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거부권’에 마비된 유엔 안보리…각자도생으로 가나?

입력 2024.05.16 (20:44) 수정 2024.05.16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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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질서 유지를 위해 확립됐던 유엔 안보리 체제가 상임이사국들의 분열과 거부권 행사로 사실상 마비됐습니다.

주요 사안에 대해 해결책을 전혀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보리 개혁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이 유엔 안보리에서 부결됐는데, 유엔 총회에서 재고하라는 결의안이 채택됐죠?

[기자]

지난달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식 가입을 놓고 유엔 안보리의 투표가 있었는데요.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부결됐습니다.

그러자 유엔 총회에서 재고하라는 결의안을 채택했는데요.

찬성 143표, 반대 9표의 압도적인 표 차로 결의안이 채택돼 팔레스타인 정부의 외교적인 승리로 평가됐습니다.

이스라엘은 강력히 반발했는데요.

[길라드 에르단/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 : "(찬성 투표는) 유엔 헌장을 찢어버리는 행위입니다. 부끄러운 줄 아세요."]

우리나라와 북한도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이렇게 대다수가 찬성했는데도 미국은 이스라엘과의 양자 협의가 우선이라며 앞으로도 안보리에서 팔레스타인 가입을 찬성할 가능성은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앵커]

그동안 유엔이 주도해 온 대북제재도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면서요?

이번엔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북한 감시가 어렵게 됐어요?

[기자]

15년 가까이 북한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온 대북제재 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기가 지난달로 종료되면서 활동이 멈춰 섰습니다.

이번에는 러시아가 임기 연장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건데요.

그러잖아도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 거래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제재 시스템마저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한미일을 포함한 50여 개 국가가 대체기구라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냈습니다.

하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한 유엔 차원의 활동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해서는 미국과 러시아가 번갈아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어떤 실질적인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주요 사안을 놓고 사사건건 상임이사국이 분열하고 있는데요.

2차 세계 대전 이후 국제 질서를 위해 확립됐던 유엔 안보리가 사실상 그 기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거부권과 상임이사국을 둘러싼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유엔 안보리 개혁안에는 어떤 내용이 있나요?

[기자]

유엔 안보리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개혁 방안을 놓고는 각국의 이견이 조율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제도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최근 내역을 보면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가 점점 많아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러시아와 미국, 중국이 거부권을 주로 행사했는데요.

상임이사국 누구 하나도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거부권을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고, 또, 상임이사국을 늘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주유엔 미국 대사 : "일본, 독일, 인도 등 G4라고 불리는 국가들이 유엔 안보리의 상임 이사국이 되길 바랍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로 구성된 5개의 상임이사국에 G4로 불리는 일본과 독일, 인도와 브라질을 포함 시키는 안이 유력한 상황인데요.

하지만 일본은 중국이 반대하고 있고, 인도는 파키스탄이, 독일과 브라질도 그 지역에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나라들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또 상임이사국이 늘어나면 효율성이 떨어질 거라는 우려도 있는데요.

개혁의 필요성에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에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유엔이 이렇게 주요 사안에 제 기능을 못 하게 되면 국제 질서도 무너질 수 있을 텐데요.

앞으로 개혁 가능성은 어떤가요?

[기자]

유엔 안보리를 바꾸려면 유엔 헌장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게 간단치가 않습니다.

유엔 전체 회원국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러다 보니 각자도생의 방향으로 가게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미국은 이른바 자유주의 국가들과 그렇지 않은 나라들로 나누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요 선진국 G7의 활동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요.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밀착하고 있죠.

중국과 러시아 중심의 반서방연대 구축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또, 유럽연합 같은 지역 연대나 각국의 독자적인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유엔이 힘을 잃게 되면 이미 흔들리고 있는 핵확산 방지조약 등 세계 질서의 핵심적인 근간도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픽:고석훈/영상편집:이은빈 김주은/자료조사:백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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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16 20:44:39
    • 수정2024-05-16 20: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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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질서 유지를 위해 확립됐던 유엔 안보리 체제가 상임이사국들의 분열과 거부권 행사로 사실상 마비됐습니다.

주요 사안에 대해 해결책을 전혀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보리 개혁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이 유엔 안보리에서 부결됐는데, 유엔 총회에서 재고하라는 결의안이 채택됐죠?

[기자]

지난달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식 가입을 놓고 유엔 안보리의 투표가 있었는데요.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부결됐습니다.

그러자 유엔 총회에서 재고하라는 결의안을 채택했는데요.

찬성 143표, 반대 9표의 압도적인 표 차로 결의안이 채택돼 팔레스타인 정부의 외교적인 승리로 평가됐습니다.

이스라엘은 강력히 반발했는데요.

[길라드 에르단/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 : "(찬성 투표는) 유엔 헌장을 찢어버리는 행위입니다. 부끄러운 줄 아세요."]

우리나라와 북한도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이렇게 대다수가 찬성했는데도 미국은 이스라엘과의 양자 협의가 우선이라며 앞으로도 안보리에서 팔레스타인 가입을 찬성할 가능성은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앵커]

그동안 유엔이 주도해 온 대북제재도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면서요?

이번엔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북한 감시가 어렵게 됐어요?

[기자]

15년 가까이 북한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온 대북제재 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기가 지난달로 종료되면서 활동이 멈춰 섰습니다.

이번에는 러시아가 임기 연장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건데요.

그러잖아도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 거래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제재 시스템마저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한미일을 포함한 50여 개 국가가 대체기구라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냈습니다.

하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한 유엔 차원의 활동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해서는 미국과 러시아가 번갈아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어떤 실질적인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주요 사안을 놓고 사사건건 상임이사국이 분열하고 있는데요.

2차 세계 대전 이후 국제 질서를 위해 확립됐던 유엔 안보리가 사실상 그 기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거부권과 상임이사국을 둘러싼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유엔 안보리 개혁안에는 어떤 내용이 있나요?

[기자]

유엔 안보리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개혁 방안을 놓고는 각국의 이견이 조율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제도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최근 내역을 보면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가 점점 많아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러시아와 미국, 중국이 거부권을 주로 행사했는데요.

상임이사국 누구 하나도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거부권을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고, 또, 상임이사국을 늘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주유엔 미국 대사 : "일본, 독일, 인도 등 G4라고 불리는 국가들이 유엔 안보리의 상임 이사국이 되길 바랍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로 구성된 5개의 상임이사국에 G4로 불리는 일본과 독일, 인도와 브라질을 포함 시키는 안이 유력한 상황인데요.

하지만 일본은 중국이 반대하고 있고, 인도는 파키스탄이, 독일과 브라질도 그 지역에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나라들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또 상임이사국이 늘어나면 효율성이 떨어질 거라는 우려도 있는데요.

개혁의 필요성에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에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유엔이 이렇게 주요 사안에 제 기능을 못 하게 되면 국제 질서도 무너질 수 있을 텐데요.

앞으로 개혁 가능성은 어떤가요?

[기자]

유엔 안보리를 바꾸려면 유엔 헌장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게 간단치가 않습니다.

유엔 전체 회원국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러다 보니 각자도생의 방향으로 가게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미국은 이른바 자유주의 국가들과 그렇지 않은 나라들로 나누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요 선진국 G7의 활동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요.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밀착하고 있죠.

중국과 러시아 중심의 반서방연대 구축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또, 유럽연합 같은 지역 연대나 각국의 독자적인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유엔이 힘을 잃게 되면 이미 흔들리고 있는 핵확산 방지조약 등 세계 질서의 핵심적인 근간도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픽:고석훈/영상편집:이은빈 김주은/자료조사:백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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