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자갈치 바다 메워 장사하자?…“부산판 봉이 김선달”

입력 2024.05.17 (10:50) 수정 2024.05.1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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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자갈치시장 노점상부산 자갈치시장 노점상
부산의 대표 관광명소, 자갈치시장입니다. 싱싱한 제철 회와 해산물을 맛볼 수 있어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자갈치시장하면 부산 앞바다 바로 앞 야외 노점에 늘어선 수많은 생선과 구수한 사투리로 손님 눈길을 사로잡는 상인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데요. 한국전쟁 이후 생계를 위해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아 거대한 시장을 이루며 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현재는 상가 건물이 들어서 대부분 입점해있고, 노점상 3백여 곳만 야외에서 운영하고 있는데요. 도로를 무단으로 점유해 영업 하다 보니 안전과 위생 문제가 계속 제기됐습니다. 결국 지난 2014년부터 부산시가 노점상 이주를 비롯해 자갈치 수산 명소화 사업을 벌였습니다. 새 건물에 노점상을 이주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바다 매립해서 이주하자던 상인회…부산판 '봉이 김선달'

KBS가 입수한 상인회 공유수면 매립 분담금 입금 내역KBS가 입수한 상인회 공유수면 매립 분담금 입금 내역

2006년부터 노점상 이주에 관한 논의는 시작됐습니다. 바로 노점상들이 모인 상인회가 그 주체였는데요. 이들은 자갈치시장 앞바다에 공유수면을 매립해 상인들을 이주시키겠다고 계획을 짰습니다. 그리고 회원들에게 50만 원씩 돈을 걷었는데요. 당시 모인 돈만 1억 5천만 원이 넘습니다. 바다를 매립해 상인들이 일할 자리를 만들고 그 자리는 상인들이 가지게 되는 셈인데, 대동강 물을 팔던 '봉이 김선달'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바다는 모두의 공유 재산이죠. 해양수산부는 2007년 해당 사업이 공공기관이 주체가 아니라며 반려했습니다. 사업이 좌초됐지만 상인들은 이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2014년, 부산시가 나서 자갈치 수산 명소화 사업을 추진하자, 상인회는 이전에 돈을 내지 않은 상인들에게도 추가로 돈을 더 거두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사업은 국비와 시비가 투입되는 사업. 상인들이 돈을 낼 일이 없는 사업이죠.

사업이 반려됐다면 걷은 돈은 어떻게 됐을까요? 상인들은 지금도 그 돈의 행방을 모릅니다. 당시 상인회 관계자는 "형평성 문제로 2014년 추가로 돈을 걷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걷은 1억 5천만 원은 바다를 메우는 공유수면 매립 실시설계 용역 등을 하며 다 써버렸다고 밝혔는데요.

결국, 상인들은 말도 안 되는 사업에 수십, 수백만 원을 갹출하고 또 지금은 날 릴 처지에 놓였습니다.

친목 단체라던 상인회 알고 보니 '주식회사'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말, 갑자기 이 상인회가 알고 보니 '주식회사'였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집니다. 전통시장 상인회를 결성하려면 일단 점포와 노동력이 있어야 합니다. 자갈치 시장에 등록된 상인회는 현재 모두 6개입니다. 하지만 노점상들이 모인 이 상인회는 등록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등록할 수가 없습니다. 도로를 불법 점유해 운영하기 때문에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겁니다. 상인들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친목 단체 형태로 상인회가 운영됐다고 믿었는데요. 하지만 상인회는 2007년, 주식회사로 등기까지 낸 영리 목적의 회사였습니다.

해당 상인회의 사업 목적해당 상인회의 사업 목적

사업 목적은 '매립공사, 부동산 임대업' 등으로 공유수면 매립과 관련된 사업체였습니다. 하지만 자갈치시장 노점 상인들은 이 사실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공고를 '서울특별시내에 발간하는 일간 00 일보에 게재한다'고 정해뒀기 때문입니다.

정관도 가짜였습니다. 일부 상인들은 '친목 단체'라고 적힌 정관을 받아서 보고, 상인회에 덜컥 가입한 경우도 있었는데요. 결국, 이 문제를 뒤늦게 알게 된 상인들은 사기 혐의 등으로 상인회 관계자들을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자갈치시장 일대자갈치시장 일대

'자갈치아지매시장' 부정 입점자까지…상인 피해 어쩌나?
그렇다면 노점 상인들의 숙원인 시장 건물에 입점하는 건 가능할까요? 그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들이 옮겨갈 건물은 '자갈치아지매시장'인데요. 앞서 2019년 1단계 건물이 준공됐지만, 시설 부실 문제 등으로 상인들이 입주를 거부했습니다.

결국, 지금 2단계 건물이 지어지고 있는데, 올해 안에 입점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입주 예정자는 280여 명인데요. 이들을 놓고도 부정 입점 의혹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노점상이 아닌 사람들이 입점 자격을 받았다는 건데요. 실제 KBS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일부 예정자가 근처 신동아 시장의 경비로 일하는 등 아예 노점상 경력조차 없었습니다.

