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KBS 9시 뉴스, “봄의 반란…더 커진 기후 ‘경고음’”KBS 9시 뉴스, “봄의 반란…더 커진 기후 ‘경고음’”

봄철 뿐 아니라 11월과 12월에도 극심한 기온 변동이 관측됐습니다. 일평균 기온이 가장 높았던 날과 낮았던 날의 기온 차는 11월과 12월 각각 19.8℃, 20.6℃로 모두 1973년 이래 가장 컸습니다.

■길게 이어진 더위, 점점 뜨거워진 바다

새만금 잼버리 대회, 폭염 속 철수하는 대원들새만금 잼버리 대회, 폭염 속 철수하는 대원들

무더위도 길게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수는 2,818명으로, 2022년 1,564명 대비 80.2% 늘었습니다. 폭염일수는 13.9일로 2022년 대비 3.6일 증가했고, 최대 전력 수요도 급증해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88년만에 9월 열대야가 나타나는 등 가을까지 이어진 더위는 고수온 현상으로 이어져 양식 생물의 대량 폐사를 불러왔습니다. 특히 한대성 어종인 조피볼락류의 피해가 컸습니다. 적정 사육 수온인 18~22℃를 크게 넘어서는 28℃ 안팎의 수온이 9월까지 이어진 탓입니다. 고수온 특보는 57일간 지속됐고, 특보 해제는 전년도에 비해 2주가량 늦어졌습니다. 고수온 경보제가 시행된 2017년 이후 가장 길게 특보가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전체 양식 생물의 피해 규모는 3천6백만여 마리, 피해액은 438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고수온에 폐사한 조피볼락(우럭)을 건져내는 어민고수온에 폐사한 조피볼락(우럭)을 건져내는 어민

지난해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17.5℃로 최근 10년 중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고수온은 해수면의 높이도 높여, 동해와 서해 모두 1993년 이래 가장 높은 해수면을 기록했습니다. 동해는 해수면 높이가 평년보다 10.1cm 높기도 했습니다.

까맣게 타버린 강릉 산불 현장까맣게 타버린 강릉 산불 현장

이 밖에 지난해 대형 산불은 8건 발생해 10년 평균 대비 3배 이상 많았고, 하루동안 10건 이상 산불이 난 산불 다발 일수도 17일로 지난 10년보다 배 이상 많았습니다. 대형화·일상화한 산불의 주요 원인은 '봄철 건조 현상'으로 지목됐습니다.

■극단적인 기상 현상들…'양극화' 점점 심해질 듯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해 기온·강수 등 기상 요소는 양 극단에 가까운 값들이 증가했고, 그 변동폭 또한 점점 커진 것으로 니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의 빈도 역시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계절의 변화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SSP5-8.5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봄의 시작일은 지속적으로 빨라져 2090년대엔 1월 28일에 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가을의 시작일도 점차 늦어지면서 여름은 4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한 해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출처 : 기상청 기후정포포털출처 : 기상청 기후정포포털

이렇게 기후위기가 현실화되고있지만,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현재 추세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일주일 동안 천천히 공부해도 됐을 걸 3일, 이틀 만에 100페이지를 공부하려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똑같은 현상이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도 있는 거죠."
"탄소 감축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우리가 더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이 감축해야 되고 경제적인, 사회적인 어려움이 더 많아질 수 있습니다. 더 늦어진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더 많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기상청 기후변화감시과 심성보 사무관

이번 이상기후 보고서는 2010년 첫 발간 이후 14번째 보고서입니다. 우리나라의 이상기후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기상청 기후정보포털'(http://www.climate.go.kr/home/bbs/view.php?code=93&bname=abnormal&vcode=6901)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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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이상기후 현황을 종합한 보고서가 발간됐습니다. 오늘(29일) 기상청 등이 정부 합동으로 발표한 '2023 이상기후 보고서'입니다. 보고서는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기후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해 넘긴 가뭄 끝나자 기록적 폭우

동복댐 건설로 물에 잠겼던 다리가 30년 만에 가뭄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이상기후의 시작은 가뭄이었습니다. 2022년부터 이어진 광주 전남 지역의 가뭄이 해를 넘겨 이어졌습니다. 이 지역에 식수와 생활 용수를 공급하는 주암호와 동복호의 저수율은 20% 밑으로 떨어졌고, 댐 건설로 수몰됐던 다리가 30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전남 도서 지역에는 제한급수 조치가 내려져 8일 중에 이틀만 물을 쓸 수 있었습니다.

제한급수 탓에 물을 대량 비축해 놓은 전남 도서 지역의 가정
남부지방의 가뭄은 5월 초에 큰 비가 내리고서야 풀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문제였습니다.

