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밖에서는 야구 코치, 경기에서는 심판?’ 부산야구협회 심판의 수상한 이중생활

입력 2024.05.24 (10:40) 수정 2024.05.2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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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야구 심판이 타 지역 공공시설에서 개인 야구 교습을 하고 있어 논란이다. 이 심판은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 선수들이 출전한 경기에 주심으로 나서기도 했고, 심지어 올해 협회 주최 경기에 심판을 배정하는 심판 팀장 역할을 맡게 됐다.

부산광역시 야구소프트볼협회 심판위원 A 씨는 현재 경남 양산시종합운동장 부지에 있는 실내야구연습장에서 사설 야구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심판 업무가 끝난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비용을 받고 학생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부산시 야구소프트볼협회 A 심판이 지난 2022년 양산시 실내야구연습장에서 학생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부산 시민인 A 심판은 2015년 연습장 개관 초기부터 개인 레슨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부산시 야구소프트볼협회 A 심판이 지난 2022년 양산시 실내야구연습장에서 학생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부산 시민인 A 심판은 2015년 연습장 개관 초기부터 개인 레슨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강생 중에는 부산 지역 학생 선수들도 다수 포함됐다. 이 때문에 A 심판이 심판 활동을 개인 레슨 학생 모집을 위해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진학을 위해 학생 선수들에게 대회 성적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산시 야구계의 한 관계자는 "A 심판이 개인 레슨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산 지역에 다 알려져 있는 만큼 경기에서 레슨을 받지 않은 학생들이 속한 팀이 행여 불이익을 받지 않을지 우려하는 학부모들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초, A 씨는 자신이 지도하고 있는 학생들이 출전한 경기에서 주심을 맡은 적도 있었다. 당시 협회 내부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후에도 A 씨는 개인 레슨을 계속하고 있다.

심지어 A 씨는 올해부터 부산지역 초, 중, 고교 경기에 협회 심판을 배정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경기에 주심으로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정신 부산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은 "A씨가 개인 레슨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확인을 해보지는 않았다. 사실이라면 지금이라도 겸업을 금지하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KBS에 밝혔다.

정작 A 씨는 "협회에서도 이미 알고 있었고, 별다른 얘기가 없어 겸업을 해왔다."며 "내가 가르친 아이들은 대부분 주전 선수들이 아니어서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고, 그동안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을 봐왔다."고 말했다.

KBS가 입수한 동영상을 보면, A 심판(왼쪽)이 지난달 양산 실내야구연습장에서 학생 선수를 지도하고 나오는 장면이 포착되는 등 최근까지 개인 레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KBS가 입수한 동영상을 보면, A 심판(왼쪽)이 지난달 양산 실내야구연습장에서 학생 선수를 지도하고 나오는 장면이 포착되는 등 최근까지 개인 레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협회에 심판들이 사설 야구 아카데미 운영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한 관계자는 "규정에 없더라도 명백한 이해 충돌이고, 공정성 훼손 논란의 여지가 있어 불문율처럼 심판들이 개인 레슨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A 씨가 공공시설을 이용해 개인 영리 사업을 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양산시 실내야구연습장은 양산시의 학생 야구 선수들과 사회인 야구 회원들을 위한 공공시설로 시비 4억 3천만 원을 투입해 지난 2015년 완공됐다. 실내야구연습장은 관내 다른 체육시설과 달리 위탁 관리를 맡고 있는 양산시야구협회를 통해서만 대관할 수 있다.

양산 시민을 위한 실내연습장이 다른 지역 심판이자 부산 시민인 A 씨의 돈벌이를 위해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양산시 야구계의 한 관계자는 "양산시 관내 야구부는 A씨가 개인 레슨을 진행하는 평일 저녁 시간대에는 실내야구장을 대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양산시 실내야구연습장을 관리하는 양산시 야구협회는 최근 관리단체 지정 절차에 들어갔다. 자체 감사 결과 회계 부정 의혹이 있어 협회장이 사퇴했기 때문이다. 양산시체육회도 자체 조사에 들어갔는데 그 과정에서 A씨가 개인 레슨을 한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 확인에 나섰다. 김진규 양산시체육회 사업운영팀장은 "공공시설인 실내야구연습장에서 개인 영리 활동을 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A씨가 사업자등록도 하지 않은 만큼 탈세 혐의에 대한 관계 당국의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이와 함께 실내야구연습장 대관은 기본적으로 무료인데도, A씨가 협회에 대관료를 지불한 사실도 의혹을 사고 있다.

