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의 아침] “가해자의 왜곡 벗겨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5·18 진실규명 논란 배경은?”

입력 2024.05.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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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명 : [출발! 무등의 아침]
■ 방송시간 : 08:30~09:00 KBS광주 1R FM 90.5 MHZ
■ 진행 : 윤주성 앵커
■ 전화연결 : 이재의 5.18 기념재단 연구위원
■ 구성 : 정유라 작가
■ 기술 : 이종규 감독



▶유튜브 영상 바로가기 주소 https://www.youtube.com/watch?v=xf9K5iPZbMI


◇ 윤주성 앵커(이하 윤주성): 5.18 민주화운동 44주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44주년을 맞았는데도 5.18을 왜곡하는 게임 등이 논란이 되면서 진상규명 조사보고서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더 커지고 있는데요. 이재의 5.18 기념재단 연구위원 연결해서 관련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재의 5.18기념재단 연구위원 (이하 이재의): 안녕하십니까?

◇ 윤주성: 내일이면 5.18 민주화운동 44주기인데요. 5.18 44주년의 의미는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을 하십니까?

◆ 이재의: 44주년의 가장 중요한 것은 그동안 왜곡이 굉장히 많이 진행됐지 않습니까? 진상규명 조사 활동이 또 4년간 국가 차원에서 진행됐지요. 그것이 올해 6월로 마감되는데 그런 데서 각별하게 의미가 있는 해라고 생각이 됩니다.

◇ 윤주성: 위원님께서는 당시에 전남대 학생으로 시위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고 또 이후 5.18의 진실을 알리는 그런 책도 내는 데 참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소회 어떻습니까?

◆ 이재의: 돌이켜보면 저는 1985년도에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는 책을 쓰면서부터 5.18과 깊숙이 인연을 맺게 된 것이지요. 그러면서 "그 책이 군사 정권에 의해서 왜곡된 5.18의 진실을 전 국민에게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어떻게 보면 그 이후에 평생 5.18의 진상을 알리는 삶을 살아왔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 점에서 "광주 시민들과 함께 국가 차원의 진상 규명 결과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입니다.

◇ 윤주성: 최근 5.18을 왜곡하는 내용과 구도의 게임이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이런 논란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 이재의: 우리 헌법에는 표현의 자유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지 않습니까? 그래서 "누구든지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그런 생각이 있으면 표현할 수 있는 자유, 그것이 민주주의 기본 논리이고. 그래서 그런 것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그런 여론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5.18 왜곡에 대해서는 용납할 수 있는 범위가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해서 특별법까지 만들어서 근절을 시켜보겠다"고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도 여전히 이런 식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왜곡이 변형, 확산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착잡한 그런 심정입니다.

◇ 윤주성: 말씀하신 것처럼 이런 일들이 근절되지 않고 꾸준히,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을 하십니까?

◆ 이재의: 제가 보기에는 "가장 큰 것은 정치적인 이유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아시다시피 군사독재 잔존 세력들이 5.18을 뿌리로 해서 성장한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공격하기 위해서 5.18을 폄훼하고 갈라치는 것이라고 생각이 돼요. 그리고 특히 5.18을 도덕적으로 희화화시키거나 비난의 대상으로 평가 절하함으로써 민주주의를 공격하는 것이지요. 무엇보다도 또 다른 이유를 한번 들어본다면 그간 민주 세력이 집권을 몇 차례 했지 않습니까? 그때 보여준 모습이 요즘 젊은 세대들, 특히 경쟁이 치열한 세대를 살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실망스러웠던 측면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지요. 그러다 보니까 5.18과 같이 한 묶음으로 1970년대나 80년대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감옥이나 고문 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치열하게 자기 입장을 통해서 민주적 가치를 옹호하기 위해서 싸우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요즘은 정치 권력 자체가 목표가 되어 버린 모습을 보이니까 별 차별성이 없어진 것이에요. 과거의 민주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워왔던 사람들과 "그런 정치 풍토가 5.18 왜곡을 먹혀들어 가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 바탕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윤주성: 5.18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말씀하셨던 것처럼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책 발간에도 참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80년 5월 당시의 진실은 시민들이 직접 목격을 한 일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오래 걸리고 또 진실 규명을 놓고도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일까요?

