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이란, ‘히잡 안 썼다며 구타’…“군이 10대 시위대 성추행 살해”

입력 2024.04.30 (20:46) 수정 2024.04.30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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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란이 이스라엘 영토를 공격한 직후 이란 내부에서는 여성들에 대한 히잡 단속이 강화됐습니다.

이란의 거리에서 여러 명의 경찰이 여성을 구타하고 체포하는 장면도 잇따라 소셜미디어에 공개되고 있는데요.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란에서 히잡 단속을 하는 경찰을 '도덕 경찰'이라고 한다죠.

이 도덕 경찰들이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을 상대로 구타하는 모습들이 포착됐다면서요?

[기자]

이란 도덕 경찰은 이달 중순부터 페르시아어로 빛을 의미하는 '누르' 캠페인에 따라 테헤란 등 여러 도시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에 대한 강력한 단속에 들어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을 구타하고 체포하는 모습이 드러났는데요.

총을 든 경찰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여성에게 다가가 발로 차고 때립니다.

대낮 길거리에서 여러 명의 경찰들이 여성들을 강제로 끌고 차량에 집어넣습니다.

이런 장면들이 이란 곳곳에서 포착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성희롱뿐 아니라 테이저건을 사용하거나 승용차 유리창을 파손하는 등 폭력적인 행위도 가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 같은 히잡 단속 강화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가 종교적인 규범을 깨뜨리는 행동에 대한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최근 연설 이후 시작됐습니다.

최근에는 여성 운전자들이 히잡을 쓰고 있는지 식별하기 위해 단속 카메라를 이용하고, 히잡을 쓰지 않은 손님들을 받았다는 이유로 수백 개의 식당과 상점들에게 영업 정지 처분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이란의 히잡 단속은 전에도 가혹하기로 알려져 있죠?

올해 초에는 태형이 집행되기도 했는데요?

[기자]

올해 초 이란 당국이 히잡을 쓰지 않은 한 여성에게 일흔 네대의 태형과 함께 벌금을 부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 세계가 경악했었는데요.

중세시대에나 있을 법한 야만적인 행태라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서른세살의 헤시마티는 소셜미디어와 테헤란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헤시마티는 쿠르드계 여성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란에서는 마흐사 아미니라는 역시 쿠르드계 여성이 경찰에 끌려갔다가 숨진 이후로 대규모 항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2022년 아미니는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이는 등 복장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숨졌는데요.

아미니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히잡 시위'라고 불리는 전국적인 항의 시위가 일어났고,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로 번졌습니다.

[앵커]

이 히잡 시위에 대해 이란 당국이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사망자가 5백 명을 넘었다는 보고서가 최근 발간됐죠?

[기자]

이란 당국은 이 시위를 서방 세력이 조장한 폭동으로 규정하고 강경진압했습니다.

유엔은 이란 히잡 시위와 관련해 지난달 발간한 첫 보고서에서 최대 551명의 시위자가 숨졌다고 밝혔습니다.

[사라 호사인/독립 국제 진상조사단 : "대규모의 자의적인 체포와 구금이 있었습니다. 또, 고문과 학대 정황도 있었는데, 시위대는 체포되는 동안에도 구타를 당했고, 구금된 상태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BBC는 오늘, 2022년 9월 시위에 참여한 10대 여성이 이란 보안군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됐다는 정황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습니다.

이란 경찰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 문건에는 10대 여성이 차량 안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테이저건과 곤봉으로 구타를 당해 사망한 경위가 자세히 드러났는데요.

지난 24일에는 히잡 시위를 지지한 유명 래퍼에게 이란 법원이 사형을 선고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AFP는 지난해 이란에서 834명이 처형됐는데, 이는 이란 당국이 반정부 시위가 전역으로 퍼지자 공포감을 확산시킬 목적으로 사형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가운데 7명은 공개 처형됐다고 합니다.

[앵커]

공포 정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히잡 착용을 더욱 강제하는 법안도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다죠?

[기자]

지난해 아미니 의문사 1주기 직후 히잡 착용을 더 강제하는 '히잡과 순결 법안'이 이란 의회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습니다.

이 법안은 최종 승인을 앞두고 일부 내용을 수정 중인데요.

히잡과 순결 법안은 복장 규정을 위반할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히잡을 조롱하거나 신체 노출을 조장한 경우, 또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을 자동차에 태울 경우 자동차 소유주에게도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는데요.

[제레미 로렌스/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대변인 : "이 법안은 국제법에 어긋납니다. 이 법안은 막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인권 단체들은 이 법안이 비인간적이고 잔인하다며 일제히 비난하고 있는데요.

