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의 어처구니없는 ‘2연속 임시 감독 체제…결정적인 3가지 시행착오’

입력 2024.05.20 (16:40) 수정 2024.05.2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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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전력 강화위원회의 아마추어적인 감독 선임 '결국 파행'
황선홍에 '올인'하다 르나르 등 외국인 사령탑 놓쳐
K리그 현직 사령탑을 후보군에 올리는 '시대착오적 판단'


한국 축구가 과거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혼돈기를 맞게 됐다. 사상 처음 '임시 감독 체제'를 두 번 연속 떠안게 됐다. 축구협회는 20일 "김도훈 전 울산 감독을 6월 북중미월드컵 2차 예선 두 경기의 임시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황선홍 감독에 이은 두 번째 임시 감독 선임이다.

축구협회가 국가대표 감독 선임을 놓고 이렇게 오랜 기간 혼란에 빠져 있던 적은 없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클린스만 전 대표팀 감독 경질 이후 축구협회와 전력 강화위원회가 범한 결정적인 3가지 오류를 짚어봤다.

■ '플랜 A' 황선홍 선임을 염두에 둔 감독 선임 로드맵

축구협회 전력 강화위원회의 가장 큰 오류는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유력 후보 1순위로 올린 부분이었다. 황 감독이 예상 밖으로 올림픽 최종 예선에서 실패하자, 전력 강화위원회의 행보는 걷잡을 수 없게 꼬였다.

정해성 전력 강화 위원장은 3월 황선홍 임시 감독을 선임하면서 "5월 초까지 정식 감독 선임을 마치겠다"고 밝혔고, 이어 한 달 뒤 11명의 최종 후보군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국내 4명, 외국인 7명 가운데 5월 중순까지 최대한 선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왜 5월 초, 중순이었을까.

표면적으로 전력 강화위원회는 새 감독 선임 발표를 6월 A매치 이전 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올림픽 최종 예선이 마무리되는 5월 초까지 선임을 미뤄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3월 A매치 태국과의 2연전을 무난히 마무리한 황선홍 감독을 1순위로 상정한 채, 황선홍 호의 올림픽 최종예선 결과를 예의 주시한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올림픽 대표팀이 40년 만에 본선행에 실패했다.

1순위 황 감독이 올림픽 실패로 낙마하면서 전력 강화위는 부랴부랴 외국인 사령탑 영입으로 태세 전환을 했지만, 약속한 시일인 5월 중순은 채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이 되어 버렸다. 축구협회 수뇌부가 외국인 사령탑 1, 2 순위인 제시 마쉬(미국), 헤수스 카사스(스페인)와의 협상에서 끝내 실패하면서 결국 사상 초유의 '2연속 임시 감독 체제'를 발표하게 됐다.

■ 르나르 감독 면담 실패

축구협회가 국내 감독, 특히 황선홍 감독 선임에 무게를 두면서 외인 사령탑 영입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클린스만 경질 이후 언론과 팬, 전문가 집단에서 공통적으로 1순위 후보로 거론된 에르베 르나르(프랑스) 감독을 놓친 것이다.

축구협회 내부 사정에 정통한 축구계 관계자는 "정해성 위원장이 유럽으로 건너가 제시 마쉬, 세뇰 귀네슈 등 감독 후보군과 대면 면접을 했는데, 프랑스에 있는 르나르 감독을 만나지 않았다"면서 "르나르 감독은 한국과 협상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위원장과 면접이 불발되면서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르나르 감독은 현재 프랑스 여자축구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7월 말 개막하는 파리올림픽에 출전하기 때문에, 6월 A매치 지휘봉을 잡기 부적절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르나르 감독 측의 전언에 따르면 프랑스축구협회와도 어느 정도 소통을 한 상태여서 6월 A매치 때 합류가 불가능하지 않았다.

게다가 현재 르나르 감독은 과거 러시아월드컵 때 사령탑을 맡았던 모로코 대표팀의 러브콜을 받았고, 조만간 정식 계약을 맺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만약 르나르 감독이 6월 A매치 기간에 모로코 지휘봉을 잡는 모습이 나온다면 어처구니없는 촌극이 아닐 수 없다.