◆ 이재의: 진실은 어떻게 보면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몸속에,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많은 기록들이 그러는데 아시다시피 5.18 이후 한 7년간 전두환 정권이 지배를 했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면 그 시기 동안 공식적인 기록들은 전부 자기들이 5.18을 탄압했던 것을 정당화시키는 이런 논리로 포장을 해 버렸던 것이지요. 그것이 왜곡이라고 우리는 보는 것이지요. 그 왜곡을 벗겨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입니다. 말하자면 "모든 공식적인 국가 문서들이 그렇게 되어 있다" 보니까 "이것이 피해 사실과 다르지 않느냐", 이런 내용들을 입증하는 것이 오로지 광주에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몫으로 된 것이지요.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일정하게 그런 영향 같은 것들이 작용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윤주성: 그렇다면 제가 이것은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질문을 드리는 것인데요.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집필을 할 때는 관련 자료를 다 어떻게 수집했던 것이에요?

◆ 이재의: 그때도 목숨 걸고 많은 사람들이 자료를 모으고 그랬지요. 그래서 병원 기록도 모으고 특히 천주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줬거든요. 그래서 천주교 쪽을 통해서 모아진 자료들, 그다음에 개인들이 쓴 일기, 수기 또 비망록 이런 자료들을 모으고 또 제가 직접 저희 동료들과 같이 주요한 사람들 취재를 직접 하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해서 5.18 전체 모습을 재구성했던 것입니다.

◇ 윤주성: 그래서 사실 5.18 민주화운동 당시의 어떤 진상 그리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 국가 차원에서 노력들이 기울여졌고, 그 결과물이 최근에 나왔잖아요. 그런데 또 그 결과물을 놓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부분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 이재의: 누구보다도 광주에 계신 분들이 잘 아시지요. "어떤 것들이 문제가 있는가", 사실과 다른가. 가장 큰 것은 도청 앞에서 80년 5월 21일 오후 1시경에 집단 발포가 있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집단 발포 직전 계엄군 1명이 장갑차에 깔려서 사망을 했어요. 그 사망 원인을 둘러싸고 쟁점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사망한 사람이 권용운 일병이라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계엄군 장갑차에 끼어서 사망을 한 것이냐. 그러지 않으면 "시위대 장갑차에 의한 것이냐" 이것이 첫 번째 쟁점이 되고 있고요. 두 번째로는 마찬가지로 도청 앞 집단 발포 이것을 둘러싸고 집단 발포가 시위대가 먼저 무기고를 습격해서 무장을 했기 때문에 발포가 시작된 것이냐. 그렇지 않으면 "발포가 먼저 있고 나서 여기에 분노한 시위대가 무기고를 습격해서 총기로 무장을 한 것이냐", "이 두 가지 쟁점이 애매하게 이번 조사 결과에서 나왔다"는 것이지요. 너무 분명하게 광주 사람들은 믿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그런 점들이 지금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윤주성: "5.18 진상규명 조사위원회의 자체 조사 인력도 많았고, 또 예산도 나름대로 충분히 확보된 상태에서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았는가라"는 것이 광주 시민들의 일반적인 생각일 텐데요. 어떻게 이런 애매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지요?

