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연합’까지…급변하는 ‘반도체 생태계’ [이슈집중]

입력 2024.04.30 (21:40) 수정 2024.05.01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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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삼성전자가 1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배 수준입니다.

반도체는 5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주력인 메모리칩 실적이 개선됐고, AI 등 IT산업이 회복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살아났습니다.

D램을 여러 층 쌓아 올린 고대역폭 메모리, HBM 같이 AI에 특화된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도 실적 회복에 도움이 됐습니다.

이처럼 AI를 둘러싼 '반도체 생태계'는 급변하고 있는데, 미래의 반도체 산업의 승패는 어디에서 결정되는지 집중 분석합니다.

먼저 이도윤 기자가 급성장하고 있는 그래픽 처리 장치, GPU 시장을 분석했습니다.

[기자]

앞서 보신것처럼 AI의 성장은 HBM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는 수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HBM은 AI시대의 주인공이 아니라 데이터 처리를 돕는 조연 정도입니다.

핵심은 GPU, '그래픽 처리장치'입니다.

GPU는 게임에 활용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컴퓨터의 뇌'로 불리는 CPU보다 단순 연산에 강합니다.

이 때문에 CPU는 수학자 1명, GPU는 초등학생 1000명으로 비유하기도 합니다.

단순한 문제라면 한번에 훨씬 빨리 처리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림으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연산에 강한 CPU는 명령어를 순서대로 처리해 점 하나씩하나씩 찍으며 그리는데 반해, 단순 작업을 빨리하는 GPU, 버튼 한 번에 그림을 완성합니다.

GPU가 방대한 데이터를 빨리 분석해야하는 AI 연산에 최적화된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고사양 GPU'를 독점 공급하는 엔비디아는 'AI시대 지배자'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GPU와 관련한 우리 기업들 현 주소는 어떨까요?

이어서 계현우 기자입니다.

[리포트]

최근 엔비디아가 공개한 차세대 GPU '블랙웰'입니다.

성능이 뛰어나 '괴물칩'이라고까지 불립니다.

블랙웰 72개에 CPU 36개를 결합한 AI에 특화된 장치도 함께 선보였는데, 성능이 전작보다 최대 30배 좋아졌다고 밝혔습니다.

[젠슨 황/엔비디아 최고경영자 : "'블랙웰'은 플랫폼의 이름입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GPU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GPU는 예전과는 다릅니다. 블랙웰은 우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제품이 될 겁니다."]

'블랙웰'은 설계는 엔비디아가 하지만, 실제 제조는 타이완의 TSMC가 합니다.

엔비디아의 이전 GPU인 H100 등도 모두 TSMC가 만들고 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2022년 3나노 초미세공정 양산에 먼저 성공했지만, 엔비디아와 AMD 등 빅테크 기업들의 주문은 거의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시장 1위 TSMC와의 점유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희권/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 "복잡한 공정으로 지식재산 축적이 클 경우에 생기는 '수주의 경로 의존성'에 따라서 한번 맡긴 곳에 계속 맡기는 거고, 이렇게 장시간 쌓아놓은 생태계를 후발주자가 돌파하긴 쉽지 않습니다."]

특히 여러 개의 칩을 쌓고 포장하는 패키징 기술 등 TSMC가 강점을 보이는 제조 노하우는 AI 시대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힙니다.

KBS 뉴스 계현우입니다.

[기자]

1년 넘게 기다리더라도 AI개발에 필수인 엔비디아의 GPU를 얻기 위한 대기줄은 깁니다.

그런만큼 AI생태계에서 엔비디아-TSMC 체제는 견고합니다.

이른바 '엔비디아 동맹'의 지배력이 커지자 "구하기 어렵고 비싸다면, 자체 생산해보자"는 '반 엔비디아 연합' 움직임도 있습니다.

적의 적은 동지라는 말처럼, 경쟁 관계였던 빅테크들이 손을 잡는듯한 모습도 포착되고 있는데, 그 중심엔 또다른 AI 강자,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업계가 나아갈 길, 황다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한국을 찾은 오픈 AI CEO 샘 올트먼.

[샘 올트먼/오픈AI 최고경영자/지난해 6월 :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날을 정말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또다시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났습니다.

방문 목적은 AI 반도체 공급망 확보였지만, 오픈 AI가 엔비디아 GPU를 대체할 자체 AI 칩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업계의 관심은 더 컸습니다.

[김양팽/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고자 하는 기업(오픈AI) 입장에서는, 설계와 생산을 다 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인 삼성전자가 상당히 매력적인..."]

자체 AI칩 생산을 위한 연대 움직임은 국내에서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스타트업은 자체 설계하고 개발한 AI반도체 '아톰'을 지난해부터 국내 통신업체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제품 생산은 삼성전자에 맡겼는데, 지난달부터 본격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박성현/반도체 설계 전문 스타트업 대표 : "엔비디아가 제품을 팔지 않으면 장사를 못 하거나 모델을 만들 수 없는 진영들이 있어서, 대체재를 만들자. 20년, 30년 하는 세계 챔피언은 없다. 누군가는 도전해야 되고..."]

다만 급변하는 'AI 시대'에 맞서려면 설계에서 제조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하지만, 우리 기업들의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아직 2%대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미래 먹거리 AI 시장을 잡기 위해,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다옙니다.

