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난자 기증 체계 시급

입력 2005.11.09 (08:09) 수정 2005.11.0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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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우 서울대 의대 교수/객원 해설위원]

최근 적발된 난자매매의 실태는 그 동안 우려해 왔던 소문이 사실이었음을 확인시켜주는 사건이었습니다. 2곳의 국내 유명 포탈의 7개 카페에서 난자매매가 알선됐고, 난자공여 의뢰 등 모두 181건의 불법거래가 적발됐습니다. 한국여성 6명이 자신의 난자를 금품을 받고 판매했고, 이를 산 여성도 3명이나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생명 윤리와 안전에 관한 법률에는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난자를 제공하거나 알선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법률이 엄격히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난자매매의 근본적인 원인을 뿌리뽑지는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첫째 이유로는 국내에는 아직도 100만 쌍이나 되는 불임부부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불임부부들이 아기를 갖지 못한다면 고통은 물론 이혼까지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불임부부 가운데 상당수는 다른 사람의 난자나 자궁을 빌리지 않고는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부부들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난자를 제공하는 쪽의 경제적 필요입니다. 이미 드러난 경우처럼 카드빚 독촉 등 경제적 사유가 주된 이유였지만, 일부에서는 단지 유흥비 마련이 동기였습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 값싼 상품화로 전락하는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 법이 정하고 있는 난자의 합법적이고 체계적인 기증을 단지 개인과 병원의 책임으로만 맡겨 놓았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는 불법 장기 매매의 경우와 매우 흡사합니다.

아무리 젊고 건강한 여성이라고 해도 난자제공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난자제공은 매달 성숙하는 1개만을 채취하는 것이 아니라 과배란촉진제와 호르몬 등의 방법으로 30여 개를 한꺼번에 채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심하면 난소가 커지고, 복수가 차는 난소과자극증후군, 불임, 난소암, 드물게는 사망까지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난자매매를 근본적으로 퇴치하기 위해서는 합법적·윤리적으로 난자를 기증하고 받을 수 있는 공익적 관리시스템이 도입돼야 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시술 병원에서 난자 증여의 합법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강화하거나, 위반 시 처벌을 엄격히 하는 방법뿐입니다. 그러나 제3국에서의 난자매매는 막을 수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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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난자 기증 체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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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우 서울대 의대 교수/객원 해설위원] 최근 적발된 난자매매의 실태는 그 동안 우려해 왔던 소문이 사실이었음을 확인시켜주는 사건이었습니다. 2곳의 국내 유명 포탈의 7개 카페에서 난자매매가 알선됐고, 난자공여 의뢰 등 모두 181건의 불법거래가 적발됐습니다. 한국여성 6명이 자신의 난자를 금품을 받고 판매했고, 이를 산 여성도 3명이나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생명 윤리와 안전에 관한 법률에는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난자를 제공하거나 알선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법률이 엄격히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난자매매의 근본적인 원인을 뿌리뽑지는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첫째 이유로는 국내에는 아직도 100만 쌍이나 되는 불임부부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불임부부들이 아기를 갖지 못한다면 고통은 물론 이혼까지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불임부부 가운데 상당수는 다른 사람의 난자나 자궁을 빌리지 않고는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부부들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난자를 제공하는 쪽의 경제적 필요입니다. 이미 드러난 경우처럼 카드빚 독촉 등 경제적 사유가 주된 이유였지만, 일부에서는 단지 유흥비 마련이 동기였습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 값싼 상품화로 전락하는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 법이 정하고 있는 난자의 합법적이고 체계적인 기증을 단지 개인과 병원의 책임으로만 맡겨 놓았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는 불법 장기 매매의 경우와 매우 흡사합니다. 아무리 젊고 건강한 여성이라고 해도 난자제공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난자제공은 매달 성숙하는 1개만을 채취하는 것이 아니라 과배란촉진제와 호르몬 등의 방법으로 30여 개를 한꺼번에 채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심하면 난소가 커지고, 복수가 차는 난소과자극증후군, 불임, 난소암, 드물게는 사망까지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난자매매를 근본적으로 퇴치하기 위해서는 합법적·윤리적으로 난자를 기증하고 받을 수 있는 공익적 관리시스템이 도입돼야 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시술 병원에서 난자 증여의 합법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강화하거나, 위반 시 처벌을 엄격히 하는 방법뿐입니다. 그러나 제3국에서의 난자매매는 막을 수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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