◆ 이재의: 그것은 "두 가지 이유를 우리가 짚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첫 번째로 지적해야 할 것은 이런 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피해 사실을 중심으로 해서 조사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무엇을 조사할 것인가" 조사 설계를 분명히 하고 그런 점을 밝히기 위한 조사를 해야 하는데 무조건 계엄군들 그때 당시에 작전에 참여했던 계엄군들을 중심으로 들어가다 보니까 거기에서는 자기한테 유리하게 진술한 사람도 많이 있을 것 아닙니까? 그러면 그 이야기들 숫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물론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자기 진실을 덮고 싶기 때문에 후세들한테 안 보이고 싶은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까 이것이 그 숫자는 적고, 그래서 "그 숫자가 더 많지 않느냐" 그렇게 진술한 사람들, 이런 식으로 결론되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지요.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을 해서 결정을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그 점이 좀 미흡한 것 같아요. 그 점이 미흡했던 것은 그런 판단을 내려줄 사람들이 물론 조사관들도 그런 것을 하지만, 최종적으로 그런 판단을 내린 사람들은 거기 조사위원들이거든요. 위원들이 최종적으로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아마 조사위원들이 광주에서 가신 분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이분들 사이에서 서로 의견이 갈렸던 것 같아요. 말하자면 "조사가 부실하다, 그런 부분이 있으면 더 확실히 조사를 하지 그랬느냐" 이런 의견을 가진 분들도 있었고, 속기록에도 그렇게 나와 있습니다. 최근에 공개된 속기록에 보면. 또 "어떤 분들은 이 정도면 충분히 됐으니까 판단을 하고 진실을 은폐하는 그런 진술을 한 사람 숫자가 많다고 해서 이것은 맞지 않는 이야기라는 판단을 해야 한다", "그런 의견이 갈리다 보니까 조사 불능이다" 이런 결론을 내렸던 것 같아요.

◇ 윤주성: "국가 차원에서의 보고서가 갖는 의미를 생각하면 어떻게든지 보완하고 이를 조금 정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이재의: 그렇습니다. 이것은 반드시 수정이 되어야 하고 다행히 올 6월 말까지 종합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니까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만, 광주에서 이런 여론이 강력하게 일어나고 그러니까 이런 것들이 일정하게 수정하는 작업들이, 수정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조사해놨던 것을 보완하는 것이지요. 반영하지 못했던 것들을. 그런 것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이 충분히 반영돼서 사실과 일치하도록 이런 결론들이 종합보고서에는 반영이 되어야 되지 않겠느냐"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윤주성: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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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17 12:01:32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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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성 : 정유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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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주성 앵커(이하 윤주성): 5.18 민주화운동 44주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44주년을 맞았는데도 5.18을 왜곡하는 게임 등이 논란이 되면서 진상규명 조사보고서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더 커지고 있는데요. 이재의 5.18 기념재단 연구위원 연결해서 관련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재의 5.18기념재단 연구위원 (이하 이재의): 안녕하십니까?

◇ 윤주성: 내일이면 5.18 민주화운동 44주기인데요. 5.18 44주년의 의미는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을 하십니까?

◆ 이재의: 44주년의 가장 중요한 것은 그동안 왜곡이 굉장히 많이 진행됐지 않습니까? 진상규명 조사 활동이 또 4년간 국가 차원에서 진행됐지요. 그것이 올해 6월로 마감되는데 그런 데서 각별하게 의미가 있는 해라고 생각이 됩니다.

◇ 윤주성: 위원님께서는 당시에 전남대 학생으로 시위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고 또 이후 5.18의 진실을 알리는 그런 책도 내는 데 참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소회 어떻습니까?

◆ 이재의: 돌이켜보면 저는 1985년도에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는 책을 쓰면서부터 5.18과 깊숙이 인연을 맺게 된 것이지요. 그러면서 "그 책이 군사 정권에 의해서 왜곡된 5.18의 진실을 전 국민에게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어떻게 보면 그 이후에 평생 5.18의 진상을 알리는 삶을 살아왔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 점에서 "광주 시민들과 함께 국가 차원의 진상 규명 결과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입니다.

