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비리 백태 이면엔…해묵은 ‘감사 거부’ 신경전

입력 2024.05.08 (16:4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원의 채용 특혜 의혹 감사에서 고위직 자녀들의 특혜와 위법 정황은 물론 직원들의 조직적 증거인멸 의혹까지 드러난 선거관리위원회.

채용 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당초 선관위는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6월 "감사원 감사를 받지 않겠다"고 버텼습니다.

헌법과 관계 법령상 감사원 감사대상이 아닌데다, 독립기관으로서 직무감찰을 받지 않는 게 헌법적 관행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결국 거센 비난 여론에 떠밀려 채용 관련에 한해 감사를 받기로는 했지만, 감사 자체 정당성을 따지겠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뒤끝'을 남겼습니다.

감사원은 여전히 선관위가 감사 대상에 해당되고,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같은 감사원과 선관위의 '직무감찰' 공방은 사실 30년 가까이 이어져왔습니다.

■30년 전에도, 직무감찰 권한 두고 국회에서 격론

1994년 감사원법이 개정됐을 당시 중앙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 권한을 두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격론이 오갔습니다.

당시 1970년대 개정돼 시행돼왔던 감사원법을 1987년 개정 헌법 취지에 맞춰 개정했는데, 이 개정안에 감사원 직무감찰 예외 대상을 기존 '국회, 법원'에서 '헌법재판소'까지 추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던 게 발단이 됐습니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 소속 정기호 의원과 조홍규 의원 등이 중앙선관위의 건의사항이라며 해당 개정안에 '직무감찰 예외 추가 대상'에 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빠져있는지 따져 물은 겁니다.

그러면서 야당 위원들은 선관위가 정당 감독 업무를 하는 만큼 국고보조금을 정당에서 사용하는 분야 등에 대해 감사원이 직무감찰을 하게 된다면 야당의 활동내용도 감사할수 있고, 심지어하면 야당 활동을 제약하는 탄압 요소와 독소 조항으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이시윤 감사원장은 "직무감찰이 허용돼도 정당의 정치적 자유는 헌법상 보장돼 있기 때문에 직무감찰로 인해 정당 활동에 저해요인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 이인제 위원은 "선관위 직원들에 대한 직무감찰권을 감사원이 갖고 있는 결과로 어떤 특정 정치세력이나 정당이 활동하는데 또 선거의 공정성을 기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었느냐"고도 지적했습니다.

이인제 위원은 그러면서 당시 민주당이 발의했던 감사원법 개정안에는 선관위도 헌법재판소처럼 직무감찰대상에서 제외하자는 내용이 들어가 있지도 않았는데, 왜 지금 문제를 제기하느냐며 이 이 위원 본인도 "중앙선관위 직원들로부터 로비를 받은 일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야당 위원들의 문제 제기가 선관위 직원들의 요청 때문인 것 아니냐고 꼬집은 셈입니다.

■13년 전엔 '선관위 감찰 대상 제외' 법안에 국회가 "신중 검토 필요"

2011년 18대 국회에서도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에서 선관위를 제외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감사원이 선관위 공무원을 직무감찰 하는 건, 선거 및 정당사무 처리 등에 대한 통제가 될 수 있고 직무의 중립과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어서 감사원 직무감찰 범위에서 선관위 소속 공무원을 제외하겠다는 게 제안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이 법안을 검토한 법사위 전문위안은 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우려를 명확히 드러냈습니다.

직무감찰은 공무원의 비위 감찰과 행정사무 감찰을 포함하는데, 이 같은 감찰은 행정정책 면에는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직무감찰을 통해 중립 및 공정성이 훼손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선관위의 선거나 투표관리 업무는 그 성질상 본질적으로 행정기관이라는 점, 선관위의 위원회 구성 등에 대한 규정을 통해 직무의 공정성, 중립성 유지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는 점 등도 개정안을 우려한 이유로 꼽았습니다.

결국 선관위를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에서 아예 빼자는 법 개정안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겁니다.

■선관위, "헌법에 명시된 독립기관"…감사원 "감사원법상 감사 대상"

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규정된 헌법정신에 부합되지 않는다며 선관위의 고유직무에 대한 감찰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합니다.

헌법 제114조 제1항은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관리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를 둔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헌법에 명시된 독립기구인 만큼 자신들은 감사원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반면 감사원은 감사원법을 근거로 내세웁니다.

