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할 수 있는 어른 생겼어요”…자립지원전담기관 찾는 청년들 [취재후]

입력 2024.05.21 (15:05) 수정 2024.05.2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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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성장 과정을 가진 청년들이 한 방에 모여서 같이 진로에 대해 얘기하는 그 시간이 저한테 굉장히 중요했던 것 같아요."
- 자립준비청년 A 씨

부모의 양육이 어려워 고등학생 때부터 1년 반이라는 시간을 보육원에서 보낸 25살 A 씨, 대구의 한 대학에 진학한 뒤 꿈을 찾아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편입을 위해 도움받을 곳을 찾던 A 씨는 '서울시 자립지원전담기관'에 직접 연락했습니다.

■ "질문할 수 있는 어른·공감할 동료 생겼어요."

전국 17개 시도에 설립된 자립지원전담기관전국 17개 시도에 설립된 자립지원전담기관

A 씨는 기관의 '선생님'들에게 일상의 사소한 질문부터 취업·주거 등에 관한 질문까지 도움을 구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뭔가 궁금할 때 가벼운 질문들을 보통 부모님이나 주변 어른하고 상의할 수 있는데 저희 같은 경우는 그런 게 쉽지가 않아요.
자기소개서를 쓰고 나면 선생님께서 첨삭도 해주시고, 관심 있는 분야의 전문가들을 연결해주셔서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알게 된 게 가장 좋았어요."
-자립준비청년 A 씨

기관에서 진행한 '구직활동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한 A 씨는 선생님께 "자소서에 이런 것도 써도 돼요?"라고 묻는 일이 즐거웠다고 말합니다.

A 씨는 "선생님이 '다 쓰라'고 답했다"며 웃음을 지어보였습니다.

또래 청년들과의 만남도 소중한 경험이 됐습니다. 구직활동 지원 프로그램이 끝난뒤에도 방탈출카페 등을 다니며 종종 만난다는 A씨는 '서로의 아픔과 어려움을 공감했기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자립지원전담기관이 제공하는 지원 제도자립지원전담기관이 제공하는 지원 제도

■ '내가 자립준비청년?' 모르는 경우도…"더 많이 응원 받았으면"

자신이 '자립준비청년'인지 몰랐다가 전담기관의 연락을 받고 알게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환준 씨는 4살 때부터 할머니와 지냈는데, 25살 즈음 취업을 위해 서울로 오기까지 본인이 자립준비청년이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등본상 서울로 이전을 하면서 자립지원전담기관에서 연락이 왔어요.
'환준아 너는 자립준비청년이고, 서울로 올라오게 됐으니까 우리 기관에서 너를 도와줄게'라고.."
-자립준비청년 유환준 씨

유 씨는 삶의 방향성을 잃고 방황하는 '후배'들을 조금이나마 돕기 위해 전담기관에서 진행하는 '바람개비 서포터즈' 활동도 시작했습니다.

성인이 된 '선배' 자립준비청년들이 곧 자립준비청년이 될 '후배'들을 직접 찾아가 멘토가 되어주는 활동입니다.

"사회에 적응을 하고 자립을 준비하면서 다른 후배들을 도와주는 자립준비청년들도 있어요. 많이 힘들어하고 어려워하는 친구들도 그런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조금 더 긍정적인 힘을, 좋은 에너지를 받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립준비청년 유환준 씨

■ '자립청년 지원' 늘어난 만큼 '기관 인력·처우'도 개선해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서울시자립지원전담기관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서울시자립지원전담기관

최근 1~2년 새 정부가 자립지원전담기관을 만들며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지원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2년 전 120명에서 시작한 전담기관 종사자들은 빠르게 늘어 지난해 180명, 올해는 230명까지 정원을 늘려갈 계획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늘어나는 지원과 인력을 감당할 만큼의 운영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고 호소합니다.

김진영 서울시자립지원전담기관 사업운영팀장은 "인력은 급증하는데 실질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비용은 그에 맞게 늘지 않았다"며, "사실상 기관에서 운영하는 업무용 차량도 없고, 차량이 있다 하더라도 보험료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는 그나마 지자체 재정으로 비용을 일부 보전해주지만, 그렇지 못한 지자체의 경우 전담 인력에 대한 처우가 더 안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진영 서울시자립지원전담기관 사업지원팀장김진영 서울시자립지원전담기관 사업지원팀장

또, 자립준비청년들 사이에서도 위급도 등에서 편차가 존재해 이들을 맡는 전담 인력의 질적 보장이 필요하다고도 말했습니다.

