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부수고 초고층빌딩 속속…‘도쿄 대개조’ 재개발 열풍

입력 2024.05.18 (22:11) 수정 2024.05.18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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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엔저 등의 영향으로 일본 여행 가시는 분들 참 많은데요.

도쿄나 오사카 등 일본 주요 도시의 모습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50~60년 전에 지어졌던 상징적인 건물들의 수명이 다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건데요.

그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도쿄 지종익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오사카역 인근에서 공사가 한창입니다.

고급호텔 등이 입주한 고층 건물 한 가운데 노른자 땅에 시민 휴식공간을 만드는 겁니다.

[요시카와 레이코/오사카 거점개발실 부이사 : "혁신이 일어날 만한 장치들이 있는 자연 공간을 만들어서 도시의 품격을 높일 것입니다."]

오사카부와 오사카시는 3년 전 재개발을 추진할 130명 규모의 오사카도시계획국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간사이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재개발에 대응하기 위해섭니다.

1970년대 조성돼 한때 일본의 고도경제성장을 상징했던 오사카박람회 기념공원 주변에서도 간사이지역의 문화와 스포츠 거점을 만드는 대규모 재개발 계획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도쿄에선 최근 1~2년 사이 유명 백화점들이 잇따라 헐리고 있습니다.

신주쿠역 서쪽 출구의 상징 오다큐 백화점은 대부분 철거됐고, 바로 옆 개점 60주년 현수막이 내걸린 게이오백화점도 철거 예정입니다.

도쿄 젊은이들의 거리, 시부야 도큐백화점의 마지막 영업날엔 수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

[NHK 뉴스 : "도쿄 시부야의 상징으로서 영업을 해 온 도큐백화점 본점입니다. 조금 전의 영상인데요. 55년의 역사에 막을 내렸습니다."]

고도경제성장과 거품경제를 거치며 지어진 대형 건축물들.

반 세기 이상 지나 노후화하면서 역 주변 땅을 소유한 부동산개발회사와 철도회사, 자치단체 등이 연합해 일제히 재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구로세 노조미/도큐 시부야개발사업 담당 : "시부야는 100년에 한번 있을 재개발이라고 하는데 지금의 개발을 100년 후까지 지속 가능하게 하고자 합니다."]

요즘 도쿄에서는 도시의 상징이 될 만한 건물을 세우는 대규모 재개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에서도 도쿄대개조라는 표현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풍경은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문을 연 모리JP타워는 330미터로 일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됐고, 최고 높이 순위는 계속 달라지고 있습니다.

재개발의 초점은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쓰지 신고/모리빌딩 사장 : "국제도시 간 경쟁의 시대입니다. 그 경쟁에서 도쿄가 이기지 않으면 일본의 미래는 없다고 말해 왔습니다."]

2006년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2050년에는 도쿄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인구가 줄어들어 활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그리고 수도 밑에서 발생해 피해가 엄청날 수 밖에 없는 이른바 '수도직하지진'에 대한 우려도 재개발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더욱 엄격해진 방재기준을 적용하고, 건물 곳곳에 수천 명이 일정기간 버틸 수 있도록 비상식량과 물품을 보관하도록 했습니다.

[가부키초타워 방재담당 : "(이건 어느 정도의 양인가요?) 3천 명 정도가 사흘 정도는 버틸 수 있는..."]

대규모 재개발에 따른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도쿄 시민이 즐겨찾는 메이지신궁 외원의 3백미터 은행나무길.

야구장과 럭비경기장, 고층 건물 두 동을 새로 만들고, 7백여 그루를 베어낼 예정입니다.

유네스코 자문기구도 재개발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집회 참가자 : "도쿄에서는 드물게 하늘이 넓게 보이는 환경이 사라지는 것 아닐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고층 건물 위주의 비슷한 단지들이 도심 곳곳에 형성되면서 개성을 잃고, 공실이 늘어나는 등 도심 내 지역간 격차도 이미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도쿄 대형 빌딩 공급량은 전년도의 배가 넘었습니다.

[요코하리 마코토/도쿄대학 교수 : "사업자가 비용을 분배해서 주변의 공동화를 어느 정도 제어하거나, 주변의 가치를 높이는 형태로 일체적인 정비를 해야합니다."]

내년이면 전후 80년을 맞는 일본.

잇딴 재개발과 함께 도시의 개성과 정취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 풀어야 할 과젭니다.