부정 입점 의혹을 받는 사람만 10여 명인데, 부산시는 실태 조사는 아직 계획하지 않고 있습니다. 부산시는 2015년부터 9년 동안 상인회에 의존해 현장조사를 거쳐 280여 명을 추렸는데, 거기서 부정 입점자가 나오다 보니 대응할 방안이 없는 겁니다. 부산시는 우선 다음 달 공청회를 열고 입점 예정자를 대상으로 개별 접촉을 진행할 예정인데요. 사업 부실로 입점이 밀리고, 수십에서 수백만 원의 피해를 본 상인들은 어디서 그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자갈치 명소화 사업 착수 당시 400명 넘던 상인들은 이제 노령화와 경기침체로 그 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부산의 명소를 보존하기 위해서 더욱 철저한 검증과 사업 추진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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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자갈치시장 노점상부산의 대표 관광명소, 자갈치시장입니다. 싱싱한 제철 회와 해산물을 맛볼 수 있어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자갈치시장하면 부산 앞바다 바로 앞 야외 노점에 늘어선 수많은 생선과 구수한 사투리로 손님 눈길을 사로잡는 상인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데요. 한국전쟁 이후 생계를 위해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아 거대한 시장을 이루며 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현재는 상가 건물이 들어서 대부분 입점해있고, 노점상 3백여 곳만 야외에서 운영하고 있는데요. 도로를 무단으로 점유해 영업 하다 보니 안전과 위생 문제가 계속 제기됐습니다. 결국 지난 2014년부터 부산시가 노점상 이주를 비롯해 자갈치 수산 명소화 사업을 벌였습니다. 새 건물에 노점상을 이주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바다 매립해서 이주하자던 상인회…부산판 '봉이 김선달'

KBS가 입수한 상인회 공유수면 매립 분담금 입금 내역
2006년부터 노점상 이주에 관한 논의는 시작됐습니다. 바로 노점상들이 모인 상인회가 그 주체였는데요. 이들은 자갈치시장 앞바다에 공유수면을 매립해 상인들을 이주시키겠다고 계획을 짰습니다. 그리고 회원들에게 50만 원씩 돈을 걷었는데요. 당시 모인 돈만 1억 5천만 원이 넘습니다. 바다를 매립해 상인들이 일할 자리를 만들고 그 자리는 상인들이 가지게 되는 셈인데, 대동강 물을 팔던 '봉이 김선달'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바다는 모두의 공유 재산이죠. 해양수산부는 2007년 해당 사업이 공공기관이 주체가 아니라며 반려했습니다. 사업이 좌초됐지만 상인들은 이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2014년, 부산시가 나서 자갈치 수산 명소화 사업을 추진하자, 상인회는 이전에 돈을 내지 않은 상인들에게도 추가로 돈을 더 거두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사업은 국비와 시비가 투입되는 사업. 상인들이 돈을 낼 일이 없는 사업이죠.

사업이 반려됐다면 걷은 돈은 어떻게 됐을까요? 상인들은 지금도 그 돈의 행방을 모릅니다. 당시 상인회 관계자는 "형평성 문제로 2014년 추가로 돈을 걷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걷은 1억 5천만 원은 바다를 메우는 공유수면 매립 실시설계 용역 등을 하며 다 써버렸다고 밝혔는데요.

결국, 상인들은 말도 안 되는 사업에 수십, 수백만 원을 갹출하고 또 지금은 날 릴 처지에 놓였습니다.

친목 단체라던 상인회 알고 보니 '주식회사'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말, 갑자기 이 상인회가 알고 보니 '주식회사'였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집니다. 전통시장 상인회를 결성하려면 일단 점포와 노동력이 있어야 합니다. 자갈치 시장에 등록된 상인회는 현재 모두 6개입니다. 하지만 노점상들이 모인 이 상인회는 등록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등록할 수가 없습니다. 도로를 불법 점유해 운영하기 때문에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겁니다. 상인들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친목 단체 형태로 상인회가 운영됐다고 믿었는데요. 하지만 상인회는 2007년, 주식회사로 등기까지 낸 영리 목적의 회사였습니다.

해당 상인회의 사업 목적
사업 목적은 '매립공사, 부동산 임대업' 등으로 공유수면 매립과 관련된 사업체였습니다. 하지만 자갈치시장 노점 상인들은 이 사실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공고를 '서울특별시내에 발간하는 일간 00 일보에 게재한다'고 정해뒀기 때문입니다.

정관도 가짜였습니다. 일부 상인들은 '친목 단체'라고 적힌 정관을 받아서 보고, 상인회에 덜컥 가입한 경우도 있었는데요. 결국, 이 문제를 뒤늦게 알게 된 상인들은 사기 혐의 등으로 상인회 관계자들을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자갈치시장 일대
'자갈치아지매시장' 부정 입점자까지…상인 피해 어쩌나?
그렇다면 노점 상인들의 숙원인 시장 건물에 입점하는 건 가능할까요? 그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들이 옮겨갈 건물은 '자갈치아지매시장'인데요. 앞서 2019년 1단계 건물이 준공됐지만, 시설 부실 문제 등으로 상인들이 입주를 거부했습니다.

결국, 지금 2단계 건물이 지어지고 있는데, 올해 안에 입점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입주 예정자는 280여 명인데요. 이들을 놓고도 부정 입점 의혹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노점상이 아닌 사람들이 입점 자격을 받았다는 건데요. 실제 KBS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일부 예정자가 근처 신동아 시장의 경비로 일하는 등 아예 노점상 경력조차 없었습니다.

부정 입점 의혹을 받는 사람만 10여 명인데, 부산시는 실태 조사는 아직 계획하지 않고 있습니다. 부산시는 2015년부터 9년 동안 상인회에 의존해 현장조사를 거쳐 280여 명을 추렸는데, 거기서 부정 입점자가 나오다 보니 대응할 방안이 없는 겁니다. 부산시는 우선 다음 달 공청회를 열고 입점 예정자를 대상으로 개별 접촉을 진행할 예정인데요. 사업 부실로 입점이 밀리고, 수십에서 수백만 원의 피해를 본 상인들은 어디서 그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자갈치 명소화 사업 착수 당시 400명 넘던 상인들은 이제 노령화와 경기침체로 그 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부산의 명소를 보존하기 위해서 더욱 철저한 검증과 사업 추진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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