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흙먼지’는 옛말…미래농업은 ‘밭’ 대신 ‘공장’

입력 2024.05.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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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농촌 하면 뙤약볕과 흙먼지가 먼저 떠오르곤 합니다. 농촌이라는 이름 그대로 농사를 기본으로 떠올리는 건데 미래 농촌 모습은 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햇빛이나 흙, 흐르는 물이 없이 건물 안에서 자동화 설비로 작물을 기르는 방식이 속속 도입되고 있습니다. 강원도 평창군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이 같은 시도를 본격화했습니다. 수직형 식물공장과 스마트팜입니다.

강원도 평창군 수직형 식물공장 ‘광제어 스마트팜’. 고추냉이 작물들이 자라고 있다강원도 평창군 수직형 식물공장 ‘광제어 스마트팜’. 고추냉이 작물들이 자라고 있다

■ 햇빛, 흙, 물 없는 자동화 식물공장 '광제어 스마트팜'

고추냉이가 자라고 있는 실내 공간입니다. 식물을 기르는 시설인데 건물에 창문조차 없습니다. 햇빛을 차단한 겁니다. 대신 인공 조명이 설치돼 있습니다. 그래서 실내 공간의 이름이 ' 광제어 재배실'입니다.

필수 요소에서 빠진 건 식물이 뿌리를 내릴 땅과 식물이 마실 물입니다.

뿌리는 공중에 노출돼 있습니다. 양분 공급은 영양분이 담긴 액체를 자동으로 분사합니다. 분무기를 쓰는 것처럼 기르는 분무경 재배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멀리서도 실시간 관찰이 가능한 CCTV멀리서도 실시간 관찰이 가능한 CCTV

빛의 양과 영양분, 온도와 습도는 모두 설정된 값에 따라 알아서 조절됩니다. 조명이 들어오고, 양분을 주고, 더우면 시원하게, 건조하면 습하게 만들어줍니다.

이런 방식은 특히 기온, 토양,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재배 품목일수록 장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외부 변수를 사람이 통제할 수 있어서입니다.

고추냉이를 심어 놓은 모습. 뿌리가 흙 속이 아닌 바깥에 그대로 노출된 있다고추냉이를 심어 놓은 모습. 뿌리가 흙 속이 아닌 바깥에 그대로 노출된 있다

이곳 관리인은 지역 주민인 60대 김보경 씨가 맡았습니다.

김 씨는 평소에도 텃밭에서 옥수수, 배추, 파 등 식탁에 오를 만한 밭작물은 직접 길러 먹습니다. 생활 농업인입니다. 김 씨는 취재진에게 " 농업에 획기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고 그런 가운데 관련된 일을 하게 돼 즐겁다"라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더운 날, 궂은 날 바깥에서 땀을 흘리고 허리를 숙였다 펴는 고생이 사라지고 실내 공간에서 잘 자라는지 확인 작업 정도만 하면 된다는 게 신기하다는 취지였습니다.

광제어 스마트팜의 모습. 빛이 완전히 차단된 공간.광제어 스마트팜의 모습. 빛이 완전히 차단된 공간.

■ 실험 재배 방식 '걱정 반 기대 반'…시설 투자비·생산성 관건

이 같은 실험적인 재배 방식을 주도하고 있는 강원도 평창군은 걱정 반, 기대 반입니다. 되면 농업의 혁신인데, 재배 방식이 정착하는 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우선, 시설 투자 비용입니다. '광제어 스마트팜' 건물 180㎡ 시설을 갖추는 데 10억 원 정도가 들었습니다. 운영비는 별도입니다.

다음은 생산성입니다. 규모를 키우지 않는 한, 한 번에 기를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들어가는 돈 대비 수익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평창군도 이 같은 점을 알고 하나하나 풀어갈 계획입니다. 우선, 통상 1년 반이나 그 이상 걸리는 고추냉이 재배 기간을 줄여보는 게 단기 목표입니다.

