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3년 치 5·18 기념사 분석해 보니

입력 2024.05.22 (19:32) 수정 2024.05.2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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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양한 사안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양 기자의 왜 그럴까' 시간입니다.

제 44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지난 주말 열렸는데요.

오늘은 5·18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계승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대통령 기념사를 분석해 봅니다.

양 기자, 올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 참석했습니다.

3년 연속이죠?

[답변]

네, 3년 연속 5·18 기념식에 참석한 건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같은 경우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운동 논란 등이 있어서 빠진 해가 있었고, 특히 보수 정부의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은 취임 첫 해에만 왔습니다.

당시에 대통령이 온다, 안 온다 이런 말들이 많았고 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논란까지 있었던 걸 생각해 보면 5·18의 위상이 그만큼 공고해졌다, 이렇게 볼 수도 있고, 그래서 대통령의 기념사에 더 이목이 쏠리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러면 올해 5·18 기념사에 어떤 내용들이 담겼는지 주요 내용들 정리해 볼까요?

[답변]

눈에 띄는 문장, 그리고 전체 기념사의 흐름이 어떤지 한번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내용을 자세히 보시면 먼저 주목되는 열쇳말이 처음에 '이팝나무'라는 게 나옵니다.

"올해도 5월 광주의 거리에는 이팝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고 했는데, 5월의 상징이기도 한 이팝나무꽃을 언급하면서 44년 전 광주시민들의 투쟁과 희생을 되새긴 겁니다.

이 덕분에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꽃 피웠다고 했고요.

그런데 중간에 '하지만', 이 접속어에서 분위기가 바뀝니다.

"또 다른 시대적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면서 "정치적 자유는 확장됐지만 경제적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수많은 국민들이 있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경제를 빠르게 성장시켜서 자유와 복지의 수준을 높이는 게 오월 정신 계승이다" 이런 결론에 도달합니다.

다시 전체 내용을 정리해 보면, 먼저 5·18과 광주에 감사한 뒤에 오월 정신을 '자유민주주의'라고 정의하고 또 이를 계승하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이 필요하다, 이런 흐름으로 정리해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오월 정신이 경제성장으로 연결된다, 이런 지점이 사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것 같은데요.

윤 대통령의 역대 기념사는 어땠는지도 볼까요?

[답변]

앞서 말씀드린 이런 흐름은 3년 전체 기념사 전반에서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좀 자세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지난해 기념사를 보면, 마찬가지로 오월 영령에 먼저 감사를 표한 다음에 "오월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 그 자체" 이렇게 썼고요.

이는 "AI와 첨단 과학기술의 고도화" 같은 산업적 성취와 경제 발전에 의해 완성된다고 했습니다.

2022년 기념사도 비슷합니다.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의 그 자체다", 역시 "광주와 호남이 AI와 첨단 기술 기반의 산업 고도화를 이뤄야 한다" 이렇게 한 겁니다.

그러니까, 2024년 기념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논지 전개 방식이 23년 그리고 22년에도 유사하게 반복된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의 5·18 역대 기념사에서 특별히 많이 쓰인 단어들이 있습니까?

[답변]

3년 동안의 기념사를 모아서 좀 어떤 열쇳말들이 나왔는지 분석을 해 봤습니다.

보니까 가장 많이 쓰인 단어가 '자유'였습니다. '자유'가 3년 동안 32번 사용이 됐고요.

'우리'라는 말이 28번, 그리고 '정신'이 27번 '광주'도 20번 쓰였는데요.

보통 광주에서 얘기하는 '오월 정신'을 윤 대통령은 '오월의 정신'이라고 표현을 했는데 18번 사용이 됐고요.

주목할 만한 게 '자유민주주의'가 18번 나와서 상당히 많이 쓰였는데 상대적으로 '민주주의'라는 말은 단독으로는 2번만 사용됐습니다.

평소에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강조하는 윤 대통령이, 5·18 기념사에서도 비슷한 어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러고 보니 앞서 소개해 주신 2023년, 또 2022년 기념사에서 표현들이 좀 비슷하다 이런 느낌들을 좀 갖게 되는데요.

[답변]

당장 이게 지난해 논란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흐름만 비슷한 게 아니라 문장 구조, 그리고 사용하는 표현 단어가 거의 비슷한 것들이 한눈에 확인이 됐거든요.

설명을 드리면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 그 자체" 그리고 "AI와 첨단 기술의 고도화" 이런 부분이 22년, 23년에 그대로 사용이 됐습니다.

