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일 이슈] ‘발달장애인 사망’ 2년 간 20여 건…“사회 안전망 부실”

입력 2024.05.22 (19:34) 수정 2024.05.2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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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청주에서 발달 장애가 있던 일가족 3명이 숨졌는데요.

이른바 사회적 약자로 불리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돌봄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 오늘 '무슨 일 이슈'에서 이정훈 기자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7일, 청주의 한 마을입니다.

한 주택에서 60대 어머니와 40대 남매, 일가족 3명이 한 방에 나란히 누워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모두 지적 장애인이었습니다.

마치 유서처럼 작성된 메모도 있었습니다.

살기 힘들다면서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과 장례 절차 등이 적혀 있었습니다.

비극적인 죽음 이후, 이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 가정으로 장애 수당 등 매달 220여만 원을 받으면서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자치단체 등에 급식 서비스 등도 신청했습니다.

3명 모두 장애인으로 60대 어머니는 치매 증상이 있었고 40대 딸은 우울증 등으로 장기 입원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도, 자립하기도 힘들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웃 주민들은 이들이 집에서만 지내는 날이 많았다고 말합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남매들은) 원래 이 자리에서 태어나서 이 자리에서 엄마, 아버지랑 (살았는데) 난 이 사람들이 이렇게 갈 거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

KBS의 취재 결과 이들은 자살 고위험군으로 자치단체의 사례 관리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가족의 심리·주거·의사소통 등을 돕는 장애인가족지원센터에서 제대로 지원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발달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정신 질환 예방·관리가 취약하지만, 사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인선/충북장애인부모연대 지부장 : "그 사례가 (청주시에서 센터로) 오지 않았거든요. 한번이라도 연계를 했더라면 큰 아쉬움이 없었을 거라는 거죠. 이건 분명히 사회에 책임이 있는거죠."]

지역 주민의 정신질환 관리와 자살 예방을 돕는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의 도움도 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최영락/정신과 전문의 : "자살 문제는 사회 복지와 의료의 마지막이 실패되는 것이거든요. (지역 사회에) 자살 예방 사업을 할 수 있는 주체가 없습니다."]

청주시는 이들 일가족에게 장애인 활동 지원이나 장기 요양 등의 지원책을 충분히 안내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위기 가정과 복지 사각지대를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해 지원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풍연숙/청주시 장애인복지과장 : "장애인가족지원센터나 복지관 등 시설을 통해서 좀 더 촘촘하고 세밀한 사례 관리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장애인 단체는 보다 현실적이고 세부적인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질병, 고립, 빈곤 등을 버티지 못해 안타깝게 세상을 등지는 장애인들이 적지 않다는 겁니다.

사회적 무관심 속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발달 장애인들의 죽음이 계속되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3년 전, 청주에서 발달 장애 자녀를 돌보던 어머니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

지난 2월, 서울에서 한 아버지가 발달 장애가 있는 자녀와 목숨을 끊은 일까지.

발달 장애인과 가족의 자살 사건은 장애인부모연대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만 최근 2년 새 전국적으로 24건에 달합니다.

장애인 단체들은 이들의 죽음이 사회적 참사라고 주장합니다.

장애로 인한 삶의 무게를 오로지 개인이 감수하고, 극단적인 고립 상태가 죽어서야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홍현진/충북장애인부모연대 수석부회장 : "내 자녀가 어떻게 죽어갈지 모르기에 우리는 같이 죽는 일을 선택해야 하는 겁니까. 저들의 죽음이 나와 내 가족의 죽음이 아닐까 너무나 공감이 되고…."]

발달 장애인 가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잇따르면서 이들은 사회적 참사를 끊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정부와 자치단체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장 시급한 것은 고립된 장애인에 대한 정부와 자치단체의 실태 파악과 진상 조사라고도 강조합니다.

주거생활서비스와 돌봄 체계 확대 등 종합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회는 2022년 말, 발달 장애인의 참사를 막을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복지 담당 인력과 예산, 관련 공적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도 미흡하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개별 가정의 비극이 아니라 발달 장애인 정책의 한계와 사회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김기룡/중부대학교 특수교육학과 교수 : "사회 복지 전달 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해서 위기 가족에 대한 총체적인 사회 안전망 부재나 미흡으로 비롯된 사건들이라고 생각하고요."]

이에 대해 정부는 재발 방지와 함께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 돌봄과 긴급 돌봄 사업 등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모두순/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장 : "발달 장애인과 그 가족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위기 가구를 신속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몸과 마음의 질병과 사회적 고립을 온전히 홀로 감내하고 있는 장애인들.

이들의 아픔을 보듬고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해, 의료와 복지, 고용, 주거 문제 등을 세심하고 종합적으로 살피는 실질적인 지원책이 시급합니다.