지난해 남부지방의 5월 강수량은 191.3mm로, 5월 평년값(79.3~125.5mm)을 크게 웃돌아 역대 3위를 기록했습니다. 장마철인 7월 중순에는 정체전선이 충청 이남 지역에 오래 머무르며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남부지방의 장마철 누적 강수량은 역대 1위인 712.3mm를 기록했습니다.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펌프를 이용해 배수 작업 중인 모습
전국적으로도 지난해 장마철 강수일수는 22.1일로 평년보다 5일 가까이 길었고, 장마철 강수량은 660.2mm로 전국적인 기상관측망이 갖춰진 1973년 이후 3위를 기록했습니다. 여름철 집중호우가 쏟아지며 53명의 인명 피해와 8천여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널뛰는 기온에 앞당겨진 개화, 까맣게 썩어버린 배꽃

KBS 9시 뉴스, “봄의 반란…더 커진 기후 ‘경고음’”
강수량 뿐만 아니라 기온도 극과 극을 오갔습니다.

지난해 벚꽃은 평년보다 2주, 매화는 20일, 진달래는 9일 가량 일찍 피었습니다. 2월부터 4월까지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2월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1.6℃ 높았고, 3~4월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2.4℃ 높았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홍릉 시험림 내 식물 66종의 평균 개화 시기는 50년 전보다 14일, 2017년보다 8일 빨라졌습니다.

반면에 4월 초 기온이 영하까지 내려가는 이상 저온도 나타났습니다. 이러다보니 농작물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배꽃의 경우 평년보다 열흘 넘게 일찍 피었는데, 봄이 왔나 싶어 열렸던 꽃봉오리는 4월 초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냉해를 입었습니다. 배꽃은 까맣게 썩어버렸고, 손을 대자 힘없이 떨어졌습니다. 남은 배꽃도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KBS 9시 뉴스, “봄의 반란…더 커진 기후 ‘경고음’”
봄철 뿐 아니라 11월과 12월에도 극심한 기온 변동이 관측됐습니다. 일평균 기온이 가장 높았던 날과 낮았던 날의 기온 차는 11월과 12월 각각 19.8℃, 20.6℃로 모두 1973년 이래 가장 컸습니다.

■길게 이어진 더위, 점점 뜨거워진 바다

새만금 잼버리 대회, 폭염 속 철수하는 대원들
무더위도 길게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수는 2,818명으로, 2022년 1,564명 대비 80.2% 늘었습니다. 폭염일수는 13.9일로 2022년 대비 3.6일 증가했고, 최대 전력 수요도 급증해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88년만에 9월 열대야가 나타나는 등 가을까지 이어진 더위는 고수온 현상으로 이어져 양식 생물의 대량 폐사를 불러왔습니다. 특히 한대성 어종인 조피볼락류의 피해가 컸습니다. 적정 사육 수온인 18~22℃를 크게 넘어서는 28℃ 안팎의 수온이 9월까지 이어진 탓입니다. 고수온 특보는 57일간 지속됐고, 특보 해제는 전년도에 비해 2주가량 늦어졌습니다. 고수온 경보제가 시행된 2017년 이후 가장 길게 특보가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전체 양식 생물의 피해 규모는 3천6백만여 마리, 피해액은 438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고수온에 폐사한 조피볼락(우럭)을 건져내는 어민
지난해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17.5℃로 최근 10년 중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고수온은 해수면의 높이도 높여, 동해와 서해 모두 1993년 이래 가장 높은 해수면을 기록했습니다. 동해는 해수면 높이가 평년보다 10.1cm 높기도 했습니다.

까맣게 타버린 강릉 산불 현장
이 밖에 지난해 대형 산불은 8건 발생해 10년 평균 대비 3배 이상 많았고, 하루동안 10건 이상 산불이 난 산불 다발 일수도 17일로 지난 10년보다 배 이상 많았습니다. 대형화·일상화한 산불의 주요 원인은 '봄철 건조 현상'으로 지목됐습니다.

■극단적인 기상 현상들…'양극화' 점점 심해질 듯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해 기온·강수 등 기상 요소는 양 극단에 가까운 값들이 증가했고, 그 변동폭 또한 점점 커진 것으로 니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의 빈도 역시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계절의 변화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SSP5-8.5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봄의 시작일은 지속적으로 빨라져 2090년대엔 1월 28일에 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가을의 시작일도 점차 늦어지면서 여름은 4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한 해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출처 : 기상청 기후정포포털
이렇게 기후위기가 현실화되고있지만,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현재 추세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일주일 동안 천천히 공부해도 됐을 걸 3일, 이틀 만에 100페이지를 공부하려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똑같은 현상이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도 있는 거죠."
"탄소 감축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우리가 더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이 감축해야 되고 경제적인, 사회적인 어려움이 더 많아질 수 있습니다. 더 늦어진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더 많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기상청 기후변화감시과 심성보 사무관

이번 이상기후 보고서는 2010년 첫 발간 이후 14번째 보고서입니다. 우리나라의 이상기후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기상청 기후정보포털'(http://www.climate.go.kr/home/bbs/view.php?code=93&bname=abnormal&vcode=6901)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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