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못 줘” 나쁜 아빠, 또 집행유예…솜방망이 처벌에 ‘분통’

입력 2024.05.22 (16:38) 수정 2024.05.2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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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부부가 이혼해 인연을 끊더라도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와의 연은 끊을 수 없습니다. '천륜(天倫)'이라고 하는 까닭입니다. 자녀가 좋은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양육'하는 것 또한 부모 책임입니다. 이혼 후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더라도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오늘(22일) 오전 부산지방법원 앞. 양육비를 받지 못한 40대 아이 엄마가 ‘아이 아빠’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오늘(22일) 오전 부산지방법원 앞. 양육비를 받지 못한 40대 아이 엄마가 ‘아이 아빠’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한 싸움 끝에 형사 재판…"'양육비'는 아이 생존권을 위한 것"

오늘 오전 부산지방법원 앞. 중학생 딸 아이를 둔 40대 엄마가 1인 시위에 나섰습니다. 판사에게 "'양육비 이행법'을 무시할 수 없도록, 형사 조치의 선례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40대 엄마는 딸 아이에게 양육비 수천만 원을 지급하지 않아 재판에 넘겨진 전 남편, 즉 '아이 아빠'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폭언과 폭행 등으로 여성은 지난 2019년 9월 아이 아빠와 이혼했습니다. 당시 가정법원은 여성에게 아이 양육권을 인정하고, 아이 아빠에게는 매월 70만 원씩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양육비 지급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아이 엄마는 지난 2021년 7월 양육비 이행명령 신청부터 지난한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이행명령'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아이 아빠에게 양육비를 받아내기 위해, 재판부가 신체를 구속할 수 있도록 하는 '감치 명령'에 이어 '양육비 미지급자 명단 공개'와 '운전면허 100일 정지' 등 제재 조치까지 법에서 허락한 조치를 다 했습니다.

그런데도 아이 아빠는 이혼 후 3년 8개월 동안 단 1년 치 양육비만 지급했을 뿐 2,200여만 원의 양육비는 지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재판이 열리기 전까지 아이 엄마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지난 3월, 인천지방법원에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이른바 '나쁜 아빠'가 처음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에게 아이 엄마는 "양육비를 주지 않으려고 버티는 아이 아빠를 보며 그만 두고 싶었지만, '내 새끼'를 위해 끝까지 싸우려고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습니다. " 아빠의 빈자리를 홀로 채울 수는 없지만, 다른 아이 못지 않게 온전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힘을 내겠다"고도 했습니다.


■유죄 인정됐지만, 또 '집행유예'…다시 시작해야 할 기나 긴 싸움

재판정에 들어선 아이 엄마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다리를 주무르고 얼굴을 감싸며 엄벌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재판부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그리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습니다.

부산지법 형사 7단독 배진호 판사는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도 나와 있지만, 미성년 자녀의 부모는 혼인 상태 및 양육 여부와 관계없이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적의 성장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비양육자의 성실한 양육비 지급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양육비 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불이행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해 감치 명령까지 집행됐다"며 "죄질이 중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나름의 이행 노력을 했던 점, 어려운 경제적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선고가 내려지자 아이 엄마는 오열하기 시작했고, 감정을 추스른 이후 울먹이며 취재진 앞에 서 "아이를 위해 처음부터 다시 또 싸우겠다"고 말했습니다.

오늘(22일) 오전 국회 앞에서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손민희 사무국장을 비롯해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이영 대표 등이 ‘양육비이행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오늘(22일) 오전 국회 앞에서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손민희 사무국장을 비롯해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이영 대표 등이 ‘양육비이행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양육비 이행법 개정안' 21대 국회서 폐기되나?

부산에서 재판이 열리던 시각, 서울 국회 앞에서는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 등도 1인 시위에 나섰습니다. 지난 1일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양육비 이행법 일부 개정안'의 빠른 통과를 촉구하기 위한 겁니다.

개정안 핵심은 '양육비 선지급제'입니다.

정부는 현재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 대상이 매우 한정적이고, 지원 기간 또한 최대 12개월을 넘을 수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는데, 이를 대신해 정부가 양육비를 대신 지급한 이후에 이를 회수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취지입니다.

또 정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한 경우 채무자 동의 없이 금융정보를 포함해 소득과 재산 조회 등을 할 수 있게 해 효과적인 제재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특히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형사 처벌이 가능한 시점을 앞당기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지금은 양육비 지급 이행명령에 이어 감치명령까지 진행한 이후에 형사 고소를 통한 처벌이 가능한데, 이 기간만 최소 3~4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즉, 절차가 간소화되면 오늘 부산에서의 판결과 같이 아이 아빠가 집행유예 기간 중 또다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그 즉시 이행명령을 신청하고 이어 형사 고소도 가능해져 가중 처벌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말입니다.

