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지적장애인이 상속받은 땅 지분 어떻게 넘어갈 수 있었나?

입력 2024.05.09 (09:48) 수정 2024.05.0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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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탐사 K는 중증지적장애인 자매가 상속받은 땅의 일부가 소송사기를 벌인 이 모 씨의 동생에게로 넘어간 사실을 보도했는데요.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법원의 판결 때문이었습니다.

탐사 K 고민주, 부수홍 기자입니다.

[리포트]

제주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

소송사기를 당한 중증지적장애인 피해자의 또 다른 언니인 40대 고 모 씨가 살고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5년 전 이곳에도 지적장애인 동생의 남편이자, 소송사기 혐의로 구속된 이 모 씨가 찾아와 여러 차례 외출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장애인 시설 관계자/음성변조 : "갑자기 친인척이라 하고 방문을 하셨고 외출을 나가고 싶다고 얘기하셨는데, 그 내용이 불분명하고 또한 어떤 목적으로 외출을 나가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서 저희가 차단한 적이 있죠."]

시설 측에 따르면, 이 씨가 다녀간 시점은 2019년 3월쯤.

중증지적장애인 자매가 사망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땅 가운데 이 시설에 거주하는 고 씨의 지분이 이 씨 동생에게 넘어간 시점과 비슷한 겁니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2019년 3월, 법원의 확정판결로 지분이 이전됐습니다.

[장애인 시설 관계자/음성변조 : "어느 정도 지나서 저희가 그걸 역추적해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니 (2019년) 3월경에 (소유권이) 이전돼 있는 걸 확인해서. (당시 외출이) 입주자의 유산 상속 지분 토지를 편취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거라고 짐작하는 거죠."]

당시 판결문을 살펴봤습니다.

과거 동생 이 씨가 고 씨 자매의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줬지만 받지 못했고, 그래서 2010년 고 씨 아버지가 자신의 땅을 넘기기로 약정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 씨 자매의 아버지 역시 돈 거래를 하기 어려운 지적장애인이었다고 이복언니는 말합니다.

[고 씨 이복언니/음성변조 : "(아버지는) 돈을 빌려주고 그런 돈 거래를 아예 할 수 없는 사람이에요."]

설상가상으로 고 씨 아버지는 2011년 말 집을 나갔다가 실종됐고, 2017년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는 실종 선고가 2018년 법원에서 내려졌습니다.

그런데 고 씨 자매의 이복 언니는 땅 지분 이전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내려지기 전, 소송사기로 구속된 형 이 씨가 확인서라는 서류에 동의하라고 강요했다고 주장합니다.

[고 씨 이복언니/음성변조 : "'(아버지가) 돈을 빌렸다, (그래서) 자기가 그 땅을 가져가야 된다.' 그런 식의 거짓 서류를 써서 저한테 보여줬던 거죠."]

결국, 고 씨의 이복언니는 이를 견디지 못해 아버지가 돈을 빌렸다는 서류에 동의했다고 말합니다.

[고 씨 이복언니/음성변조 : "자기가 서류를 줬는데 내가 동의 안 했다 이거예요. 동의 안 하면 못하니까. 자꾸 이런 식으로 하니까 도장을 네가 알아서 찍어라."]

동생 이 씨가 땅 지분 일부를 넘겨받은 확정판결도 알고 보니 '무변론' 판결이었습니다.

무변론 판결은 30일 이내에 상대가 답변서를 내지 않거나 자백할 때, 내려지는 선고입니다.

이 판결은 시설에 거주하는 지적장애인 고 씨가 항소하지 않아 확정됐습니다.

형 이 씨가 법원 지급명령 제도를 악용해 지적장애인 처제의 재산을 가로채려던 수법과 비슷합니다.

중증지적장애인 자매가 상속받은 땅의 석연치 않은 지분 이전.

이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시급합니다.

KBS 뉴스 고민주입니다.