괜찮은 결과가 나오면 일선 농가로 확산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확산 전략은 식물공장'만'이 아닌, 식물공장'도' 입니다.

농가마다 원래 하던 일은 원래대로 하고, 남는 땅, 마당, 잘 쓰지 않는 컨테이너 박스 등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간이 식물공장 형태로 시설을 조성한다는 것입니다.

자동화 설비를 갖춘 스마트팜의  실시간 상황판자동화 설비를 갖춘 스마트팜의 실시간 상황판

수직형 식물공장과 함께 '스마트 농업'에 도전한 청년 농업인들을 위한 교육장도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교육 공간과 함께 온도와 습도 조절,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닫히는 온실 재배 시설이 준공된 것입니다.

이곳에서는 여름 딸기, 겨울 딸기, 멜론, 천마 이렇게 작물 4종을 기릅니다.

작물을 기르면서 농약을 썼는지, 토양 미생물을 썼는지, 둘 다 썼는지, 둘 다 안 썼는지에 따른 생육 상태도 살펴 봅니다.

매일, 실시간 생육 상태와 온실 조건 등 누적된 빅데이터가 교육 참가자에게 공유됩니다. 교육생들은 평창군 대관령면의 서늘한 기온에서 자동화 딸기 재배를 하는 청년 농업인들입니다.

상황판과 더불어 내부 모습을 휴대전화로도 확인하는 모습상황판과 더불어 내부 모습을 휴대전화로도 확인하는 모습

뙤약볕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일, 흙먼지가 날리는 곳에서 작업하는 일. 몸을 많이 쓰는 일. 그래서 힘든 일이라는 게 농사에 대한 일종의 선입견입니다. 길러내는 과정에서도 난관이 많습니다. 돌발 해충이나 서리, 우박 등 궂은 날씨, 집중 호우나 가뭄 등 일 년 내내 신경 쓸 일이 많습니다.

선뜻 '전통적인' 농사 방식을 청년들에게 권유하기는 힘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평창군의 수직형 식물공장, 스마트팜 같은 새로운 시도가 쌓일수록 미래 농업의 모습을 바꾸는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연관 기사] 농업도 이젠 ‘스마트’…‘밭’ 대신 ‘공장’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68681&re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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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촌 ‘흙먼지’는 옛말…미래농업은 ‘밭’ 대신 ‘공장’
    • 입력 2024-05-23 07: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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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하면 뙤약볕과 흙먼지가 먼저 떠오르곤 합니다. 농촌이라는 이름 그대로 농사를 기본으로 떠올리는 건데 미래 농촌 모습은 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햇빛이나 흙, 흐르는 물이 없이 건물 안에서 자동화 설비로 작물을 기르는 방식이 속속 도입되고 있습니다. 강원도 평창군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이 같은 시도를 본격화했습니다. 수직형 식물공장과 스마트팜입니다.
강원도 평창군 수직형 식물공장 ‘광제어 스마트팜’. 고추냉이 작물들이 자라고 있다
■ 햇빛, 흙, 물 없는 자동화 식물공장 '광제어 스마트팜'

고추냉이가 자라고 있는 실내 공간입니다. 식물을 기르는 시설인데 건물에 창문조차 없습니다. 햇빛을 차단한 겁니다. 대신 인공 조명이 설치돼 있습니다. 그래서 실내 공간의 이름이 ' 광제어 재배실'입니다.

필수 요소에서 빠진 건 식물이 뿌리를 내릴 땅과 식물이 마실 물입니다.

뿌리는 공중에 노출돼 있습니다. 양분 공급은 영양분이 담긴 액체를 자동으로 분사합니다. 분무기를 쓰는 것처럼 기르는 분무경 재배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멀리서도 실시간 관찰이 가능한 CCTV
빛의 양과 영양분, 온도와 습도는 모두 설정된 값에 따라 알아서 조절됩니다. 조명이 들어오고, 양분을 주고, 더우면 시원하게, 건조하면 습하게 만들어줍니다.