여기에 23년에는 기념사 분량도 매우 짧아서 이른바 '복사 + 붙여넣기'를 한 것이 아니냐, 또 '성의가 너무 없는 것 아니냐' 이런 반응마저 지역에서 나왔습니다.

반면 올해에는 '이팝나무'라는 비유를 활용하고 또 단순히 경제성장이 아니라 '분배'에 대한 내용도 언급하는 등 이런 비판을 의식한 흔적도 보이지만, 진상규명이나 가해자 처벌 같은 5·18 현안 관련 내용은 구체적인 게 없어서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 여전히 제기됐습니다.

[앵커]

올해 무엇보다 주목했던 주제라고 해야 될까요?

대통령 공약이었던 5·18 헌법 전문 수록, 이 내용이 역시 빠져 있었던 거죠.

[답변]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하겠다는 내용은 올해뿐 아니라 3년 동안의 기념사에도 실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차이점이 좀 있습니다. 뭐냐면 2022년과 2023년의 기념사를 살펴보면 "오월 정신이 헌법정신 그 자체"라고 헌법이라는 말이 언급되기는 하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헌법이라는 단어 자체가 아예 등장하지 않습니다.

'헌법 수록'을 언급하지 않은 걸 넘어서 아예 헌법이라는 논의 얘기를 뺀 거라고도 볼 수 있는데, 22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벌써 야권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상황을 고려해 헌법이라는 말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만큼 이번 기념사에 대해서도 지역사회의 아쉬움이 큰 것으로 보이는데요.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논의는 좀 어떻게 되고 있는지도 정리해 볼까요?

[답변]

여야 모두 찬성하고 있는 사안이기는 한데, 이게 결국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다 보니까 간단치가 않고 입장 차이가 좀 있습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은 5·18 문제를 포함해 포괄적인 개헌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민주당은 5·18 헌법 수록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도 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있고요.

조국혁신당은 5·18 정신뿐 아니라 대통령 4년 중임제 등을 포함한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 22대 국회에 개헌특위를 설치하자고 매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5·18 44주년이 지나갔지만 여전히 헌법 전문 수록뿐 아니라 진상규명조사위 종합보고서 완성 등의 여러 과제가 남은 만큼 대통령실의 대응과 태도 역시 중요한 요소로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양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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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대통령 3년 치 5·18 기념사 분석해 보니
    • 입력 2024-05-22 19:32:46
    • 수정2024-05-23 14:51:30
    뉴스7(광주)
[앵커]

다양한 사안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양 기자의 왜 그럴까' 시간입니다.

제 44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지난 주말 열렸는데요.

오늘은 5·18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계승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대통령 기념사를 분석해 봅니다.

양 기자, 올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 참석했습니다.

3년 연속이죠?

[답변]

네, 3년 연속 5·18 기념식에 참석한 건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같은 경우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운동 논란 등이 있어서 빠진 해가 있었고, 특히 보수 정부의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은 취임 첫 해에만 왔습니다.

당시에 대통령이 온다, 안 온다 이런 말들이 많았고 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논란까지 있었던 걸 생각해 보면 5·18의 위상이 그만큼 공고해졌다, 이렇게 볼 수도 있고, 그래서 대통령의 기념사에 더 이목이 쏠리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러면 올해 5·18 기념사에 어떤 내용들이 담겼는지 주요 내용들 정리해 볼까요?

[답변]

눈에 띄는 문장, 그리고 전체 기념사의 흐름이 어떤지 한번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내용을 자세히 보시면 먼저 주목되는 열쇳말이 처음에 '이팝나무'라는 게 나옵니다.

"올해도 5월 광주의 거리에는 이팝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고 했는데, 5월의 상징이기도 한 이팝나무꽃을 언급하면서 44년 전 광주시민들의 투쟁과 희생을 되새긴 겁니다.

이 덕분에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꽃 피웠다고 했고요.

그런데 중간에 '하지만', 이 접속어에서 분위기가 바뀝니다.

"또 다른 시대적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면서 "정치적 자유는 확장됐지만 경제적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수많은 국민들이 있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경제를 빠르게 성장시켜서 자유와 복지의 수준을 높이는 게 오월 정신 계승이다" 이런 결론에 도달합니다.

다시 전체 내용을 정리해 보면, 먼저 5·18과 광주에 감사한 뒤에 오월 정신을 '자유민주주의'라고 정의하고 또 이를 계승하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이 필요하다, 이런 흐름으로 정리해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오월 정신이 경제성장으로 연결된다, 이런 지점이 사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것 같은데요.

