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개인정보 유포한 교수…직장까지 퇴사 “일상 무너져”

입력 2024.05.21 (15:11) 수정 2024.05.22 (11:2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직장 상사가 퍼뜨린 말도 안 되는 소문

2021년, 충북의 한 회사에 취업한 A 씨는 당시 직장 동료였던 지금의 남편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회사에 "A 씨가 성병에 걸린 적 있으니 조심하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겁니다.

소문의 출처와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직장 상사 B 씨가 남성 직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 A 씨가 대학 시절에 성병이 적힌 진단서를 (교수에게) 당당하게 제출했다", "성병에 걸린 적 있으니 조심하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이 직장 상사는 자신의 지인이자 A 씨의 대학 시절 교수인 C 씨에게 들은 내용이라고도 했습니다.

알고 보니 A 씨가 학창 시절, C 교수의 수업에 결석했을 때 증빙 자료로 냈던 산부인과 진단서 내용을 성병으로 오인해 B 씨에게 전했던 겁니다.

하지만 당시 A 씨가 걸렸던 병은 성병이 아니라 가임기 여성이 걸릴 수 있는 부인과 질병이었습니다.

A 씨가 받은 고용노동부 공문.A 씨가 받은 고용노동부 공문.

■ 일상 무너졌는데… "처벌은 솜방망이"

A 씨는 회사를 상대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정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났으니 그 결정은 어쩌면 당연한 조치입니다.

고용노동부는 2022년 시행한 공문에서,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이 인정되어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도록 시정 지시한다"고 했습니다.

"시정이 이행되면 행정 종결되나, 시정 지시에 불응하면 과태료 처분 조치할 예정"이라고도 했습니다.

A 씨는 문제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악소문에 대한 충격과 후유증이 너무나 컸기 때문입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원형탈모가 왔고, 지금까지도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때 이후로 정신과 상담도 다니고, 사람 만나는 게 두려워 사회 생활을 하지 못한다"고도 말했습니다.

결국, A 씨는 입사 1년도 되지 않아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A 씨는 전 직장 상사 B 씨와 C 교수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B 씨와 C 교수에 대한 청주지방법원의 약식명령문.B 씨와 C 교수에 대한 청주지방법원의 약식명령문.

이 사안에 대해 사법부는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청주지방법원은 피해자의 개인정보 누설과 명예 훼손 혐의를 인정해 C 교수에 대해 벌금 700만 원, 전 직장 상사 B 씨에게 벌금 4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A 씨와 남편은 일상이 송두리째 무너졌지만, 당사자들에 대한 처벌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삶이 무너졌지만, 벌은 아주 약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면서 "(B 씨와 C 교수에게) 제대로 된 사과도, 연락도 받은 적이 없다"고 A 씨는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C 교수 측은 "취업 과정에서 A 씨가 결석이 많았던 이유를 상사가 물었고, 불성실해서가 아니라 병가였다고 설명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학생의 취업을 돕고 싶었을 뿐, 나쁜 의도는 아니었다는 주장입니다.

전 직장 상사 B 씨 측은 정식재판 청구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제자 개인정보 유포한 교수…직장까지 퇴사 “일상 무너져”
    • 입력 2024-05-21 15:11:43
    • 수정2024-05-22 11:27:34
    심층K

■ 직장 상사가 퍼뜨린 말도 안 되는 소문

2021년, 충북의 한 회사에 취업한 A 씨는 당시 직장 동료였던 지금의 남편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회사에 "A 씨가 성병에 걸린 적 있으니 조심하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겁니다.

소문의 출처와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직장 상사 B 씨가 남성 직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 A 씨가 대학 시절에 성병이 적힌 진단서를 (교수에게) 당당하게 제출했다", "성병에 걸린 적 있으니 조심하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이 직장 상사는 자신의 지인이자 A 씨의 대학 시절 교수인 C 씨에게 들은 내용이라고도 했습니다.

알고 보니 A 씨가 학창 시절, C 교수의 수업에 결석했을 때 증빙 자료로 냈던 산부인과 진단서 내용을 성병으로 오인해 B 씨에게 전했던 겁니다.

하지만 당시 A 씨가 걸렸던 병은 성병이 아니라 가임기 여성이 걸릴 수 있는 부인과 질병이었습니다.

A 씨가 받은 고용노동부 공문.
■ 일상 무너졌는데… "처벌은 솜방망이"

A 씨는 회사를 상대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정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났으니 그 결정은 어쩌면 당연한 조치입니다.

고용노동부는 2022년 시행한 공문에서,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이 인정되어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도록 시정 지시한다"고 했습니다.

"시정이 이행되면 행정 종결되나, 시정 지시에 불응하면 과태료 처분 조치할 예정"이라고도 했습니다.

A 씨는 문제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악소문에 대한 충격과 후유증이 너무나 컸기 때문입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원형탈모가 왔고, 지금까지도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때 이후로 정신과 상담도 다니고, 사람 만나는 게 두려워 사회 생활을 하지 못한다"고도 말했습니다.

결국, A 씨는 입사 1년도 되지 않아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A 씨는 전 직장 상사 B 씨와 C 교수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B 씨와 C 교수에 대한 청주지방법원의 약식명령문.
이 사안에 대해 사법부는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청주지방법원은 피해자의 개인정보 누설과 명예 훼손 혐의를 인정해 C 교수에 대해 벌금 700만 원, 전 직장 상사 B 씨에게 벌금 4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A 씨와 남편은 일상이 송두리째 무너졌지만, 당사자들에 대한 처벌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삶이 무너졌지만, 벌은 아주 약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면서 "(B 씨와 C 교수에게) 제대로 된 사과도, 연락도 받은 적이 없다"고 A 씨는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C 교수 측은 "취업 과정에서 A 씨가 결석이 많았던 이유를 상사가 물었고, 불성실해서가 아니라 병가였다고 설명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학생의 취업을 돕고 싶었을 뿐, 나쁜 의도는 아니었다는 주장입니다.

전 직장 상사 B 씨 측은 정식재판 청구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