감사원법은 직무감찰의 범위 등을 규정하고 있는 24조를 통해 국회, 법원 및 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을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는 명확하게 직무감찰 대상에서 빼놨는데, 이들 사이에 선관위가 들어가 있지 않으니 결국 선관위도 직무감찰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 그동안 선관위에 대한 감사가 일부 이뤄진 적은 있습니다. 2019년 기관운영감사와 2022년 정기감사 등에서 감사원은 선관위의 조직·운영·인사 등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위법사항 등을 지적해 왔습니다.

하지만 '직무감찰' 자체에 대한 거부는 계속돼왔고, 그러는 사이 감사원의 지적 사항에 대한 개선도 이뤄지지 않아, 결국 대규모 '자녀 특혜 채용' 적발까지 이르게 된 겁니다.

■21대서도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법 개정안 3차례 발의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권한과 관련해 21대 국회에서도 3건의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 여당인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감사원법상 감찰 사항에 선관위를 아예 추가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선관위가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논란"이라며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을 명확히 하자는 취지입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과 당시 민주당 소속이던 조응천 의원은 각각 감사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두 법안 모두 "선관위가 헌법기관인 만큼 감사원 감사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감사원법의 '직무감찰 제외 대상'에 선관위나 중앙선관위를 추가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감사원의 직무감찰이 선관위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입니다.

다만 3건의 법안들은 추가 논의 없이 감사원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헌재 권한쟁의심판, 이르면 올해 안에 결론

감사원의 직무감찰 권한을 둘러싼 선관위와 감사원의 신경전이 반복되는 사이, 선관위의 내부 감시와 자정 기능은 무뎌질대로 무뎌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 20명 넘는 전·현직 직원이 검찰에 수사 요청돼 대규모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선관위는 "직무감찰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권한쟁의심판'에 대한 헌재의 결론이 주목됩니다. 이르면 올해 안에 결판이 날 거란 전망입니다. 선관위에 대한 직무감찰이 정당한지 아닌지, 어느쪽으로 결론이 나든 오랜 공방에 대한 종지부를 찍게 될 겁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선관위 비리 백태 이면엔…해묵은 ‘감사 거부’ 신경전
    • 입력 2024-05-08 16:48:35
    심층K

감사원의 채용 특혜 의혹 감사에서 고위직 자녀들의 특혜와 위법 정황은 물론 직원들의 조직적 증거인멸 의혹까지 드러난 선거관리위원회.

채용 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당초 선관위는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6월 "감사원 감사를 받지 않겠다"고 버텼습니다.

헌법과 관계 법령상 감사원 감사대상이 아닌데다, 독립기관으로서 직무감찰을 받지 않는 게 헌법적 관행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결국 거센 비난 여론에 떠밀려 채용 관련에 한해 감사를 받기로는 했지만, 감사 자체 정당성을 따지겠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뒤끝'을 남겼습니다.

감사원은 여전히 선관위가 감사 대상에 해당되고,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같은 감사원과 선관위의 '직무감찰' 공방은 사실 30년 가까이 이어져왔습니다.

■30년 전에도, 직무감찰 권한 두고 국회에서 격론

1994년 감사원법이 개정됐을 당시 중앙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 권한을 두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격론이 오갔습니다.

당시 1970년대 개정돼 시행돼왔던 감사원법을 1987년 개정 헌법 취지에 맞춰 개정했는데, 이 개정안에 감사원 직무감찰 예외 대상을 기존 '국회, 법원'에서 '헌법재판소'까지 추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던 게 발단이 됐습니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 소속 정기호 의원과 조홍규 의원 등이 중앙선관위의 건의사항이라며 해당 개정안에 '직무감찰 예외 추가 대상'에 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빠져있는지 따져 물은 겁니다.

그러면서 야당 위원들은 선관위가 정당 감독 업무를 하는 만큼 국고보조금을 정당에서 사용하는 분야 등에 대해 감사원이 직무감찰을 하게 된다면 야당의 활동내용도 감사할수 있고, 심지어하면 야당 활동을 제약하는 탄압 요소와 독소 조항으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이시윤 감사원장은 "직무감찰이 허용돼도 정당의 정치적 자유는 헌법상 보장돼 있기 때문에 직무감찰로 인해 정당 활동에 저해요인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 이인제 위원은 "선관위 직원들에 대한 직무감찰권을 감사원이 갖고 있는 결과로 어떤 특정 정치세력이나 정당이 활동하는데 또 선거의 공정성을 기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었느냐"고도 지적했습니다.