윤 대통령의 역대 기념사는 어땠는지도 볼까요?

[답변]

앞서 말씀드린 이런 흐름은 3년 전체 기념사 전반에서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좀 자세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지난해 기념사를 보면, 마찬가지로 오월 영령에 먼저 감사를 표한 다음에 "오월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 그 자체" 이렇게 썼고요.

이는 "AI와 첨단 과학기술의 고도화" 같은 산업적 성취와 경제 발전에 의해 완성된다고 했습니다.

2022년 기념사도 비슷합니다.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의 그 자체다", 역시 "광주와 호남이 AI와 첨단 기술 기반의 산업 고도화를 이뤄야 한다" 이렇게 한 겁니다.

그러니까, 2024년 기념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논지 전개 방식이 23년 그리고 22년에도 유사하게 반복된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의 5·18 역대 기념사에서 특별히 많이 쓰인 단어들이 있습니까?

[답변]

3년 동안의 기념사를 모아서 좀 어떤 열쇳말들이 나왔는지 분석을 해 봤습니다.

보니까 가장 많이 쓰인 단어가 '자유'였습니다. '자유'가 3년 동안 32번 사용이 됐고요.

'우리'라는 말이 28번, 그리고 '정신'이 27번 '광주'도 20번 쓰였는데요.

보통 광주에서 얘기하는 '오월 정신'을 윤 대통령은 '오월의 정신'이라고 표현을 했는데 18번 사용이 됐고요.

주목할 만한 게 '자유민주주의'가 18번 나와서 상당히 많이 쓰였는데 상대적으로 '민주주의'라는 말은 단독으로는 2번만 사용됐습니다.

평소에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강조하는 윤 대통령이, 5·18 기념사에서도 비슷한 어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러고 보니 앞서 소개해 주신 2023년, 또 2022년 기념사에서 표현들이 좀 비슷하다 이런 느낌들을 좀 갖게 되는데요.

[답변]

당장 이게 지난해 논란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흐름만 비슷한 게 아니라 문장 구조, 그리고 사용하는 표현 단어가 거의 비슷한 것들이 한눈에 확인이 됐거든요.

설명을 드리면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 그 자체" 그리고 "AI와 첨단 기술의 고도화" 이런 부분이 22년, 23년에 그대로 사용이 됐습니다.

여기에 23년에는 기념사 분량도 매우 짧아서 이른바 '복사 + 붙여넣기'를 한 것이 아니냐, 또 '성의가 너무 없는 것 아니냐' 이런 반응마저 지역에서 나왔습니다.

반면 올해에는 '이팝나무'라는 비유를 활용하고 또 단순히 경제성장이 아니라 '분배'에 대한 내용도 언급하는 등 이런 비판을 의식한 흔적도 보이지만, 진상규명이나 가해자 처벌 같은 5·18 현안 관련 내용은 구체적인 게 없어서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 여전히 제기됐습니다.

[앵커]

올해 무엇보다 주목했던 주제라고 해야 될까요?

대통령 공약이었던 5·18 헌법 전문 수록, 이 내용이 역시 빠져 있었던 거죠.

[답변]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하겠다는 내용은 올해뿐 아니라 3년 동안의 기념사에도 실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차이점이 좀 있습니다. 뭐냐면 2022년과 2023년의 기념사를 살펴보면 "오월 정신이 헌법정신 그 자체"라고 헌법이라는 말이 언급되기는 하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헌법이라는 단어 자체가 아예 등장하지 않습니다.

'헌법 수록'을 언급하지 않은 걸 넘어서 아예 헌법이라는 논의 얘기를 뺀 거라고도 볼 수 있는데, 22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벌써 야권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상황을 고려해 헌법이라는 말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만큼 이번 기념사에 대해서도 지역사회의 아쉬움이 큰 것으로 보이는데요.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논의는 좀 어떻게 되고 있는지도 정리해 볼까요?

[답변]

여야 모두 찬성하고 있는 사안이기는 한데, 이게 결국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다 보니까 간단치가 않고 입장 차이가 좀 있습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은 5·18 문제를 포함해 포괄적인 개헌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민주당은 5·18 헌법 수록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도 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있고요.

조국혁신당은 5·18 정신뿐 아니라 대통령 4년 중임제 등을 포함한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 22대 국회에 개헌특위를 설치하자고 매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5·18 44주년이 지나갔지만 여전히 헌법 전문 수록뿐 아니라 진상규명조사위 종합보고서 완성 등의 여러 과제가 남은 만큼 대통령실의 대응과 태도 역시 중요한 요소로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양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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