◇ 윤주성: 최근 5.18을 왜곡하는 내용과 구도의 게임이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이런 논란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 이재의: 우리 헌법에는 표현의 자유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지 않습니까? 그래서 "누구든지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그런 생각이 있으면 표현할 수 있는 자유, 그것이 민주주의 기본 논리이고. 그래서 그런 것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그런 여론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5.18 왜곡에 대해서는 용납할 수 있는 범위가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해서 특별법까지 만들어서 근절을 시켜보겠다"고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도 여전히 이런 식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왜곡이 변형, 확산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착잡한 그런 심정입니다.

◇ 윤주성: 말씀하신 것처럼 이런 일들이 근절되지 않고 꾸준히,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을 하십니까?

◆ 이재의: 제가 보기에는 "가장 큰 것은 정치적인 이유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아시다시피 군사독재 잔존 세력들이 5.18을 뿌리로 해서 성장한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공격하기 위해서 5.18을 폄훼하고 갈라치는 것이라고 생각이 돼요. 그리고 특히 5.18을 도덕적으로 희화화시키거나 비난의 대상으로 평가 절하함으로써 민주주의를 공격하는 것이지요. 무엇보다도 또 다른 이유를 한번 들어본다면 그간 민주 세력이 집권을 몇 차례 했지 않습니까? 그때 보여준 모습이 요즘 젊은 세대들, 특히 경쟁이 치열한 세대를 살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실망스러웠던 측면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지요. 그러다 보니까 5.18과 같이 한 묶음으로 1970년대나 80년대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감옥이나 고문 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치열하게 자기 입장을 통해서 민주적 가치를 옹호하기 위해서 싸우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요즘은 정치 권력 자체가 목표가 되어 버린 모습을 보이니까 별 차별성이 없어진 것이에요. 과거의 민주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워왔던 사람들과 "그런 정치 풍토가 5.18 왜곡을 먹혀들어 가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 바탕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윤주성: 5.18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말씀하셨던 것처럼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책 발간에도 참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80년 5월 당시의 진실은 시민들이 직접 목격을 한 일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오래 걸리고 또 진실 규명을 놓고도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일까요?

◆ 이재의: 진실은 어떻게 보면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몸속에,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많은 기록들이 그러는데 아시다시피 5.18 이후 한 7년간 전두환 정권이 지배를 했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면 그 시기 동안 공식적인 기록들은 전부 자기들이 5.18을 탄압했던 것을 정당화시키는 이런 논리로 포장을 해 버렸던 것이지요. 그것이 왜곡이라고 우리는 보는 것이지요. 그 왜곡을 벗겨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입니다. 말하자면 "모든 공식적인 국가 문서들이 그렇게 되어 있다" 보니까 "이것이 피해 사실과 다르지 않느냐", 이런 내용들을 입증하는 것이 오로지 광주에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몫으로 된 것이지요.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일정하게 그런 영향 같은 것들이 작용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윤주성: 그렇다면 제가 이것은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질문을 드리는 것인데요.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집필을 할 때는 관련 자료를 다 어떻게 수집했던 것이에요?

◆ 이재의: 그때도 목숨 걸고 많은 사람들이 자료를 모으고 그랬지요. 그래서 병원 기록도 모으고 특히 천주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줬거든요. 그래서 천주교 쪽을 통해서 모아진 자료들, 그다음에 개인들이 쓴 일기, 수기 또 비망록 이런 자료들을 모으고 또 제가 직접 저희 동료들과 같이 주요한 사람들 취재를 직접 하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해서 5.18 전체 모습을 재구성했던 것입니다.