■K리그 현직 감독을 후보군에 올린 '시대착오'

축구협회는 또 한 명의 긴급 소방수를 긴급 투입했는데 김도훈 전 울산 감독이었다. 이 부분에서 전력 강화위원회의 아마추어적인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당초 김도훈 감독은 전력 강화 위가 제시한 11명의 후보 명단에 없었던 인물이다. 11명 가운데 국내파는 4명이었는데, 황선홍-홍명보-김기동-이정효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황 감독을 제외하고 모두 K리그 현직 사령탑이었다.


이 3명의 K리그 현직 감독을 후보군에 올린 자체가 축구협회의 시대착오적 무리수였다는 비판이 줄을 잇는다. 과거부터 축구협회는 K리그 현직 사령탑 가운데 한 명을 대표팀 감독으로 '승격'시키는 데 별 주저함이 없었다.

2007년 핌 베어벡 감독이 아시안컵 성적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자, 전남 드래곤즈와 계약 기간이 남아 있던 허정무 감독을 국가대표 사령탑에 선임했고, 2011년 최강희 전북 감독을 조광래 대표팀 감독의 후임으로 앉히기도 했다.
다만 허정무, 최강희 두 감독은 그래도 시즌이 종료되고 다음 시즌이 시작되기 전 선임된 경우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K리그가 막 시작해 본격적인 경쟁을 펼쳐나갈 때라는 점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결국, K리그 현직 감독을 후보군에 올린 선택은 무리수라는 것을 전력강화위 스스로 인정했다. 후보군에 없던 김도훈 감독을 임시 사령탑으로 데려온 것이다. 애초, 국가대표 사령탑 후보군을 추릴 때 현직 K리그 감독이 아닌 박항서, 김도훈, 최용수 감독 등 명망 있는 인물들을 11명의 후보군 자체에 올리지 않았던 것은 자충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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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20 16:40:29
    • 수정2024-05-20 16:41:07
    스포츠K
축구협회 전력 강화위원회의 아마추어적인 감독 선임 '결국 파행'
황선홍에 '올인'하다 르나르 등 외국인 사령탑 놓쳐
K리그 현직 사령탑을 후보군에 올리는 '시대착오적 판단'


한국 축구가 과거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혼돈기를 맞게 됐다. 사상 처음 '임시 감독 체제'를 두 번 연속 떠안게 됐다. 축구협회는 20일 "김도훈 전 울산 감독을 6월 북중미월드컵 2차 예선 두 경기의 임시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황선홍 감독에 이은 두 번째 임시 감독 선임이다.

축구협회가 국가대표 감독 선임을 놓고 이렇게 오랜 기간 혼란에 빠져 있던 적은 없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클린스만 전 대표팀 감독 경질 이후 축구협회와 전력 강화위원회가 범한 결정적인 3가지 오류를 짚어봤다.

■ '플랜 A' 황선홍 선임을 염두에 둔 감독 선임 로드맵

축구협회 전력 강화위원회의 가장 큰 오류는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유력 후보 1순위로 올린 부분이었다. 황 감독이 예상 밖으로 올림픽 최종 예선에서 실패하자, 전력 강화위원회의 행보는 걷잡을 수 없게 꼬였다.

정해성 전력 강화 위원장은 3월 황선홍 임시 감독을 선임하면서 "5월 초까지 정식 감독 선임을 마치겠다"고 밝혔고, 이어 한 달 뒤 11명의 최종 후보군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국내 4명, 외국인 7명 가운데 5월 중순까지 최대한 선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왜 5월 초, 중순이었을까.

표면적으로 전력 강화위원회는 새 감독 선임 발표를 6월 A매치 이전 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올림픽 최종 예선이 마무리되는 5월 초까지 선임을 미뤄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3월 A매치 태국과의 2연전을 무난히 마무리한 황선홍 감독을 1순위로 상정한 채, 황선홍 호의 올림픽 최종예선 결과를 예의 주시한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올림픽 대표팀이 40년 만에 본선행에 실패했다.