촬영기자:부수홍/그래픽:조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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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지적장애인이 상속받은 땅 지분 어떻게 넘어갈 수 있었나?
    • 입력 2024-05-09 09:48:35
    • 수정2024-05-09 10:25:25
    930뉴스(제주)
[앵커]

탐사 K는 중증지적장애인 자매가 상속받은 땅의 일부가 소송사기를 벌인 이 모 씨의 동생에게로 넘어간 사실을 보도했는데요.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법원의 판결 때문이었습니다.

탐사 K 고민주, 부수홍 기자입니다.

[리포트]

제주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

소송사기를 당한 중증지적장애인 피해자의 또 다른 언니인 40대 고 모 씨가 살고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5년 전 이곳에도 지적장애인 동생의 남편이자, 소송사기 혐의로 구속된 이 모 씨가 찾아와 여러 차례 외출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장애인 시설 관계자/음성변조 : "갑자기 친인척이라 하고 방문을 하셨고 외출을 나가고 싶다고 얘기하셨는데, 그 내용이 불분명하고 또한 어떤 목적으로 외출을 나가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서 저희가 차단한 적이 있죠."]

시설 측에 따르면, 이 씨가 다녀간 시점은 2019년 3월쯤.

중증지적장애인 자매가 사망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땅 가운데 이 시설에 거주하는 고 씨의 지분이 이 씨 동생에게 넘어간 시점과 비슷한 겁니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2019년 3월, 법원의 확정판결로 지분이 이전됐습니다.

[장애인 시설 관계자/음성변조 : "어느 정도 지나서 저희가 그걸 역추적해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니 (2019년) 3월경에 (소유권이) 이전돼 있는 걸 확인해서. (당시 외출이) 입주자의 유산 상속 지분 토지를 편취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거라고 짐작하는 거죠."]

당시 판결문을 살펴봤습니다.

과거 동생 이 씨가 고 씨 자매의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줬지만 받지 못했고, 그래서 2010년 고 씨 아버지가 자신의 땅을 넘기기로 약정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 씨 자매의 아버지 역시 돈 거래를 하기 어려운 지적장애인이었다고 이복언니는 말합니다.

[고 씨 이복언니/음성변조 : "(아버지는) 돈을 빌려주고 그런 돈 거래를 아예 할 수 없는 사람이에요."]

설상가상으로 고 씨 아버지는 2011년 말 집을 나갔다가 실종됐고, 2017년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는 실종 선고가 2018년 법원에서 내려졌습니다.

그런데 고 씨 자매의 이복 언니는 땅 지분 이전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내려지기 전, 소송사기로 구속된 형 이 씨가 확인서라는 서류에 동의하라고 강요했다고 주장합니다.

[고 씨 이복언니/음성변조 : "'(아버지가) 돈을 빌렸다, (그래서) 자기가 그 땅을 가져가야 된다.' 그런 식의 거짓 서류를 써서 저한테 보여줬던 거죠."]

결국, 고 씨의 이복언니는 이를 견디지 못해 아버지가 돈을 빌렸다는 서류에 동의했다고 말합니다.

[고 씨 이복언니/음성변조 : "자기가 서류를 줬는데 내가 동의 안 했다 이거예요. 동의 안 하면 못하니까. 자꾸 이런 식으로 하니까 도장을 네가 알아서 찍어라."]

동생 이 씨가 땅 지분 일부를 넘겨받은 확정판결도 알고 보니 '무변론' 판결이었습니다.

무변론 판결은 30일 이내에 상대가 답변서를 내지 않거나 자백할 때, 내려지는 선고입니다.

이 판결은 시설에 거주하는 지적장애인 고 씨가 항소하지 않아 확정됐습니다.

형 이 씨가 법원 지급명령 제도를 악용해 지적장애인 처제의 재산을 가로채려던 수법과 비슷합니다.

중증지적장애인 자매가 상속받은 땅의 석연치 않은 지분 이전.

이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시급합니다.

KBS 뉴스 고민주입니다.

촬영기자:부수홍/그래픽:조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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