이런 방식은 특히 기온, 토양,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재배 품목일수록 장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외부 변수를 사람이 통제할 수 있어서입니다.

고추냉이를 심어 놓은 모습. 뿌리가 흙 속이 아닌 바깥에 그대로 노출된 있다
이곳 관리인은 지역 주민인 60대 김보경 씨가 맡았습니다.

김 씨는 평소에도 텃밭에서 옥수수, 배추, 파 등 식탁에 오를 만한 밭작물은 직접 길러 먹습니다. 생활 농업인입니다. 김 씨는 취재진에게 " 농업에 획기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고 그런 가운데 관련된 일을 하게 돼 즐겁다"라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더운 날, 궂은 날 바깥에서 땀을 흘리고 허리를 숙였다 펴는 고생이 사라지고 실내 공간에서 잘 자라는지 확인 작업 정도만 하면 된다는 게 신기하다는 취지였습니다.

광제어 스마트팜의 모습. 빛이 완전히 차단된 공간.
■ 실험 재배 방식 '걱정 반 기대 반'…시설 투자비·생산성 관건

이 같은 실험적인 재배 방식을 주도하고 있는 강원도 평창군은 걱정 반, 기대 반입니다. 되면 농업의 혁신인데, 재배 방식이 정착하는 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우선, 시설 투자 비용입니다. '광제어 스마트팜' 건물 180㎡ 시설을 갖추는 데 10억 원 정도가 들었습니다. 운영비는 별도입니다.

다음은 생산성입니다. 규모를 키우지 않는 한, 한 번에 기를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들어가는 돈 대비 수익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평창군도 이 같은 점을 알고 하나하나 풀어갈 계획입니다. 우선, 통상 1년 반이나 그 이상 걸리는 고추냉이 재배 기간을 줄여보는 게 단기 목표입니다.

괜찮은 결과가 나오면 일선 농가로 확산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확산 전략은 식물공장'만'이 아닌, 식물공장'도' 입니다.

농가마다 원래 하던 일은 원래대로 하고, 남는 땅, 마당, 잘 쓰지 않는 컨테이너 박스 등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간이 식물공장 형태로 시설을 조성한다는 것입니다.

자동화 설비를 갖춘 스마트팜의  실시간 상황판
수직형 식물공장과 함께 '스마트 농업'에 도전한 청년 농업인들을 위한 교육장도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교육 공간과 함께 온도와 습도 조절,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닫히는 온실 재배 시설이 준공된 것입니다.

이곳에서는 여름 딸기, 겨울 딸기, 멜론, 천마 이렇게 작물 4종을 기릅니다.

작물을 기르면서 농약을 썼는지, 토양 미생물을 썼는지, 둘 다 썼는지, 둘 다 안 썼는지에 따른 생육 상태도 살펴 봅니다.

매일, 실시간 생육 상태와 온실 조건 등 누적된 빅데이터가 교육 참가자에게 공유됩니다. 교육생들은 평창군 대관령면의 서늘한 기온에서 자동화 딸기 재배를 하는 청년 농업인들입니다.

상황판과 더불어 내부 모습을 휴대전화로도 확인하는 모습
뙤약볕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일, 흙먼지가 날리는 곳에서 작업하는 일. 몸을 많이 쓰는 일. 그래서 힘든 일이라는 게 농사에 대한 일종의 선입견입니다. 길러내는 과정에서도 난관이 많습니다. 돌발 해충이나 서리, 우박 등 궂은 날씨, 집중 호우나 가뭄 등 일 년 내내 신경 쓸 일이 많습니다.

선뜻 '전통적인' 농사 방식을 청년들에게 권유하기는 힘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평창군의 수직형 식물공장, 스마트팜 같은 새로운 시도가 쌓일수록 미래 농업의 모습을 바꾸는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연관 기사] 농업도 이젠 ‘스마트’…‘밭’ 대신 ‘공장’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68681&re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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