세계의 이목이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더이상 이란의 인권 침해를 방치할 수 없다며 국제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이은빈 구자람/자료조사:백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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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30 20:46:00
    • 수정2024-04-30 20: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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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이스라엘 영토를 공격한 직후 이란 내부에서는 여성들에 대한 히잡 단속이 강화됐습니다.

이란의 거리에서 여러 명의 경찰이 여성을 구타하고 체포하는 장면도 잇따라 소셜미디어에 공개되고 있는데요.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란에서 히잡 단속을 하는 경찰을 '도덕 경찰'이라고 한다죠.

이 도덕 경찰들이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을 상대로 구타하는 모습들이 포착됐다면서요?

[기자]

이란 도덕 경찰은 이달 중순부터 페르시아어로 빛을 의미하는 '누르' 캠페인에 따라 테헤란 등 여러 도시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에 대한 강력한 단속에 들어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을 구타하고 체포하는 모습이 드러났는데요.

총을 든 경찰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여성에게 다가가 발로 차고 때립니다.

대낮 길거리에서 여러 명의 경찰들이 여성들을 강제로 끌고 차량에 집어넣습니다.

이런 장면들이 이란 곳곳에서 포착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성희롱뿐 아니라 테이저건을 사용하거나 승용차 유리창을 파손하는 등 폭력적인 행위도 가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 같은 히잡 단속 강화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가 종교적인 규범을 깨뜨리는 행동에 대한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최근 연설 이후 시작됐습니다.

최근에는 여성 운전자들이 히잡을 쓰고 있는지 식별하기 위해 단속 카메라를 이용하고, 히잡을 쓰지 않은 손님들을 받았다는 이유로 수백 개의 식당과 상점들에게 영업 정지 처분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이란의 히잡 단속은 전에도 가혹하기로 알려져 있죠?

올해 초에는 태형이 집행되기도 했는데요?

[기자]

올해 초 이란 당국이 히잡을 쓰지 않은 한 여성에게 일흔 네대의 태형과 함께 벌금을 부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 세계가 경악했었는데요.

중세시대에나 있을 법한 야만적인 행태라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서른세살의 헤시마티는 소셜미디어와 테헤란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헤시마티는 쿠르드계 여성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란에서는 마흐사 아미니라는 역시 쿠르드계 여성이 경찰에 끌려갔다가 숨진 이후로 대규모 항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2022년 아미니는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이는 등 복장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숨졌는데요.

아미니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히잡 시위'라고 불리는 전국적인 항의 시위가 일어났고,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로 번졌습니다.

[앵커]

이 히잡 시위에 대해 이란 당국이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사망자가 5백 명을 넘었다는 보고서가 최근 발간됐죠?

[기자]

이란 당국은 이 시위를 서방 세력이 조장한 폭동으로 규정하고 강경진압했습니다.

유엔은 이란 히잡 시위와 관련해 지난달 발간한 첫 보고서에서 최대 551명의 시위자가 숨졌다고 밝혔습니다.

[사라 호사인/독립 국제 진상조사단 : "대규모의 자의적인 체포와 구금이 있었습니다. 또, 고문과 학대 정황도 있었는데, 시위대는 체포되는 동안에도 구타를 당했고, 구금된 상태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BBC는 오늘, 2022년 9월 시위에 참여한 10대 여성이 이란 보안군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됐다는 정황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습니다.

이란 경찰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 문건에는 10대 여성이 차량 안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테이저건과 곤봉으로 구타를 당해 사망한 경위가 자세히 드러났는데요.

지난 24일에는 히잡 시위를 지지한 유명 래퍼에게 이란 법원이 사형을 선고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AFP는 지난해 이란에서 834명이 처형됐는데, 이는 이란 당국이 반정부 시위가 전역으로 퍼지자 공포감을 확산시킬 목적으로 사형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가운데 7명은 공개 처형됐다고 합니다.

[앵커]

공포 정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히잡 착용을 더욱 강제하는 법안도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다죠?

[기자]

지난해 아미니 의문사 1주기 직후 히잡 착용을 더 강제하는 '히잡과 순결 법안'이 이란 의회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습니다.

이 법안은 최종 승인을 앞두고 일부 내용을 수정 중인데요.

히잡과 순결 법안은 복장 규정을 위반할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히잡을 조롱하거나 신체 노출을 조장한 경우, 또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을 자동차에 태울 경우 자동차 소유주에게도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는데요.

[제레미 로렌스/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대변인 : "이 법안은 국제법에 어긋납니다. 이 법안은 막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인권 단체들은 이 법안이 비인간적이고 잔인하다며 일제히 비난하고 있는데요.

세계의 이목이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더이상 이란의 인권 침해를 방치할 수 없다며 국제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이은빈 구자람/자료조사:백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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