최근 청년들 사이 경계선 지능이나 정서적인 문제가 대두되는 경우가 많아, 전담 인력 한 명이 청년 한 명을 오롯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전국 자립지원전담인력 정원의 평균 근속 기간은 5개월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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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문할 수 있는 어른 생겼어요”…자립지원전담기관 찾는 청년들 [취재후]
    • 입력 2024-05-21 15:05:47
    • 수정2024-05-21 15:06:48
    취재후·사건후

"비슷한 성장 과정을 가진 청년들이 한 방에 모여서 같이 진로에 대해 얘기하는 그 시간이 저한테 굉장히 중요했던 것 같아요."
- 자립준비청년 A 씨

부모의 양육이 어려워 고등학생 때부터 1년 반이라는 시간을 보육원에서 보낸 25살 A 씨, 대구의 한 대학에 진학한 뒤 꿈을 찾아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편입을 위해 도움받을 곳을 찾던 A 씨는 '서울시 자립지원전담기관'에 직접 연락했습니다.

■ "질문할 수 있는 어른·공감할 동료 생겼어요."

전국 17개 시도에 설립된 자립지원전담기관
A 씨는 기관의 '선생님'들에게 일상의 사소한 질문부터 취업·주거 등에 관한 질문까지 도움을 구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뭔가 궁금할 때 가벼운 질문들을 보통 부모님이나 주변 어른하고 상의할 수 있는데 저희 같은 경우는 그런 게 쉽지가 않아요.
자기소개서를 쓰고 나면 선생님께서 첨삭도 해주시고, 관심 있는 분야의 전문가들을 연결해주셔서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알게 된 게 가장 좋았어요."
-자립준비청년 A 씨

기관에서 진행한 '구직활동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한 A 씨는 선생님께 "자소서에 이런 것도 써도 돼요?"라고 묻는 일이 즐거웠다고 말합니다.

A 씨는 "선생님이 '다 쓰라'고 답했다"며 웃음을 지어보였습니다.

또래 청년들과의 만남도 소중한 경험이 됐습니다. 구직활동 지원 프로그램이 끝난뒤에도 방탈출카페 등을 다니며 종종 만난다는 A씨는 '서로의 아픔과 어려움을 공감했기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자립지원전담기관이 제공하는 지원 제도
■ '내가 자립준비청년?' 모르는 경우도…"더 많이 응원 받았으면"

자신이 '자립준비청년'인지 몰랐다가 전담기관의 연락을 받고 알게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환준 씨는 4살 때부터 할머니와 지냈는데, 25살 즈음 취업을 위해 서울로 오기까지 본인이 자립준비청년이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등본상 서울로 이전을 하면서 자립지원전담기관에서 연락이 왔어요.
'환준아 너는 자립준비청년이고, 서울로 올라오게 됐으니까 우리 기관에서 너를 도와줄게'라고.."
-자립준비청년 유환준 씨

유 씨는 삶의 방향성을 잃고 방황하는 '후배'들을 조금이나마 돕기 위해 전담기관에서 진행하는 '바람개비 서포터즈' 활동도 시작했습니다.

성인이 된 '선배' 자립준비청년들이 곧 자립준비청년이 될 '후배'들을 직접 찾아가 멘토가 되어주는 활동입니다.

"사회에 적응을 하고 자립을 준비하면서 다른 후배들을 도와주는 자립준비청년들도 있어요. 많이 힘들어하고 어려워하는 친구들도 그런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조금 더 긍정적인 힘을, 좋은 에너지를 받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립준비청년 유환준 씨

■ '자립청년 지원' 늘어난 만큼 '기관 인력·처우'도 개선해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서울시자립지원전담기관
최근 1~2년 새 정부가 자립지원전담기관을 만들며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지원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2년 전 120명에서 시작한 전담기관 종사자들은 빠르게 늘어 지난해 180명, 올해는 230명까지 정원을 늘려갈 계획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늘어나는 지원과 인력을 감당할 만큼의 운영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고 호소합니다.

김진영 서울시자립지원전담기관 사업운영팀장은 "인력은 급증하는데 실질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비용은 그에 맞게 늘지 않았다"며, "사실상 기관에서 운영하는 업무용 차량도 없고, 차량이 있다 하더라도 보험료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는 그나마 지자체 재정으로 비용을 일부 보전해주지만, 그렇지 못한 지자체의 경우 전담 인력에 대한 처우가 더 안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진영 서울시자립지원전담기관 사업지원팀장
또, 자립준비청년들 사이에서도 위급도 등에서 편차가 존재해 이들을 맡는 전담 인력의 질적 보장이 필요하다고도 말했습니다.

최근 청년들 사이 경계선 지능이나 정서적인 문제가 대두되는 경우가 많아, 전담 인력 한 명이 청년 한 명을 오롯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전국 자립지원전담인력 정원의 평균 근속 기간은 5개월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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