◇ 윤주성: 그래서 사실 5.18 민주화운동 당시의 어떤 진상 그리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 국가 차원에서 노력들이 기울여졌고, 그 결과물이 최근에 나왔잖아요. 그런데 또 그 결과물을 놓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부분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 이재의: 누구보다도 광주에 계신 분들이 잘 아시지요. "어떤 것들이 문제가 있는가", 사실과 다른가. 가장 큰 것은 도청 앞에서 80년 5월 21일 오후 1시경에 집단 발포가 있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집단 발포 직전 계엄군 1명이 장갑차에 깔려서 사망을 했어요. 그 사망 원인을 둘러싸고 쟁점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사망한 사람이 권용운 일병이라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계엄군 장갑차에 끼어서 사망을 한 것이냐. 그러지 않으면 "시위대 장갑차에 의한 것이냐" 이것이 첫 번째 쟁점이 되고 있고요. 두 번째로는 마찬가지로 도청 앞 집단 발포 이것을 둘러싸고 집단 발포가 시위대가 먼저 무기고를 습격해서 무장을 했기 때문에 발포가 시작된 것이냐. 그렇지 않으면 "발포가 먼저 있고 나서 여기에 분노한 시위대가 무기고를 습격해서 총기로 무장을 한 것이냐", "이 두 가지 쟁점이 애매하게 이번 조사 결과에서 나왔다"는 것이지요. 너무 분명하게 광주 사람들은 믿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그런 점들이 지금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윤주성: "5.18 진상규명 조사위원회의 자체 조사 인력도 많았고, 또 예산도 나름대로 충분히 확보된 상태에서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았는가라"는 것이 광주 시민들의 일반적인 생각일 텐데요. 어떻게 이런 애매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지요?

◆ 이재의: 그것은 "두 가지 이유를 우리가 짚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첫 번째로 지적해야 할 것은 이런 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피해 사실을 중심으로 해서 조사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무엇을 조사할 것인가" 조사 설계를 분명히 하고 그런 점을 밝히기 위한 조사를 해야 하는데 무조건 계엄군들 그때 당시에 작전에 참여했던 계엄군들을 중심으로 들어가다 보니까 거기에서는 자기한테 유리하게 진술한 사람도 많이 있을 것 아닙니까? 그러면 그 이야기들 숫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물론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자기 진실을 덮고 싶기 때문에 후세들한테 안 보이고 싶은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까 이것이 그 숫자는 적고, 그래서 "그 숫자가 더 많지 않느냐" 그렇게 진술한 사람들, 이런 식으로 결론되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지요.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을 해서 결정을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그 점이 좀 미흡한 것 같아요. 그 점이 미흡했던 것은 그런 판단을 내려줄 사람들이 물론 조사관들도 그런 것을 하지만, 최종적으로 그런 판단을 내린 사람들은 거기 조사위원들이거든요. 위원들이 최종적으로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아마 조사위원들이 광주에서 가신 분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이분들 사이에서 서로 의견이 갈렸던 것 같아요. 말하자면 "조사가 부실하다, 그런 부분이 있으면 더 확실히 조사를 하지 그랬느냐" 이런 의견을 가진 분들도 있었고, 속기록에도 그렇게 나와 있습니다. 최근에 공개된 속기록에 보면. 또 "어떤 분들은 이 정도면 충분히 됐으니까 판단을 하고 진실을 은폐하는 그런 진술을 한 사람 숫자가 많다고 해서 이것은 맞지 않는 이야기라는 판단을 해야 한다", "그런 의견이 갈리다 보니까 조사 불능이다" 이런 결론을 내렸던 것 같아요.

◇ 윤주성: "국가 차원에서의 보고서가 갖는 의미를 생각하면 어떻게든지 보완하고 이를 조금 정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이재의: 그렇습니다. 이것은 반드시 수정이 되어야 하고 다행히 올 6월 말까지 종합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니까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만, 광주에서 이런 여론이 강력하게 일어나고 그러니까 이런 것들이 일정하게 수정하는 작업들이, 수정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조사해놨던 것을 보완하는 것이지요. 반영하지 못했던 것들을. 그런 것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이 충분히 반영돼서 사실과 일치하도록 이런 결론들이 종합보고서에는 반영이 되어야 되지 않겠느냐"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윤주성: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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