이인제 위원은 그러면서 당시 민주당이 발의했던 감사원법 개정안에는 선관위도 헌법재판소처럼 직무감찰대상에서 제외하자는 내용이 들어가 있지도 않았는데, 왜 지금 문제를 제기하느냐며 이 이 위원 본인도 "중앙선관위 직원들로부터 로비를 받은 일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야당 위원들의 문제 제기가 선관위 직원들의 요청 때문인 것 아니냐고 꼬집은 셈입니다.

■13년 전엔 '선관위 감찰 대상 제외' 법안에 국회가 "신중 검토 필요"

2011년 18대 국회에서도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에서 선관위를 제외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감사원이 선관위 공무원을 직무감찰 하는 건, 선거 및 정당사무 처리 등에 대한 통제가 될 수 있고 직무의 중립과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어서 감사원 직무감찰 범위에서 선관위 소속 공무원을 제외하겠다는 게 제안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이 법안을 검토한 법사위 전문위안은 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우려를 명확히 드러냈습니다.

직무감찰은 공무원의 비위 감찰과 행정사무 감찰을 포함하는데, 이 같은 감찰은 행정정책 면에는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직무감찰을 통해 중립 및 공정성이 훼손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선관위의 선거나 투표관리 업무는 그 성질상 본질적으로 행정기관이라는 점, 선관위의 위원회 구성 등에 대한 규정을 통해 직무의 공정성, 중립성 유지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는 점 등도 개정안을 우려한 이유로 꼽았습니다.

결국 선관위를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에서 아예 빼자는 법 개정안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겁니다.

■선관위, "헌법에 명시된 독립기관"…감사원 "감사원법상 감사 대상"

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규정된 헌법정신에 부합되지 않는다며 선관위의 고유직무에 대한 감찰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합니다.

헌법 제114조 제1항은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관리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를 둔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헌법에 명시된 독립기구인 만큼 자신들은 감사원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반면 감사원은 감사원법을 근거로 내세웁니다.

감사원법은 직무감찰의 범위 등을 규정하고 있는 24조를 통해 국회, 법원 및 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을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는 명확하게 직무감찰 대상에서 빼놨는데, 이들 사이에 선관위가 들어가 있지 않으니 결국 선관위도 직무감찰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 그동안 선관위에 대한 감사가 일부 이뤄진 적은 있습니다. 2019년 기관운영감사와 2022년 정기감사 등에서 감사원은 선관위의 조직·운영·인사 등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위법사항 등을 지적해 왔습니다.

하지만 '직무감찰' 자체에 대한 거부는 계속돼왔고, 그러는 사이 감사원의 지적 사항에 대한 개선도 이뤄지지 않아, 결국 대규모 '자녀 특혜 채용' 적발까지 이르게 된 겁니다.

■21대서도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법 개정안 3차례 발의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권한과 관련해 21대 국회에서도 3건의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 여당인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감사원법상 감찰 사항에 선관위를 아예 추가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선관위가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논란"이라며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을 명확히 하자는 취지입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과 당시 민주당 소속이던 조응천 의원은 각각 감사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두 법안 모두 "선관위가 헌법기관인 만큼 감사원 감사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감사원법의 '직무감찰 제외 대상'에 선관위나 중앙선관위를 추가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감사원의 직무감찰이 선관위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입니다.

다만 3건의 법안들은 추가 논의 없이 감사원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헌재 권한쟁의심판, 이르면 올해 안에 결론

감사원의 직무감찰 권한을 둘러싼 선관위와 감사원의 신경전이 반복되는 사이, 선관위의 내부 감시와 자정 기능은 무뎌질대로 무뎌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 20명 넘는 전·현직 직원이 검찰에 수사 요청돼 대규모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선관위는 "직무감찰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권한쟁의심판'에 대한 헌재의 결론이 주목됩니다. 이르면 올해 안에 결판이 날 거란 전망입니다. 선관위에 대한 직무감찰이 정당한지 아닌지, 어느쪽으로 결론이 나든 오랜 공방에 대한 종지부를 찍게 될 겁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