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지적장애인 울린 소송사기…지급명령 제도 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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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K는 지적장애인 여성을 상대로 한 성년후견인의 수억 원대 소송사기 사건을 전해드렸는데요.
특히 범행에 법원의 독촉 절차인 지급명령제도가 악용됐다는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지급명령 제도는 소송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신속한 채무 관계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갖고 있는데요.
사회적 약자에게는 매우 취약했습니다.
고민주, 부수홍 기자입니다.
[리포트]
30대 중증지적장애인 고 모 씨에게 내려진 법원의 지급명령결정문입니다.
2021년 5월, 50대 이 모 씨가 고 씨에게 돈을 갚으라며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한 것이 확인됩니다.
고씨가 2002년에 빌려 간 3억 원 상당의 돈을 갚지 않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2002년 당시 고 씨의 나이는 만 17살에 불과했습니다.
심지어 고 씨는 변제각서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는 중증 지적장애인입니다.
당시 이씨가 받았다는 변제각서, 정말 고씨가 작성했을까.
취재진은 고 씨를 만나기 위해 장애인 거주시설을 찾았습니다.
담당 사회복지사와 고 씨의 동의를 받아 변제각서에 대해 물었습니다.
[고 모 씨/중증 지적장애인 : "(이거 뭔지 아세요? 어떤 내용인지 알 것 같아요?) 잘 모르겠어요."]
취재진은 변제각서와 고 씨의 실제 필적을 대조해 보기로 했습니다.
["(누구 좋아해요?) 우리 큰 언니."]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종이에 적어 나가는 고 씨.
취재진은 이 글과 변제각서를 전문가에게 보내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필적감정 전문가는 글자를 구성하는 점과 획인 자획의 구성과 형태, 위치, 길이와 비율 등을 비교한 결과, 변제각서의 필체가 고 씨의 것이 아니라는 감정 결과를 내놨습니다.
[서한서/필적감정 전문가 : "차자 거기에 보면 고 모 씨의 평상시 필적이라고 주신 필적하고는 차이가 많이 있었고요. 비읍을 쓸 때처럼 1획 2획 3획 4획 이런 식으로 구성돼 있는 반면, 고 모 씨의 필적 같은 경우에는 이렇게 동그랗게 일 획을 긋고 그다음에 사이에 획을 하나 그어서 2획으로 구성하는 그런 특징들도 있고요. 여러 가지 전체적인 부분으로 봤을 때 그런 공통적인 특징들이 계속해서 관찰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거를 변제 각서를 쓴 사람의 필적을 고 모 씨가 작성했다 이렇게 보기에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그렇게 판단이 됩니다."]
수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 씨는 돈을 빌린 근거로 견적서를 제출했다는데, 날짜가 2000년도로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돈을 빌렸다는 시점은 2002년입니다.
또 당시 10대 지적장애인 소녀가 견적서에 기재된 것처럼 창고와 전기시설, 중창문 같은 건설 자재를 이 씨에게 요청할 이유 역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법원은 어떻게 지급명령을 결정했을까.
제주지방법원은 차용증이 있으면 명령이 나갈 수 있다며 절차상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지급명령은 신속성과 편의성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이런 사안은 극히 일부이며, 이의 신청이나 청구이의 등 구제 방안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도 자체보다 이를 악용한 사람의 문제라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관련 절차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지적장애인 고 씨에게는 위험한 도구로 악용됐습니다.
현재 고 씨의 담당 변호사는 지급명령 결정을 취소하기 위한 소송에 나섰습니다.
KBS 뉴스 고민주입니다.
촬영기자:부수홍/그래픽:조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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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사K] 지적장애인 울린 소송사기…지급명령 제도 악용
-
- 입력 2024-04-30 19:08:49
- 수정2024-04-30 20:42:26
탐사K는 지적장애인 여성을 상대로 한 성년후견인의 수억 원대 소송사기 사건을 전해드렸는데요.
특히 범행에 법원의 독촉 절차인 지급명령제도가 악용됐다는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지급명령 제도는 소송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신속한 채무 관계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갖고 있는데요.
사회적 약자에게는 매우 취약했습니다.
고민주, 부수홍 기자입니다.
[리포트]
30대 중증지적장애인 고 모 씨에게 내려진 법원의 지급명령결정문입니다.
2021년 5월, 50대 이 모 씨가 고 씨에게 돈을 갚으라며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한 것이 확인됩니다.
고씨가 2002년에 빌려 간 3억 원 상당의 돈을 갚지 않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2002년 당시 고 씨의 나이는 만 17살에 불과했습니다.
심지어 고 씨는 변제각서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는 중증 지적장애인입니다.
당시 이씨가 받았다는 변제각서, 정말 고씨가 작성했을까.
취재진은 고 씨를 만나기 위해 장애인 거주시설을 찾았습니다.
담당 사회복지사와 고 씨의 동의를 받아 변제각서에 대해 물었습니다.
[고 모 씨/중증 지적장애인 : "(이거 뭔지 아세요? 어떤 내용인지 알 것 같아요?) 잘 모르겠어요."]
취재진은 변제각서와 고 씨의 실제 필적을 대조해 보기로 했습니다.
["(누구 좋아해요?) 우리 큰 언니."]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종이에 적어 나가는 고 씨.
취재진은 이 글과 변제각서를 전문가에게 보내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필적감정 전문가는 글자를 구성하는 점과 획인 자획의 구성과 형태, 위치, 길이와 비율 등을 비교한 결과, 변제각서의 필체가 고 씨의 것이 아니라는 감정 결과를 내놨습니다.
[서한서/필적감정 전문가 : "차자 거기에 보면 고 모 씨의 평상시 필적이라고 주신 필적하고는 차이가 많이 있었고요. 비읍을 쓸 때처럼 1획 2획 3획 4획 이런 식으로 구성돼 있는 반면, 고 모 씨의 필적 같은 경우에는 이렇게 동그랗게 일 획을 긋고 그다음에 사이에 획을 하나 그어서 2획으로 구성하는 그런 특징들도 있고요. 여러 가지 전체적인 부분으로 봤을 때 그런 공통적인 특징들이 계속해서 관찰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거를 변제 각서를 쓴 사람의 필적을 고 모 씨가 작성했다 이렇게 보기에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그렇게 판단이 됩니다."]
수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 씨는 돈을 빌린 근거로 견적서를 제출했다는데, 날짜가 2000년도로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돈을 빌렸다는 시점은 2002년입니다.
또 당시 10대 지적장애인 소녀가 견적서에 기재된 것처럼 창고와 전기시설, 중창문 같은 건설 자재를 이 씨에게 요청할 이유 역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법원은 어떻게 지급명령을 결정했을까.
제주지방법원은 차용증이 있으면 명령이 나갈 수 있다며 절차상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지급명령은 신속성과 편의성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이런 사안은 극히 일부이며, 이의 신청이나 청구이의 등 구제 방안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도 자체보다 이를 악용한 사람의 문제라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관련 절차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지적장애인 고 씨에게는 위험한 도구로 악용됐습니다.
현재 고 씨의 담당 변호사는 지급명령 결정을 취소하기 위한 소송에 나섰습니다.
KBS 뉴스 고민주입니다.
촬영기자:부수홍/그래픽:조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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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주 기자 think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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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홍 기자 mrboo8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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