도쿄에서 지종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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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화점 부수고 초고층빌딩 속속…‘도쿄 대개조’ 재개발 열풍
    • 입력 2024-05-18 22:11:47
    • 수정2024-05-18 22: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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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엔저 등의 영향으로 일본 여행 가시는 분들 참 많은데요.

도쿄나 오사카 등 일본 주요 도시의 모습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50~60년 전에 지어졌던 상징적인 건물들의 수명이 다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건데요.

그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도쿄 지종익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오사카역 인근에서 공사가 한창입니다.

고급호텔 등이 입주한 고층 건물 한 가운데 노른자 땅에 시민 휴식공간을 만드는 겁니다.

[요시카와 레이코/오사카 거점개발실 부이사 : "혁신이 일어날 만한 장치들이 있는 자연 공간을 만들어서 도시의 품격을 높일 것입니다."]

오사카부와 오사카시는 3년 전 재개발을 추진할 130명 규모의 오사카도시계획국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간사이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재개발에 대응하기 위해섭니다.

1970년대 조성돼 한때 일본의 고도경제성장을 상징했던 오사카박람회 기념공원 주변에서도 간사이지역의 문화와 스포츠 거점을 만드는 대규모 재개발 계획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도쿄에선 최근 1~2년 사이 유명 백화점들이 잇따라 헐리고 있습니다.

신주쿠역 서쪽 출구의 상징 오다큐 백화점은 대부분 철거됐고, 바로 옆 개점 60주년 현수막이 내걸린 게이오백화점도 철거 예정입니다.

도쿄 젊은이들의 거리, 시부야 도큐백화점의 마지막 영업날엔 수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

[NHK 뉴스 : "도쿄 시부야의 상징으로서 영업을 해 온 도큐백화점 본점입니다. 조금 전의 영상인데요. 55년의 역사에 막을 내렸습니다."]

고도경제성장과 거품경제를 거치며 지어진 대형 건축물들.

반 세기 이상 지나 노후화하면서 역 주변 땅을 소유한 부동산개발회사와 철도회사, 자치단체 등이 연합해 일제히 재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구로세 노조미/도큐 시부야개발사업 담당 : "시부야는 100년에 한번 있을 재개발이라고 하는데 지금의 개발을 100년 후까지 지속 가능하게 하고자 합니다."]

요즘 도쿄에서는 도시의 상징이 될 만한 건물을 세우는 대규모 재개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에서도 도쿄대개조라는 표현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풍경은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문을 연 모리JP타워는 330미터로 일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됐고, 최고 높이 순위는 계속 달라지고 있습니다.

재개발의 초점은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쓰지 신고/모리빌딩 사장 : "국제도시 간 경쟁의 시대입니다. 그 경쟁에서 도쿄가 이기지 않으면 일본의 미래는 없다고 말해 왔습니다."]

2006년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2050년에는 도쿄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인구가 줄어들어 활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그리고 수도 밑에서 발생해 피해가 엄청날 수 밖에 없는 이른바 '수도직하지진'에 대한 우려도 재개발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더욱 엄격해진 방재기준을 적용하고, 건물 곳곳에 수천 명이 일정기간 버틸 수 있도록 비상식량과 물품을 보관하도록 했습니다.

[가부키초타워 방재담당 : "(이건 어느 정도의 양인가요?) 3천 명 정도가 사흘 정도는 버틸 수 있는..."]

대규모 재개발에 따른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도쿄 시민이 즐겨찾는 메이지신궁 외원의 3백미터 은행나무길.

야구장과 럭비경기장, 고층 건물 두 동을 새로 만들고, 7백여 그루를 베어낼 예정입니다.

유네스코 자문기구도 재개발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집회 참가자 : "도쿄에서는 드물게 하늘이 넓게 보이는 환경이 사라지는 것 아닐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고층 건물 위주의 비슷한 단지들이 도심 곳곳에 형성되면서 개성을 잃고, 공실이 늘어나는 등 도심 내 지역간 격차도 이미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도쿄 대형 빌딩 공급량은 전년도의 배가 넘었습니다.

[요코하리 마코토/도쿄대학 교수 : "사업자가 비용을 분배해서 주변의 공동화를 어느 정도 제어하거나, 주변의 가치를 높이는 형태로 일체적인 정비를 해야합니다."]

내년이면 전후 80년을 맞는 일본.

잇딴 재개발과 함께 도시의 개성과 정취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 풀어야 할 과젭니다.

도쿄에서 지종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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