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사칭 개인정보 빼돌린 전직 경찰…“흥신소 연관 추정” [취재후]
입력 2024.05.14 (17:43)
수정 2024.05.1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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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형사 사칭범인 전직 경찰 A 씨가 공중전화에서 지구대로 전화하는 모습.
■ "나 형사인데…" 어느 날 지구대로 걸려온 전화
지난달 27일, 충북 청주 흥덕경찰서 봉명지구대에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자신을 청주 흥덕경찰서 소속 ○○○ 형사라고 밝힌 이 남성은 전화를 받은 지구대원에게 여성 7명의 개인정보를 요구했습니다.
이들을 수배하고 있다면서 7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고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를 요청합니다.
지구대원은 남성의 요구대로 정보를 조회해 말해주다가 이상한 낌새를 느껴 신원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 형사라던 이 남성 전화를 뚝 끊어버렸습니다.
민간인 7명의 개인 정보가 모두 전달된 뒤였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발생한 지구대.
■ 민간인 7명 개인정보 유출… 경찰 "피해자 보호 조치·범인 검거"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나섭니다.
먼저 피해자들에게 연락해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알리고, 위급 상황 시 112상황실로 신고할 수 있는 신변 보호용 스마트 워치를 지급했습니다.
피해 여성 주거지 근처에 대한 순찰도 강화했습니다.
다만 여성 7명 중 1명은 해외에 살고 있어, 경찰서 누리집을 통해 해당 사실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수사 초기, 범인의 신원을 확인하고 행방을 쫓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일반 휴대전화였다면 소유자 추적이 용이 했겠지만, 공중전화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경찰은 전화를 건 공중전화 부스 주변 CCTV 등을 통해 동선을 파악하는 등 수사 초기 발신자 특정에 어려움을 겪은 겁니다.
이 남성도 경찰 수사를 의식한 듯 수차례 옷을 갈아입고, 현금만 쓰는 수법으로 추적을 피했습니다.
경찰은 결국, 사건 발생 10여일 만인 지난 10일에 이 남성을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붙잡았습니다.
지난달 30일, 청주 흥덕경찰서 누리집에 올라온 ‘개인정보 유출 사실 알림’ 공지
■ 전직 경찰의 '형사 사칭'… "생활비 필요해서"
경찰 수사 결과, 범인은 60대의 전직 경찰로 드러났습니다.
1990년대에 다른 지역 경찰서에서 근무하다 사직했고, 과거에 같은 전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피의자가 SNS에 '개인정보를 구해주겠다'는 글을 올린 뒤, 신원을 알 수 없는 B 씨에게 50만 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흥신소 직원으로 추정되는 B 씨를 추적하고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피의자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이 60대 피의자를 공무원 자격 사칭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추가 범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해당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공중전화인데 번호 확인도 안 하고 저걸(개인 정보를) 알려준다고?", "스마트워치 지급받은 (피해 여성) 6명은 얼마나 불안할까."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피의자에게 개인 정보를 알려준 지구대 관할 경찰서는 서장 명의의 사과문을 냈습니다.
내부 개인정보 보호 관리체계를 개선하는 등 유사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또 개인 정보를 유출한 지구대 경찰에 대한 감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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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05-14 17:43:55
- 수정2024-05-14 17:52:02
■ "나 형사인데…" 어느 날 지구대로 걸려온 전화
지난달 27일, 충북 청주 흥덕경찰서 봉명지구대에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자신을 청주 흥덕경찰서 소속 ○○○ 형사라고 밝힌 이 남성은 전화를 받은 지구대원에게 여성 7명의 개인정보를 요구했습니다.
이들을 수배하고 있다면서 7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고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를 요청합니다.
지구대원은 남성의 요구대로 정보를 조회해 말해주다가 이상한 낌새를 느껴 신원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 형사라던 이 남성 전화를 뚝 끊어버렸습니다.
민간인 7명의 개인 정보가 모두 전달된 뒤였습니다.
■ 민간인 7명 개인정보 유출… 경찰 "피해자 보호 조치·범인 검거"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나섭니다.
먼저 피해자들에게 연락해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알리고, 위급 상황 시 112상황실로 신고할 수 있는 신변 보호용 스마트 워치를 지급했습니다.
피해 여성 주거지 근처에 대한 순찰도 강화했습니다.
다만 여성 7명 중 1명은 해외에 살고 있어, 경찰서 누리집을 통해 해당 사실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수사 초기, 범인의 신원을 확인하고 행방을 쫓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일반 휴대전화였다면 소유자 추적이 용이 했겠지만, 공중전화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경찰은 전화를 건 공중전화 부스 주변 CCTV 등을 통해 동선을 파악하는 등 수사 초기 발신자 특정에 어려움을 겪은 겁니다.
이 남성도 경찰 수사를 의식한 듯 수차례 옷을 갈아입고, 현금만 쓰는 수법으로 추적을 피했습니다.
경찰은 결국, 사건 발생 10여일 만인 지난 10일에 이 남성을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붙잡았습니다.
■ 전직 경찰의 '형사 사칭'… "생활비 필요해서"
경찰 수사 결과, 범인은 60대의 전직 경찰로 드러났습니다.
1990년대에 다른 지역 경찰서에서 근무하다 사직했고, 과거에 같은 전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피의자가 SNS에 '개인정보를 구해주겠다'는 글을 올린 뒤, 신원을 알 수 없는 B 씨에게 50만 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흥신소 직원으로 추정되는 B 씨를 추적하고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피의자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이 60대 피의자를 공무원 자격 사칭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추가 범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해당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공중전화인데 번호 확인도 안 하고 저걸(개인 정보를) 알려준다고?", "스마트워치 지급받은 (피해 여성) 6명은 얼마나 불안할까."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피의자에게 개인 정보를 알려준 지구대 관할 경찰서는 서장 명의의 사과문을 냈습니다.
내부 개인정보 보호 관리체계를 개선하는 등 유사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또 개인 정보를 유출한 지구대 경찰에 대한 감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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