1순위 황 감독이 올림픽 실패로 낙마하면서 전력 강화위는 부랴부랴 외국인 사령탑 영입으로 태세 전환을 했지만, 약속한 시일인 5월 중순은 채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이 되어 버렸다. 축구협회 수뇌부가 외국인 사령탑 1, 2 순위인 제시 마쉬(미국), 헤수스 카사스(스페인)와의 협상에서 끝내 실패하면서 결국 사상 초유의 '2연속 임시 감독 체제'를 발표하게 됐다.

■ 르나르 감독 면담 실패

축구협회가 국내 감독, 특히 황선홍 감독 선임에 무게를 두면서 외인 사령탑 영입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클린스만 경질 이후 언론과 팬, 전문가 집단에서 공통적으로 1순위 후보로 거론된 에르베 르나르(프랑스) 감독을 놓친 것이다.

축구협회 내부 사정에 정통한 축구계 관계자는 "정해성 위원장이 유럽으로 건너가 제시 마쉬, 세뇰 귀네슈 등 감독 후보군과 대면 면접을 했는데, 프랑스에 있는 르나르 감독을 만나지 않았다"면서 "르나르 감독은 한국과 협상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위원장과 면접이 불발되면서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르나르 감독은 현재 프랑스 여자축구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7월 말 개막하는 파리올림픽에 출전하기 때문에, 6월 A매치 지휘봉을 잡기 부적절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르나르 감독 측의 전언에 따르면 프랑스축구협회와도 어느 정도 소통을 한 상태여서 6월 A매치 때 합류가 불가능하지 않았다.

게다가 현재 르나르 감독은 과거 러시아월드컵 때 사령탑을 맡았던 모로코 대표팀의 러브콜을 받았고, 조만간 정식 계약을 맺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만약 르나르 감독이 6월 A매치 기간에 모로코 지휘봉을 잡는 모습이 나온다면 어처구니없는 촌극이 아닐 수 없다.

■K리그 현직 감독을 후보군에 올린 '시대착오'

축구협회는 또 한 명의 긴급 소방수를 긴급 투입했는데 김도훈 전 울산 감독이었다. 이 부분에서 전력 강화위원회의 아마추어적인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당초 김도훈 감독은 전력 강화 위가 제시한 11명의 후보 명단에 없었던 인물이다. 11명 가운데 국내파는 4명이었는데, 황선홍-홍명보-김기동-이정효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황 감독을 제외하고 모두 K리그 현직 사령탑이었다.


이 3명의 K리그 현직 감독을 후보군에 올린 자체가 축구협회의 시대착오적 무리수였다는 비판이 줄을 잇는다. 과거부터 축구협회는 K리그 현직 사령탑 가운데 한 명을 대표팀 감독으로 '승격'시키는 데 별 주저함이 없었다.

2007년 핌 베어벡 감독이 아시안컵 성적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자, 전남 드래곤즈와 계약 기간이 남아 있던 허정무 감독을 국가대표 사령탑에 선임했고, 2011년 최강희 전북 감독을 조광래 대표팀 감독의 후임으로 앉히기도 했다.
다만 허정무, 최강희 두 감독은 그래도 시즌이 종료되고 다음 시즌이 시작되기 전 선임된 경우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K리그가 막 시작해 본격적인 경쟁을 펼쳐나갈 때라는 점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결국, K리그 현직 감독을 후보군에 올린 선택은 무리수라는 것을 전력강화위 스스로 인정했다. 후보군에 없던 김도훈 감독을 임시 사령탑으로 데려온 것이다. 애초, 국가대표 사령탑 후보군을 추릴 때 현직 K리그 감독이 아닌 박항서, 김도훈, 최용수 감독 등 명망 있는 인물들을 11명의 후보군 자체에 올리지 않았던 것은 자충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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