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국보 1호 교체 논란

입력 2005.11.10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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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의 해설위원]

최근 국보 1호인 숭례문을 다른 문화재로 바꾸는 문제와 관련해 논란이 뜨겁습니다.

논란은 지난 7일 감사원이 문화재 지정과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면서 국보 제1호를 재지정할 것을 문화재청에 권고한데 이어 그 다음날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즉각 교체검토를 밝힘으로써 불거졌습니다.

감사원의 지적은 숭례문이 일제시대 조선총독부에 의해 보물 제1호로 지정된 것을 해방후에도 우리정부가 그대로 답습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일제잔재기 때문에 바꿔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국보 1호 변경논란은 10년전에도 있었습니다.지난 95년 숭례문을 훈민정음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돼 문화재위원회 심의에까지 올라갔지만, 전문가들의 논의와 여론 조사 끝에 없었던 일로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번 국보 1호 교체를 둘러싼 찬반 의견도 뚜렷하게 갈립니다.

찬성측은 국보 1호는 독창성이 강하고 민족의 상징성이 큰 문화유산이어야 하는데 숭례문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재로 삼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대신, 국보 제 70호인 훈민정음이나 국보 제 24호인 석굴암, 제 32호인 팔만대장경 등 가치와 상징성이 더 높은 문화재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반대 의견도 많습니다. 국보나 보물의 일련번호가 문화재의 중요도나 가치의 우열순위가 아니라 지정순서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굳이 교체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유력한 교체후보로 꼽히는 훈민정음이 비교할 수 없는 높은 가치를 가진 것은 분명하지만 한글이 무형의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국보 1호로 지정되는 것은 부적당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러한 논란에서도 보듯이 국보 1호 교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전문가와 학계의 심도있는 논의와 국민적 여론수렴은 필수입니다.

자칫 과거사 청산의 일환으로 정치적인 논리가 개입된 여론몰이식의 교체는 큰 후유증을 낳을 수 있습니다. 이번 국보 1호 교체문제를 문화재 전문기관이 아닌 감사원이 제기했다는 데 의아해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국보를 변경하는데 따른 혼란과 엄청난 비용도 문제입니다. 각종 서적과 국가홍보물등을 다시 제작해야 하는 등 경제 사회적 소모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국보 307건, 보물 1420건이 지정돼 있습니다. 그러나 관리와 보존은 문제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최근 대한민국 최초의 국새가 분실된데 이어 조선시대 국새 13개도 모두 없어진 것으로 확인된 것만 봐도 우리의 문화재 보존 실태를 알 수 있습니다.

국보 제1호 교체는 당장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는 아닙니다.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처리해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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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국보 1호 교체 논란
    • 입력 2005-11-10 08: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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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의 해설위원] 최근 국보 1호인 숭례문을 다른 문화재로 바꾸는 문제와 관련해 논란이 뜨겁습니다. 논란은 지난 7일 감사원이 문화재 지정과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면서 국보 제1호를 재지정할 것을 문화재청에 권고한데 이어 그 다음날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즉각 교체검토를 밝힘으로써 불거졌습니다. 감사원의 지적은 숭례문이 일제시대 조선총독부에 의해 보물 제1호로 지정된 것을 해방후에도 우리정부가 그대로 답습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일제잔재기 때문에 바꿔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국보 1호 변경논란은 10년전에도 있었습니다.지난 95년 숭례문을 훈민정음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돼 문화재위원회 심의에까지 올라갔지만, 전문가들의 논의와 여론 조사 끝에 없었던 일로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번 국보 1호 교체를 둘러싼 찬반 의견도 뚜렷하게 갈립니다. 찬성측은 국보 1호는 독창성이 강하고 민족의 상징성이 큰 문화유산이어야 하는데 숭례문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재로 삼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대신, 국보 제 70호인 훈민정음이나 국보 제 24호인 석굴암, 제 32호인 팔만대장경 등 가치와 상징성이 더 높은 문화재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반대 의견도 많습니다. 국보나 보물의 일련번호가 문화재의 중요도나 가치의 우열순위가 아니라 지정순서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굳이 교체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유력한 교체후보로 꼽히는 훈민정음이 비교할 수 없는 높은 가치를 가진 것은 분명하지만 한글이 무형의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국보 1호로 지정되는 것은 부적당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러한 논란에서도 보듯이 국보 1호 교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전문가와 학계의 심도있는 논의와 국민적 여론수렴은 필수입니다. 자칫 과거사 청산의 일환으로 정치적인 논리가 개입된 여론몰이식의 교체는 큰 후유증을 낳을 수 있습니다. 이번 국보 1호 교체문제를 문화재 전문기관이 아닌 감사원이 제기했다는 데 의아해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국보를 변경하는데 따른 혼란과 엄청난 비용도 문제입니다. 각종 서적과 국가홍보물등을 다시 제작해야 하는 등 경제 사회적 소모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국보 307건, 보물 1420건이 지정돼 있습니다. 그러나 관리와 보존은 문제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최근 대한민국 최초의 국새가 분실된데 이어 조선시대 국새 13개도 모두 없어진 것으로 확인된 것만 봐도 우리의 문화재 보존 실태를 알 수 있습니다. 국보 제1호 교체는 당장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는 아닙니다.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처리해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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