A 씨는 "공공시설이어서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았다. 전기료 등 사용비는 따로 납부하지 않았고, 대신 양산시야구협회 요청에 따라 매달 일정 금액의 대관료를 협회 관계자 개인 통장으로 입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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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05-24 13: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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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야구 심판이 타 지역 공공시설에서 개인 야구 교습을 하고 있어 논란이다. 이 심판은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 선수들이 출전한 경기에 주심으로 나서기도 했고, 심지어 올해 협회 주최 경기에 심판을 배정하는 심판 팀장 역할을 맡게 됐다.

부산광역시 야구소프트볼협회 심판위원 A 씨는 현재 경남 양산시종합운동장 부지에 있는 실내야구연습장에서 사설 야구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심판 업무가 끝난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비용을 받고 학생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부산시 야구소프트볼협회 A 심판이 지난 2022년 양산시 실내야구연습장에서 학생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부산 시민인 A 심판은 2015년 연습장 개관 초기부터 개인 레슨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강생 중에는 부산 지역 학생 선수들도 다수 포함됐다. 이 때문에 A 심판이 심판 활동을 개인 레슨 학생 모집을 위해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진학을 위해 학생 선수들에게 대회 성적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산시 야구계의 한 관계자는 "A 심판이 개인 레슨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산 지역에 다 알려져 있는 만큼 경기에서 레슨을 받지 않은 학생들이 속한 팀이 행여 불이익을 받지 않을지 우려하는 학부모들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초, A 씨는 자신이 지도하고 있는 학생들이 출전한 경기에서 주심을 맡은 적도 있었다. 당시 협회 내부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후에도 A 씨는 개인 레슨을 계속하고 있다.

심지어 A 씨는 올해부터 부산지역 초, 중, 고교 경기에 협회 심판을 배정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경기에 주심으로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정신 부산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은 "A씨가 개인 레슨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확인을 해보지는 않았다. 사실이라면 지금이라도 겸업을 금지하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KBS에 밝혔다.

정작 A 씨는 "협회에서도 이미 알고 있었고, 별다른 얘기가 없어 겸업을 해왔다."며 "내가 가르친 아이들은 대부분 주전 선수들이 아니어서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고, 그동안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을 봐왔다."고 말했다.

KBS가 입수한 동영상을 보면, A 심판(왼쪽)이 지난달 양산 실내야구연습장에서 학생 선수를 지도하고 나오는 장면이 포착되는 등 최근까지 개인 레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협회에 심판들이 사설 야구 아카데미 운영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한 관계자는 "규정에 없더라도 명백한 이해 충돌이고, 공정성 훼손 논란의 여지가 있어 불문율처럼 심판들이 개인 레슨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A 씨가 공공시설을 이용해 개인 영리 사업을 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양산시 실내야구연습장은 양산시의 학생 야구 선수들과 사회인 야구 회원들을 위한 공공시설로 시비 4억 3천만 원을 투입해 지난 2015년 완공됐다. 실내야구연습장은 관내 다른 체육시설과 달리 위탁 관리를 맡고 있는 양산시야구협회를 통해서만 대관할 수 있다.

양산 시민을 위한 실내연습장이 다른 지역 심판이자 부산 시민인 A 씨의 돈벌이를 위해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양산시 야구계의 한 관계자는 "양산시 관내 야구부는 A씨가 개인 레슨을 진행하는 평일 저녁 시간대에는 실내야구장을 대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양산시 실내야구연습장을 관리하는 양산시 야구협회는 최근 관리단체 지정 절차에 들어갔다. 자체 감사 결과 회계 부정 의혹이 있어 협회장이 사퇴했기 때문이다. 양산시체육회도 자체 조사에 들어갔는데 그 과정에서 A씨가 개인 레슨을 한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 확인에 나섰다. 김진규 양산시체육회 사업운영팀장은 "공공시설인 실내야구연습장에서 개인 영리 활동을 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A씨가 사업자등록도 하지 않은 만큼 탈세 혐의에 대한 관계 당국의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이와 함께 실내야구연습장 대관은 기본적으로 무료인데도, A씨가 협회에 대관료를 지불한 사실도 의혹을 사고 있다.

A 씨는 "공공시설이어서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았다. 전기료 등 사용비는 따로 납부하지 않았고, 대신 양산시야구협회 요청에 따라 매달 일정 금액의 대관료를 협회 관계자 개인 통장으로 입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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