아이 엄마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촉박한 일정 등의 이유로 개정안은 아직 심사 중입니다. 그리고 21대 국회 임기는 오는 29일로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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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05-23 11: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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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부부가 이혼해 인연을 끊더라도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와의 연은 끊을 수 없습니다. '천륜(天倫)'이라고 하는 까닭입니다. 자녀가 좋은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양육'하는 것 또한 부모 책임입니다. 이혼 후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더라도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strong><strong> </strong>
오늘(22일) 오전 부산지방법원 앞. 양육비를 받지 못한 40대 아이 엄마가 ‘아이 아빠’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한 싸움 끝에 형사 재판…"'양육비'는 아이 생존권을 위한 것"

오늘 오전 부산지방법원 앞. 중학생 딸 아이를 둔 40대 엄마가 1인 시위에 나섰습니다. 판사에게 "'양육비 이행법'을 무시할 수 없도록, 형사 조치의 선례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40대 엄마는 딸 아이에게 양육비 수천만 원을 지급하지 않아 재판에 넘겨진 전 남편, 즉 '아이 아빠'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폭언과 폭행 등으로 여성은 지난 2019년 9월 아이 아빠와 이혼했습니다. 당시 가정법원은 여성에게 아이 양육권을 인정하고, 아이 아빠에게는 매월 70만 원씩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양육비 지급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아이 엄마는 지난 2021년 7월 양육비 이행명령 신청부터 지난한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이행명령'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아이 아빠에게 양육비를 받아내기 위해, 재판부가 신체를 구속할 수 있도록 하는 '감치 명령'에 이어 '양육비 미지급자 명단 공개'와 '운전면허 100일 정지' 등 제재 조치까지 법에서 허락한 조치를 다 했습니다.

그런데도 아이 아빠는 이혼 후 3년 8개월 동안 단 1년 치 양육비만 지급했을 뿐 2,200여만 원의 양육비는 지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재판이 열리기 전까지 아이 엄마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지난 3월, 인천지방법원에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이른바 '나쁜 아빠'가 처음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에게 아이 엄마는 "양육비를 주지 않으려고 버티는 아이 아빠를 보며 그만 두고 싶었지만, '내 새끼'를 위해 끝까지 싸우려고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습니다. " 아빠의 빈자리를 홀로 채울 수는 없지만, 다른 아이 못지 않게 온전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힘을 내겠다"고도 했습니다.


■유죄 인정됐지만, 또 '집행유예'…다시 시작해야 할 기나 긴 싸움

재판정에 들어선 아이 엄마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다리를 주무르고 얼굴을 감싸며 엄벌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재판부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그리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습니다.

부산지법 형사 7단독 배진호 판사는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도 나와 있지만, 미성년 자녀의 부모는 혼인 상태 및 양육 여부와 관계없이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적의 성장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비양육자의 성실한 양육비 지급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양육비 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불이행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해 감치 명령까지 집행됐다"며 "죄질이 중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나름의 이행 노력을 했던 점, 어려운 경제적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선고가 내려지자 아이 엄마는 오열하기 시작했고, 감정을 추스른 이후 울먹이며 취재진 앞에 서 "아이를 위해 처음부터 다시 또 싸우겠다"고 말했습니다.

오늘(22일) 오전 국회 앞에서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손민희 사무국장을 비롯해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이영 대표 등이 ‘양육비이행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양육비 이행법 개정안' 21대 국회서 폐기되나?

부산에서 재판이 열리던 시각, 서울 국회 앞에서는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 등도 1인 시위에 나섰습니다. 지난 1일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양육비 이행법 일부 개정안'의 빠른 통과를 촉구하기 위한 겁니다.

개정안 핵심은 '양육비 선지급제'입니다.

정부는 현재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 대상이 매우 한정적이고, 지원 기간 또한 최대 12개월을 넘을 수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는데, 이를 대신해 정부가 양육비를 대신 지급한 이후에 이를 회수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취지입니다.

또 정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한 경우 채무자 동의 없이 금융정보를 포함해 소득과 재산 조회 등을 할 수 있게 해 효과적인 제재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특히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형사 처벌이 가능한 시점을 앞당기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지금은 양육비 지급 이행명령에 이어 감치명령까지 진행한 이후에 형사 고소를 통한 처벌이 가능한데, 이 기간만 최소 3~4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즉, 절차가 간소화되면 오늘 부산에서의 판결과 같이 아이 아빠가 집행유예 기간 중 또다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그 즉시 이행명령을 신청하고 이어 형사 고소도 가능해져 가중 처벌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말입니다.

아이 엄마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촉박한 일정 등의 이유로 개정안은 아직 심사 중입니다. 그리고 21대 국회 임기는 오는 29일로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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