촬영기자:김현기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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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슨일 이슈] ‘발달장애인 사망’ 2년 간 20여 건…“사회 안전망 부실”
    • 입력 2024-05-22 19:34:32
    • 수정2024-05-22 20:04:50
    뉴스7(청주)
[앵커]

최근 청주에서 발달 장애가 있던 일가족 3명이 숨졌는데요.

이른바 사회적 약자로 불리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돌봄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 오늘 '무슨 일 이슈'에서 이정훈 기자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7일, 청주의 한 마을입니다.

한 주택에서 60대 어머니와 40대 남매, 일가족 3명이 한 방에 나란히 누워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모두 지적 장애인이었습니다.

마치 유서처럼 작성된 메모도 있었습니다.

살기 힘들다면서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과 장례 절차 등이 적혀 있었습니다.

비극적인 죽음 이후, 이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 가정으로 장애 수당 등 매달 220여만 원을 받으면서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자치단체 등에 급식 서비스 등도 신청했습니다.

3명 모두 장애인으로 60대 어머니는 치매 증상이 있었고 40대 딸은 우울증 등으로 장기 입원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도, 자립하기도 힘들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웃 주민들은 이들이 집에서만 지내는 날이 많았다고 말합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남매들은) 원래 이 자리에서 태어나서 이 자리에서 엄마, 아버지랑 (살았는데) 난 이 사람들이 이렇게 갈 거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

KBS의 취재 결과 이들은 자살 고위험군으로 자치단체의 사례 관리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가족의 심리·주거·의사소통 등을 돕는 장애인가족지원센터에서 제대로 지원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발달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정신 질환 예방·관리가 취약하지만, 사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인선/충북장애인부모연대 지부장 : "그 사례가 (청주시에서 센터로) 오지 않았거든요. 한번이라도 연계를 했더라면 큰 아쉬움이 없었을 거라는 거죠. 이건 분명히 사회에 책임이 있는거죠."]

지역 주민의 정신질환 관리와 자살 예방을 돕는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의 도움도 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최영락/정신과 전문의 : "자살 문제는 사회 복지와 의료의 마지막이 실패되는 것이거든요. (지역 사회에) 자살 예방 사업을 할 수 있는 주체가 없습니다."]

청주시는 이들 일가족에게 장애인 활동 지원이나 장기 요양 등의 지원책을 충분히 안내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위기 가정과 복지 사각지대를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해 지원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풍연숙/청주시 장애인복지과장 : "장애인가족지원센터나 복지관 등 시설을 통해서 좀 더 촘촘하고 세밀한 사례 관리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장애인 단체는 보다 현실적이고 세부적인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질병, 고립, 빈곤 등을 버티지 못해 안타깝게 세상을 등지는 장애인들이 적지 않다는 겁니다.

사회적 무관심 속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발달 장애인들의 죽음이 계속되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3년 전, 청주에서 발달 장애 자녀를 돌보던 어머니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

지난 2월, 서울에서 한 아버지가 발달 장애가 있는 자녀와 목숨을 끊은 일까지.

발달 장애인과 가족의 자살 사건은 장애인부모연대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만 최근 2년 새 전국적으로 24건에 달합니다.

장애인 단체들은 이들의 죽음이 사회적 참사라고 주장합니다.

장애로 인한 삶의 무게를 오로지 개인이 감수하고, 극단적인 고립 상태가 죽어서야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홍현진/충북장애인부모연대 수석부회장 : "내 자녀가 어떻게 죽어갈지 모르기에 우리는 같이 죽는 일을 선택해야 하는 겁니까. 저들의 죽음이 나와 내 가족의 죽음이 아닐까 너무나 공감이 되고…."]

발달 장애인 가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잇따르면서 이들은 사회적 참사를 끊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정부와 자치단체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장 시급한 것은 고립된 장애인에 대한 정부와 자치단체의 실태 파악과 진상 조사라고도 강조합니다.

주거생활서비스와 돌봄 체계 확대 등 종합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회는 2022년 말, 발달 장애인의 참사를 막을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복지 담당 인력과 예산, 관련 공적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도 미흡하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개별 가정의 비극이 아니라 발달 장애인 정책의 한계와 사회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김기룡/중부대학교 특수교육학과 교수 : "사회 복지 전달 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해서 위기 가족에 대한 총체적인 사회 안전망 부재나 미흡으로 비롯된 사건들이라고 생각하고요."]

이에 대해 정부는 재발 방지와 함께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 돌봄과 긴급 돌봄 사업 등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모두순/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장 : "발달 장애인과 그 가족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위기 가구를 신속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몸과 마음의 질병과 사회적 고립을 온전히 홀로 감내하고 있는 장애인들.

이들의 아픔을 보듬고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해, 의료와 복지, 고용, 주거 문제 등을 세심하고 종합적으로 살피는 실질적인 지원책이 시급합니다.

촬영기자:김현기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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