촬영기자:이상훈 정민욱/영상편집:차정남 김기곤/화면출처:엔비디아 유튜브/그래픽:박미주 여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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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과의 연합’까지…급변하는 ‘반도체 생태계’ [이슈집중]
    • 입력 2024-04-30 21:40:48
    • 수정2024-05-01 07:5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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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삼성전자가 1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배 수준입니다.

반도체는 5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주력인 메모리칩 실적이 개선됐고, AI 등 IT산업이 회복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살아났습니다.

D램을 여러 층 쌓아 올린 고대역폭 메모리, HBM 같이 AI에 특화된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도 실적 회복에 도움이 됐습니다.

이처럼 AI를 둘러싼 '반도체 생태계'는 급변하고 있는데, 미래의 반도체 산업의 승패는 어디에서 결정되는지 집중 분석합니다.

먼저 이도윤 기자가 급성장하고 있는 그래픽 처리 장치, GPU 시장을 분석했습니다.

[기자]

앞서 보신것처럼 AI의 성장은 HBM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는 수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HBM은 AI시대의 주인공이 아니라 데이터 처리를 돕는 조연 정도입니다.

핵심은 GPU, '그래픽 처리장치'입니다.

GPU는 게임에 활용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컴퓨터의 뇌'로 불리는 CPU보다 단순 연산에 강합니다.

이 때문에 CPU는 수학자 1명, GPU는 초등학생 1000명으로 비유하기도 합니다.

단순한 문제라면 한번에 훨씬 빨리 처리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림으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연산에 강한 CPU는 명령어를 순서대로 처리해 점 하나씩하나씩 찍으며 그리는데 반해, 단순 작업을 빨리하는 GPU, 버튼 한 번에 그림을 완성합니다.

GPU가 방대한 데이터를 빨리 분석해야하는 AI 연산에 최적화된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고사양 GPU'를 독점 공급하는 엔비디아는 'AI시대 지배자'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GPU와 관련한 우리 기업들 현 주소는 어떨까요?

이어서 계현우 기자입니다.

[리포트]

최근 엔비디아가 공개한 차세대 GPU '블랙웰'입니다.

성능이 뛰어나 '괴물칩'이라고까지 불립니다.

블랙웰 72개에 CPU 36개를 결합한 AI에 특화된 장치도 함께 선보였는데, 성능이 전작보다 최대 30배 좋아졌다고 밝혔습니다.

[젠슨 황/엔비디아 최고경영자 : "'블랙웰'은 플랫폼의 이름입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GPU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GPU는 예전과는 다릅니다. 블랙웰은 우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제품이 될 겁니다."]

'블랙웰'은 설계는 엔비디아가 하지만, 실제 제조는 타이완의 TSMC가 합니다.

엔비디아의 이전 GPU인 H100 등도 모두 TSMC가 만들고 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2022년 3나노 초미세공정 양산에 먼저 성공했지만, 엔비디아와 AMD 등 빅테크 기업들의 주문은 거의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시장 1위 TSMC와의 점유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희권/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 "복잡한 공정으로 지식재산 축적이 클 경우에 생기는 '수주의 경로 의존성'에 따라서 한번 맡긴 곳에 계속 맡기는 거고, 이렇게 장시간 쌓아놓은 생태계를 후발주자가 돌파하긴 쉽지 않습니다."]

특히 여러 개의 칩을 쌓고 포장하는 패키징 기술 등 TSMC가 강점을 보이는 제조 노하우는 AI 시대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힙니다.

KBS 뉴스 계현우입니다.

[기자]

1년 넘게 기다리더라도 AI개발에 필수인 엔비디아의 GPU를 얻기 위한 대기줄은 깁니다.

그런만큼 AI생태계에서 엔비디아-TSMC 체제는 견고합니다.

이른바 '엔비디아 동맹'의 지배력이 커지자 "구하기 어렵고 비싸다면, 자체 생산해보자"는 '반 엔비디아 연합' 움직임도 있습니다.

적의 적은 동지라는 말처럼, 경쟁 관계였던 빅테크들이 손을 잡는듯한 모습도 포착되고 있는데, 그 중심엔 또다른 AI 강자,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업계가 나아갈 길, 황다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한국을 찾은 오픈 AI CEO 샘 올트먼.

[샘 올트먼/오픈AI 최고경영자/지난해 6월 :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날을 정말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또다시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났습니다.

방문 목적은 AI 반도체 공급망 확보였지만, 오픈 AI가 엔비디아 GPU를 대체할 자체 AI 칩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업계의 관심은 더 컸습니다.

[김양팽/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고자 하는 기업(오픈AI) 입장에서는, 설계와 생산을 다 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인 삼성전자가 상당히 매력적인..."]

자체 AI칩 생산을 위한 연대 움직임은 국내에서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스타트업은 자체 설계하고 개발한 AI반도체 '아톰'을 지난해부터 국내 통신업체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제품 생산은 삼성전자에 맡겼는데, 지난달부터 본격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박성현/반도체 설계 전문 스타트업 대표 : "엔비디아가 제품을 팔지 않으면 장사를 못 하거나 모델을 만들 수 없는 진영들이 있어서, 대체재를 만들자. 20년, 30년 하는 세계 챔피언은 없다. 누군가는 도전해야 되고..."]

다만 급변하는 'AI 시대'에 맞서려면 설계에서 제조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하지만, 우리 기업들의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아직 2%대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미래 먹거리 AI 시장을 잡기 위해,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다옙니다.

촬영기자:이상훈 정민욱/영상편집:차정남 김기곤/화면출처:엔비디아 유튜브/그래픽:박미주 여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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